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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진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작가 : 화산호
작품등록일 : 2020.9.11

“나랑 사귀자!”
진심 1도 없는 고백이란 걸 알지만
커플이 되어 살아남아 우승해야만 끝이 나는 유튜브 인기 방송,
<리얼 청춘 낭만 서바이벌 쇼: 하이틴 스캔들>에 출연하게 된 12명의 고등학생들.
서로의 정체를 살피며 아슬아슬한 연애 서바이벌 게임을 시작한다.

뭔가 유치한 프로그램에 쭈뼛쭈뼛 참가하게 된 권재하!
최대한 존재감 없이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첫 번째 탈락자가 되는 것이 원래 목표였다.
그런데!
왜 나보고 웃어 자꾸!
왜 삼겹살 그거 내 밥에 올려주고 난리야!
분명히 날 좋아하는 게 아니란 걸 아는데
이러면 탈락하기 싫어지잖아.
점점 살아남고 싶어진다고!
다음 라운드에서도 너를 계속 보려면
다른 애한테 고백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진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애에게 그러면 나는 완전 양아치잖아.

 
13. 뼈만 있어서 아플 줄 알았는데.
작성일 : 20-09-20 00:24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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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는 알록달록한 조명으로 반짝이고, 카페 한쪽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었다. 차가워진 날씨에도 오고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한껏 들떠보였다.

 “야!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카페 구석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로 정신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여학생이 친구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하이틴 스캔들!”

 “새 시즌 나왔어?”

 친구의 물음에 여학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시즌3만 있으면 돼!”

 “야! 시즌3 다 끝난 거 아냐?”

 “맞아. 다시 정주행 함!”

 “또? 이제 외우지 않냐?”

 친구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자 여학생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야! 10번 넘게 정주행 하는 애도 있거든? 이거 땜에 율담예고 간 애들도 얼마나 많은데!”

 “하긴! 우리 반 애들도 그렇더라. 나도 이어폰 하나 줘봐!”

 중학생으로 보이는 두 여학생은 핸드폰 화면 속으로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난 문현빈 진짜 좋음! 완전 내 스타일! 뭔가 퇴폐미!”

 여학생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근데 은근 자상함!”

 친구도 큭큭 웃으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얘네 둘이 커플 되지 않았냐?”

 

 재하는 뒤쪽 테이블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목도리를 코까지 여몄다.

 “쟤들 지금 우리 둘이 나오는 부분 보던데?”

 문현빈이 핫초코 2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재하에게 말했다. 재하도 주문하러 갈 때 슬쩍 봤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크 아웃해서 나갈까?”

 재하가 불편해 할까봐 문현빈이 물었다.

 재하는 그런 문현빈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쟤들이 너 자상하다고 칭찬하니까 의식해서 그러는 거야?”

 “야! 남들은 다 그렇게 생각해! 너나 날 이상하게 보지.”

 문현빈의 말에 재하는 반박하지 않고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벌써 반년이나 지났다니!”

 “그러게. 내가 너 데리고 5층 꼭대기까지 올라가다가 죽을뻔한 적도 있는데. 그게 벌써!”

 문현빈의 말에 재하도 그 날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는 우리가 이렇게 될지 몰랐는데.”

 “완전! 상상도 못 했지!”

 재하의 대답에 문현빈이 마주보며 웃었다.

 

 

 학교 건물은 공기가 차가웠다.

 문현빈의 빠른 걸음을 뒤쫓아 가다보니 이마에 살짝 땀이 나려고 했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한 번에 식을 정도였다. 걷어 올렸던 소매을 다시 내리면서 재하는 문현빈의 뒷모습을 찾았다.

 쟤는 왜 저렇게 빨라?

 재하는 계단으로 접어들자 문현빈의 발걸음을 따라가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문현빈은 평지를 걸을 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계단을 올랐다.

 “보기엔 뼈 밖에 없어 보이는데.”

 재하가 숨을 몰아쉬면서 중얼 거렸다.

 “뭐라고?”

 앞서 가던 문현빈이 돌아보았다.

