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9인승
작가 : 도은송
작품등록일 : 2020.9.19

각기 다른 과거를 숨긴 여덟 명의 인물들이 한 장소에 모인다.
다만 흔적을 묻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이들의 모임에 새로운 회원이 가입을 하게 되며 밝혀지는 각자의 사연들.
그들이 바란 것은 진정 '구원'이었을까.

 
#4 한 잔 할까
작성일 : 20-09-19 01:53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345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김없이 반시간 가량을 미리 도착해

 음료를 주문한다.

 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얼음까지

 씹어 먹으며 땀을 닦았다.

 뭣 같은 만남에 초라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시계를 확인하고 약속된 시간까지

 오 분 가량 남았을 때 빈 잔을 들어

 카운터로 향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 한 잔요,

 얼음 좀 많이 넣어 주세요. 마시고 갈게요.”

 

 조금만 더 일찍 나설 걸 그랬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화장실이라도 한 번 더 갔어야 하는 건데.

 몰골이 꼭 말이 아닐 것만 같았다.

 핸드폰을 꺼내 얼굴이나 한 번 더

 확인했으면 싶은데 어김없이 가방 깊숙한 곳에

 묻어 놓은 것이다.

 허둥대고 싶지 않았다.

 긴장을 하면 인중부터 땀이 고일 테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신입이 기가 찼다.

 

 ‘주제넘게 이런 수고를 시켜.’

 

 면접이라도 기다리는 양 한껏 초조했다.

 스스로도 놀라운 필요 이상의 짜증을 느껴

 음료를 털어 넣었다.

 얼음이 목젖에 닿을 때 까지,

 와작 깨져 잇몸 어딘가에 전해질

 저릿한 통증을 기다리며.

 

 “목 많이 타셨나 봐요.”

 

 사래가 걸릴 뻔 했다.

 중요한 날 꺼내 입는 하얀 셔츠에

 묽은 흙색 줄기가 그려진다.

 

 “아이고, 물티슈 가져다 드릴게요. 잠시 만요.”

 

 기름기가 낀 목소리로 생기 없던 종업원의

 입가에 미소마저 띄운다.

 타고나기를 능수능란한 스타일들, 그런데 모임 때엔 왜.

 

 “고마워요.”

 

 재킷을 벗어 얌전히도 반을 가른다.

 옆의 의자에 가만히 얹더니 한차례

 곱게 쓸어내렸다. 약지에 끼워진 반지.

 개성 없이 단조로운 커플링이었다.

 

 “이렇게 빨리 뵙게 될 줄은 몰랐어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같은 브랜드의 셔츠가 문영의 것과는 달리

 매끄럽게 다림질 되어져 있다.

 

 “칼도 뽑은 김에. 그래서,

 물어보세요. 궁금하다는 거.”

 

 별 얘기가 나올까 싶었다.

 연결고리가 있어 처음엔 긴장을 하긴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오 선배와의 마지막 연락은 삼 년 전이었다.

 문영에게는 현재만이 중요했다. 정문도 그렇다고 했다.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려니 어색하네요,

 결국엔 오 선배 얘기인데, 두 분 관계도 그렇고.”

 

 불안함에 의미 없이 돌려 대던 빨대를 멈춰 세웠다.

 어디까지 아는 걸까,

 섣불리 거짓말을 했다간 제대로 약점 잡힐 것이 뻔하다.

 

 “우리 관계에 대해, 아세요?

 오 선배가, 아니 연진 씨가 그래요?

 우리 둘 어색하다고?”

 

 이렇게 공격적일 필요는 없는데.

 문영은 태연한 척 뒷목을 주무르며

 땀을 쓱 닦아낸다.

 

 “한 때 연인이었는데, 마냥 편할 수는 없겠죠.

 그냥 제 추측입니다.”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호감 가는 인상이었다.

 정문과는 다른 방향으로,

 단정하고 부드러웠다. 모임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 뿐. 왜 아는 채를 했을까.

 어차피 오 선배가 끼어 있어

 밖에서 했더라면 이해하고 넘어갔을 텐데.

 정문이 알게 된 이상 앞으로 그가 모임에

 나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이상한 아쉬움이 느껴져 눈을 피했다.

 영민의 눈동자는 놀라울 만치

 연한 갈색 빛을 띠었다.

 

 “어떤 말을 듣고 싶으신 건지

 모르겠네요. 사 년도 더 된 일인데.”

 

 “저희 결혼합니다.”

 

 “그런데요?”

 

 영민이 처음으로 낯을 붉힌다.

 

 “배우자 될 사람이,

 동성과 연애를 했다기에 만나 보지 않고는

 못 베기겠더라고요.

 문영 씨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대화에 현실감이 부족했다.

 그의 입에서 뱉어지는 말들도,

 맞은편 인물과의 관계도,

 그가 엮은 전 연인의 가벼움 까지,

 왜 여기에 앉아 있지 싶은 마음뿐이었다.

 

 “보면 뭐가 좀 달라지나요.

 문제는 본인한테 있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내가 오 선배의 전 연인이어서

 싫은 거였음 안 보면 그만 아닌가요.

 아님, 완벽한 배우자에게 호모라는 치욕스런

 과거가 있어서 입단속을 오신 건가.”

