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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9인승
작가 : 도은송
작품등록일 : 2020.9.19

각기 다른 과거를 숨긴 여덟 명의 인물들이 한 장소에 모인다.
다만 흔적을 묻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이들의 모임에 새로운 회원이 가입을 하게 되며 밝혀지는 각자의 사연들.
그들이 바란 것은 진정 '구원'이었을까.

 
#2 스푼이 떨어지는 바람에
작성일 : 20-09-19 01:52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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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 미안, 얘기들 계속 나눠. 실수로 스푼을 떨어트려서.”

 

 상을 차리던 경진이 주변을 살피며 멋쩍게 허리를 굽혔다.

 

 “다들 배고프지, 새로 오신 분도 식사 먼저 하고 얘기 나눌까요.”

 

 문영과 정문이 음식을 날랐다. 새하얀 원목 식탁에 그것보다 더 흰

 테이블 보가 다리까지 내려왔다. 메뉴는 꼬치에 끼운 채소와 새우구이,

 그리고 대다수가 처음 접한 초록색의 커리였다.

 

 “이거 색이 되게 특이하다. 뭐 들어간 거야?”

 

 “시금치랑 산양 치즈, 그리고 견과류를 조금 넣어봤어.

 워낙 좋아해서 집에서까지 만들어먹게 됐네.”

 

 정문이 나이프와 포크로 꼬치를 분해하며 대꾸했다.

 몸과 마치 하나가 된 듯 숙련된 그의 모습이 우아해 보이기까지 했다.

 경진과 상연을 비롯한 몇몇은 숟가락만 빙빙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왜들 저래, 차려준 사람 성의가 있지.

 일단 먹어봐. 맛있어, 엄청 고소해. 안 먹을 거면 나 주던 가.”

 

 연극배우처럼 과장된 몸짓과 억양을 한 하온이 그들을 나무랐다.

 

 “내가 생각이 좀 짧았나보다. 취향 갈릴 걸 예상을 했어야 하는 건데.”

 

 말과는 다르게 그는 고개를 숙이고 먹는 행위에만 집중을 한다.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을 느낀 것은 비단 문영 뿐만이 아니었다.

 

 몇 명은 헛기침을 했다. 상연은 그대로 앉아 손조차도 테이블 위로 올리지를 않았다.

 경진만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실험실의 포로마냥 마지못해 입을 벌렸다.

 곧이어 게걸스레 식기류가 부딪치는 소리,

 자리와 불협화음을 이루는 쩝쩝대는 소리가 식탁 위로 퍼져나갔고

 그 장본인은 가장 먼저 접시를 비워내고 만다. 경진은 푸른 입술 색을 하고서

 속으로만 트림을 게웠다.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밥은 없어?”

 

 아이 같은 웃음이었다. 무해한 키득거림은 그 옆, 그 옆의 옆까지 번져

 주방이 떠나가라 증폭되었다.

 안경을 들어 올려 눈물을 닦는 정문을 보았다.

 신입만이 다소곳이 발을 모아 입 꼬리나 살짝 올렸을 뿐이었다.

 

 “원래 이런 곳이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냐, 다들 이러고 놀아요.

 여기라고 별 수 있나, 둘 이상 모이면 다 똑같죠 뭐.”

 

 신입은 언제든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그에게 신경이 쓰였다.

 

 “본격적인 테라피는 식사 끝나고 나서부터 진행되요.

 보통은 공지 드린 주소에서 만나는데, 오늘은 저기, 앞치마 두른 친구가 집에 초대를 해서.”

 

 “문영 씨, 맞으시죠?”

 

 신입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네, 어떻게...”

 

 자리를 고쳐 앉아 문영에게 몸을 반 쯤 틀어

 얼굴을 마주했다.

 

 “기사, 읽은 적 있어요. 저도 그 쪽 관련된 일 하고 있거든요.”

 

 이게 무슨.

 

 “잠시 만요.”

 

 급하게 정문의 자리로 넘어가 귀띔을 주었다.

 그는 이내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어두었다. 그 끝 모서리 양쪽에

 손을 짚어 고개를 숙이자 모두가 소리를 죽여

 그에게 집중했다.

 

 “자, 식사들 마무리 하시고.

 거실로 이동할까요. 스케줄이 좀 늘어졌네.

 하온 씨는 저랑 차 좀 내가요.”

 

 그의 입에서 하온의 이름이 뱉어져

 불분명한 질투심에 휩싸였다.

 문영은 홀로 남아 자신도 모르는 새

 은색 철제 안경을 주머니 속 깊숙이 찔러 넣었다.

 

 “문영 씨, 여기서 뭐 해. 가서 자리 잡고 있지.”

