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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망상 증후군
작가 : 빅터하이드
작품등록일 : 2020.9.5

잘못된 상상은 때로는 진실을 뒤집기도 한다.
여자로 오해 받는 남성.
남자로 오해받는 여성.
알아주지 않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무서워져 가고
그런 그들 앞에 괴담 '얼굴없는 신데렐라'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낮선 조우
작성일 : 20-09-20 08:23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7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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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매너 없는 남자의 말투라고 하기엔 조금 거친 수빈의 협박. 어쩐지 낯설어 보여 아현은 자기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것이 무서웠을지,

 아니면 그저 가까워진 수빈의 숨소리 밀린 탓일지,

 그것도 아니면,

 빤히 보이는 수빈의 붉은 입술이 너무 빨갛게 보여서 일지,

 “…그런 저열한 협박하지 않아도 난 약속은 지켜.”

 아현은 재빠르게 얼굴을 돌리곤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수빈은 그제야 얼굴을 떨어뜨렸다.

 “그럼 됐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저 그 한마디 하는게 이렇게 힘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장은 끊임없이 뛰고, 몸에는 전류가 스쳐지나간 듯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아마 누군가가 지금 아현을 건드린다면, 그 즉시 그의 심장이 폭발해 버릴지도 몰랐다.

 지금 자신의 표정이 어떠한지 알 수 는 없었다.

 다만,

 지금 자신의 얼굴을 수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 이만 갈게.”

 “벌써? 이제 30분밖에 안돌아 봤잖아. 사진 안찍어가도 괜찮겠어?”

 “괜찮아. 괜찮아. 사진이야 아까 많이 찍었잖아.”

 그게 대부분 아현의 사진인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상관은 없었다. 그저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이 자리를 얼른 떠나고 싶었다.

 “야, 그래도…….”

 수빈이 얼른 가려는 아현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창백한 손. 남자 주제에 손만은 우유를 부어놓은 것처럼 새하얗다. 만지면 스펀지처럼 부드럽고, 따뜻할 것 같다.

 만약 저 손에 잡히면 어떻게 될까?

 등에라도 닿으면?

 팔을 붙잡힌다면?

 손목을 강하게 움켜쥔다면?

 아현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더 생각했다가는 돌이 킬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래서.

 “미안, 다음에 여기서 만나.”

 다가오는 수빈의 손을 슬며시 피했다.

 수빈이 어떠한 표정을 지었을지도 생각지도 못한체, 아현은 어둠속을 그대로 내 달렸다.

 

 ----------------------

 

 

 아현은 방해되는 치맛자락과 카메라를 움켜쥐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둠 속을 그대로 내달렸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심장이 아플정도로 두근댄다. 마치 이 자리를 벗어나라고 말하는 것처럼 뛰는 심장을 차갑게 식은 손으로 달래보았다.

 이젠 어쩌지, 어떡하면 좋지.

 무엇을 잘못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뿐이다. 비록 자신을 여성이라고 속이고 만남을 이어가긴 했지만, 그 뿐이다.

 헌데 어째서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 아픈걸까?

 죄악감과 고양감, 기쁨과 허탈함이 복잡하게 섞여들며 아현의 가슴을 있는 그대로 헤집었다.

 나 이제 어떡하지?

 달려가던 다리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다행이도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오는 기색은 없었다. 아현은 점점 무거워져 가는 고민의 무게에 점점 더 속도를 줄여나가다, 한 가로등 앞에서 그만 멈추고야 말았다.

 캄캄하고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불빛. 크게 밝지는 않는지만,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아…….”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나 이제 어떡하지?’

 분위기에 휩쓸려 함부로 약속을 하고야 말았다. 이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감히 어쩌자고, 다시 만나자라는 그런 약속을 했던 것일까? ‘다음’이라는 기회가 있을 리가 없는데…….

 ‘만약 안나오거나, 거짓말로 날 속이려 하는 거라면 평생 시집도 못갈 몸으로 만들어주겠어.’

 수빈의 마지막 협박이 아현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시집도 못갈 몸으로 만들어주겠어라니,

 “…애초에 내가 시집갈 리가 없잖아.”

