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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9인승
작가 : 도은송
작품등록일 : 2020.9.19

각기 다른 과거를 숨긴 여덟 명의 인물들이 한 장소에 모인다.
다만 흔적을 묻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이들의 모임에 새로운 회원이 가입을 하게 되며 밝혀지는 각자의 사연들.
그들이 바란 것은 진정 '구원'이었을까.

 
#1 어떤 모임
작성일 : 20-09-19 01:51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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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쿵쿵.

 

 벨 대신 둔탁하게 문을 치는 소리가

 현관을 울려 짜증이 밀려왔다.

 수리 신청한 게 언젠데 아직까지.

 잠옷을 추스르며 현관문을 열었다.

 

 “서명 좀 해주세요.”

 

 기사는 몇 번이고 누른 벨에

 응답이 없자 화가 난 모양이다.

 

 “초인종이 고장이 나서...”

 

 혼자 웅얼거려본다.

 상대는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승강기 버튼을 눌렀다.

 

 “그럼 좀 고치시던가. 이 집도 뭐 별 거 없네”

 

 엘리베이터가 닫히는데 그런 말이 새어나온 것이다.

 똑똑히 들었다. 동시에 얼굴이 구겨졌기에 틀림이 없었다.

 

 “누가 기다리라고 시켰나,

 문 앞에 놓고 가라고 써놨잖아요!”

 

 문을 쾅 내닫으며 이중으로 걸어 잠갔다. 손이 벌벌 떨렸다.

 

 말이 실제로 내뱉어졌던가,

 혹은 미련하게도 속으로만 혼자 생각한 것인가.

 그 짧은 찰나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

 핸드폰을 꺼내 장문의 항의를 남겼다.

 열을 식히려 욕실로 들어가 찬물 샤워를 한다.

 

 물이 툭툭 소리를 내며 바닥을 친다.

 개의치 않고 그대로 의자에 몸을 내던져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로딩을 기다리는 동안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에서 도로 일어났다.

 도무지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일어난 김에 창문을 열어 하루가 묵은 와인 냄새를 환기했다.

 머그잔을 꺼내들고 냉장고에 잔뜩 내려진

 커피를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자리에 앉기 전에 할 생각을 못하는 걸까.

 같은 날을 수천, 수만 번을 살아내면서.

 

 빈 컵을 채우고 온 사방에 물을 튀기며 도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도무지 일 할 맛이 나지를 않아

 내일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하온이, 연락 안 되지?”

 

 정문이 시럽을 짜며 물어 왔다.

 한 번 반. 컵의 사이즈와 상관없이 늘 정확한

 압력과 횟수로 통의 꼭지를 느긋이 눌렀다.

 

 “읽긴 읽는데 답은 없어. 너는 연락해봤어?”

 

 “...아니, 좀 그렇잖아.”

 

 핑계 좋네, 문영은 코웃음을 눌러 참는다.

 

 “왜,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해야 되는 게 어디 있어, 다 마음 가는대로 하는 거지.”

 

 정문은 굳이, 평소와 다름이 없는 꼴을 하고서 등장하는 편을 택했다.

 기사가 딸린 차를 타고, 먼지 한 올 붙지 않은 매끄러운 차림새로.

 브랜드를 알 수 없는 그의 옷들은 소재로 승부를 걸어

 한 치의 의혹 없이 모임 내 베스트 드레서 자리로 인도한다.

 그것이 그가 맡은 역할이고, 누구도 그가 초라해 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모두가 은연중에 정문을 추앙하였으며,

 그 대상이 시시각각 변하는 농담과 진심이 난무하는 자리에서조차

 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문영이 의자를 빼며 등받이에 가방을 아무렇게나 걸쳤다.

 약속 시간보다 늘 삼십분 가량을 먼저 도착해있는

 그는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이를 식히려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인데,

 오늘은 운이 없게도 근처에 볼 일이 있다는

 정문이 먼저 카페에 와있던 것이다.

 

 “약은 계속 먹고 있어?”

 

 “무슨 약?”

 

 “다한증 있다며, 저번에 내가 한의원 추천해줬잖아.”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서 손수건을 내민다.

 얼떨결에 받아 들은 네모 귀퉁이에 익숙한 로고가 새겨져있다.

 콧잔등이나 가볍게 두드리고 돌려줄 심산이었는데

 정문과 눈이 마주쳤다. 생글생글. 그 속에 조소가 걸려있다.

 문영은 수건을 펼쳐 온 얼굴을 벅벅 닦고서 기침을 한다.