 

 무슨 얘기가 오간 것인지,

 둘은 한바탕 웃음을 짓더니 문영의 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본 것이다.

 

 “온 김에 이것만 좀 들어다줄래?”

 

 광택 없는 베이지 색 접시 위

 수북하니 쌓은 동그란 멜론이

 값비싼 디저트처럼 예뻤다.

 원형 무늬가 기하학적으로 겹쳐진

 감색의 쟁반 위 그것이 얹어져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 마련했을 정문과 꼭 닮은 조화였다.

 

 “이걸 언제 다... 손재주까지 좋구나, 정문 씨는.”

 

 “아쉽게도 그 칭찬은 하온 씨 차지네.

 오늘 미리 와서 도와주셨어. 괜히 디자이너가 아니네, 했다니까.”

 

 가슴 언저리에 손까지 얹어가며

 배우마냥 무릎을 굽힌다.

 

 “정문 씨가 생각보다 감각이 조금 떨어지시더라고.

 저렇게 세련된 차림새를 하고서는.”

 

 첫 날부터 문영은 그가 탐탁지 않았다.

 치유를 명목으로 모인 자리에

 요란한 머리색이며 차림새, 거기에 방점을 찍는

 목소리와 말본새까지. 그의 옆에 서면 늘 등줄기 언저리에

 땀이 고였다. 웬만하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문영 씨도 조금만 다듬으면 못잖을 텐데.

 언제 쇼핑이라도 같이 가요.”

 

 꼭 앵무새와 같았다.

 화려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것이라곤

 알맹이 없는 단어들의 나열뿐이었다.

 

 “옷은 인터넷으로만 사는 편이라.”

 

 “그럴 것 같았어. 그럼 이따 문자로 사이트라도 알려줄게.”

 

 악의라곤 없어보였다. 자신이 꼭 나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정문이 팔짱을 끼고서 지켜보고 서있다.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었다.

 

 “저야 감사하죠. 우선은, 나갈까요. 신입 분 기다리고 계실 텐데.”

 

 커피 테이블 위 쟁반을 얹느라 타이밍을 놓쳤다.

 의식적으로 신입에게서 떨어진 남은 지점을 탐색한다.

 빈자리라곤 정문 옆을 차지한 하온의 맞은편, 그뿐이었다.

 

 “다들 자리를 잡으신 듯하니. 인사가 늦었습니다.

 환영합니다. 브로커 분을 통해 서로간의 소개는 마쳤습니다만,

 그래도 직접 듣는 것과 같을 수는 없죠.

 저희는 상호간의 치유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새로운 개념의 알파를 지향하고자 모인, 일종의...”

 

 

 “동아리,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와인 동아리 같은.”

 

 상연이 억양 없는 톤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정문의 낯이 붉어진다.

 

 “실례했습니다. 새 멤버를 받은 지가 하도 오래 돼서.

 여기, 끝에 앉아 계신 문영 씨가 저희 마지막 가입자였죠?”

 

 “네, 맞아요. 저기, 상연 씨가 소개해줘서

 들어오게 됐어요.”

 

 무리는 게임을 진행하듯 검지를 세워

 서로를 지목한다.

 

 “지원자가 없어서 새 멤버를 들이지 않는 건 아녜요.

 겪으셨을 테지만, 절차가 오죽 까다로워 야지요.”

 

 하온이 비스킷을 베어 물며 말했다.

 

 “거기까지가, 대외적인 설명이고요.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켜져야 할 규칙들이 있습니다.”

 

 “규칙이라면 브로커분이 다 설명해주셨는데요.”

 

 “영민 씨, 맞으시죠?”

 

 그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멜론을 집었다.

 

 “저는 윤경진 이라고 합니다. 여기 정문 씨와 같이

 규율을 정하고, 아 물론 모든 것은 투표를 거쳐

 공정하게 진행됩니다만, 총무 역을 맡고 있습니다.

 

 아무리 선별이 된 사람들끼리

 모인 공간이라 해도, 결국에는 불특정다수나 다름이 없습니다.

 모임의 성격상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사는 곳도, 직업도, 나이도, 심지어는 본명까지도

 밝힐 필요가 없는 곳이지요.

 이런 모호한 공간이 수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철칙과도 같이 지켜진

 저희만의 룰 덕분이었습니다.”

 

 정문은 눈을 굴렸고 문정은 찻잔을 들었다.

 작은 헛기침소리와 영민의 의미 없는

 추임새만이 팽팽한 불편함으로 공기를 가득 메웠다.

 

 “우리 경진 씨, 오래간만에 맨 정신이네.”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며 하온이 너스레를 떨었다.

 

 “더 취한 거 아니고?”

 

 “이 쯤 하면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믿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강압적이라 느끼셨다면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려요.