 머릿속에 있던 말이 저도 모르게 한숨처럼 새어나온다. 아현은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창피했는지, 혹시나 누가 들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가렸다.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 동그란 원이 있는 밝은 분위기. 하지만 불빛 바깥에는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만이 은근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시커먼 광경. 어쩐지 공기가 무겁게 내려 앉은 것 같은 느낌에 아현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그제야 아현은 지금 자신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어디야……?”

 분명히 수빈이와 헤어져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어두워서 길을 잘못든 모양이었다.

 ‘어쩐다…….’

 왔던 길로 되짚어 가기엔, 너무 어두운데다가 초행길이다. 방향감각마저 소실될 법한 이런 곳에서 그런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도 문제이긴 한데.’

 이럴 줄 알았으면, 수빈이와 끝까지 같이 있을 걸 그랬다. 아현은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폰을 꺼내들었다.

 -팟.

 플래시 기능을 켜자 두꺼운 장막이 쳐진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 조금이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전부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아현은 작은 플래시 기능에 의지해 가로등의 경계를 조심스레 넘었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넘어가는 불온한 경계.

 마치 세계의 경계를 한 발 넘어가는 느낌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현은 한줄기 불안감을 애써 떨쳐버리고 어둠을 향해 발을 내 딛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폰 플래시가 비추는 희미한 빛. 기술이 좋아져 생각보다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긴 했지만, 이런 무거운 암흑속에선 환하게 보이는 플래시 조차도 촛불 신세를 금하지 못했다.

 아현은 한 발자국 더 내 딛는 대신 플래시로 주변을 비춰보았다.

 무너진 간판과 가판대들이 회백색의 빛을 보이다, 다시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위에 있던 시커먼 물건처럼 보이는 것들은, 오히려 빛을 흡수시킨 듯 거멓게 드러나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잘못하다간 밤 새도록 이곳에서 헤멜것만 같았다.

 그때 였다.

 계속해서 무의미하게 주변을 비추던 플래시가 무언가 네모난 것을 스쳐지나갔다. 긴장되어 있던 아현의 시선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다시금 무언가를 비췄다.

 그 무언가는 바로 안내판이었다.

 아무래도 상가길이 무척 복잡하니 손님들이 길을 잃지 말라고 만든 것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곳의 대략적인 위치와 가게에 대한 안내도, 입구와 출구등등이 대략적이나마 그려져 있었다.

 다행이다.

 아현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 지도를 향해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었다. 외우지는 못하니 아예 사진 기능을 이용해 저장시켜 탈출할 때까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번쩍.

 카메라 렌즈에 플래시가 터져나왔다. 빛에 의해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안내판이 그대로 반사되었다.

 “읏…….”

 눈부신 광원에 아현이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아현의 등 뒤의 있던 가게와 가게 사이에 좁은 길목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하나 반사된 빛에 의해 어스름하게 밝혀졌다가 어둠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서늘하게 부는 기분 나쁜 바람.

 아현은 자신의 뒤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을 열어보았다.

 “이런…….”

 사진에는 아현이 원하는 지도의 모습은 존재 하지 않았다. 그저 눈부신 빛에 의해 하얗게 물들어 있는 장면만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현은 폰을 조작해 광원을 줄인 뒤 다시 재 촬영을 시도했다.

 -번쩍.

 아까보단 적은 빛의 플래시가 터져나왔고,

 

 그리고 아까보다 더 가까이에 거대한 그림자가 어스름하게 밝혀졌다 다시 어둠속으로 녹아들어갔다.

 

 마치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것 처럼보이는 거대한 그림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현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찾아본다.

 플래시가 약해서였을까? 지도의 모습이 아까보단 선명하게 나왔다. 조금 알아 보지 못하는 곳도 있긴 했지만, 이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그냥 가려니 뭔가 개운치 못한 부분이 있다.

 ‘뭘까…….’

 아현은 가만히 아까 전 찍었던 실패한 사진을 다시 켜보았다. 하얗게 백광이 서린 불빛 너머로 시커먼 그림자가 외곽부분에 까맣게 찍혀 있는 부분이 들어왔다.

 ‘어쩌면…….’

 아현은 폰을 주머니에 넣고, 구식 카메라를 들었다.

 만약 그림자가 좀 더 짙게 나온다던가, 조금이나마 사람처럼 보인다면 귀신 사진이라고 우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현은 준비된 동작으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

 뒤에서 들려오는 짧은 소리 신음소리. 아현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고,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칠흑 같은 검은 색 그림자를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준비했던 셔터를 눌렀다.

