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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오버 더 험프
작가 : 뉴히터
작품등록일 : 2020.9.19

글로벌 전자회사의 가전제품에서 이유 없는 결함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자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가가는 데이터 애널리스트.

아버지가 남긴 놀라운 기기가 작동하며 가전제품의 결함 원인에 관한 단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2화. 이게 뭐지?
작성일 : 20-09-19 23:29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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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선은 노라이어 회의실에서 나를 기다리면서 요청한 인쇄물을 이미 여러 단으로 쌓아 놓은 상태였다.

 인쇄물은 3가지 색상의 서류 폴더로 구분해 끼워져 있었고, 표지엔 날짜와 이름 등이 쓰여 있었다.

 

 “선배. 자료가 너무 많지? 일반 책으로 100권 정도 분량은 될 거니까, 오늘 다 볼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시고. 내가 자료 요약 파일과 가처분받은 기사 내용 먼저 설명해 줄 테니까 들어봐.”

 

 김민선은 피사전자에서 제품 결함이 처음 발생한 5월 19일부터 현재까지의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노라이어에선 이 사건 때문에 수차례 회의 끝에 6월 초 탐사 보도팀을 꾸려 8월 말까지 3달 동안 전국을 뒤져 실마리를 찾아 나갔다.

 주요 인터뷰는 피사전자 관계자, 제품 결함이 발생한 소비자, 한국소비자원 담당자, 제품을 많이 수리해 본 타사 서비스센터의 기사 등이었다.

 피사전자에선 현직 임직원들 대부분이 취재에 응해주지 않아 퇴사한 직원들과 일부 용기 있는 직원들만 참가했다.

 

 “여기까지가 요약이야. 우리가 준비한 기사는 텍스트로 된 연재 시리즈와 15분짜리 영상 다섯 편이 있어. 이 노트북 바탕화면 폴더에 있으니까 열어보면 돼. 난 내일 출장 준비 때문에 자리에 가 있을 테니까 필요한 것 있으면 부르고.”

 

 자료로 가득한 회의실에 혼자 남으니 석박사 과정 때 논문 준비를 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메모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인터넷과 전자도서관을 주로 이용하니 그런 맛이 없다.

 이곳 자료는 어디에도 없을 귀한 자료라 오래간만에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하나씩 들춰보기로 했다.

 먼저 10회분으로 정리된 연재 시리즈부터 읽어봤는데, 기사에는 미지의 사건을 파헤친 탐사 보도 기자들의 노고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한때는 유명한 일간지나 잡지사에서 일했지만, 보직에서 해임되거나 정직 처분을 받은 기자들.

 독자도 거의 없는 곳에서 오로지 신념과 열정으로 취재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국민이 원하는 기자의 모습인데 이들의 기사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연재 시리즈를 다 읽고 나니 그 기초가 된 자료를 안 볼 수 없었다.

 의혹의 배후가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기사라는 특성상, 그리고 형사사건이 아니어서 그런지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고 마무리되어 있었다.

 사건을 파악하기 쉽겠다는 생각에 자료를 시간순대로 읽어가니 속도가 느려서 삼 분의 일도 채 못 봤는데 시간이 저녁 8시에 가까워졌다.

 김민선에게 내일 하루 자료를 더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자신은 출장이라 막내 기자에게 나를 소개해줬다.

 

 **

 

 11월 29일 금요일.

 

 오늘은 아예 노라이어로 출근해서 종일 자료와 동영상을 봤고, 노라이어에서 준비한 기사의 맥락을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째, 제품 결함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소비자와 서비스센터 수리기사의 인터뷰를 종합해 보니 교집합이 될만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결함이 서로 다른 특징을 보였고 산만할 정도로 분산되어 있었다.

 즉, 특정 제품이나 특정 하자에 의한 결함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둘째, 피사전자의 무상 수리와 교체 결정 시기가 너무 빨랐다는 점이 수상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한 피사전자라서 어쩌면 이상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초 결함 발생 40여 일 만에 무상으로 처리하는 결정을 내린 게 이상하다 못해 수상하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결론이 핵심이었다.

