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동생이 이상하다.
작가 : 박희님
작품등록일 : 2020.9.18

"오 년 뒤 우리 가문 망한다고, 그것도 폭삭"/
"아아, 나를 알차게 써먹고 버릴 생각이었군.""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그럼, 아닌가? 황태자에, 아르엔놀 왕까지. 아주 판을 크게 벌려놨는데?"
"..어차피 당신도 나랑 진지하게 결혼 생각 한 거 아니잖아요!"그가 기가 찬 듯 들고 온 종이를 바닥에 흩뿌린 채 내게 가깝게 다가왔다.
"경고하는데, 이왕 도망칠 거라면 잡히지 마.""....""만약 잡히면 나도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으니"
내 동생이 얘기한 미래에 이런 일은 없었는데?!

 
02.
작성일 : 20-09-18 20:08     조회 : 235     추천 : 1     분량 : 682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헉...!헉....아...아가씨...허억...그만...그만 좀..”

  “더 없나?”

 

  이미 곤죽이 되어 잔디 바닥에 쓰러진 기사들을 보다 손을 탁탁 털었다.

 

  떨어진 창을 줍던 내게 기사단장이 다가왔다.

 

  “아가씨, 살살 좀 하십시오. 애들 사기 떨어트릴 일 있습니까? 아니 오랜만에 대련하신다기에 기대했는데!”

  “머리가 복잡해서 그래, 잔소리 좀 그만해 노빌.”

  “큼! 죄송합니다. 그보다 이제 귀족 영애 흉내 내야 한다면서 대련은 안 하시더니...”

 

  그의 서운한 말투에 나는 창을 한번 살피다가 어깨에 짊어지고 잠시 날 좋은 하늘을 살펴봤다.

 

  “노빌, 혹시 전생이 있다고 생각해?”

  “..글쎄요..그건 신만이 알지 않을까요?”

  “네 생각은 어떠냐고.”

 

  노빌은 턱에 수염을 몇 번 쓰다듬었다.

 

  “저는 있었으면 좋겠네요. 제 자식들이랑 마누라랑 평생 살고 싶거든요.”

 

  팔불출 다운 대답에 나는 픽 웃었다.

 

  내 마음은 심란하고 복잡한데, 날씨는 빌어먹게도 쨍쨍했다.

 

  “아..아가씨, 창 저 주십시오.. 제가 들겠습니다!”

  “응?”

 

  옆에서 들려온 작은 목소리에 고개가 절로 내려갔다.

 

  덥수룩한 머리카락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건 아니니 몸의 주인이 떨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아이는?”

  “아, 얼마 전에 길거리 왈패들한테 맞고 있는걸 구해줬는데, 그때 이후로 기사단에 들어오고 싶다길래 데려왔습니다.”

 

  기사단에 데려왔다면 종기사로 이름을 올렸을 텐데, 아직 아이는 옷도 제대로 받지 않은 듯 보였다.

 

  두 손을 내밀고 내 눈도 못 마주치는 아이의 정수리를 보다 나는 무릎을 굽혔다.

 

  “아직 이 창을 들기엔 너무 버거워 보이는데?”

  “아..아닙니다!”

 

  아이의 고개가 더 깊게 숙여졌다.

 

  “그보다, 종기사로 들어왔다기에 아직 옷을 제대로 못 받은 것 같은데?”

 

  내가 노빌을 힐끗 쳐다보자 그는 약간 곤란한 듯 내 눈을 피했다.

 

  무릎을 굽혀 그 아이를 샅샅이 살펴보니 그가 왜 곤란해했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이름은?”

  “애니...입니다.”

  “애니, 왜 하필 베이른 기사단이지?”

 

  여자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훈련 강도가 아니었다.

 

  우리 어머니가 전쟁의 여신이라고 칭송받는 만큼 우리 집은 군사적으로는 완벽해야 했기에, 기사단 또한 제국에서 제일 강해야 했다.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뽑고,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체계가 이루어진다.

 

  “...저도...저도 아가씨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나를 본 적이 있니?”

  “....예전에..엄청 예전에요...”

 

  애니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그저 옷을 꼼지락거렸다.

 

  나는 창을 들지 않은 반대 손으로 아이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

 

  덥수룩한 검은 머리에 가려졌던 또렷한 눈망울이 드러났다.

 

  “목표가 뭔데?”

  “...아..아가씨의 호위기사가 되는 겁니다!”

 

  우렁찬 대답에 엎어져 있다가 슬금슬금 일어나던 기사들이 굳어서 그대로 애니를 쳐다봤다.

 

  그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부단장 아론이 부리나케 애니에게 다가왔다.

 

  “애니?! 너 방금 우리 대련한 거 못 봤어?! 저분은 괴물이야! 괴물이라고!”

