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망상 증후군
작가 : 빅터하이드
작품등록일 : 2020.9.5

잘못된 상상은 때로는 진실을 뒤집기도 한다.
여자로 오해 받는 남성.
남자로 오해받는 여성.
알아주지 않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무서워져 가고
그런 그들 앞에 괴담 '얼굴없는 신데렐라'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한밤중의 데이트
작성일 : 20-09-19 06:49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820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누군가가 이야기 했었다.

 우연은 가장 현실성 없는 로맨틱한 드라마라고.

 어느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스토리가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써먹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개연성이 우연이다.

 하지만 아현은 지금 이 현실성 없는 노답 같은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우연은 가장 지독한 타이밍의 지옥 같은 드라마라고.

 “안녕.”

 수빈의 시원스럽고 기분 좋은 웃음이 마치 지옥의 야차가 짓는 것 같다.

 “너…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아현이 떨리는 마음을 애써 숨기며 묻는다. 수빈은 그런 그를 유심히 쳐다보며 받아쳤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걸?”

 수빈의 시선이 아현의 아래 위로 슥 훑는다.

 “…대체 왜 그런 꼬라지를 하고 이런 으스스한 곳에 있는지 말이야.”

 “그, 그건…….”

 수빈의 따가운 시선에 아현은 반사적으로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자연스레 느껴지는 부드러운 비단의 촉감이 아현의 마음을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최악의 타이밍이다.

 하필 이 순간 여기서 들키게 되다니.

 아현은 자신을 보는 수빈의 생각이 어떨지 단박에 상상이 갔다.

 '곱상하게 생긴 남성 이라고 생각했더니, 진짜 여성용 한복을 입고 밖에 나 돌아다니는 변태가 아닌가.'

 최악의 상상에 입술을 질끈 물었다.

 이런 모습으로 만나긴 싫었다.

 이 딴 꼴로 얼굴을 마주하긴 싫었다.

 그런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건?"

 수빈이 아현의 말을 따라하며 반문한다. 은근 슬쩍 대답을 강요하는 그의 말투.

 아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아현은 흔들리던 눈동자를 똑바로 수빈을 향해 겨누었다.

 "…내가 그걸 너에게 왜 말해야 하는데?"

 "뭐?"

 수빈의 갈색 눈동자가 당황으로 물든다. 아현은 당황했던 모습은 온데 간데없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수빈에게 말했다.

 "너와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내 사정을 이야기 해줘야 하지? 나라고 좋아서 이런 꼴 하고 있는거 아니거든!"

 변명을 할 수도 있었다.

 동아리에서 미움받아서 이런 꼴로 귀신사진이나 찍고 있다라고 말 할수도 있고, 또는 나영에게 협박 받아서 원치 않는 여장을 하고 있다고도 말 할수도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에 아현이 받는 양심적 고통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현은 그러지 않았다.

 고작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러쿵 저러쿵 많은 말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남자답지 못했다.

 수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아니, 뭐… 그게….”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해매는 수빈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다소 씁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젠 끝이다.

 ‘앞으로 수빈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아니, 그전에 나를 피하고 다니지 않을까?’

 욕하며 소문내고 다니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아현은 어떻게든 말을 고르려고 애쓰는 수빈의 입술을 바라보며 부디 자신이 상상하는 최악의 말이 나오지 않기를 빌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픈 말은…….”

 그의 무거운 입술이 열린다. 그에 따라 아현도 눈을 질끈 감았다. 수빈은 잠시 숨을 고르다가, 이내 토해내듯 말을 했다.

 “… 그날 만났던 축제 때 했던 모습과 똑같이 한복을 입고 이런 곳에 있어서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뭐?”

 마치 변명하는 듯이 말하는 말투. 하지만 아현은 그런 말투에 신경이 쓰여지지 않았다. 그의 귀에 들어왔던 것은 ‘축제 때, 했던 모습과 똑같이 한복을 입고.’라는 대목이었다.

