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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오버 더 험프
작가 : 뉴히터
작품등록일 : 2020.9.19

글로벌 전자회사의 가전제품에서 이유 없는 결함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자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가가는 데이터 애널리스트.

아버지가 남긴 놀라운 기기가 작동하며 가전제품의 결함 원인에 관한 단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1화. 보도하지 못한 기사
작성일 : 20-09-19 23:26     조회 : 386     추천 : 0     분량 : 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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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5일 월요일.

 

 “사장님 호출이 있어서 오늘 팀 회의는 여기까지만 하자. 그리고, 오늘 저녁 회식은 성민기 씨가 예약 좀 해줘.”

 

 회의실을 나와 곧바로 최강선 사장 방으로 향했고, 문이 조금 열려 있길래 노크 두 번만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사장님. 월요일 아침부터 무슨 급한 일이시길래 찾으셨어요?”

 

 “어, 유 팀장. 일단 테이블에 있는 자료 좀 읽어봐. 이메일 하나만 보내고 얘기하자.”

 

 테이블 위에 놓인 인쇄물은 최강선 사장이 비상임이사로 있는 지역 소비자연맹의 회의 자료였는데, 피사전자 제품에 결함이 많아 최근 신고 접수가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초 발생한 피사전자의 제품 결함은 무상 수리와 교체를 해 주며 일단락되었다고 했는데 새로운 결함이 발생한 것 같았다.

 

 “사장님, 피사전자 제품에 다시 결함이 발생한 건가요? 최근 뉴스에서 본 적은 없는데...”

 

 “나도 아침에 들었어. 한국소비자원에 11월 12일 첫 신고가 접수되고, 첫 주 5건이던 게 둘째 주에 30건으로 늘었다고 하네. 우리 지역에도 몇 건 있다고 하는데, 피사전자에 직접 접수되는 것까지 합하면 꽤 많을 것 같고.”

 

 “그럼 전국적으로 수백 건이 훨씬 넘었을 수도 있겠네요?”

 

 “아마 그럴 것 같아. 공식적인 신고 건수는 아직 많지 않지만 말이야.”

 

 최강선 사장은 자신의 자리에 앉은 채로 지역 소비자연맹의 조찬 모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요약해서 들려줬다.

 5월 중순 피사전자의 제품에서 결함이 처음 발생한 후, 7월부터 무상으로 수리와 교체가 이루어져 한국소비자원에는 피해 접수 건이 없었다.

 피사전자는 결함 제품 분석과 개선을 위해 유럽의 전자제품 연구개발진을 초빙해 2개월간 컨설팅을 받았고, 10월 들어서는 서비스센터의 가이드라인까지 전면 교체하며 쇄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유 팀장. 피사전자의 이번 2차 결함은 1차 결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기업 이미지가 꽤 나빠질 것 같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지금은 기사화되지 않게 언론 통제를 하는 모양인데 소비자단체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런데, 사장님. 저한테 이 얘기를 갑자기 왜 꺼내시는지...”

 

 “음, 잘 들어봐. 지난 금요일 소비자단체와 피사전자 간에 비공식 회의가 있었대. 피사전자가 결함 제품을 처리하는 방식은 알다시피 원인 해결보다는 즉각적인 무상 수리나 교체야. 그래서 소비자단체가 강하게 밀어붙였더니 피사전자가 결함 원인 규명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하겠다고 했다는군. 피사전자가 자체적으로 하면 객관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용역으로 처리하는 분위기까지는 갔어. 그 용역이 곧 나올 거니 유 팀장이 준비하려면 미리 알아두라고.”

 

 결국은 용역 준비를 하라는 주문이었다.

 

 “사장님. 제가 피사전자와 안 좋은 관계라는 건 아시죠?”

 

 “알지.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용역 공고 나오고, 가격 입찰을 하든 경쟁 입찰을 해서 수주하는 곳이 임자지. 그런 관계는 신경 쓰지 마라. 유 팀장은 나하고 한 약속 안 잊었지? 3년 말이야.”

 

 “아... 그럼요.”

 

 “알면 됐다. 그러면 곧 공고 나온다 생각하고 준비나 해둬. 지금 피사전자 결함 제품에 관한 기사는 아무리 검색해도 코빼기도 안 보일 거야. 혹시 잘 아는 기자 있으면 모르는 정보 좀 얻어두고.”