 

 -반짝.

 밝은 플래시가 어둠을 순식간에 몰아내주며, 검은 그림자를 비췄다가 다시 칠흑같은 장막을 거둬들이며, 어둠이 빠르게 장소를 수몰시켰다.

 “어……?”

 바보같은 물음이 아현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찰나의 순간 보인 그림자의 모습은 그의 상상을 초월 했다.

 언뜻 보인 치마가 짧은 파란 드레스가 제일 먼저 뇌리에 떠올랐다.

 마치 하늘을 닮은 듯한 연한 파랑색.

 이 어두운 시장 분위기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언밸런스한 색이라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른 건 그녀의 풍만한 몸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여성이라고 알 수 있을 만큼 들어갈 땐, 들어가고 나올 땐 나온 남심을 자극하는 몸매였다.

 다만,

 어째선지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새카만 어둠에 뭉개져 전혀 알아 볼 수 없던 그 얼굴의 형태는, 이때까지 들어왔던 이야기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얼굴 없는 신데렐라]

 오싹.

 전율이 솟아올랐다.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소름이 아현의 정신을 완벽히 지배했다.

 거대한 그림자는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바라보더니, 문득 그림자의 뒤에서 무언가를 천천히 꺼냈다. 불빛이라곤 존재하지 않아 무엇인지 알아 볼수 없었지만, 형태만큼은 거대한 날붙이 두 개가 교차되어 붙어 있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예쁜 소녀들의 얼굴 가죽을 벗기기 위해, 한 손에는 피로 물든 낫을 들고 소녀들을 덮친다.]

 최교수가 떠든 이야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아침에 누나에게 들은 얼굴 가죽이 뜯겨져 살해당한 여학생의 이야기와 함쳐져 기묘한 기시감이 떠올랐다.

 ‘서, 설마 이 녀석이 범인?!’

 그런데 하필 어째서 여기에.

 -그런 차림새로 이런 인적 없는 골목에 있다간 안좋은 일을 당하기 딱좋아. 네가 아무리 그때 처럼 강한척을 한다고 해도 말이지. 그러니까 얼른 얼른 집에가. 코스프레는 그만하고.

 문뜩 떠오른 수빈과의 대화.

 그제야 아현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누가 봐도 아리따운, 또는 살인마에게는 무척이나 먹음직스런여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도, 도망쳐야 돼.’

 싸워서 이긴다는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평범한 대학생인 자신과는 다르게, 저 녀석은 최소 한 명은 죽인 살인마다. 게다가 무기까지 들고 있는 이상, 저기 있는 정신 이상 살인마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 다윈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피해 경찰서에다가 신고하는 것이 아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아현은 천천히 발을 뒤로 뺏다.

 눈치를 살피고, 범인 녀석이 허술해 질 그 한순간, 바로 자리에서 뛰쳐나갈 생각이었다.

 허나 그 단 한걸음.

 아무것도 아닌 그 한 걸음이 시작이었다.

 그림자에서 갑작스레, 길쭉한 두 개의 날이 아현을 향해 길게 뻗어나오는 게 나왔다.

 “우아앗!”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아현이 비명에 가까운 기함을 토해낸다.

 섬뜩한 날이 볼 바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미리 도망갈 움직임을 취한 덕에 잘 피해낼 수 있었지만, 날카로운 살의와도 같은 차가운 칼날이 지나갔다는 사실이 아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자세는 완벽했다.

 첫 공격 또한 잘 피해냈다.

 이제 이 자리에서 도망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현은 자신이 지금 뭘 입고 있었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

 “헉!”

 거치적거리는 풍성한 한복 특유의 치맛자락. 그 옷에 익숙하지 못한 아현의 발이 끄트머리를 밟으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앞으로 굴렀다.

 비싸 보이던 고급 한복이 순식간에 먼지투성이가 되며, 더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가로등 기둥에 쳐박아버렸다.

 “크윽…….”

 등과 팔 다리에서 오는 둔중한 고통. 신음이 절로 새어나온다.

 ‘얼른 도망가지 않으면…….’

 아현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서려고 했다.

 “―”

 귓가를 스치는 음습하게 속삭이는 소리.

 가까우면서도 먼곳에서 들리는 듯한 무시무시하게 가라앉은 낮은 속삭임에 아현의 온 신경이 곤두 섰다.