 분명히 자신은 수빈의 앞에서 축제 때 그를 만났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수빈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기는 커녕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마치, 실제로 본적이 있는 사람처럼.

 그리고, 자신이 남자인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아현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는 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수빈은 자기 멋대로 말을 늘어놓았다.

 “그런 차림새로 이런 인적 없는 골목에 있다간 안좋은 일을 당하기 딱좋아. 네가 아무리 그때 처럼 강한척을 한다고 해도 말이지. 그러니까 얼른 얼른 집에가. 코스프레는 그만하고.”

 여전히 재수 없는 말투. 하지만 아현은 그 말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내가 아현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달빛하나 없는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이어서 일수도 있고,

 이런 야밤에 비싸보이는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게 상식밖이라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 이상으로 수빈이의 눈치가 생각보다 둔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아현에게 있어서 행운이었다.

 아마 이대로 물러나면, 다음 날은 분명 그 관계 그대로 다시 이어지리라.

 “그, 그래. 그럼 나는 집에 갈게.”

 어떻게든 목소리를 연하게 만들려고 볼멘소리로 중얼거린다.

 이대로 헤어지자.

 하지만 상황은 아현의 생각만큼 간단히 따라주지 않았다.

 “내가 데려다 줄까?”

 “에?”

 생각지도 못한 수빈의 말. 아현은 자신이 얼마나 바보같고 멍청한 반문을 했는지 생각지도 못한 체, 수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냥 뭐, 여자 혼자 보내는 게 좀 그래서. 괜히 사고라도 났다간 꿈자리가 뒤숭숭할 것 같거든.”

 “?!”

 상상을 초월한 그 말에 아현은 머리가 하얗게 비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따라오게 된다면 정체를 들킬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자신의 대학생활은 엉망진창이 될게 분명했고, 더 이어서 수빈이 자신을 등 돌릴 것은 안봐도 드라마였다. 아현은 필사적으로 거절의 말을 하기 위해 머릿속을 뒤졌다.

 “어, 어… 그러니까…….”

 “왜. 싫어? 내가 못미더워서?”

 수빈의 얼굴이 어둠속에서 하얀 치아를 드러낸체 웃는다. 어쩐지 장난스러운 그 얼굴에 부아가 치민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고민한점 보이지 않는 수빈의 미소에 아현은 일부러 툴툴댔다.

 “미덥든 안 미덥든 우리가 그렇게 친한사이였나? 겨우 한변 본 사이에 내가 뭘 믿고 널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너무 퉁명스럽게 이야기 했던 탓일까? 웃는 수빈의 얼굴이 살짝 흐려졌다.

 “뭐, 싫으면 관두고. 못 믿겠다면 어쩔 수 없는거지.”

 수빈은 그렇게 등을 돌리고, 상점 쪽을 걸음을 옮겼다. 그래 이렇게 하면 돼. 빨리 헤어지고 낼 정상적인 모습으로 다시 만나면 돼.

 그래,

 그러면…….

 -텁

 수빈의 걸음이 그 순간 멈췄다.

 자의로 멈춘것이 아니었다.

 수빈이 의아한 얼굴로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은 가녀린 손가락 두 개를 보았다.

 시선이 조금 더 올라가니, 얼굴을 붉게 물들인체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귀여운 얼굴이 들어왔다.

 “왜?”

 어쩐지 새침떼는 고양이를 보는 느낌이라, 수빈의 한 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한편 아현은 지금 취하고 있는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헤어져야 마땅하고, 헤어져야 지금 이 모습을 비밀로 만들 수 있는데,

 어째서 자신은 수빈의 옷자락을 잡았던 것이었을까.

 “아, 아니 그게…….”

 뭔가 말이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아니 머릿속에 단어들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해야할까, 필요한 답은 존재하는데 그것을 입밖으로 꺼내기 힘들다고 해야할까.

 아현은 이해가 가지 않는 자신의 행동패턴에 대해 당황하고 있었다. 수빈은 그런 아현을 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다른 볼일 없으면 간다.”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마치 비웃는 것 같은 수빈의 표정. 아현은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나랑 데이트해. 지금 당장.”