 

 최강선 사장 방을 나와 내 자리에 돌아왔지만, 머릿속은 ‘3년’이라는 단어로 가득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내내 프로젝트 보고서를 정리하느라 정신없었지만, 퇴근 시간을 앞두고는 다시 ‘3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

 

 난 한국대학교 자동차공학과에 입학해 유한요소 모델링이라고 불리는 FEM(Finite Element Modeling) 전공으로 석사를 마쳤다.

 자동차 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기도 했지만, 아버지를 따라 학자가 되고자 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노공학 전공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지도교수가 산학연 프로그램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 나로서는 미래 기술 연구자를 꿈꾸며 준비하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았던 선택이었다.

 

 내가 박사 과정에 들어가기 직전, 지도교수는 피사전자가 주관 기관인 산학연 컨소시엄 이름으로 5년짜리 국가 중점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따냈다.

 그리고, 난 박사 과정 내내 그 프로젝트에 매달렸고.

 가정용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프로젝트 완료와 박사 과정을 함께 마치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꿈에 밤샘 연구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박사 과정 마지막 해에 일이 벌어졌다.

 

 프로젝트의 정량 지표 5개 중 하나였던 장애물 감지 수치가 목표치에 8% 미달이었다.

 프로젝트 종료가 1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새로 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어떻게 해도 수치를 끌어올리는 건 무리였다.

 

 그즈음, 지도교수가 불러 가보니 교수실 안에는 피사전자의 과제수행 책임자가 있었다.

 책임자는 지도교수의 입을 빌려 테스트 일지에서 최종 3개월 수치를 조금씩 상향하자고 제안했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뒷수습은 피사전자에서 할 테니까 내가 담당한 테스트 일지만 바꿔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판정받자는 거였다.

 프로젝트가 성공 판정을 받고 끝나야 피사전자의 새로운 제품군에 넣어 홍보할 수 있으니 그 과제수행 책임자도 회사를 위해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난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거스를 수 없는 내 양심을 따랐다.

 박사 학위를 따고 프로젝트 결과의 사업화라는 장밋빛 청사진의 실현이 눈앞에 어른거리던 순간이었다.

 졸업 후 피사전자에 입사해 연구개발을 계속하며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교수로 퇴임하셨던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강조하신 게 정직이었기에, 난 거짓말은 물론 일말의 꼼수도 생각해본 적 없이 살아왔다.

 그렇기에 성공을 담보하는 종이 몇 장, 수치 몇 개라 하더라도 나 자신의 양심과 맞바꿀 수 없었다.

 

 이후의 일은 눈에 보듯 뻔하게 흘러갔다.

 지도교수는 피사전자와의 관계, 다른 프로젝트와의 연계성, 그리고 본인 명성까지 고민해 최종보고서 작업에서 나를 아예 배제했다.

 내가 맡았던 테스트는 석사 과정 후배가 대신했고, 조작된 수치로 프로젝트를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난 그 사건으로 지도교수와 등을 지게 되었고, 박사 학위 없이 수료 상태로 학교를 떠나고 말았다.

 지도교수의 추천서도 받지 못한 나는 정밀 로봇을 개발하는 중소기업과 정부 출연 기관의 계약직 연구원 자리를 전전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애제자였던 최강선 사장이 기회를 줘서 데이터 컨설팅 회사인 ‘플렉스(Flex)’의 연구소장을 맡게 되었다.

 

 최강선 사장은 자신이 당분간 영업을 해 줄 테니 준비 기간을 거쳐 독립해 보라고 제안했다.

 그 준비 기간이 3년이었고, 지금은 준비를 시작한 지 23개월째 되는 달이다.

 

 --+--

 

 모처럼 만의 팀 회식에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하지만, 최강선 사장에게 들었던 얘기가 계속 떠올라 팀원들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 없었고,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식당 밖으로 나와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혹시 2874 차주 되시면 차 좀 빼주세요. 이렇게 주차하면 어떡합니까?”

 

 “하하하. 선배, 싱거운 장난치지 말고. 이 시간에 웬일입니까?”

 

 통화 상대인 김민선 기자에게 건 장난이 바로 들통나고 말았다.

 

 “에이, 바로 들켰네. 김 기자, 오늘 시간 있으면 술 한잔 사줄 테니까 나와라.”

 

 “뭐야, 선배. 날 감시하는 거예요? 기사 마감한 것 어떻게 알고 시간을 이리 잘 맞춰 전화를 주셨을까. 그럼, 한 시간 후에 충무로에서 볼까요?”

 

 전화를 끊고 2차 갈 사람은 자유롭게 가라며 박성진 차장에게 법인카드를 건넸다.