 

  그 ‘저분’ 이 앞에 있는 것도 잊어버린 건지 아론은 손짓 발짓으로 애니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론 저리 비켜봐.”

 

  애니는 아직 내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좋아, 노빌 아직 이 아이 종기사에 이름 안 올렸지?”

 

  배곯는 아이들이 종기사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경우는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종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돈이 필요했는데, 우선 자신의 키에 맞는 칼을 스스로 제작해오는 데부터 돈이 들었다. 맞춤 칼은 아무리 어린아이들이더라도 그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는데, 우리 집은 그 돈을 받지 않았다.

 

  그렇기에 특히 베이른 기사단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거리의 아이들이 많았지만, 우리 집은 그만큼 훈련의 강도가 거셌다. 그만큼 도망가는 애들도 태반이었다.

 

  아마 노빌이 종기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도, 여자애인 애니가 절대 훈련을 감당해 낼 수 없기 때문에 금방 뛰쳐나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얼마 정도 기사단에서 맡다가 하녀 일자리를 알아봐주려고..”

 

  마음씨 착한 노빌은 이미 뒷 계획까지 세워놓은 후였다.

 

  “들었지? 지금 포기하면 하녀 일자리를 알아봐 줄 거야. 저기, 착한 할아버지가.”

  “아직 할아버지는 아닙니다!”

  “아니요! 저는 꼭 기사가 될 겁니다!”

 

  발끈하는 노빌과, 애니를 번갈아 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노빌 애니를 종기사로 이름을 올려.”

  “아가씨!”

  “애니, 네가 종기사가 돼서 한 달 동안 포기하지 않고 훈련을 한다면 내가 직접 훈련을 봐주마.”

 “아니! 아가씨 저는요!”

 

  돌처럼 굳어있던 아론이 정신을 황급히 차리고 내 앞에 바짝 다가왔다.

 

  “제가 봐달랄 땐 안 봐주시고!”

  “저런 꼬맹이한테 내가 지다니! 할 땐 언제고?”

  “아..아니 그건!”

 

  아론이 머리를 거칠게 긁적였다.

 

  아론이 처음 들어와서 나와 대련했을 때 그가 씨근덕 거리며 중얼거린 말이었다.

 

  물론 나도 가만있지 않았고 그를 초주검으로 만들었었다.

 

  그 후에 아론은 내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던 잊을 수 없던 기억 중에 하나였다.

 

  “어쨌든, 한 달 후에 보자 애니.”

 

  애니는 고개가 빠질 듯 위아래로 끄덕였다.

 

  * * *

 

  쥬브리아의 고백이 있고서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일주일 동안 도서관에 틀어박혀 쥬브리아의 말에 집안에 온갖 서적을 다 뒤졌지만, ‘회귀’ 라던지, ‘빙의’ 라던지 그런 것에 도움이 될만한 건 찾을 수 없었다.

 

  쥬브리아의 어느 정도 말은 받아들인 상태였고, 우리 둘은 미래 계획을 착실하게 세우던 중이었다.

 

  일단 제일 급한, 황제 사망 사건.

 

  향후 삼 년 뒤 현 황제인 리카시우스 제이엘 크레빈스가 사망하고 황태자인 르이번 크레빈스가 황위에 오른다.

 

  어쩐지 현 황제가 어머니를 그렇게 총애하는데 처벌이 화형이라더니, 황태자인 르이번이 황제가 된 후에 우리 집안이 몰살당한 것이었다.

 

  쥬브리아도 생각을 정리하느라 말은 뒤죽박죽 이었지만, 생각나는 대로 틈틈이 얘기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쥬브리아의 말에 의하면 황제는 독살당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아무리 생각해도 황제가 죽었을 때 이득 볼 사람은 없었다.

 

  황태자는 황위를 다툴 형제가 한 명도 없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황제는 황후 한 명만 두었고, 지금 황실에 황비는 없었다.

 

  덕분에 황태자의 지위는 굳건했다.

 

  그리고, 역모를 일으킬 만큼 황제는 폭정을 이루지도 않았다. 귀족들이 반발할 것이라고는 평민 신분이었던 우리 어머니께 백작 작위를 쥐여준 것.

 

  하지만 몰락하는 귀족 신분을 사서 귀족사회에 입성하는 게 아주 없는 일도 아니었다.

 

  귀족들이 반발을 하더라도, 얼마 후면 그칠 일 이였다.

 

  타란텔라 전쟁 때 있었던 일로 빠르게 반발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그 시아나 라는 여자애가 우리 집에 들어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정도.

 

  “언니!!!!”

 

  커다란 소리와 함께 쥬브리아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걸 보아 씻고 바로 내 방에 온 모양이었다.

 

  “아....아가씨!!..그래도..!헉..머리는...헉..말리셔야죠!”