 인터뷰 외에도 여러 정황, 외부 관계자를 통한 자료까지 분석한 결과 아무래도 내부 소행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결함 발생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앞뒤가 잘 안 맞는 의혹투성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난 스마트폰을 꺼내 김민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선아. 이거 결론이 너무 비약적인 것 아닌가? 인터뷰와 자료를 다 봤는데. 증거도 없이 내부 소행이라고 결론 내리니까 좀 그렇다.”

 

 내 얘기를 들은 김민선이 기분이 상했는지 목소리를 높이며 답했다.

 

 “선배. 우리 회사 이름이 노라이어야. 진실을 말하는 노라이어라고. 돈은 못 벌어도 기자로서의 사명감은 잊지 않았어. 이거 취재한 우리 기자들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이 건은 분명 피사전자 내부 소행이야. 그전에 하자 있는 제품 전량 수거해서 폐기하고 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잖아. 이것도 비슷해. 소비자 신뢰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상승했으니까 그게 증거야. 이거 확실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피사전자가 글로벌 전자회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소비자 신뢰도 상승이라는 점이 떠올랐다.

 김민선이 너무 강하게 말하니 그녀의 말이 의심스럽지는 않았다.

 

 ‘이게 피사전자의 내부 소행이라고? 일부러 사건을 만들어서 신뢰를 더 높이려고 벌인 전략? 에이, 설마.’

 

 과거엔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했겠지만, 민선이 말대로 최근 마케팅 성공 사례가 있으니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증거가 없다는 거다.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연쇄살인범 사건처럼 심증은 충분한데 물증이 없는 그런 상황.

 

 ‘뭔가 냄새가 나는 사건 같긴 한데. 피사전자 사건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니겠지?’

 

 자료를 정리하며 피사전자와의 개인적인 악연 때문에 드는 느낌이 아니길 바랐다.

 

 **

 

 11월 30일 토요일.

 

 아침 일찍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마고우였던 남양주 아저씨가 지난 주말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전갈을 어젯밤 늦게 받았다.

 어려서부터 동네 친구로 자란 아버지와 아저씨는 중년 시절에는 서로 바빠서 가끔 만나다가 쉰 살이 넘어서며 함께 해외여행도 다니시곤 했다.

 주말이라 남양주시로 가는 길이 막혔지만, 점심 식사 시간 전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저씨. 저 연성이에요. 괜찮으세요?”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연스럽게 아저씨의 손부터 잡았다.

 아저씨도 나를 알아보시고는 내 손을 꽉 붙잡았고, 옆에 있던 아저씨의 장남과는 가볍게 인사했다.

 

 “말씀은 하실 수 있어요? 신체 마비도 온 거예요? 혼자 계시다가 그런 거예요?”

 

 전형적인 뇌졸중 환자처럼 이미 비뚤어진 아저씨의 입을 보자마자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이 튀어나왔고, 어눌하게 말하는 아저씨 대신 장남이 내 질문에 대답했다.

 

 “아버지가 혼자 계시는데 갑자기 쓰러지셔서 초동 대응을 못 했어요. 제가 전화했을 때는 이미 몇 시간이 지나버려 골든타임을 놓쳤고요. 너무 건강하셔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나도 과거엔 뇌졸중에 관해 잘 몰랐다.

 어릴 때 주변에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중풍들었다고 했는데, 의학 프로그램을 통해 뇌졸중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뇌졸중은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뇌 조직이 손상되기에 이른바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3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이 필요한 병이다.

 하지만, 혼자 사시는 분들은 응급 대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고, 노부부가 함께 살아도 뇌졸중의 초기 증상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역시 발 빠른 대처가 어렵다.

 심폐소생술처럼 뇌졸중의 초기 대응도 교육으로 널리 전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저는 일 때문에 인천에 살고 있어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려고 했는데. 여기 공기가 훨씬 좋다고 떨어져서 살다가 이렇게 됐네요. 그때 인천으로 모셨어야 했는데...”