 허약한 가로등의 불빛이 닿지 않는 가까운 곳에 그림자가 서 있었다.

 “―.”

 아니 다가오고 있었다.

 “―.”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제일 먼저 파고 들어온 것은 잘 벼려진 섬뜩한 형태의 거대한 가위였다.

 군데군데 묻은 녹이 슨 듯한 검붉은 얼룩들과 지저분한 이물질들이 잔뜩 묻어있어, 멀쩡한 가위보다 더 공포심을 자극한다.

 지저분한 검붉은 날을 앞세워 들어오는 거대한 가위 날이 희미한 가로등의 빛을 받아 괴이한 빛을 흘린다.

 “―.”

 그 뒤로 모습을 드러낸 건, 그런 지저분한 가위를 잡고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새 하얗게 빛나는 손과 팔이었다.

 너무나도 하얀 피부에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보단, 기괴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손이 어둠에서 벗어나 아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현은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

 그것이 극도로 넘어선 공포에 의해서일지, 아니면 그저 ‘그 기묘한 범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라는 일종의 기대감일지는 알 수 없었다.

 “―.”

 그런 모순된 감정을 품은 체, 아현의 시선은 범인이 가로등 빛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

 그 뒤로 경계선을 넘어온 것은, 여성이라고 한 껏 추켜세워 준 커다란 가슴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선명할 정도로 시린 푸른 드레스였다.

 살인마의 의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상하고, 기묘하게 밝은 드레스. 마치, ‘나 예뻐? 예쁘지?’라고 말하는 듯한 인상에 구토감이 인다.

 “―워.”

 어느사이엔가 아현의 얼굴에 하얀 손이 들어왔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살결에 아현의 턱이 덜덜 떨린다.

 “―러워.”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속삭임. 그와 동시에 머리라고 생각한 그림자가 어둠의 경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실로 무시무시하고도 기괴한 광경이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등장한 범인의 머리에는.

 

 얼굴이 존재하지 않았다.

 

 “―러워.”

 붉은 아랫 입술과 새하얀 아래치아 위에서, 이마 아랫부분 까지.

 그곳엔 마치 어느 존재가 한꺼번에 뜯어 먹은 것처럼. 시커먼 구멍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동굴 속에서 메아리 치듯, 끊임없이 속삭임이 들려와 아현의 귀를 수십번씩 괴롭히고 있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삭임.

 하지만 어둠이 뭉개버린 듯, 시커멓고 공허한 얼굴이 아현에게 다가오자 아현은 그 속삭임이 무슨 뜻인지 이해 할수 있었다.

 -부러워. 부러워. 부러워. 부러워. 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

 “!!”

 공허와도 같은 어두운 곳에서, 숨 쉴 틈도 없이 쏟아지는 동경 어린 악의에 아현의 심장이 무서울 정도로 강하게 요동친다.

 “다, 다가오지……”

 -그러니까. 가져갈래.

 형상화된 질척질척한 감정덩어리가 아현의 말을 집어삼켰다.

 악의가 형상화된 거대한 두 개의 칼날. 아현이 반항할 틈도 없이 그의 하얀 볼을 살며시 긁었다.

 차갑고 섬뜩한 아픔이 뺨으로부터 태어나 온 얼굴로 퍼져나간다.

 “으, 으아아아악!!”

 공포 때문인지, 아픔때문인지 모를 비명이 아현의 입에서 토해내어진다.

 끝이다.

 이젠 저 가위의 거대한 날이 자신의 얼굴을 섬세하게 가르고, 살을 발라 얼굴 피부를 그대로 떼어내 가져갈 것이다. 살해된 그 여고생처럼.

 살려줘.

 살려줘.

 누가 좀 살려주세요.

 그 순간,

 “…찾았다…….”

 어디선가 들어 본적이 있는 쇠를 긁는 소리와 함께, [얼굴 없는 신데렐라]가 갑자기 튕겨져 나갔다.

 아현의 공포의 질린 눈동자가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어둠보다 더 어두운, 시커먼 복장의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불빛 건너의 있어서 자세한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아현은 그가 누군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너, 넌…….”

 그 사내는 며칠 전 수빈을 습격했던 문제의 그림자이자,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였다.

 

 

 
작가의 말
 

 좀 어설프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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