 

  뒤쫓아온 쥬브리아의 전속 하녀 루시가 수건을 들고 숨을 겨우겨우 삼켰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타나는 조용히 물을 따라 그녀에게 건넸다.

 

  “빨리 앉아봐! 언니 나 할 말 있어!”

  “타나랑 루시는 나가 있어.”

  “아가씨..머리를..!”

 

  굳건한 루시는 타나에 의해 질질 끌려 나갔다.

 

  문이 닫히는 것까지 본 나는 쥬브리아가 팔랑팔랑 들고 온 종이를 건네받았다.

 

  “뭔데?”

  “로이첼 가문의 티 파티 초대장!”

 

  수도 귀족 중에서 제일 입김이 센 후작 가문이었다.

 

  계획의 일부 중 하나는 쥬브리아가 사교계에서 귀족 가문과의 교류를 맡기로 한 것.

 

  우리 집은 워낙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고,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나, 이제는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했기에 다른 가문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너, 가서 잘 할 수 있어?”

  “불안하긴 한데, 언니가 가는 것보단 나을걸.”

 

  성격이 불같은 쥬브리아의 말에 나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쥬브리아는 적어도 이성이 있는 상태에서 일을 저지르지만, 나는 일단 행동이 먼저 나가는 성격이었다.

 

  한마디로 일을 저지르고 나면 이성이 돌아온단 소리였다.

 

  “ 가서 잘해야 돼”

  “응. 내가 여기 초대장을 얻으려고 뭔 짓을 했는데.”

 

  수도에서 입김이 센 후작 가문인 만큼 티 파티에 오는 인물들도 난다 긴다 하는 가문들이 많았다. 일단 쥬브리아가 사교계에 입성하려면 거쳐야 하는 관문 중 하나.

 

  갑작스러운 황제의 사망을 막으려면 황궁에 줄이 있어야 했는데, 어머니를 통해 황궁에 줄을 대기에는 부족했다.

 

  “잘하라는 게, 어떤 모욕이 있어도 꾹 참아야 된다는 소리야.”

 

  혹시나 걱정돼 한 말에 쥬브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건넨 수건을 받아 머리카락에 물기를 꾹 짜내었다.

 

  “나도 안다고, 뺨 한 대 정도 맞아도 참을 각오로 갈 거야.”

  “그런 건 참지 마!”

 

  순간 쥬브리아가 정말 뺨이라도 맞은 것처럼 화가 돋았다.

 

  내가 소리를 지르니 방 밖에서 타나가 노크했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신 가요?”

  “아냐, 타나 나 곧 밖에 나갈 거니까 채비 좀 해줄래?”

 

  쥬브리아는 답하지 않았고, 초대장을 손에 잘 쥔 채 타나가 열어 놓은 문밖으로 나섰다.

 

  동생의 뒷모습을 본 나는 다시 마음이 울적해졌다.

 

  “아가씨?”

  “응?”

  “욕실로 가셔야죠?”

  “아, 응.”

 

  * * *

 

  최대한 화려하게 꾸며달란 내 말에 타나가 오랜만에 신이 나서 집안에 있던 장신구란 장신구는 죄다 끌어왔다.

 

  “그런데 어디 가시는 거예요?”

  “음.....”

 

  내가 뭐라고 설명할지 몰라서 길게 침음하자 타나는 얼굴을 붉히고 웃으며 이상한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하긴, 아가씨도 이제 그럴 때가 되셨죠!”

  “..뭘?”

  “뭐긴요! 부끄러우시구나! 나중에! 나중에 말씀해 주셔요!”

  “으응...일단 나 여기서 내릴게..”

 

  내 말에 타나가 마부석을 향해 두 번 노크했다.

 

  마차가 서서히 멈추고 내렸을 때 번화한 도시가 보였다.

 

  “타나 여기서 기다려.”

  “네. 언제쯤 돌아오실 생각이세요?”

  “음...얼마 안 걸릴 거야.”

  “네, 다녀오세요!”

 

  마차가 안 보일 때까지 중심부로 걷던 나는 음습해 보이는 골목길을 향해 발을 뻗었다.

 

  “귀족 영애가 들어서기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묵직한 저음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휙 돌렸다.

 

  전혀 기척을 느낄 수 없었던 남자가 내 쪽으로 서있었다.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커다란 누더기 천에 가려져 있어 쉽지 않았다.

 

  “이쪽에 볼일이 있어서요. 충고 고마워요.”

 

  나는 다시 골목으로 발을 들이려는데 그 남자는 재빠르게 내 앞을 가로막았다.

 

  “호위기사도 없이, 들어서기는 더더욱 좋지 않고.”

