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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작가 : 그린기린
작품등록일 : 2020.9.16

시공간과 인종, 성별을 넘어 사랑을 다루는 불로의 존재, '에로스'
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아프로디테의 학교는 운명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에로스'는 파트너를 지어 임하는데, 우리 이 임무 잘 해낼 수 있을까?

"에로스는 절대 사랑에 빠져선 안돼. 노화와 죽음을 알게 될거야."

납화살과 금화살. 납총알과 금총알.
무엇이 저주이고 무엇이 축복이며 그 누가 먼저 된 신인가.
사랑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스피리아와 매화의 이야기
작성일 : 20-09-18 20:08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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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클라멘은 자꾸 내 옆에서 불안한지 손을 잡으려 들었다.

 

 아니, 금화살을 맞아 사랑에 빠진다고 바보가 된다는 효과는 없었던 걸로 아는데. 왜 이렇게 애마냥 구는걸까.

 

 "백금이라고 해도 맞으면 사랑에 빠진다니."

 

 "나도 처음본 경우네. 신기하구나."

 

 "그런데 이건 사랑에 빠진 것 보다는 퇴행에 가까운 거 같은데요."

 

 내 소매를 부여잡은 시클라멘을 쳐내지도 못한 채, 아프로디테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부작용 아닐까? 황금화살이 아닌 것에."

 

 "...부작용.."

 

 "그나저나, 부모님 이야기는 안 할거니?"

 

 참 쉽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이들은 이렇게 남에게 닥친 커다란 갈등마저 다 쉽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리는 것일까.

 

 아프로디테는 우리의 거지같은 상황을 흥미로운 동영상이라도 보는 양 관조적인 태도로 바라보고있었다. 죄스러운 마음과 분노하는 마음에 한데 뒤섞여서 속이 당장 뒤집어질 것 같았다.

 

 "부모님 이야기 하기전에, 시클라멘은."

 

 "지금 죄책감을 느끼니?"

 

 "당연하죠! 그리고 적반하장이라 하시겠지만, 왜 적절한 치료를 안 하고 방치 한건가요. 좀 전에 처치는 대체 뭐였나요."

 

 화살촉이나 탄환이 다 흡수되기 전에 뽑으면 사랑(금)이나 미움(납)의 효과는 미미한 작용에서 그친다.

 

 분명히 시클라멘의 몸 속에 다 흡수되기 전에 가슴팍을 열어 쑤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프로디테는 조금 전 대체 무슨 조치를 취했단 말인가.

 

 "말했잖아. 이것도 시클라멘의 운명이라고."

 

 "운명.운명! 작작 좀 하세요! 당신을 그래도 어머니라 여기고 잘 따랐던 아이잖아요! 부모 노릇을 할거면, 적어도 자식이 안좋은 상황에 놓였을 때 슬퍼하는 모습은 보여야죠."

 

 "모든 부모가 제 자식의 고통에 슬퍼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니?"

 

 "당연하다고 말 못하겠지만, 보통의 일반적인 부모들은 그러겠죠."

 

 "저런, 슬픔이 드러내지 않는 부모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구나. 함부로 남의 감정표현에 대해 재단하지 마렴. 시야가 협소해질 거야." 

 

 "쓰레기 같은 말장난 하시지 마시구요."

 

 "그래. 나도 정말 슬프지. 시클라멘이 이렇게 에로스에서 탈락해버린 점에 대해서."

 

 그녀는 가식적인 태도로 내 옆에 앉아 가엾이 시선을 떨구는 시클라멘의 얼굴을 매만졌다.

 

 "어머니. 저는 이제."

 

 시클라멘은 슬픈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이제 너는 에로스가 아니니, 어머니라는 호칭은 자중하는게 좋겠네."

 

 "그런 기만질을 그만두시라구요."

 

 나는 시클라멘과 내 처지를 놀리듯하는 여유로운 손길을 쳐냈다.

 

 그리고 시클라멘의 손을 끌어 내 옆에 바싹 붙였다.

 

 "밀테는 시클라멘을 거둬들일 작정인가보네"

 

 "...운 띄우지 마세요. 이미 시클라멘은 에로스도 당신의 자식도 학생도 아닌걸요."

 

 "너는 아직 에로스이니까. 너에게 물어보는 거야."

 

 "..."

 

 "..."

 

 나와 아프로디테의 사이에서 고압의 기운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툭 끊어질 것 같은 긴장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그녀를 쏘아보았다.