 

 ------------------

 

 칠흑 같은 어둠속을 두 사람이 나아간다.

 달빛만이 가득한 상가의 어둠. 그렇다고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여전히 고약한 악취와, 피부에 달라붙는 듯한 끈적끈적한 공기는, 이곳을 으스스하고 기괴한 무언가가 있게끔 느끼게 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현은 지금 이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같이 걸어가 주는 한 남자. 수빈의 옆에서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현의 마음은 따뜻한 무언가로 채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지금 자신의 모습이 본래 모습이 아니라 할지라도.

 “야, 사진 제대로 찍고 있어?”

 “으, 응?”

 멍하니 카메라를 들고 수빈의 얼굴만 쳐다보던 아현이 화들짝 놀란다.

 “무, 물론 찍고있지.”

 아현은 목에 걸고 있는 카메라를 얼른 들어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시늉을 선보였다. 하지만 수빈은 그 모습이 못미더운지 혀를 끌끌차며 퉁명스럽게 한 마디 쏘아붙였다.

 “그거 거꾸로다.”

 아현의 얼굴이 삽시간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나, 나도 알고 있었거든!”

 아현은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고 카메라를 똑바로 들었다. 수빈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너네 동아리 선배들도 참 특이하네. 무슨 귀신의 ‘귀’자도 모르는 애에게 귀신 사진을 찍어오라니. 그것도 이런 화려한 코스프레를 시키고 말이야.”

 이 코스프레는 네 말괄량이 사촌 아이디어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귀신에 대해서 뭐라도 알고 있어?”

 “그야 나는 모르지. 내가 알고 있는 건, 이곳에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엄청 위험하다는 거야.”

 어쩐지 수빈의 목소리가 잔뜩 화가 난 것처럼 느껴진다. 아현은 괜히 찔려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여자가 아닌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다시금 내려갔다.

 아현은 수빈이에게 결국 이곳에 온 사정을 이야기 했다. 자신이 어째서 여기에 왔었는지, 카메라는 왜 들고 왔었는지, 등등 빠짐없이 수빈에게 이야기 했다.

 다만,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만은 말하지 않았다.

 수빈은 어째서 자신이 이런 곳에서 귀신 사진이나 찍어야 되냐고 툴툴거렸지만, 그래도 아현을 두고 가버리진 않았다. 아무래도 여자아이를 이런 위험한 곳에 두고 간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정말 뼛속까지 신사네.’

 자신이라면 과연 어땠을까?

 그냥 아는 여성이 이곳에 혼자 남겨질 상황이었으면 자신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두고 갔을까?

 ‘그냥 끌고 가버렸겠지.’

 별 시시한 생각을 다한다면서 아현은 카메라를 곧바로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아현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네가 옆에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왜?”

 수빈의 자연스런 반문.

 “왜냐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데이트 할 수 있어서 말이야.’

 순간적으로 생각이 멈췄다. 아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게 졌다.

 ‘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입을 열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어버린 것이 다행이었다.

 아현은 머릿속을 최대한 뒤져 이 상황에 가장 알맞은 말을 찾았다.

 “…아, 안그래도 카메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네가 카메라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아아.”

 수빈은 멋쩍은 지 볼을 슬며시 긁었다.

 “그냥 취미야. 어머니가 사진찍는 걸 무척 좋아하셨거든.”

 “아. 그래?”

 아현의 머릿속에서 수빈의 취미가 하나 기록되었다. 수빈은 아현이 방심한 틈을 타 자연스럽게 사진기를 뺏어들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살펴보다, 갑작스레 아현을 향해 사진기를 들었다.

 그 일련의 동작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였을까?

 아현은 수빈의 행동에 미처 막을 생각을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찰칵.

 반짝 하는 플래시의 광원과 함께 터져나오는 셔터음 소리. 그제야 아현은 수빈이 자신을 향해 사진을 찍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야, 야! 뭐해!!”

