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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어
작가 : 단추씌
작품등록일 : 2020.8.26

카메라로 사람의 마음을 찍어 선으로 되돌려 놓는 천사 '미젤링', 삼지창으로 사람의 마음을 찍어 악으로 만드는 악마 '디블'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어."
"나도 당신을 위해 추락하고 싶어요."

서로 반대되는 두 종의 생명들

 
모든 이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그에게 가야 할 이유가.
작성일 : 20-09-20 03:08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5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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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로 태어난 나는 악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했다. 지옥을 모두 메우고 있는 게 악이었으며, 때문에 악이 제일 강력하다고...그 누구도 악 앞에서 무릎을 세울 수 있는 이는 없다고.

 

 악을 무적으로 여기며, 그걸 굳게 믿고 있었다.

 

 "이빌...넌 여기 지옥에 남아 고통을 담당하거라."

 "예? 저도 인간계에 내려가고 싶은데요?"

 "아니, 넌 여기가 어울려."

 

 열다섯. 지옥의 어린 악마들한테 그들이 일할 곳을 정해주는 날이었다. 지옥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인간계에서 인간들을 사냥할 건지...

 

 내 친구인 이빌은 지옥에 남아 이곳으로 인계된 인간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맡았다.

 

 "디블."

 

 그리고 나는...

 

 "넌 인간계다."

 

 인간계로 내려가 그들을 사냥하는 역할을 맡았다.

 

 ***

 

 "봐, 이렇게 심장을 찌르는 거야. 뭐, 방향이 틀리더라도 일단 인간한테 대기만 하면 삼지창이 알아서 심장 부근을 찾아갈 테니 상관없겠지."

 

 인간계에 내려온 나는 먼저 내려왔던 선배들한테 그들을 사냥하는 법을 배웠다.

 

 세상을 악으로 물들일 방법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이 사용하는 악은 그야말로 제일 강력한 무기였다.

 

 "인간들이 고통을 느끼면 우리 존재를 알아채지 않을까요 선배?"

 "아니, 애초에 물리적으로 찌르는 게 아니라 괜찮아."

 

 그렇게 하나씩 인간들을 사냥하는 법을 배워갔고, 실전에 들어갔다.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들이 덕지덕지 연결돼 있는 낡은 판잣촌에서, 그것도 제일 좁은 집에서.

 

 한 남자가 실의에 빠져 울고 있었다.

 

 '기억해. 인간이 무너졌을 때 악을 찔러넣으면 그게 몇 배로 되돌아온다는 걸'

 

 "흐윽...흐으윽..."

 

 실의에 빠진 남자는 정말 무너질대로 무너진 듯 보였다.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올려지는 울음소리가 그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대변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그의 심장을 관통하려는 순간...

 

 "멈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러나 위압감이 온 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하얀빛이 넘실거리다 못해 온 집 안을 가득히 채우는 걸 보고 확신했다.

 

 천사구나...

 

 '맞다, 활동 중에 천사를 만나면 무조건 도망가.'

 '왜요?'

 

 "벼랑 끝까지 몰린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게....네놈들이 하는 짓인가?"

 

 '천사는 우리보다 강하거든.'

 

 악마들보다 힘이 센 천사들. 그래서 만나면 무조건 도망가라고 들었다. 우리보다 힘이 세니 우리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악을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그들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힘내세요. 실의에 빠졌지만 그걸 딛고 일어나게 된다면 한 단계 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발이 떨어지지도 않았으며, 시선이 온통 너한테로 몰려 있었다.

 

 사람을 일으키는 언어와 그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손짓. 그 모든 게 '선'이었음을 알았지만, 그 선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 너의 선은 보는 이를 끌어당겼고, 악보다 강한 듯 했다.

 

 나약한 인간에게 악을 한번 찔러넣으면 그걸 빼내기 위해 열 가지의 선이 필요하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그러나 네 앞에선 내 악을 백번이고 찔러넣어도 너는 단 한 번의 언어와 손짓으로 그걸 전부 무마시켜 버릴 것만 같았다.

 

 처음으로 보는, 악보다 강한 선에 나는 그만 매료되어 널 멍하니 쳐다보았다.

