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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국가의 아이돌
작가 : 김민관
작품등록일 : 2020.9.19

국가비밀기관 KSA 요원이었던 이시아는 은퇴 후 아이돌을 하게 된다.

 
실력으로 증명해!
작성일 : 20-09-19 16:34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5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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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공간에 천장하고 바닥 그리고 입구가 있는 문을 제외하고 삼면이 거울로 되어있다. 이곳이 연습실이라는 공간이었다.

 

  연습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예쁘고 잘생겼다. 무엇보다 젊음이라는 향기가 났다. 28살인 그녀와 분위가 조차 다른 것이였다.

 

 ‘헐... 뭐야 애들 다 젊어... 아니 어려!!’

 

  젊다는 단어는 성인에게 어울리는 것이지 미성년자에게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그렇다. 여기에 있는 연습생들 대다수가 미성년자다.

 

  이시아는 쭈볏 쭈볏 거리며 구석에 들어가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을 그대로 따라 한다. 얼마안가 연습실에 여성 한 명이 들어와 시아를 찾기 시작한다.

 

 “한채림 연습생?”

 

 “예! 저 여기 있습니다.”

 

 “아 거기 있었네요. 얼른 나와요. 한채림 연습생은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수업을 들을 거예요.”

 

  다른 곳 이라니 어디를 말하는 걸까? 확실한 것은 여기보다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자신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다. 그런 상태에서 오랫동안 연습을 해온 연습생이랑 같이 수업을 듣는 것은 넌센스다. 초심자에게는 초심자에게 어울리는 커리큘럼이 있기 마련이다.

 

 “쟤 뭐야? 뭔데 김은정 선생님이 데려가는 거야?”

 

 “몰랐어? 쟤 원래 안 하겠다고 했는데 사장님 집까지 직접 찾아갔데.”

 

  술렁 술렁

 

  연습실이 수군거림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지금 가는 것은 초보자 반이 아니라 고급반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의 수근거림 따위는 이미 익숙한 그녀였다. 이 정도는 그녀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얼굴에 철면피를 깐다.

 

  이미 그녀는 뒷배를 받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전에 국장에게 호기롭게 말했던 그녀는 이미 죽어 없어졌다. 쿨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녀는 실력도 없이 빽으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죄책감은 없다. 그녀에게 있어 이 정도 일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 이게 맞지. 내가 조국을 위해서 해준 게 몇 개인데.’

 

  선생님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지나 문을 열자 아까보다 훨씬 더 넓고 좋은 연습실이 나왔다. 연습실 안에는 전용 냉장고까지 있었으며 초보자인 자신이 봐도 바닥이나 거울이 아까 있었던 연습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어때요? 아까 있었던 곳보다 더 좋죠?"

 

 "네.... 훨씬 좋아보여요."

 

  김은정은 이시아 앞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그녀가 다가오자 이시아는 놀라 뒷걸음칠 쳤다.

 

 "전 채림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사장님이 어떻게든 채림씨를 최고의 연습생으로 만들라고 지시했을 뿐이에요."

 

 "직장상사를 연습생 앞에서 평가하기는 싫지만 저희 사장님은 굉장히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이라 시도 가치가 없는 일은 하지 않으시거든요."

 

  '김은정' 아까 연습생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녀는 여기서 나름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통하는 것 같았다. 이시아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녀가 이렇게 자신을 대하는 것은 초반의 기선 제압이라는 사실을.

 

  여러 합동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처음 만난 인원들과 임무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당연히 서로가 기선 제압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때 기선 제압은 계급과는 무관하다. 상대가 자신보다 높으면 자신의 자리를 더욱 차지하기 위해서 으르렁거려야 하며 상대가 자신보다 낮으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으르렁거려야 한다.

 

  지금 그녀는 이시아에게 기선 제압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 사장님이 왜 한채림씨를 최고의 아이돌로 만들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녀는 이시아의 몸 전체를 훑어본다. 그후 그녀의 손을 잡고 팔 허벅지 등등 다양한 신체 부위를 만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그런 행동에 이시아는 어쩔 줄 몰라한다. 기선 제압에 맞서야 하지만 이런 행동은 계산하지 못했다.

 

 "서류에는 20살이라고 되어있는데 신체 나이는 못해도 20대 중반이고... 근데 몸은 굉장히 좋네요? 체대 준비생이었나? 몸이 전체적으로 엄청 근육질인데 유연함도 있는 것 같네."

 

 "기계체조? 수영?"