 

 

 “그게 문제였다면

 애초에 연진 씨 만나지도 못했어요.

 관심 있다 고백한 날 곧바로 들은 얘기에요,

 본인은 복잡한 거 싫다면서.”

 

 그가 처음으로 음료에 손을 댄다.

 무엇보다 영민에게 유난한 자리일 터였다.

 잔이 놓이는 소리가 두 번을 연이었다.

 아주 살짝 손을 떨었던 것도 같다.

 헤이즐넛 라테. 한여름에도 뜨거운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 역시 마찬가지라, 연진 씨에게 얘기 듣고

 밑져야 본전이지 하며 신청하게 된 겁니다.

 심사 통과할 거라 생각도 못했고요.

 

 연진 씨는 차마 못 나올 테니

 나라도 먼저 나서 보자.

 뭐든 시도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그런 마음입니다.

 저도 제가 정확히 뭘 원하고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문영 씨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매사에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연진이 선택한 자 라면 더욱이나.

 그런 그가 숨을 몰아쉬었다.

 

 “...진심이군요?”

 

 “네...?”

 

 “오 선배에 대한 마음,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전 애인

 확인한답시고 이렇게까지.”

 

 그가 반지를 돌리며 말했다.

 

 “그것도 그거지만,

 저 역시 과거가 있기에.”

 

 “불편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 선배에게 숨기는 게 있지 않은 한.

 모임에 나온 거, 알고 있는 거죠?”

 

 “연진이는 누구보다도 제가

 모임에 나갈 수 있길 바랐던 사람입니다.”

 

 “...여전하네요.”

 

 “실은 친해지는 건 고사하고,

 나중에 알게 됐을 때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처음이 다소 공격적이었다면 오늘 일로

 설명이 되었길 바랍니다.”

 

 모임 멤버들과의 첫 만남 때보다

 기이한 자리였음을 회상한다.

 여전히 그 동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으나

 연진 또한 그랬다.

 둘은 근본적으로 문영과 다른 사람들이었다.

 

 “오해한 일, 없어요.

 괜한 의심 사고 싶지 않으니

 정문 씨한텐 제가 설명하도록 하죠.”

 

 자리가 정리되었음을 알리려

 가방을 집어 들었다.

 

 “...기자라고 들었습니다만.”

 

 “...네, 뭐. 그런 셈이죠. 무슨 문제라도?”

 

 구태여 휴직 중인 것을 얘기할 필욘 없었다.

 무엇보다 연진의 귀에 들어가는 것이 싫었다.

 절반 쯤 일으킨 몸을 도로 숙였다.

 

 “저는 문영 씨와의 관계는 별개로,

 모임에 진짜 참여하고 싶어서 나온 거거든요.”

 

 그의 눈이 동그랗게 앞을 마주한다.

 

 “혹시라도, 기사 때문에 나오시는 거라면...”

 

 뭐 이딴.

 하룻강아지 주제에

 몇 년 차한테.

 

 “여기 사람들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요.

 

 잠입 취재 하려 들어온 거였음 저 이렇게

 소극적으로 굴지도 않았어요.

 오 선배한테 무슨 말을 얼마나 들은 건진

 모르겠는데...”

 

 하하.

 

 의성어처럼 웃는 사람이다.

 이것마저 연진과 판박이라니.

 

 “실례했습니다.

 그냥 한 번, 짚고 넘어가 보고 싶었던 얘기입니다.

 영화를 너무 봤네요 제가.”

 

 선수를 치고 먼저 일어서 옷을 턴다.

 

 “음료는 제가 대접했어야 하는 건데.

 연진이에겐 잘 지내시더라 얘기 전할게요.”

 

 

 

 가만히 있다 뒤통수를 맞은 격이지 않나.

 주체 못할 짜증은 둘째 치더라도

 찝찝함이 영 가시질 않았다.

 영민이란 인물은,

 처음부터 별로였으니까.

 의래 첫인상은 대부분 맞는 편이지 않던가.

 잠깐이나마 감정이 흔들렸든 것은

 연진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 이후 훨씬 나은 조건을 갖추었을

 영민과의 관계, 그 자체에 질투를 느낀 것이다.

 

 연진 옆에 든든히 서 있어 줄,

 둘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뱀과 같은 짓마저

 고사치 않을 영민한 인물.

 

 그런 역할이 부럽고 그리웠다.

 

 정류장을 향하는 발이 가볍지 않았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목이 늘어난 티셔츠 차림으로

 혼자 저녁을 먹고 싶진 않았다.

 그럴 날이 아니었다.

 고민을 하다 짤막한 주소록을 두 번

 살펴 상연에게 문자를 남겼다.

 

 ‘한 잔 할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 #6 차분히 기다려요 2020 / 9 / 23 164 0 5325   
5 #5 좋아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20 / 9 / 19 162 0 4715   
4 #4 한 잔 할까 2020 / 9 / 19 184 0 3457   
3 #3 단죄가 아닌 속죄 2020 / 9 / 19 178 0 4107   
2 #2 스푼이 떨어지는 바람에 2020 / 9 / 19 177 0 4989   
1 #1 어떤 모임 2020 / 9 / 19 305 0 484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