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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일 크리스마스
작가 : 예서
작품등록일 : 2020.8.20

믿었던 전 남자친구에게 통수를 맞은 날 천애고아가 된 소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거리에 자살을 결심하는데…… "안 돼!" 누구세요? 어느새 집에 들어온 웬 남자가 자살을 막고 있다. 말하는 사슴까지 데려온 남자는 자기가 나만의 산타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인간 한 명과 산타 한 명, 사슴 하나(?)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이 동거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받아먹지 말랬지
작성일 : 20-09-19 23:29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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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 년 동안 같이 살자더니, 따로 살게 되는거야? 거짓말쟁이 아니랄까봐……

 

 물론 대한과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하겠지만 같은 집에 살 때처럼 자주 만나진 못할거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사이가 멀어질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고 이렇게 둘 다 떠나면, 다시 삭막하고 온기 없는 집에 혼자 살던 예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엄습하는 외로움에 소원은 두려워졌다.

 

 ‘한번도 답답한 적 없었는데.’

 

 방금까지 꼭 천사 같았던 별이 이제는 모든 걸 빼앗으러 온 악마로 보였다. 간다면 바람만 가고, 오빠는 가지 말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이미 한 번 가지 말라는 말로 시험을 망쳐놓은 주제에 구질구질하게 붙잡는 건 순전히 내 욕심이잖아.

 

 부내 풀풀 나는 루돌프 집에 가면 호사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거였다. 단촐한 인스턴트 음식이나 먹는 궁핍한 우리집 생활이랑 비교가 안 될 만큼.

 

 좋아하는 사람에게 걸림돌이 되긴 싫다.

 

 생각을 마친 소원이 감정을 숨기고 맑게 웃었다. 티내지 말자.

 

 “전 괜찮아요.”

 

 싱긋 웃은 별이 손가락을 ‘딱’소리가 나게 부딪쳤다.

 

 “오랜만에 집이 넓은 값을 해내겠네.”

 “인간화 안 해도 된다는 거에 벌써부터 편하네.”

 

 몸을 쭉 늘어트리며 좋아하는 바람 옆에서 대한은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별이가 온 이상 자신을 데려갈 걸 알았지만 직접 말을 듣게 되니 왠지 달갑지 않았다.

 

 일 년 동안 같이 살게 됐다 했을 때, 소원이 좋다고 한 건 그때 그만큼 곁에 있어줄 누군가의 존재가 절박해서였겠지만, 지금은 심리적 여유가 생겨서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별이나 다른 루돌프가 도와주러 나타난다해도, 소원의 집에 남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지금이 되니 같은 생각을 고수하기 어려웠다. 소원의 상태가 이렇게 빨리 좋아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젠 건강도 좋아졌고, 안정적인 생활에 들어간 소원의 집에 자신이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는데도 발목을 잡는 이 미련의 정체는 뭘까.

 

 한 집에 살며 든 정 때문이라 결론 내린 대한은 소원의 안색을 살폈다.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모습.

 

 어쩌면 건장한 남자 둘이랑 함께 살며 그동안 불편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도 못하는 주제에 같이 사는 건 폐만 되는 일인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사이 대한이 쓴웃음을 지었다.

 

 

 별의 차가 매끄럽게 소원의 집앞에 섰다. 꽃다발을 껴안은 소원이 차에서 내리려는데 발이 꼬였다.

 

 아스팔트 바닥으로 얼굴이 돌진하면서도 순간적으로 꽃다발이 망가질까 걱정이 들었다. 땅에 닿는다는 생각에 눈을 감았는데 딱딱한 무언가에 걸려 몸이 멈췄다.

 

 “나 없이 어떻게 살래.”

 

 가볍게 소원의 몸을 일으켜준 대한이 손가락으로 볼을 콕 눌렀다.

 

 예전부터 눌러보고 싶었는데, 스킨십이 좋아졌다는 바람에 거리낌 없이 누를 수 있었다.

 

 손에 감기는 말랑한 감촉이 좋았다.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소원의 언성이 높아졌다.

 

 “고, 고마워.”

 “스킨십 좋아진 김에.”

 

 소원의 두 볼을 감싸쥔 대한이 과즙이 터질 거 같은 당도 높은 웃음을 흘렸다.

 

 “드디어 소원성취했다.”

 

 쿵, 쿵. 나대지 마라, 심장아.