 

 "한숨 자다 일어나세요. 왠지 모르게 홀가분한 기분이 들 겁니다."

 

 실의에 빠진 인간을 구제하고 너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안 가고 서 있는 날 똑바로 마주봤고, 네 청록색 눈동자에 내가 비쳤다.

 

 그게 너와 나의 첫만남이었다.

 

 -

 

 {D 구역의 슬럼가를 소멸시켰으면 합니다. 인간세상은 넓고, 악마들은 많으니 슬럼가 하나쯤 없어진다고 큰일 나지도 않을 겁니다.}

 

 지온은 션이라는 천사가 보냈다는 서신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아무리 읽어봐도 악마들과의 전쟁이라는 뜻밖에 되지 않았다.

 

 D 구역의 슬럼가는 단순한 슬럼가가 아니었다. 어둠 속에 은신하며 모든 일들을 은밀하게 처리하기로 유명한 악마들이 유일하게 모습을 대놓고 드러낸다는 곳이었다.

 

 그런 곳이 소멸되면 악마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없어진다는 데 두고 볼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과 대적하자는 건가."

 

 힘은 천사보다 열세인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속임수라는 무기를 갖고 있었다.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급소를 노리는 것이 그들의 장점이었으니까.

 

 힘들고 긴 전쟁이 될 것이었다. 단순히 슬럼가의 패싸움이 아닌, 악마와 천사의 대적이니까. 어쩌면 그 주위에 있는 다른 마을 몇 개 정도는 결계를 치지 않는 이상 한번에 날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관리직에 있었다고 했나...'

 

 언젠가 미젤링한테 션의 존재를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다. 영혼들을 관리하는 천사인데 너와 너무 비슷하다고. 그래서 너랑 일하면 매 순간마다 걔가 생각난다고.

 

 관리직. 아무나 올라갈 수 없는 고위직이었다.

 

 고위직인 만큼 걸리는 제약과 따르는 책임이 많은 걸 알기에 그의 행동이 신중할 거란 건 보증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매사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자리니까.

 

 순간의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이미 숙련된 이성이 자연스레 튀어나가 그걸 억제한다는 속설은 거의 기정사실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실제로 이성이 감정을 억누른다고. 그리고 그게 마치 본능적인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그걸 직접 목격한 천사들이 전한 얘기였다.

 

 '신중을 기한 선택이겠지...'

 

 충동적으로 이런 서신을 보낼 리는 없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직위에 있으며, 감정이 울컥 올라와도 이성이 자연스레 억제하는. 그런 천사이니까.

 

 아마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서신을 보냈을 것이다. 악마들의 행패에 더는 참지 못했겠지...

 

 지온은 결국 답장을 써내려갔다.

 

 악마들과 공생하기 보단 대적하는 쪽으로...

 

 그녀 역시 악이라면 치를 떠는, 그런 천사가 되어 있었다.

 

 

 '어...?'

 

 다음 날 아침, 인간세상으로 다시 내려온 미젤링은 날개가 이상해짐을 느꼈다.

 

 딱 날기 직전의 날개처럼 파르르 떨리며, 바람을 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젤링 본인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그저 반사적으로 떨리는 현상이었다.

 

 '설마...'

 

 미젤링은 날개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어디선가 날아와 붙은 검은 깃털이 아직까지 그녀의 날개에 붙어 있었다.

 

 그냥 놔 두면 자연스레 나가 떨어지겠지 했던 것이 사실은 미젤링의 날개에 심어져 있었다.

 

 "...디블."

 

 예전에 디블이 했던 말이 있다.

 

 깃털을 날개에 심으면, 상대방이 있는 쪽으로 날개가 날아가게 된다고.

 

 첫 번째 데이트 때, 아마도 자신 몰래 심은 것이 분명했다. 이번엔 나 말고 네가 날아오란 뜻으로.

 

 "...."

 

 분명히 뽑아낸다면 쉽게 뽑을 수 있는 깃털이었다. 조금 아픈 자리에 심겨지긴 했지만, 엄청난 고통은 아니니까.

 

 그러나, 왠지 뽑아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뽑아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일이 끝나면 날개가 날아가는 대로 이끌려 날아가고 싶었다.