 

 "당신이 보호라는 명목 아래에 막무가내로 에로스를 모으는 이상, 당신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은 어불성설인걸요."

 

 ".."

 

 "늘 그런식이죠. 당신은 세상을 모두 아는 것처럼 생각하고 우리 에로스들을 다 통제할 수 있는 양 행동하죠. 고작 미와 사랑을 다룰 뿐이면서요. 세상에 미와 사랑을 벗어난 세계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미련하고 우둔한 신. 그게 당신이죠."

 

 "고작, 미와 사랑."

 

 "...그래요. 고작."

 

 "그런 논제는 네가 졸업하고 난 후에 푸는게 좋을 것 같은데."

 

 "미와 사랑으로 통제되지 않는 사람과 사건이, 그들이 꾸리는 세계가 두려우면 두렵다 솔직하게 고백하세요. 찌질해보이니까요."

 

 "가끔 너는 너의 입장을 잊는 것 같구나. 밀테, 너는 에로스야. 아프로디테의 자식으로 태어난."

 

 "..."

 

 아프로디테는 침착했다. 내 말이 모두 턱도 없는 거짓이라는 듯 차분하고 이지적인 목소리였다.

 

 나는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열패감이 무서웠다.

 

 6살 이후, 이곳에 머문 후로 줄곧 아프로디테에게 얻었던 패자의 감정, 을의 감정이 내 속의 근본처럼 꽈리를 틀었다는 사실 자체에 분이 차고 약이 올라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화를 내면, 너를 사랑하는 시클라멘이 무서워 하고 불안해하잖아."

 

 ".."

 

 아프로디테의 말에 옆을 바라보니, 시클라멘이 정말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미안해졌다.

 

 "괜찮아?"

 

 그가 내게 물었다.

 

 "응. 괜찮아."

 

 "사이가 좋네. 언제는 치고박고 싸우더니."

 

 그의 순해진 얼굴을 보고있노라면, 한때 그가 아프로디테에게 미움받지 않깉위해 안간힘을 쓰며 울던 것을 생각하노라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아프로디테, 여기서 확실히 할게요. 이 사태가 저의 책임인 만큼 시클라멘을 남동생처럼 키우겠습니다."

 

 "...그래? 만약 중간에 화살의 효력이 다하면 어쩌게?"

 

 "성적인 사랑이 끊겨도 정은 남겠지요. 저는 시클라멘이 늙어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임무는 안 나갈거고?"

 

 "임무에 함께 동행할 겁니다."

 

 "하하하!"'

 

 아프로디테는 입을 활짝 열고 박장대소했다. 가끔 저런 어울리지 않는 호탕하다 못해 천박한 웃음을 짓는데 그것이 얼마나 섬뜩한지 그녀는 모를 것이다.

 

 "너 진짜 웃긴다."

 

 그녀는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양 손끝으로 내 콧등을 쳤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런데, 네 부모의 이야기는 언제 해줄거니?"

 

 "해드릴거에요. 허락해주신다면요."

 

 "좋아. 허락할게. 대신 너도 중도에 포기하기 없기다?"

 

 "당연하죠."

 

 "그럼, 이제 내가 모르는 스피리아와 매화의 이야기를 해보렴."

 

 "네."

 

 돌고 돌아 우리의 본론이 시작되었다.

 

 -

 

 "제가 기억하는 첫 기억은 제게 오빠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오빠라니."

 

 드물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정말 생전 처음듣는 소리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왜인지 고소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모르는 것이 있는 아프로디테는 흔치 않을테니.

 

 "하지만 잘은 모르겠어요. 한번도 만난 적도 없거든요. 어린 내가 물으면 저희 부모님은 언젠가 다시 만날거라며 말을 아꼈죠. 그도 한 가족이라 말할 뿐이었어요."

 

 "그건 조금 당혹스럽네."

 

 "저희 부모님이 당신 생각보다 빠르게 사랑에 빠졌을지 모르죠."

 

 나는 당혹스럽다는 그녀에게 기름을 붇듯 말했다. 아 꼬소해.

 

 

 

 "..계속 이야기해봐."