 

 볼에 닿은 따스한 손바닥의 온기보다 얼굴이 더 더웠다. 이런 소원을 가진 줄 알았으면 진작 접근금지 철회할 걸……

 

 “끼니 거르지 말고, 하루에 한 끼는 밥 먹고, 무슨 일 있으면 곧장 연락하고, 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모르는 사람이 뭐 준다고 받아먹지 말고, 음, 그리고 또……”

 

 차 안에서 튀어나온 짜증에 찬 바람의 목소리가 대한의 말을 끊었다. 저건 뭐 보모도 아니고.

 

 “적당히하고 빨리 타라, 기대한.”

 “그래 대한아. 멀리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인사를 그렇게 오래 해.”

 

 바람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지만 별이까지 합세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오빠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

 “울긴 무슨……”

 “갈게.”

 

 인사를 마친 대한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차에 올라탔다.

 

 차가 코너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지고, 소원은 울적한 마음을 붙잡고 계단을 올랐다.

 

 남부럽지 않은 졸업식을 보냈는데, 다시 먹어볼 날이 올까 싶어질 비싼 음식도 먹었는데 모든 게 엉망이 된 거 같었다.

 

 기분이 최고에서 최저가 되어버렸다.

 

 집문을 열자 텅빈 적요만이 소원을 반겼다.

 

 괜히 아무도 없는 집안에 들어가있기가 싫어진 소원이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들어서는 순간, 낯선 물건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없던 나무의자가 있었다. 족히 세 명은 앉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주민 중 누가 갖다놨나?

 

 꽃다발 들고 서있기도 뭐했는데 잘 됐다. 고이 의자에 꽃다발을 눕힌 소원이 남는 자리에 엉덩일 붙였다.

 

 금방이라도 오빠가 나를 찾아 올라올 거 같은 느낌에 뚫어져라 옥상문을 응시했다. 이제 오빠는 나와 같이 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헛된 기대는 멈춰지지가 않았다.

 

 그러고 있기를 삼십 분쯤 됐을까. 변함없는 광경에 오빠가 올라올 일은 없다는 걸 깨닫자 울컥 설움이 복받쳤다.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고 싶었다.

 

 터진 감정은 제어되지 않고 눈물이 후둑 떨어졌다. 재빨리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몸을 끌어안았다.

 

 나 진짜 왜 이러지. 울보 다 됐네 진짜.

 

 “거기서 울라고 놓은 거 아닌데요.”

 

 무뚝뚝한 목소리에 소원이 움찔 몸을 떨었다. 비닐봉지를 들고 소원을 내려다보는 온해가 있었다.

 

 CCTV있나? 저 남자는 어쩜 이리 추태를 부릴 때만 마주치는지.

 

 그나저나, 이 의자 갖다놓은 주민이 저 남자였구나.

 

 “기뻐서 우는 것 같진 같고.”

 

 온해의 길쭉한 손가락이 꽃다발을 향했다.

 

 “저만한 꽃다발 선물받고 슬프기 쉽지 않은데, 왜 울어요?”

 

 남이사 울던 말던.

 

 첫인상이 너무 강한 비호감이어서인지, 심적으로 우울해서인지는 몰라도 저 물음에 짜증이 났다.

 

 원래 말투가 날카로워서 그런지 더 띠껍다. 띠꺼워.

 

 ‘알 거 없잖아요’라고 대꾸하려던 소원은 오늘도 여전히 매서운 눈매에 원래 하려던 말을 순화시킨 버전으로 대꾸했다.

 

 “그럴만한 일이 있어서요.”

 “꽃다발 준 사람이 울린거예요?”

 “……”

 “맞네. 비싼 꽃다발 주고 울리기도 쉽지 않은데. 되게 나쁜 사람이네요.”

 “아니거든요! 얼마나 착한데. 얼굴에 ‘다정다감’ 네 글자가 딱 붙어있는데 나쁘긴 무슨.”

 

 아, 오빠 욕해서 나도 모르게 욱했다.

 

 피식 웃는 온해에 뻘쭘해진 소원이 애꿎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알았어요. 나쁜 사람이란 말 취소할게요. 하나 줄까요?”

 

 비닐봉지에서 맥주캔을 꺼내며 온해가 물었다.

 

 저걸 마셔, 말어? 반짝이며 유혹하는 맥주캔에 잠시 받아들까 고민했지만 곧 제 주사가 무엇인지 떠올라 받기를 체념했다.

 

 울고불고 난리를 쳐대는 주사를 보유한 자신이 뭔짓을 할지 감당이 안 됐다.

 

 추하고, 추했는데 추태 삼콤보는 안 되지. 그렇고말고.