 아현이 새빨개진 얼굴로 수빈에게 사진기를 뺏으려 시도한다. 하지만 수빈은 아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진기를 뒤로 숨기며 뒷걸음칠 쳐 아현의 손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보면 몰라? 사진 찍잖아.”

 “그러니까 왜 날 찍냐고! 그거 내꺼 아니란 말이야.”

 아마도 동아리 비품일 것이다. 그것도 동아리 선배가 진정으로 아끼는 비품.

 수빈은 당황하는 아현을 보며 풋 하고 웃었다.

 “난 원래 아름다운 걸보면 이렇게 사진으로 남기고 싶더라고.”

 “…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름…답다?’

 자신에게 향하는 진정으로 혐오하고, 싫어하는 문장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뜨거운 열기가 머리에서 확 피어올랐다.

 하지만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쩐지 무척 부끄러워 졌다.

 무엇이 부끄러운 것인지도 알지 못한체 아현은 작은 입술을 오밀조밀 만들어가며 읊조렸다.

 “…네가 생각한 만큼 별로 예쁘진 않은데, 그냥 그렇게 많이 꾸며서 그런거야.”

 “그래? 난 아니라고 보는데?”

 잘만 가던 수빈이 갑작스레 아현의 앞을 가로막으며, 또다시 사진을 찍었다. 플래시가 눈이 부실정도로 비친다. 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뒤늦게 손을 휘휘 저어댔다.

 “아씨! 그만 찍으라고!”

 “싫거든.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는 생각도 안하고, 자책만 하는 자존감없는 여잔 이렇게라도 알려줘야 해.”

 “너 초상권 침해법이라는 거 알고 있긴 해?”

 “네가 얼마나 재수 없는지는 알고 있지.”

 “뭐? 재수? 이게 말이면 단 줄아나!”

 아현은 어떻게든 수빈에게서 카메라를 되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거추장 거리는 한복과 머리 장식들이 그런 노력들을 방해하고 있었다. 물론 더 노력하면 가능하지만, 망가지면 저번처럼 약점을 붙잡힌다는 생각에 아무래도 다소 소심해지는 운동기능은 어쩔 수 없었다.

 수빈은 두 팔로 열심히 허우적대는 아현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보다가 얌전히 카메라를 돌려주었다.

 “그래 너, 재수 없어. 그런 예쁜 얼굴로 안 예쁘다고 말하는게 엄청 재수 없다고.”

 “…….”

 할 말이 없었다.

 아현도 안다. 자신의 외모가 얼마나 남자를 곤경에 빠트리기 쉬운 외모인지. 그것도 빌어먹을 친구의 솜씨로 화려하게 돋보이게 만들었으니, 경국지색까지는 못가더라도, 지나가는 남자들이 최소 한 번은 더 돌아볼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러니까. 넌 네 외모를 계속해서 갈고 닦아. 뭣 하면, 나에게 네가 바르는 화장품 정돈 소개시켜주면 더 좋겠고…….”

 “화장품?”

 순간적으로 아현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떴다.

 방금 무슨 소릴 한거지? 화장품을 소개 시켜달라고?

 아현의 눈이 자연스레 수빈의 아래 위를 훑는다.

 180은 넘어가는 키에, 말라보이긴 하지만, 적당히 균형 잡힌 몸매가 눈길을 끈다.

 아현의 눈이 수빈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가는 눈매, 남자다워 보이긴 하지만, 외모 만큼은 중성적인 얼굴형태. 오똑히 솟아오른 콧대와 한 일자로 다문 입은 그가 수많은 여성들을 울렸을지 가늠케 해주었다.

 그런데,

 저런 살인적인 얼굴에 감히 올라갈 남성 화장품이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자신은 현재 여성이라, 남성 화장품은 추천이 불가능 할텐데?

 수빈은 아현의 심상치 않은 눈빛에 자신의 뜻을 오해했음을 깨달았는지, 헛기침을 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아. 그러니까……. 나에게 언, 아니 누나가 한 명 있어. 그런데 외모 때문에 늘 고민을 하더라고, 그래서, 아니 그러니까 혹시 너라면 괜찮은 화장품하나 추천해 줄 수 있을까 싶어서…….”