 

 "어머니는 손끝에. 아버지는 가슴팍에 각각 화살과 탄환의 상흔이 있어 신기해 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항상 물었죠. 나도 자라면 그런 상처가 생기느냐고. 그러면 어머니는 생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아버지는 그저 웃어넘겼죠."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조금 아팠던 것 같다. 사랑에 차인 사람처럼 몸 가누기를 힘들어했지. 당시 함께할 수 없는 오빠로 예상되는 사람 때문이었을까? 혹은 다른 사건이 있었나? 부모님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정말 말을 하지 않은 편이었다. 이제는 알지만, 당시에 비밀 많은 부모님에게 괜히 삐지고 투정을 부렸던 적도 있었다. 지금와서 보면 두 분이 얼마나 곤란했을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기억 뿐이에요. 어머니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문득 시간이 제법 흘렀다 느꼈을 때에는 아버지가 내 가슴팍에 은빛 화살촉을 떠안기며 얼른 도망가라며 성질을 냈어요."

 

 그때는 누구에게 쫓기는 지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도 같다. 아프로디테가 보낸 에로스였을거다. 알만한 성정의 그녀이다.

 

 자신을 버리고 도주한 두 에로스를 그냥 내버려둘 성질이 아니다.

 

 나는 말하다 화가 치미는 것을 참아내며 꿋꿋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나는 도망친 숲에서 하루를 견디고 두려움에 펑펑 울다가 결국 당신에게 붙잡혔구요."

 

 "붙잡혔다니, 지나친 표현이네."

 

 "지나치지 않은데요. 저는 그때부터 삶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죠."

 

 "피해의식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너 자신이 에로스라는 것도 모르고 왜 불로의 몸일까 하다. 너를 의심하는 자들에게 끌려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 잖니."

 

 그녀에게 자신을 반성할 겨를은 단 하나도 없어보였다. 늘 자신이 에로스를 위한다며 정당화할 뿐이었다. 가로막힌 벽과의 대화같이 답답했다.

 

 아프로디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이었다. 미는 원래 이토록 주관적인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맞잖아? 너는 너의 정체성도 네 부모의 과거도 모르는 결핍된 인간이 될 뻔한거야."

 

 "아무렴요. 이곳에 와서 당신에게 '밀테'라는 직책을 부여받는 동시에 부모님의 정체를 알게되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지옥에 빠지게 되었지요."

 

 "음. 그런 네 옛날 이름은 기억은 하고?" 

 

 아프로디테는 나의 과거의 추억들을 조롱하듯 웃었다.

 

 "당연하죠. 아벨. 생명력이라는 의미였어요. 어머니께서 지어주었다고 해요. 남자애이름같지만, 의미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올거라면서요."

 

 "..."

 

 아프로디테는 생각에 잠긴 듯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스피리아와 매화는 매우 우수한 에로스였어. 세상의 저명한 사랑이야기는 모두 그 두 사람의 작품이었지."

 

 "어지간하겠어요. 그래서, 나를 탓하는 건가요?"

 

 "그래. 나는 스피리아와 매화를 정말 아꼈어. 아름답고 총명했으니까. 설마 그런 그 둘이 스스로에게 화살과 총을 겨눌 줄이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

 

 이미 다 아는 이야기였다. 에로스에게 있어선 듣기만 해도 불결하고 불온한 이야기. 스스로 타락하는 길을 택한 우수했던 에로스의 비참한 결말.

 

 나는 처음으로 사랑해 마지 않던 어머니와 아버지를 부정하다 인정해야 했던 6살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를 냉정하게 내려다 보던 아프로디테의 시선을, 뒤늦은 에로스를 기피하던 다른 학우들의 시선을.

 

 작은 몸을 다해 아둥바둥 견뎌낼 수 밖에 없던 그날들.

 

 나는 괜히 눈물이 핑 돌아,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옆에 앉아있던 시클라멘이 불쑥 내 손을 잡았다. 정말이지. 그 한방이 뭐라고 그렇게나 나를 괴롭히던 놈이 이런 멘트를 칠 수 있게 되었나. 새삼 사랑이란 참으로 징그러운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묻고 싶어요."

 

 "무엇을?"

 

 "당신은 우리 부모의 일을 불경하다 여겼고, 내게 그 일에 대해 반드시 함구하라 했지요."

 

 "그랬었지."

 

 "그런데, 왜 시클라멘에게 제 부모의 이야기를 하셨는지는 그 저의를 알고 싶네요."

 

 아프로디테의 눈이 나를 쪼갤 것처럼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고개를 떨구는 중이었고, 파트너를 정하는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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