 

 혹여라도 이성을 놓고 저 남자 면전에다 싹바가지, 왕재수, 독수리눈깔을 외쳐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상상만으로도 팔뚝에 소름이 오도도 돋아났다.

 

 “아뇨. 전 됐습니다.”

 “미성년자예요?”

 

 던지듯 물음을 마친 온해가 캔을 땄다. ‘피이이이’하는 바람 새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아뇨. 오늘 졸업도 했습니다.”

 “그럼 스무살이에요?”

 

 캔을 입에 댄 온해가 꿀꺽꿀꺽 맥주를 삼켰다. 맥주가 목을 통과할 때 마다 굵은 목젖이 흔들렸다.

 맥주 한 번 맛깔나게 잘마신다.

 

 군침을 삼킨 소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동갑이네요.”

 “정말, 이세요?”

 

 동갑이라고? 가만히만 있어도 본능적으로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포스 때문인지 전혀 갓스무살로는 안 보인다.

 

 하지만 ‘반오십은 된 줄 알았어요’라고 했다간 한 대 맞을 거 같으니까 입 다물자.

 

 순식간에 맥주캔 하날 비워낸 온해가 몸을 수그린 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근데 왜 이렇게 극존대해요. 나 노안이에요?”

 “아닙니다. 더도말고 딱 스물 같으시네요.”

 

 두 손으로 따봉까지 치켜세우는 소원에 어이가 없어진 온해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이 여자 뭐지? 나 맥이는 건가?

 

 “그럼 말놔요. 더도말고 딱 스물 같으니까, 괜찮죠?”

 “네? ……어, 응.”

 “이름이 뭐야? 나는 안온해.”

 “나는 이소원.”

 

 생긴거랑 이름이랑 딴판이네. 이름은 온정 깊고 다정할 것처럼 생겨가지고.

 

 콕찝어 누구라고 정의하자면……

 

 뭉게뭉게 피어나는 대한의 미소 띤 얼굴에 소원이 실실거리다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는 뭐하고 있을까. 이왕이면 내 생각하고 있으면 좋겠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원을 지켜본 온해가 피식 웃음소릴 냈다. 같이 있으면 심심할 일은 없을듯 했다. 이랬다 저랬다 하여간 참 매력있는 여자다.

 

 “왜 웃어?”

 “너 귀여워서.”

 “으……”

 

 소원의 얼굴이 반사적으로 찡그려졌다. 저런 낯으로 저런 말을 뱉으니 진짜 안 어울린다. 오빠 입에서 나왔으면 설레서 어쩔 줄을 몰랐을 텐데.

 

 이건 뭐 기승전대한도 아니고. 시작이 어떻든 대한으로 끝나는 생각에 소원이 시름에 잠겼다.

 

 차라리 가지 말라고는 아니어도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이나 꺼내볼걸. 그게 그건가.

 

 시름에 잠긴 소원을 보며 무표정하게 온해가 맥주 한 캔을 더 땄다. 생각이 그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칭찬해주는데 싫어하네.”

 

 나한테 칭찬받기 쉽지 않은데. 뒷말을 삼킨 온해가 피식 웃으며 소원에게 다시 맥주캔을 내밀었다. 고민이 많아보이는 소원에게 나름 배려한 행동이었다.

 

 “그러지 말고, 그냥 마시지? 마셔본 적 없어?”

 “있어. 스무살 되던 날에.”

 

 그것도 오빠랑.

 와 너 어떡하냐 이소원. 머리가 온통 오빠로 가득 차서 다른 게 머리에 안 들어온다.

 

 “그럼 뭐, 주량이 맥주 한 캔이야?”

 “아니.”

 “그럼 됐네. 뭐가 문제야. 머리 복잡할 땐 술이 특효약이다.”

 

 온해가 건네는 눈 앞의 맥주캔이 자신을 유혹했다. 이걸 마시면 어쩐지 복잡하게 엉킨 대한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풀 수도 있을 거 같았다.

 

 한 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필름이 끊긴 것도 소주를 병째 들이켜서였지, 맥주를 마시고나선 말짱했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소원이 온해의 손에 들린 맥주캔을 향해 손을 뻗었다.

 

 딱 한 캔만, 한 캔만 마시는 거다.

 

 손 끝에 매끈한 캔의 면이 닿는 찰나, 옥상에 울리는 목소리에 소원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받아먹지 말랬지.”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어 바라본 곳에는, 어둑해진 옥상에서도 하늘의 빛을 빨아들인 양 은은하게 빛이 나는.

 

 “너 안 되겠다. 나랑 같이 살아야겠다.”

 

 나만의 산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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