 어쩐지 횡설수설하는 느낌. 수빈은 자신의 말이 엉망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얼굴이 자연스레 붉어졌다.

 흔들리는 눈동자. 수빈의 눈이 은근슬쩍 아현을 향한다.

 하지만 아현은,

 ‘나도 내 얼굴에 바른 화장품이먼지 모르는데?! 어떻게 추천해주지?’

 오히려 자신 스스로가 당황해버려, 수빈이 횡설수설 하는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화, 화장품은 그러니까… 그 가게에 가서 추천받는게 제일 나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궁색한 변명이다. 이것이 아현의 머릿속을 있는 힘껏 쨔낸 결과물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수빈에게는 그 마저도 일부러 가르쳐주지 않는 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 그래도 난 네가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화장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한데…….”

 수빈의 목소리가 많이 낮아진다. 마치 화를 내는 거 같기도, 또는 실망한 느낌도 드는 말투에 아현이 당황해 하며 어버버 거렸다.

 “사, 사실 나도 평소에 많이 안발라. 그냥 맨얼굴로 다녀.”

 “알려주기 싫으면 싫다고 해. 그렇게 돌려 말하지 말고.”

 “아니 그게…….”

 분위기가 조금 험악해졌다.

 수빈에게서 나오는 실망감의 공기가 아현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하지만 아현은 아현대로 막막했다.

 자신이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려 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나영이 해줬다고 말하기도 싫었다.

 아현은 결국 입술을 질근 깨물고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알려줄게…….”

 “진짜?”

 수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보고 싶었던 수빈의 미소였지만, 아현은 그 모습에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려려고 일부러 숨기고 있는건 아닌데.

 바로 옆에 있었지만, 거리는 일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단 조건이 있어.”

 얼굴을 최대한 보여주지 않으려던 아현이 그 순간에 수빈과 두 눈을 마주쳤다.

 “내일. 내일 또 나와 만나줘. 그러면 내가 어떻게 꾸미는 지 알려줄게.”

 ‘계속 나와 만나줘.’

 수빈의 아현의 대답에 잠깐 놀란다.

 “내일? 난 오늘 가르쳐줬으면 좋겠는데?”

 “넌 예쁘게 하는데, 하루 이틀이면 다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런 것도 순서가 있고, 단계가 있는 법이야.”

 생각지도 못한 애드립이었지만, 꽤 쓸만한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나영의 화장기술이 확실히 하루 이틀만에 이루어지는 게 아닐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한 몫했다.

 수빈은 고민하는 듯 했지만, 이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하자. 근데…….”

 수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아현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레 다가온거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수빈과 눈이 마주쳤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만약 안나오거나, 거짓말로 날 속이려 하는 거라면 평생 시집도 못갈 몸으로 만들어주겠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낮선 조우 2020 / 9 / 20 219 0 7592   
12 한밤중의 데이트 2020 / 9 / 19 217 0 8205   
11 심령사진을 찍는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2020 / 9 / 17 229 0 9991   
10 운명적인 만남은 외나무다리에서 2020 / 9 / 15 227 0 7072   
9 사건은 12시 부터 2020 / 9 / 12 228 0 10559   
8 네 이상형은 2020 / 9 / 11 234 0 11776   
7 얼굴 없는 신데렐라 2020 / 9 / 10 215 0 5577   
6 저는 왜 남자를 좋아하게 된걸까요? 2020 / 9 / 10 217 0 6014   
5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 2020 / 9 / 9 203 0 8524   
4 그 여자의 사정 2020 / 9 / 8 211 0 9600   
3 빌어먹을 집사 2020 / 9 / 7 216 0 6107   
2 도망 치자! 2020 / 9 / 6 216 0 6977   
1 이 빙다리 핫바지 같은 새끼야! 2020 / 9 / 5 355 0 650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와룡과 봉추의
빅터하이드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