 

 “팀장님도 같이 가셔야죠? 벌써 가시려고요?”

 

 신입사원 성민기가 붙잡았지만 가볍게 뿌리쳤다.

 

 “성민기 씨. 요즘은 관리자가 2차까지 남으면 분위기 파악 못 한다고 욕먹어. 내가 따라가면 꼰대 짓 한다고 아우성칠 게 뻔한데. 팀원들끼리 편하게 맛있는 것 드세요. 내일 지각하지는 말고.”

 

 김 기자와 만나기로 한 전집은 쌀쌀한 날씨 탓에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간신히 입구 쪽에 자리를 잡고 육전을 주문하자 코트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쓴 김민선이 들어왔다.

 

 “선배. 오래간만입니다. 수진이는 잘 지내지?”

 

 산업탐사 저널 회사 소속인 김민선은 나와는 한국대학교 동문으로, 학창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었다.

 내가 석사 과정 당시 쓴 논문이 특이해서 학보에 인터뷰를 게재하며 만났는데, 자신의 고교 동창인 장수진을 소개해줘서 나를 결혼에 이르게 했으니 내게는 중매쟁이기도 하다.

 근황을 주고받으며 술 한 병을 비운 후에야 조심스럽게 묻고 싶은 말을 꺼냈다.

 

 “민선아. 너 얼마 전에 피사전자 관련 탐사 보도 준비했었지? 근데 그거 왜 기사화를 못 했어?”

 

 내 질문에 김민선이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선배도 피사전자를 잘 알면서 그런 질문을 해? 그룹 파워가 막강하니까 부정적인 기사는 모두 거른다고. 내가 청계 신문사에 있을 때 피사전자 기사 하나로 정직당하고, 손해배상 소송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사는 것 몰라? 올해 준비한 기사도 SNS에 수차례 예고까지 냈는데 피사전자가 낸 보도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져서 까보지도 못한 거고.”

 

 김민선은 중앙일간지인 청계 신문사에서 활동하다 회사를 그만뒀다.

 피사전자 노동자들의 의문사를 다룬 기사가 퇴사의 발단이었고, 당시 편집국장과 김민선 기자에게 각각 떨어진 손해배상액이 5억 원과 3억 원이었다.

 그 후 두 사람은 정직에 이어 권고사직을 통보받았고, 3년 전 산업탐사 저널 회사인 ‘노라이어(No liar)’를 설립해 대표와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자료는 지금 어딨어? 혹시 회사에 있니?”

 

 김민선이 보도하지 못한 자료에 내가 찾는 정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보도하지 못한 자료의 행방을 묻자 김민선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아이고, 유연성 팀장님이 겁도 없이 옛일로 피사전자에 앙갚음하려고? 과거는 과거로 묻고 조용히 사세요. 예쁜 봄이도 낼모레면 초등학교 입학인데.”

 

 난 최강선 사장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김민선에게 차근차근 들려줬고, 피사전자의 결함 제품과 관련된 자료가 있으면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일이었어? 내가 썼던 기사는 회사 차원에서 함께 준비한 거라 허락을 받아야 해. 그 자료 안에 결함 제품과 관련되지 않은 것도 있긴 한데, 일단 대표님한테 얘기는 잘 해 볼게. 그리고, 취재하며 만난 사람도 꽤 있어서 신변 보호만 가능하면 소개해줄 수도 있어.”

 

 김민선은 기사를 준비하면서 상당한 자료를 모았고 취재원이 된 사람도 있다고 했다.

 듣기만 해서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김민선에게 자료를 꼭 보여달라고 부탁하고는 헤어졌다.

 

 **

 

 11월 28일 목요일 오전.

 김민선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선배. 사장님 허락받았어. 나 내일부터 며칠간 출장이라 오늘 오후에 우리 회사로 오세요. 오늘 안 되면 다음 주 화요일. 그리고, 한턱 크게 내고.’

 

 난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박성진 차장에게 급한 업무 지시만 하고 을지로에 있는 노라이어로 향했다.

 월요일 밤 김민선과 헤어진 후, 이틀간 피사전자의 제품 결함에 관해 해외 자료까지 검색해 봤지만 유의미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김민선의 말대로 피사전자에 부정적인 글이다 싶으면 인터넷상에서 원천 봉쇄한 듯했다.

 그렇기에 김민선이 얘기한 그 기사, 그리고 기사를 쓰기 위해 모은 자료를 빨리 보고 싶었다.

 드디어 노라이어에 도착해 회의실로 들어갔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민선아. 이게 다 그 자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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