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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녀는 독신주의
작가 : 서도
작품등록일 : 2020.8.26

N포시대에 많은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요즘, 지담은 악바리 근성으로 다행히 취업에는 성공...그러나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 건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안하는 그녀다. '그래, 사랑따위만 하지 않는다면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건 평생 없을 일이야'라고 다짐하며 일에만 집중하는 지담에게 두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한명은 오랜친구 다른한명은 새로운 남자! 과연 지담의 다짐은 지켜질 수 있을까?

 
16. 그 남자가 늦은 이유
작성일 : 20-09-18 20:31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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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그 남자가 늦은 이유

 

  밖으로 나온 수훈은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미칠 것 같았다.

 

 친구지만, 자신이 더 그녀를 오래 봐왔고, 자신이 그녀를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남자들이 그녀에게 다가와도 수훈은 그녀의 마음을 얻을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다가오는 남자들을 거부하는 건,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거부 행동은, 수훈 자신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무엇보다 오랜 세월의 익숙함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면 그녀가 자신을 받아 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선택했다. 그것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자를...

 

 고백하고 차였을 때도 이런 비참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다가오는 남자들을 늘 거부하는 그녀였기에....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그녀도 마음을 열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던 건데...다른 남자라니....완벽한 그의 착각이었다.

 

 비참함에 눈물이 쏟아지고 또 쏟아졌다.

 

 수훈은 가슴이 무너졌다.

 

 ------

 한편,

 강현은 퇴근 후 그녀에게 곧장 가려는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어머니였다.

 

 “네... 어머니”

 

 <“강현이니? 지금 시간이 되니? 아버지가 좀 보자고 하시는구나”>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천천히 와”>

 

 통화를 마친 강현은 하~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을 내고 동시에 독립도 같이한 강현은 이렇게 한 번씩 본가에서 호출이 올 때면, 마음이 착잡했다.

 

 오늘은 아버지가 또 무슨 말씀을 하실지...

 

 무거운 마음으로 본가로 차를 몰았다.

 

 *

 

 “저 왔습니다”

 

 “강현이 왔니? 저녁 안 먹었지? 얼른 손 씻고 와... 저녁먹자”

 

 “네”

 

 식탁에 앉은 강현은 형들이 보이지 않자,

 

 “형들은요?‘

 

 “궁금하긴 한 게냐”

 

 집안일에 관심이 없는 막내아들이 못마땅해 진수는 한 마디 톡 내뱉었다.

 

 그런 남편이 더 못마땅한 강현의 어머니 혜진은,

 

 “요즘 사건이 많아서 집에 잘 못와... 형들도 못 오는데 형수들만 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진수를 슬쩍 흘겨보고는 형들의 근황을 일러주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거실로 나왔다.

 

 “연호랑 약혼하거라”

 

 혜진에게 과일 한 조각을 건네받으며, 진수는 강현에게 말했다.

 

 그의 말에 혜진과 강현은 의아하게 진수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약혼이라니요...”

 

 뜬금없는 약혼 소리에 강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연호가 널 좋아한다고 송 회장에게 말 한 모양이야... 워낙 딸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는 양반이 송 회장 그 양반이잖아... 연락이 왔더구나... 약혼부터 하는 게 어떠냐고”

 

 “그래서 아버지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일단 너에게 먼저 의사를 물어보겠다고 했다.... 나는 이 약혼이 성사되면 좋겠구나”

 

 “여보, 이건 강현이 의사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통보잖아요. 이런 약혼이 어디 있어요? 전 반대에요”

 

 혜진은 송 회장과 자신의 남편이 강현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이어서 불쾌했다.

 

 “당신은 좀 가만히 있어...이 약혼이 우리 집안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기나 해?”

 

 “결혼은 두 사람이 사랑해서 해야죠... 강찬이 강준이도 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시켜놓고 왜 강현이에게만 이러는 건데요? 전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형들에게 항상 비교와 편애를 받으며 자란 막내아들이 늘 안쓰러웠던 혜진이었다.

 

 이제는 그런 상처도 모자라 정략 결혼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강현은 자신의 편에 서준 어머니가 고마웠다. 그래서 용기를 내 아버지에게 강력하게 말했다.

 

 “여동생 같은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와 약혼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그리고 저는 사귀는 사람이 있습니다”

 

 “헤어지거라... 그리고 형들만큼 못했으면 결혼이라도 잘해야지”

 

 “여보!!”

 

 평소 큰소리를 잘 안 내는 혜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진수가 움찔했다.

 

 “저는 아버지를 평생 안 보고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이 약혼은 할 수 없습니다”

 

 “뭐? 이놈의 자식이...”

 

 강현은 아버지의 말씀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집을 나와 버렸다.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강현은 이내 차에 몸을 실었다.

 

 지금 이 순 간 그녀가 더욱 보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남자랑 밥을 먹고, 다른 남자를 걱정하는 그녀를 보고는 억장이 무너졌다.

 

 “난, 난 걱정 안 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녀를 끌어당겨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당황한 그녀는 그의 포옹을 거부하려 하자,

 

 “이대로 잠깐만... 있어줘”

 

 평소와 다른 강현의 목소리에 지담은 걱정이 되었다.

 

 “무슨 일 있었어?”

 

 처음으로 그녀가 자신을 걱정하는 물음에 강현은 피식하고 웃었다.

 

 “아무 일 없어....너 보니까 다 풀렸어”

 

 그녀를 놓아주며 강현은 그렇게 말했다.

 

 “저번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런 오글 거리는 말을, 어떻게, 이렇게 진지한 얼굴로 할 수가 있어?”

 

 그녀는 종종 이렇게 뜬금없는 질문으로 그를 웃게 했다.

 

 “큭큭큭....어떻게 너는 매번 뜬금없냐....큭큭 그게 서 지담 매력이긴 하지...”

 

 하며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웃었다.

 

 “왜? 난 진지하게 물어보는 건데...”

 

 “그건 당신을 좋아하니까 그런 말이 저절로 나오는 거지... 평소엔 안 그래...”

 

 그의 말을 들은 지담은, 얼굴에 홍조가 띠기 시작했고, 손 부채질을 하며 그만 나가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열이 있는 것 같았는데, 강현 때문에 열이 더 오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또 귀여운 강현이었다. 그녀가 점점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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