 재하는 곧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문현빈을 올려다봤다.

 “야! 넌 무슨 운동하냐? 뭐 그렇게 빨라? 왜 그렇게 편안해?”

 헉헉거리는 재하와는 달리 문현빈은 혼자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무서운 놈. 진짜 뭐 그런 거라도 돼?

 ‘좀비나 뱀파이어 알지? 뭐 그 비슷한 존재라고 보면 돼.’

 재하는 괜히 또 기분이 이상해졌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쪽 복도는 밝았다. 하지만 빛이 닿지 않는 복도의 구석진 곳은 꺼림칙한 느낌을 주었다.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있던 어둠이 재하를 가만히 쳐다보는 것 같아서 괜히 어깨가 뻣뻣해졌다.

 얼른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엔 복도 창문 너머로 텅 빈 책상과 의자만 가득한 고즈넉한 교실이 보였다. 그 창문 중 하나에서 갑자기 사람 얼굴 하나가 튀어나올 것 같아 재하는 혼자서 움찔거렸다.

 “자!”

 계단 난간을 잡고 3층 복도 쪽을 보고 있던 재하 앞에 문현빈이 가까이 내려와 손을 내밀었다.

 “왜 그렇게 헉헉 거리냐? 우리 할머니인 줄.”

 문현빈은 자기의 말에 웃지도 않고 하얗게 질린 재하의 얼굴을 발견하고 놀라서 다시 물었다.

 “야! 괜찮아?”

 재하는 플래시가 번쩍 터진 것처럼 순간 핑하고 눈앞이 새하얘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재하는 문현빈을 안심시키려고 했다.

 “아! 어제 잠을 못 잤더니. 어지럽네. 몸이 허한가봐. 괜찮아졌어. 미안.”

 괜찮아졌다는 재하의 말을 문현빈은 믿지 않았다. 밀가루를 뒤집어 쓴 것처럼 재하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니가 업힐 애도 아니고, 나도 널 업기는 힘드니까. 그럼 잠깐 기대기라도 해! 휴일이라서 엘리베이터 안 된단 말이야.”

 재하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문현빈은 재하의 손을 잡고 계단에 앉혔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기대도록 했다. 몸이 안 좋기는 많이 안 좋았는지 재하는 별말 없이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어깨가 뜨끈뜨끈했다. 재하가 숨을 내쉴 때 마다 따끈따끈 간질간질 했다. 타인의 무게감이 기분 나쁘지 않다는 게 신기했다.

 문현빈은 창문 끝에서 빼꼼히 보이던 하얀 구름이 창문 중앙을 지나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좀 괜찮아?”

 문현빈의 말에 재하가 잠꼬대처럼 대답했다.

 “뼈만 있어서 아플 줄 알았는데.”

 “뭐?”

 문현빈이 황당하다는 듯 묻자 재하는 황급히 말을 바꿨다.

 “미안. 어제부터 피곤해서 그런지 말이 자꾸 술술 새는 것 같아.”

 많이 괜찮아졌는지 재하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며 문현빈의 어깨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조금 떨어져 앉았다.

 문현빈은 재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까 보단 좀 나아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하던 말 계속 해봐. 뼈만 있어서 아플 줄 알았는데 뭐?”

 재하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 몇 번 깜빡이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뒤에 이어질 말이 뭐였는데?”

 문현빈이 짓궂게 웃으면서 재하를 지그시 봤다.

 “생각보다.”

 “생각보다?”

 “편안하다.”

 재하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휙 돌리며 삐뚤어진 안경을 똑바로 썼다.

 “급한 대로 쓸만했단 말이지?”

 문현빈이 훌쩍 일어나 재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재하는 문현빈이 내미는 손을 잡기가 민망했다.

 “이제 진짜 괜찮아.”

 하지만 재하가 혼자 일어나려 하자 문현빈은 재하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5층 까지 가야 되니까 그냥 잡고 가. 괜한 실랑이로 힘 빼지 말자. 나 어깨 아파!”

 문현빈은 자신의 말에 재하가 찔끔해서 잠자코 따라오자 빙긋 웃었다.