 

 현대 사회의 단면이다.

 부모 부양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세대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속상할 수밖에.

 

 “그래도 왼쪽 편마비 증세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또, 다음 주부터 물리치료 시작하면 걸음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했고요.”

 

 장남의 얼굴이 활짝 펴지는가 싶더니 다시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의사 얘기로는 앞으로 정상적인 대화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네요. 말로 일하시던 분인데 많이 답답하실 거예요. 그래서 더 죄송스럽고요.”

 

 아저씨는 영업직으로 평생을 일했고, 은퇴 후에는 경기도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했다.

 말이 삶의 전부였던 분인데 지금 상황이 정말 답답하실 것 같았다.

 

 “아버지가 입원 5일 만에 한쪽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시더니 어제 힘들게 메모를 해 주셨어요. 그 메모에 적힌 대로 집에서 가방을 하나 가져왔는데. 이걸 유연성 선생님께 드려야 한다고 해서 어젯밤에 연락드린 겁니다.”

 

 나는 장남이 건넨 메모지와 검은색 가방을 받았다.

 아저씨가 쓴 메모는 글을 배우는 아이의 그것처럼 삐뚤빼뚤했다.

 

 ‘장롱 오른쪽 칸 검은 가방.’

 

 딱 열 자의 글자.

 이 열 자를 쓰시기 위해 아저씨가 긴 시간을 보냈겠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 말씀이 어눌하지만, 어제 가방을 가져오니까 오늘까지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유 선생님 부친께서 아버지한테 맡겨 놓으신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전달해줘야 한다고요.”

 

 장남의 말이 끝나자 아저씨는 나를 향해 그 가방을 가져가라는 손짓을 하셨다.

 

 “아저씨? 이거 제가 가져가면 되나요? 우리 아버지가 저한테 주라고 한 게 맞아요?”

 

 내 말에 아저씨가 다시 고개를 수차례 끄덕거리셨고, 잠금이 없는 가방이어서 살짝 열어봤더니 패드처럼 생긴 액정 화면이 보였다.

 장남과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아저씨의 손을 다시 꼭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 또 올게요. 그때는 병원 말고 다른 곳에서 봬요.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어서 나으세요.”

 

 오후 일정 때문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어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왔다.

 자동차 시동을 걸려고 하다가 가방을 다시 열어봤는데, 꺼져 있는 액정 화면 아래쪽에 제품 브랜드처럼 글자가 박혀 있었다.

 

 BCC Dami.

 

 아무리 찾아봐도 설명서는 없었다.

 그리고, 전원 버튼이나 USB 포트, 충전 포트 같은 것도 없는 액정 화면 하나가 전부였다.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누를만한 버튼 하나 없었고, 가방을 지지대 삼아 액정 화면을 비스듬히 걸쳐놓을 수 있는 구조로만 되어있었다.

 

 ‘아버지가 남기셨다고 하지만 사용법도 모르겠고. 이거 참 난감하네.’

 

 액정 화면을 다시 넣으려는 순간.

 가방을 거꾸로 들고 뭐라도 나오길 바라며 흔들었는데 흰 봉투 하나가 떨어져서 내용물을 열어봤다.

 

 ‘연성아.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정말 좋겠구나. 2020년에 전달해달라고 부탁은 해놨지만 너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앞서는구나.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겠지만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작동법을 익힌 후에는 세상을 위해 쓰길 바란다.’

 

 읽는 동안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건 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편지였으니까.

 

 아버지가 남양주 아저씨에게 2020년에 전달해달라는 부탁이었는데 뇌졸중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조금 일찍 전달된 듯했다.

 병을 얻어 힘드신 상황에서도 잊지 않고 약속을 지켜주신 아저씨가 정말 고마웠다.

 하지만, 아버지의 편지에도 작동법은 나와 있지 않았다.

 

 ‘이게 뭐지? BCC? Dami? 무슨 브랜드 이름인가?’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 봤지만, BCC Dami라는 브랜드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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