 

 "디블 넌 진짜 악마가 맞는 것 같아. 그것도 가장 매력적인 악마."

 

 옛날엔 악마들이 어떻게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어찌 그리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게 그리 손쉬운 일이었는지.

 

 그러나 이젠 확실히 알겠다. 악마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종족의 심장을 훔칠 수 있다. 심장을 빼앗기는 주인은 본인도 모르게 빼앗겨 버려 돌려달라고도 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빼앗기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도 그저 다 내어주는 줄도 모른다. 그만큼 악마가 매력적이니까. 그만큼 상대방이 좋으니까.

 

 본인도 모르는 사이 심장을 도둑맞건, 아니면 그저 빼앗기는 중에도 그저 가만히 있건 어느 쪽이든 상관 없었다.

 

 확실한 건, 그녀조차 악마에게 다시 심장을 빼앗겼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

 

 "...올 때가 됐는데."

 

 디블은 폐허가 된 건물에 걸터앉아 중얼거렸다. 어느새 해가 지고 노을이 떠오르며 황혼이 시작되었다.

 

 온 세상이 붉은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시간. 디블은 이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딱히 무얼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봐도 황홀한 광경이었으니까.

 

 그러나 오늘만큼은 무언가 더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젤링의 날개에 그녀 모르는 사이 심어놓은 깃털이 제발 잘 작동했으면 좋겠다는. 부디 뽑아내거나 털어내지 않고 잘 심고 있다가 지금 본인에게로 날아와 줬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설마 날개의 깃털을 뽑아버린 건...'

 

 너무 티나는 정중앙에 심어버리긴 했었다. 더 잘 보이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할 수 있도록.

 

 그러나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단 느낌이 문득 들었다. 잘 보이는 자리에 심으면 모르고 뽑아버리거나 털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그때 당시엔 하지 못했다.

 

 그저 심어야겠단 생각에 급급했을 뿐.

 

 "미젤링..."

 

 내가 긴장해가며 심은 깃털을, 그 속에 담긴 노력을 버리지 않아줬으면 해요.

 

 전엔 내가 갔으니 이번엔 당신이 와줘요.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아요. 그래서 더 불안해요.

 

 그러니까. 제발 나한테로 와줘요.

 

 이게 마지막 만남일 수 있으니까...

 

 -

 

 "...."

 

 미젤링은 날개의 깃털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미 처리해야 할 모든 일은 진작에 끝냈다. 깃털을 잊으려고 정신없이 일을 했으니까.

 

 그러나 일을 모두 처리하고 온 지금.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지온이 D 구역의 슬럼가에 들어가서 다쳤다. 그 말인즉슨 악마와 천사는 기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친구과의 우정을 위해서라도 안 가는 게 맞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사랑이라지만, 그것 역시 상황과 경우가 있는 거였다.

 

 악마를 사랑한다고 얘기한다면 과연 찬성할 이가 몇이나 될지...아니, 반대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는 이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칩. 칩이 있었지!"

 

 순간 망각하고 있던 이유가 떠올랐다. 모든 이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그에게 가야 할 이유가.

 

 -

 

 "안 오려나..."

 "디블...!!"

 

 모든 걸 체념하고 일어서려는데, 그 순간 등 뒤에서 익숙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시도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해서 왔는지 온 몸이 땀으로 젖어 반짝였다.

 

 "미젤링...!!"

 "디블...!! 헉...허억..."

 "왜 이렇게 힘을 썼어요.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날개가 저절로 움직일 텐데."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뭔데요?"

 

 그렇게 숨이 차서 헉헉거리면서도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난 칩을 원해서 너한테 붙어 있었어."

 "그렇게 다급한 말은 아니네요."

 

 그러나 미젤링은 숨을 고르더니 이내 디블에게 다가섰다.

 

 "넌 진짜 악마야."

 "내 신분을 이렇게 상기시켜 주는 거에요?"

 "넌 진짜 악마라서 어느 순간 심장을 훔쳐갔어."

 "....그 말은."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어."

 

 그 말을 끝으로 붉은 입술 두 개가 서로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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