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5-09-15 부숴진 아이젤 연구소
시커먼 연구소 내부를 아무리 뒤져봐도 리븐과 피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쾌쾌한 연기와 기분나쁘게 타버린것들만 가득한 연구소를 손전등으로 계속 찾아보았다. 땀이 비오듯이 내려도 이 넓은 곳을 수색한는걸 멈추지 않았다.
혹시나 리븐이 피온에게 해코지한게 아닌게 걱정돼 거의 한시간이 지났을때쯤 연구소의 출구쪽까지 꼼꼼히 찾아 걸어나왔을때 빛이 들어오는 입구에서 아주 아주... 오랜만에 듣는 그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지나도 어쩜 그대로 인지 이상할 정도였다.
출구 뒤에 모퉁이에서 조금 몸을 숨겨 리븐과 피온이 같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리븐은 입을 움직이지 않고 피온에 말에 대답해 주었고 간간히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그때 그시절 그나이에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피온이 눈앞에 서있었다.
"언니."
케인답게 큰목소리로 달려가지 않고 놀라지 않은듯 조용히 걸어나와 맹맹하게 서있었다.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본 피온은 얼굴에 잔뜩 미소를 끼얻고 케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마음속으로는 오랜만에 만난 케인이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피온은 절제 하듯이 5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춰섰다.
리븐은 말없는 두사람의 사이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둘다 입을 열지 못했는데 한쪽은 눈물이 차올라서 한쪽은 정말로 어떤말을 해야되는지 모르고 그리고 미안해서 였을것이다.
"케인. 정말 너 어른이 다됬네."
"하나도 나이들지 않았어. 그때 그대로야."
이젠 거의 둘이 친구처럼 보일정도였다. 그날 이후로 서로 만날수 없을정도로 멀리 나아갔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이렇게나 간단한것이였다. 만나면 만나는것이고, 망설이면 망설이는대로 만날수 없을 뿐이다.
"흐흥, 많은 일이있었어."
"응, 알아. 내가 연맹에서 혼자 잘살수 있게 해준것도 언니 덕분이란거. 고마워."
케인이 넋이 나간것 처럼 피온의 손을 잡으러 가자 피온이 뒤로 물러서면서 두팔을 들고 말했다.
"미안. 나한테 가까이오면 안좋아."
"어?"
뒤에서 보고있던 리븐이 목을 다듬고 육성을 되지도 않는 육성을 내면서 말했다.
"방사능에 근원지에 들어간 몸이니까. 뭐, 원래부터 몸에서 방사선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뭐야? 기관에서 몸 조정하면 충분히 일상생활도 가능하잖아?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일부러 zx에 오겠다고 자원한거야?"
"화내지마. 나는 의외적인 케이스 였어. 좀더 진행된거야. 거의 죽어가던 몸에 주도권을 빼았겨서 몸의 구성 대부분이 내것이 아니야. 이렇게 라도 살지 않았으면 그대로 말라 죽었을거야. 그래도 미안해 하지마. 내가 칠칠치 못해서 낙오된거야."
케인은 얼이 빠져서 혀바닥으로 입술을 훑었다. 그리고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한걸음 물러섰다.
"언니, 내가 말야. 언니 한테 미안한 일은 굉장히 많았어. 가족들한테도 헤어지기 전까지 그런식으로 했고 말야. 사과하고 싶어. 그땐 너무 어리고 힘들었어."
"아니야 지금 까지 잘살아온것 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워. 혼자 두게 해서 내가 미안해."
리븐이 뒤에서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재고있다가 피온의 뒤에서 손을 들었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어. 이 이상같이 있으면 몸에 영향을 미칠지도 몰라."
"앞으로도 리븐하고 같이 다닐 생각이야?"
뒤에 있던 리븐이 고개를 저으면서 대신 대답해주었다.
"아니, 여기서 해어질거야."
"알겠어. 언니, 만약 세상이 바뀌는때가 오면 그때, 보자."
"너무 혼자서 무리하지마. 모든걸 짊어지려 하지 않아되 돼. 케인..."
케인은 힘차게 고개를 젓고 미소를 머금은 입으로 대답했다.
"모두 내가 원하는 일인걸. 괜찮아."
말이 길어지자 리븐이 뒤에서 재촉했다. 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 인사를 하려하자 케인이 순식간에 달려와 피온을 끌어안았다. 리븐은 한숨을 쉬면서 그대로 그자리를 떠났다.
피온은 안절 부절 하면서 케인을 어떻게 할줄몰라했다. 그치만 케인은 그런건 개의치 않는듯이 꼭 끌어 안았다.
"케인, 정말로 좋지 않아."
"몰라. 조금만 있을게."
그뒤로 헤어질때까지 웃는 얼굴로 서로를 오래동안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