 다 쓴 티슈나 되는 양 돌돌 말아 테이블 가운데로 툭 던졌다.

 

 “고마워.”

 

 “별 말씀을.”

 

 그는 손을 뻗지 않는다.

 

 “다른 애들은, 어디쯤이래?”

 

 괜히 창가를 내다보며 몸을 배배 꼬았다.

 

 “불편하니?”

 

 문영이 속내를 내비친다.

 

 “뭐가?”

 

 기가 막혀서.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김정문 너 말이야, 이렇게 될 거 뻔히 알고 있었잖아.

 그래,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지. 나도 몰랐다면 거짓말이고.

 뜬금없이 저런 얘기를 왜 하나 싶었어, 그 땐.

 아니, 왜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 대상은 몰랐으니까,

 다들 뒤에서 난리도 아니었어.

 누구를 염두에 뒀기에 철칙같이 지키던

 규율까지 엎어가며 연애질을 하느냐고.”

 

 탁자 위에 손이 얹어진다.

 

 “상대가 하온이 인거 알았으면 아무도 찬성 안 했을 거야. 아니, 못 했겠지.

 어떤 앤지 뻔히 아니까. 하온이 말고, 네 얘기 하는거야.”

 

 유리 위로 문영의 분비물이 낙하를 한다.

 그것이 가만히 마르기만을 기다리느라

 잠자코 손을 놓고 있었다.

 

 “얘기 다 했니.”

 

 말꼬리를 낮춰 질문이 아닌 명령조에 가까운 음성이었다.

 문영은 순간 낯이 뜨거워져 주변을 훑었다.

 몇 안 되는 손님들 중 절반이 넘는 무리가

 이 쪽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어.”

 

 “다른 애들은 안 오는구나.”

 

 “그래.”

 

 검지를 세워 테이블을 톡톡 치며 대꾸한다.

 

 “사람 속여 가며 불러 낸 자리에서, 대화가 가능할거라 생각하니.”

 

 옆자리에 가지런히 놓인 가방을 뒤적인다.

 손 소독제를 꺼내 한 움큼을 짜내더니 죄인처럼 빌어댔다.

 새 것이나 다름없는 그 병을,

 손수건 바로 옆에 세우며 의자를 뒤로 드르륵 뺀다.

 

 “앞으론 좀 가지고 다녀.”

 

 “...”

 

 문영은 다만 고개를 푹 숙이는 일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가 문 밖을 나서는 걸 확인한 후 핸드폰을 들어

 얼굴에 가져다댔다.

 

 “...여보세요?”

 

 “응, 고맙다. 별 소득은 없네.”

 

 “알잖아, 정문이 꽤 진중한 타입인거.”

 

 “너무 쏘아붙이더라, 상황 좀 봐가면서 조절하지.”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어휴, 농담이야, 농담. 고마워. 바로 입금해줄게.

 다음에 또 정문이 관련 부탁할 일 있으면 연락할게. 곧 보자.”

 

 얘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문은 오늘부로 결코 자신을 만나주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는 다정한 만큼 섬세한 사람이다. 지나친 섬세함은 종국엔 결벽으로 이어진다.

 처음은 그러지 않았다. 감추고 싶었던 것 일수도 있다.

 

 정문의 집이었다.

 멤버들은 공간을 헤집으며 잔을 비워댔다.

 이 사단이 날 줄 알아 다른 곳에서 보자고 한건데,

 구태여 그가 장을 봐놓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오늘, 가입자를 받았다던데.

 어디 있냐고, 초장부터 늦는 거야.”

 

 “경진아, 너 취했어.”

 

 집은 지나치게 깨끗했고 잡동사니랄 것이 일채 없었다.

 구조가 조금만 틀어져도 장소는 눈에 띄게 생경해졌다.

 이성을 잡고 버틴 몇몇만이 경진을 비롯한

 나머지가 자리를 옮길 때 마다 움찔거리며 정문의 눈치를 보았다.

 

 “신경 쓰지 마, 마시려고 모인 자린데.”

 

 철제로 된 가느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문영은 그런 줄로 알았다. 나중에 하온과 회상을 하는데

 평소와 마찬가지로 렌즈를 끼고 있었더랬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한 밤중에 머릿속이 뒤틀려 핸드폰 속 앨범까지 뒤져댔다.

 하온의 말이 맞았다. 정문은 티끌 없는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서

 완벽한 호스트를 연기했다. 바지를 절반 정도 가린 앞치마까지 두른 채로.

 안경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문영아, 좀 도와줄래?”

 

 정문은 다용도실에 있었다.