 평소엔 이런 분위기 전혀 아니고,

 실은 전적이 있어서, 미연에 방지를...”

 

 어느 새엔가 드레스 룸에서 박스를 들고 나온

 상연이 도움을 청했다.

 

 “이것들 좀.”

 

 여닫이가 없는 플라스틱 재질의 박스 안에는

 파란색 파일 폴더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져있었다.

 

 “이것들 좀 옆으로 전달해 주세요.”

 

 겉면 안 쪽 코팅 처리된 표지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모서리를 따라

 집혀져 있었다.

 

 “집게 색이 다 다르네. 어떻게 된 거야?

 통일하기로 하지 않았었나.”

 

 어깨를 돌리는 상연에게 경진이 물었다.

 

 “멤버 별로 다르게 가는 편이,

 분실했을 때 찾기도 편하고,”

 

 고개를 스트레칭 하느라 안 그래도

 저음인 목소리가 무겁게 갈렸다.

 

 “색깔도 좀 입히고.

 밝게 가면 좋잖아요.

 거기 이름도 다 새겨져 있는데.”

 

 영민의 표정이 더 없이 혼란스러웠다.

 

 “오늘은 핑계만 대다 끝나겠네요.

 새로운 분 오시는데 괜히 집으로 불러서...”

 

 “아녜요. 너무, 그 뭐랄까, 전형적인

 조직 느낌이 아니라 도리어 편안한걸요, 뭐.

 이건... 규율서 같은 건가요?”

 

 중구난방식의 체제를 보며 영민은 내심 안도했다.

 목소리도 더 이상 떨리지 않았고,

 이제 며칠 밤을 연습한 소개만 완수한다면,

 당분간은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면접의 형태라고 했었나.

 이런 오합지졸들을 모아놓고 웬 놈의

 평가씩이나.

 

 장내는 도무지 정리가 되질 않았다.

 모두가 각기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고,

 저마다의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서로가 대화의 데시벨을 높이기 시작해

 귀에 들어오는 건 정작 진작부터 깔려있었을

 노래 소리 뿐이었다.

 

 그때 핸드폰이 바닥을 구르며 진동을 시작했다.

 

 벌레라도 꼬인 양 공간의 모두가 발끝을 세웠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지는 듯이,

 입을 벌리거나, 혹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여문영, 핸드폰 안 걷었어?”

 

 처음으로 성을 붙여 이름을 부른다.

 핸드폰을 들고서 싸늘한 표정으로,

 시선을 영민에게서 떼지 않았다.

 

 “제가 깜빡했어요. 처음이라, 죄송해요.”

 

 발신자는 눈치 없게도 연결음을 놓지 못한다.

 잠시간 끊겼던 진동이 도로 시작되자 경진이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버튼을 눌러 전원을 꺼버렸다.

 

 “저기요, 그건 좀 경우가 아니죠.”

 

 신입의 음성이 도로 흔들린다.

 

 “제일 기본적인 것도 못 지키시는 분이

 경우를 찾으시네요.”

 

 경진은,

 왜 그렇게까지 사람을 몰아붙이는 걸까.

 

 “문경진. 서로 좋자고 모인 자리에서

 매번 너무 한 거 아니야?”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상연은 등을 돌려 박스를 정리한다.

 쓸모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비난은 그가 아닌 하온을 향했다.

 

 “하온 씨, 얘기 좀 해봐.

 다른 때는 그렇게 잘도 끼어들더니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데.”

 

 “여기서 나를 끌어들인다고?”

 

 쥐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속삭였다.

 평소보다 열 배는 작아진 목소리였다.

 

 문영은 다만 할 말이 없어져서

 원래 갔어야 할 방향으로 화살의

 촉을 돌린다.

 

 “저번부터 사람이 좀 유도리가 있어야지 말이야,

 집 주인도 가만히 있는데 네가 왜 나서.

 너는 뭐, 그렇게 잘났어?

 한주도 안 빼먹고 기어 나와서는

 술이나 축내는 건 기본이고,

 별의별 구실이란 구실은 다 만들어가며

 다른 날까지 따로 불러내 괴롭힘 당한 사람들 앞에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지.

 일이나 키우고 말이야, 회장이면 좀 회장답게 굴어.”

 

 얼굴이 땀으로 젖어 번들거렸다.

 스탠드를 포함한 방의 무수한 조명들이

 자신만을 향해 빛을 쏘는 기분이었다.

 호기롭게 박차고 일어선 자리엔

 몸이 떨려 도로 앉을 수도 없었다.

 

 누군가의 깊은 한숨소리가 퍼진다.

 

 이제야 정리를 마쳤다는 듯 거실로 나온 상연이

 문영에게 티슈를 건넸다.

 

 “미안합니다. 먼저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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