 

  후,

 

  고개를 들어 보니 퀴퀴한 냄새가 나는 천 사이로 번뜩이는 금색 눈동자가 보였다.

 

  여전히 얼굴은 확인할 수 없게 천을 꽁꽁 싸맨 얼굴이었지만, 형형한 눈동자만큼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알아, 볼일이 있다고 했잖아. 비켜.”

 

  분노를 억누르고 건넨 반말에 남자가 옆으로 살짝 틈을 만들었다.

 

  화려하게 꾸민 탓에 평소보다 더 풍성한 치마를 손으로 잡으며 빠르게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힐끔 내 앞을 집요하게 막았던 남자를 쳐다봤다.

 

  그는 가만히 서서 그저 내 뒷모습을 볼 뿐이었다.

 

  * * *

 

  골목의 입구를 찾기도 힘들다고 생각했을 무렵.

 

  “이런 누추한 곳에 귀족 영애 혼자 오면 쓰나?”

 

  낄낄,

 

  하고 웃으며 조롱하는 남자들이 한두 명씩 늘어났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직 밝은데, 높아진 건물들 사이의 골목이라 빛이 들지는 않았다.

 

  “길을 잃은 거야~?”

 

  나는 눈을 굴려 그들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확인했다.

 

  나무뿌리를 형상화한 문신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찾아온 게 맞구나.’

 

  “얌전히 같이 가주면 거친 짓은 안 할 테니까 조용히 따라오라고.”

 

  제일 덩치가 큰 사내가 나를 잡아끌었다.

 

  이들이 아무리 길거리에서 날뛰는 자들 이더라도, 귀족 영애를 납치하거나, 함부로 다룬다면 그 끝이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아마, 내가 어느 집 영애인지 알아낸 다음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줬다는걸 빌미 삼아 돈을 뜯어낼 작정일 것이다.

 

  그걸 위해선 자신들의 우두머리에게 데려가야 하고.

 

  골목 깊숙이 들어갈 쯤 그들은 내 눈에 천을 씌웠다.

 

  덜컹거리는 소음과 함께 무언가 작동하고 있는 게 느껴졌고, 내 몸은 그 작동하는 무언가에 올라가 있었다.

 

  쿵-

 

  “대장! 귀족 영애야! 오랜만에 기사 노릇 좀 하고 돈 좀 받자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 도착한 모양이었다.

 

  아까 골목에서 내 손목을 거칠게 잡고 가던 남자가 이번에도 우악스럽게 나를 어딘가에 앉혔다.

 

  눈이 안 보이니 귀가 저절로 예민해졌다.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

 

  그리고 천으로 가려졌던 시야에 무언가 보였다.

 

  “안녕.”

 

  타오를듯한 새빨간 붉은 머리의 남자가 눈을 휘며 웃었다.

 

  “네가 여기 대장이야?”

 

  내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쯤 벌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근육들 사이로 여러 흉터들이 보였다.

 

  칼로 난도질 된듯한 흉터, 불에 지져진 듯한 흉터.

 

  “어디 영애야? 이왕이면 대 귀족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곳은 씀씀이가 크니까.”

 

  겁도 없이 대 귀족을 운운하다니 배짱은 좋구만.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녹색의 눈동자, 이제 막 소년과 청년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 해 보이는 이 남자애가 여기의 대장이라니 조금 놀랍기는 했다.

 

  “아가씨? 지금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잘 안 와?”

 

  파이프를 집어 들었던 그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빤히 자신을 쳐다보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대장한테 또 반한 거 아니야?”

 

  나를 우악스럽게 앉혔던 덩치 좋은 남자는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하하, 그런가.”

 

  붉은 머리의 남자의 진한 녹색의 눈이 옆으로 살짝 늘어졌다.

 

  보기 좋은 미소였다. 어두운 방 안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녹색 눈에 일렁이는 촛불의 불빛이 보일 만큼 깨끗했다. 아이처럼 웃는 저 사람이 악명높은 ‘뿌리’ 의 대장이라는 게 잠시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뭐 상관없지.

 

  나는 오늘 이 어둠의 집단을 집어 삼킬 것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2 12. 2020 / 9 / 28 213 0 6448   
11 11. 2020 / 9 / 28 231 0 6200   
10 10. 2020 / 9 / 28 241 0 5819   
9 09. 2020 / 9 / 27 237 0 5857   
8 08. 2020 / 9 / 27 243 0 6520   
7 07. 2020 / 9 / 27 252 0 5914   
6 06. 2020 / 9 / 25 279 0 5915   
5 05. 2020 / 9 / 24 263 0 6444   
4 04. 2020 / 9 / 24 265 0 6202   
3 03. 2020 / 9 / 19 235 0 6201   
2 02. 2020 / 9 / 18 236 1 6827   
1 01. 2020 / 9 / 18 411 0 692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