 문영은 그의 등이 집만큼 가지런하다 생각했다.

 

 “후회하는 중이지?”

 

 용기를 내서 새초롬하니 말을 흘렸다.

 

 “뭐가?”

 

 정문이 허리를 굽혀 봉투를 집어 들었다.

 싸구려 비닐이 아닌, 유기농만 판다는 마켓의

 소담한 종이재질이었다.

 

 “애들 여기로 부른 거, 진짜 네 아이디어였어?”

 

 안경이 코끝으로 미끄러진다.

 문영이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정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응?”

 

 직접 올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코는 뾰족했고, 안경이 참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아, 고마워.”

 

 정문이 생긋 미소를 지었다.

 

 “후회는 무슨. 한 번쯤은 이런 거, 나도 해 보고 싶었는데 뭐.”

 

 “유럽에선, 일상 아닌가. 홈 파티 같은 거.”

 

 그가 말없이 다용도실 문을 열었다.

 

 “미안. 그래도 알고 지낸 게 벌써 얼만데,

 우린 거의 다 얘기 했잖아. 너만 너무 함구하고 있어서...”

 

 “그게 애초에 모인 이유 아녔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모임 이름이랑 너무 상반되게들 행동하시네.”

 

 “...”

 

 정문이 언성을 높인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술김에 경진이 속을 보이고 만 지난주 모임 날,

 모두가 소리를 치며 싸우는 와중에도 정문은

 잠자코 핸드폰만을 걷어갔다.

 

 “그래서 부른 거야, 실은. 너무 오랜 시간 만나오면서

 모임 자체가 와해된 감이 없잖아 있어서.

 지난주 소동 건도 있었고. 새로운 분도 오신다고 하니. 겸사겸사.”

 

 나긋이 문영의 어깨에 손을 얹기에 일순간 호흡을 멈췄다.

 

 “우리 오래가야지. 내가...

 내가 생각보다 이 그룹에 의지를 많이 하나보다.”

 

 안경이 다시 한 번 코에 걸쳐진다.

 주제넘게도 안쓰러운 감정이 문영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과거는 과거니까.

 게다가 정문의 바닥은 경진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르지 않겠는가.

 해봤자 뭘 했겠어. 그게 문영의 결론이었다.

 슬쩍 몸을 빼는 듯 보이던 정문이 이내

 앞의 낮은 어깨에 턱 끝을 기댄다.

 

 과거를 가려 미래를 사는 만남에서

 문영은 부질없게도 시간이 멈추기를 기도했다.

 

 “애들 배고프겠다. 재료만 좀 씻어줄래?”

 

 정문이 앞치마를 고쳐 매며 손잡이를 잡는다.

 

 “응. 불편하게 해서 미안.”

 

 “언젠가, 나도 입을 열 날이 올 수도 있겠지.

 그 때는 문영이 네가 꼭 말려줘야 돼.”

 

 

 

 “아, 잠시만.”

 

 싱크대 앞에 서 물을 틀려는 데 허리춤에 손이 들어왔다.

 문영은 당황하여 몸을 크게 돌렸다.

 뒤의 상연이 자신보다 놀라 들고 있던 앞치마를 바닥에 흘리고 말았다.

 

 “미안, 미안. 갑자기 훅 들어와서 놀랐네.”

 

 “...옷 젖을까봐서.”

 

 “응, 고마워. 주면 내가 두를게.”

 

 상연이 무릎을 굽혀 문영을 올려다봤다.

 

 “아직 어색하구나?...”

 

 조금 전 정문과 나눈 감정의 기류를 깨고 싶지 않았다.

 이 대화만큼은 피해야 할 것 같았다.

 

 “다음에. 다음에 둘만 있을 때 얘기하자.

 지금은 보다시피 할 일이 산더미야.”

 

 싱크대에 한가득 쌓여있는 채소더미를 가리켰다.

 그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데

 타이밍 좋게도 벨이 울렸다.

 

 “오셨나보다. 선배가 문 좀 열어줄래?”

 

 “...비겁해.”

 

 “응? 뭐라고?”

 

 현관을 향해 몸을 돌린 후였다.

 이미 양손에 고무장갑을 껴 물이 흠뻑 젖은 상태였다.

 다음에, 그래 다음에.

 얘기를 나눌 기회는 차고 넘칠 것이다.

 

 수줍은 웅얼거림이 잠시간 이어지더니

 하온이 경쾌한 음색으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어서 오세요. 추운 날에 고생하셨어요.

 성함이 영민 씨, 맞으시죠?”

 

 금속음이 바닥을 내리쳐 사방이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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