 “근데 어디 가는 거야?”

 재하가 다시 안경을 쓸어 올리며 물었다.

 문현빈은 민망하면 안경을 만지는 재하의 버릇이 자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마법의 양탄자 타러.”

 학교 후관 건물 5층 꼭대기 구석까지 걸어가자 정신없게 생긴 문 하나가 나타났다.

 뮤지컬 동아리?

 문현빈은 익숙한 듯 보지도 않고 자물쇠 비밀번호를 슥슥 돌렸다.

 “뮤지컬 동아리, 매직 카펫 라이드. 알지?”

 들어는 봤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현빈을 따라 동아리방으로 들어갔다.

 페인트 냄새와 오래된 먼지 냄새, 물에 젖은 나무 냄새가 한꺼번에 콧구멍으로 훅 들어왔다. 문현빈이 암막 커튼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햇빛이 들어찼다. 공기 중에 뿌연 먼지가 둥둥 떠다녔다.

 “난 교복 빌리고 싶다고 했는데?”

 재하가 미심쩍게 묻자 문현빈 씩 웃었다. 그리고 동아리방 한쪽을 가리고 있던 보라색 커튼을 열어 젖혔다.

 “우와!”

 재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연장 분장실에나 있는 커다란 거울과 화장대가 있고, 한쪽 벽 가득 온갖 의상들이 꽉 차 있었다.

 문현빈은 재하가 놀라는 표정을 즐겁게 감상하고는 의상들을 뒤적여 교복을 찾아왔다.

 “선배들이 졸업하면서 남겨두고 간 거래.”

 재하는 정말 눈앞에서 마술을 본 것처럼 눈을 반짝였다.

 솔직히 문현빈한테 교복을 구할 수 없냐고 물어보면서도 많이 기대하진 않았었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부탁을 문현빈은 의외로 어려워하지 않아서 재하는 어리둥절했었다. 이런 게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나가 있을 테니까. 갈아입어.”

 문현빈이 교복을 건네고 밖으로 나가자 재하는 서둘러 교복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말아 올린 머리를 풀고, 화장대에 있던 고데기로 정리를 했다.

 내친 김에 화장품도 좀 썼다.

 연주회 때 마다 스스로 메이크업을 해왔기 때문에 순식간에 해치웠다.

 충혈 된 눈은 어쩔 수 없었지만 다크써클은 가렸다. 악마의 뿔처럼 튀어나온 여드름을 눈에 띄지 않게 하고, 불그죽죽한 얼굴을 어느 정도 균일한 톤으로 보정 했다. 색이 연한 립밤을 발라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했다.

 예쁘지 않은 것은 괜찮았지만 아파 보이는 못난이에서는 벗어나고 싶었다.

 대충은 따라가 줬으면 좋겠다는 송PD의 기대치를 채울 자신은 없었지만 아까보단 훨씬 나았다.

 마지막으로 안경을 쓰고 재하는 마법의 양탄자에서 내려왔다.

 “이게 권재하구나?”

 문현빈은 기다리는 동안 지루했을 텐데 아무런 티도 내지 않았다. 재하는 미안하고 고마워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문현빈이 재하의 마음을 알면서 물어보았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재하의 대답에 잠시 미소를 짓던 문현빈은 별걱정을 다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

 “괜찮아.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공짜는 아니라고! 모자라지 않게 대가를 받을 생각이야.”

 계단에서 어깨를 빌려줬던 남자애와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굴었다.

 재하는 장난 같지 않은 문현빈의 말에 고맙던 마음이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대가가 뭔데?”

 문현빈은 마음속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재하를 보며 원래 해야만 했던 말과는 다른 말을 해버렸다.

 “내가 고백을 하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마! 반드시 거절해야 해!”

 재하는 문현빈이 방금 룰을 어겼다는 것을 몰랐다.

 그것이 재하를 보호하기 위한 어려운 결심이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자신의 말이 문현빈에게 얼마나 힘든 갈등이 되는지도 모른 채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너한테 고백 하는 건? 그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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