 

  김은정은 이시아의 긴 팔을 걷어 팔을 보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순간 이시아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죠?"

 

 "제가 사장님 빽으로 들어와서 절 아니꼽게 보시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나요?"

 

 서로가 서로를 곧 물을 뜯을 기세였다.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팽팽하였다.

 

 "생긴거랑은 다르게 말과 행동이 거치시네요."

 

 "거칠만 하죠. 뒤에 사장님이라는 빽이 있는데."

 

  그 순간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서로의 시선이 문으로 향하였다. 김현승 이였다. 이시아는 김은정의 손목을 놓아주며 김현승에게로 다가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김현승은 반갑게 그녀에게 인사하였다.

 

 "아 채림씨 사장님이라는 딱딱한 칭호 말고 삼촌이라고 부르라니깐. 아니면 오빠 어때? 오빠?"

 

 "아이... 부끄러운데."

 

  아까랑은 전혀 다른 이시아의 아앙떠는 모습을 보니 김은정은 얼척이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이랑 기 싸움을 하면서 서로가 기선 제압을 하려고 했는데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한채림이라는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는 몰라도 나이랑은 다르게 산전수전을 많이 겪은 100년 묵은 여우라고.

 

  김현승은 이시아에게 열심히 하라고 저기 있는 김은정 선생님이 여러 가지로 잘 가르쳐 줄 거라고 하였다. 그러자 이시아는 아까 이야기 나눴는데 진짜 좋은 분이신 것 같다고 장단을 맞춰줬다.

 

 '진짜 요물이야.'

 

  김현승은 이시아에게 열심히라고 한 뒤 연습실에서 나갔다. 다시 연습실을 아까 같은 차가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분위기를 먼저 깬 것은 김은정이였다.

 

 "너 굉장하다? 연기력은 이미 일류인데? 아이돌 말고 바로 연기자로 데뷔하지 그러니?"

 

  이시아는 비아냥거리는 김은정을 째려봤다.

 

 "생각이 없으세요?"

 

 "누가 봐도 사장님이 제 뒤를 봐주고 계시는데 뭘 믿고 그렇게 행동하세요?"

 

  이시아의 말에 김은정은 크게 노하였다. 자신보다 나이도 어린것이 심지어 아직 아무것도 없는 연습생 주제에 자신한테 이렇게 행동한게 심하게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이시아의 저런 행동은 누가 봐도 건방짐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였다. 그녀는 평생을 이렇게 배워왔고 이렇게 살아왔다. 평생 연기하고 기선제압하고 그런 칼날 위에 삶이 그녀의 KSA의 삶 이였다. 자칫하다간 목숨이 날아가는 삶 속에서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살아가는 법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의 그런 행동이 건방져 보이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은 생존이였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난 네가 사장님의 뒤를 봐주든 뒤를 대주든 상관없어. 여기서 짤리면 다른 곳으로 가면 그만이야."

 

  그녀는 이시아의 말을 가볍게 받아 친 뒤에 인터넷이 있는 자리로 향했다. 그 후 인터넷에서 여자 아이돌의 안무 영상을 하나 틀어놓는다. 누가 봐도 어려운 영상은 절대 초심자가 할 법한 안무가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아니 꼬우면 실력으로 증명하렴."

 

 "지금이 오전 9시니깐 오후 1시에 올게."

 

  김은정은 그렇게 말한 뒤 방문을 열고 나갔다. 큰 연습실에는 이시아 혼자만이 덩그러니 홀로 서 있었다. 연습실을 채우는 것은 영상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 전부였다.

 

 

 3화. 실력으로 증명해!

 

 

 

  그녀는 영상을 시청했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영상을 시청했다. 그렇게 시간은 1시간이나 흘러있었다. 그녀는 미동도 없이 영상만 보고 있다. 영상을 다시 틀기 위해서 손가락을 움직일 필요도 없다. 영상은 반복재생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1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그녀는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응시한다. 그 후 눈을 감는다. 머릿속에서 아까 봤던 영상을 떠올린다. 머릿속에서 보이는 영상대로 그녀는 몸을 움직일 뿐이다.

 

  '이시아' 그녀는 KSA 화랑도 프로젝트 1기 요원이다. 그녀는 6살에 국가의 손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국가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에게 모든 것을 강제로 주입시켰다.

 

  무술, 무기술, 외국어, 사회지식 등등 어느 나라에 떨어져서 어떤 임무를 받든 못하는 것이 하나도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죽기 직전의 폭력으로 다스리면 그만이였다. 살기 위해 빠르게 익히는 법을 배웠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 춤 영상쯤은 누워서 껌 먹기였다.

 

  머릿속에 있는 춤을 그대로 따라 한다. 동작이 이미지대로 나오지 않으면 그 동작을 반복하여 수정한다. 집중력에 따라서 시간의 밀도가 다르다고 한다. 그녀에게 있어 1시간은 10시간이다.

 

  2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그녀는 영상에 나와 있는 춤을 똑같이 따라 하게 되었다. 바닥에는 그녀의 땀으로 축축하였다.

 

  3시간이 지난 12시. 정오다. 이시아는 춤을 똑같이 따라 한다의 개념을 넘어서 자신 것으로 춤을 바꿔버렸다. 아까는 따라한다 였으면 지금은 진짜로 춤을 추는 것이였다. 김은정이 틀어놓은 안무랑 혼연일체가 되어버린 것이였다.

 

 끼익

 

  연습실 문이 열리고 김은정이 한 손에 도시락 봉투를 든 채로 들어왔다. 그녀는 연습실 중앙에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이시아를 보며 놀란다.

 

 '...뭐야? 저 땀은? 물 맞은 생쥐마냥 온몸이 온통 땀에 젖었잖아...."

 

  그녀는 연습실 온도를 확인한다. 연습실은 22도로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되고 있는 상태였다. 웬만한 격렬한 움직임으로는 땀 한 방울도 안 나는 온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아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으며 바닥 또한 땀으로 흥건하였다.

 

  거울에 김은정의 모습이 보이자 이시아는 돌아선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밥은 먹여야 할 것 같아서."

 

  이시아는 컴퓨터 앞으로 가서 음악을 튼다. 안무 음악이다. 반주 부분이 흘러 나온다.

 

 "실력으로 증명하라고 하셨죠? 저도 그 말 참 좋아해요."

 

  반주가 끝나고 노래가 시작된다. 이시아는 노래에 맞춰 격렬하게 몸을 움직인다. 그녀의 동작은 아름답고 절도 있었다. 김은정은 무덤덤하게 춤을 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엄청 놀라고 있다. 아까까지만 해도 춤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초보자였다.

 

  김은정 그녀는 8살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춤으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 까지 올라왔다. 일평생을 춤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그녀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이 사람이 춤을 잘 추는지 재능이 있는지 그런 것쯤은 한 번에 보인다. 자신이 초보자라고 평가했던 사람이 단 3시간만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 하였다.

 

  노래가 끝나고 이시아의 춤 또한 끝났다. 이시아는 여태까지 집중한 반동으로 인하여 숨을 크게 헐떡인다. 시간상으로는 3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시간은 30시간이나 흐른 것이다.

 

 "어떠세요? 제 춤은?"

 

 "뭐 봐줄 정도는 추네."

 

  이시아는 그 말을 듣고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쓰러진다. 천장이 보인다.

 

 '하... 이 나이 먹고 춤을 추라니 진짜로 못 해먹겠네...'

 

  김은정은 수건 살균기에서 수건을 꺼내 이시아에게 가져다 준다. 이시아는 누워있는 채로 수건을 받고 얼굴을 닦으면서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 세운다.

 

 "제가 말했죠. 실력으로 증명하겠다고."

 

  김은정은 이시아를 보면서 콧방귀를 뀐다.

 

 "내가 봤을 때는 넌 성격이 나빠. 너 친구 없지?"

 

  김은정은 이시아한테 갑자기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성격은 둘째치고 그녀는 진짜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 옆에 있었던 것은 친구 같은 것이 아닌 전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시아는 헛웃음이 나온다.

 

 "정확히 아셨네요."

 

  김은정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꺄르륵 웃는다.

 

 "근데 난 너같은 애 싫어하지 않아."

 

  예상치도 못한 그녀의 대답에 이시아는 표정이 멍했다. 이시아는 뭐 칭찬이나 욕이나 둘 중 하나 정도만 나오겠지 싶었는데 자신이 싫지가 않다니... 방금까지 자신과 싸웠던 인물은 누구인가?

 

 "한번 잘 해보자. 제대로 소개할 게 난 KMK 춤 총괄 선생님 '김은정'이야. 앞으로 잘 부탁한다. '한채림'."

 

  생각보다 자신의 춤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 김은정이였다.

 

  이런 기분 나쁘지 않았다. 평생을 사선에서 살다가 죽음과 관련 없는 일로 칭찬을 받다니...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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