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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동생이 이상하다.
작가 : 박희님
작품등록일 : 2020.9.18

"오 년 뒤 우리 가문 망한다고, 그것도 폭삭"/
"아아, 나를 알차게 써먹고 버릴 생각이었군.""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그럼, 아닌가? 황태자에, 아르엔놀 왕까지. 아주 판을 크게 벌려놨는데?"
"..어차피 당신도 나랑 진지하게 결혼 생각 한 거 아니잖아요!"그가 기가 찬 듯 들고 온 종이를 바닥에 흩뿌린 채 내게 가깝게 다가왔다.
"경고하는데, 이왕 도망칠 거라면 잡히지 마.""....""만약 잡히면 나도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으니"
내 동생이 얘기한 미래에 이런 일은 없었는데?!

 
01.
작성일 : 20-09-18 18:50     조회 : 410     추천 : 0     분량 : 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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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활기차게 시작한 오늘 하루. 어쩐지 아침부터 일이 잘 흘러간다 했다.

 

  어제 잔뜩 쳐놓은 사고들에 벌벌 떨며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다행히 어머니는 출근한 뒤였고, 아침 훈련 뒤 내가 제일 싫어하던 예절수업은 선생님이던 마이델 자작부인의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올라오시는 바람에 취소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정원에 앉아 우아한 귀족 영애 인척 차를 홀짝이고 있었는데....

 

  “....뭐라고? 다시 말해봐”

 

  연분홍빛이 도는 풍성한 드레스에 홍차의 주황 물이 들어있었고, 내 전속 하녀 타나는 손수건을 들고 부랴부랴 내 옷을 닦고 있었다.

 

  그 정신없는 풍경 속 차분한 건 내 동생뿐이었다.

 

  “아가씨 입가에도!”

 

  푸훕- 하고 차를 뱉어 버리는 바람에 내 입가도 흥건했다.

 

  타나가 정신없이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닦았지만 옷을 닦느라 이미 푹 젖어버린 손수건은 무의미해졌다.

 

  “새 걸로 가지고 오겠습니다아아아!”

 

  타나가 소리를 지르며 냅다 저택으로 뛰어갔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내 동생은 아까의 헛소리를 다시 입 밖으로 꺼냈다.

 

  “오 년 뒤 우리 가문 망한다고, 그것도 폭삭”

 

  나는 우선 손을 높이 들었다.

 

  ‘철썩-!’

 

  “언니!”

 

  아야.....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데, 그럼 내 동생이 드디어 미친 건가?

 

  아니,..전부터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뺨에 멍이...! 아니 언니 정신 좀 차려봐!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그래, 이럴 때가 아니지.

 

  주치의부터 불러야 하는데,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불러서 뭐라 그래? 내 동생이 미친 것 같다고? 아니 예전부터 낌새는 있었는데 드디어 티 내기 시작했다고?

 

  “근데, 언니 내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지?”

  “네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

  “아! 뭔 소리야! 다시 한번 말할 게 잘 들어. 오 년 뒤에 우리 집안 망하고, 다 죽는다고!”

 

  아아.....

 

  내 동생의 정신머리를 앗아 갈 거였다면 오늘 차라리 어머니한테 두들겨 맞는 게 나았다.

 

  메이델 부인에게 우아하게 걷는 방법을 배우며 머리 위에 책을 다섯 권 정도 쌓아 놓고, 떨어트리기를 반복하며 반나절 동안 교육받는 게 나았다고!!!

 

  “언니? 언니??? 정신 차려!”

 

  정신은 나보다 네가 더 차려야 해.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르던 동생은 손에 찻잔을 쥐었다.

 

  한참 앉아 있었으니 뜨거울리는 없지만, 그래도 정신 차리라고 저걸 내 얼굴에 부을 생각인 게 만만히 보였다.

 

  “아니, 잠깐만 쥬브리아 나 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하거든?”

 

  머리를 누가 들쑤셔 놓은 듯 온갖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 쥬브리아, 하나뿐인 여동생은 내 어깨너머를 힐끗 쳐다봤다.

 

  “일단 사람이 없는 곳에서 얘기해야 되는데...언니, 내 말이 진짜 황당한 거 아는데 한 번만 들어줘.”

 

  멀리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렸다.

 

  아마 손수건을 가지러 간다던 타나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쩐지 오자마자 주변의 사용인을 물려놓더니, 한참을 내 앞에서 손을 만지작거리던 게 이런 이상한, 정신없는 말을 하려고 그랬던 건가.

 

  “....아가씨이이!!!!”

  “타나 넘어지겠다. 손수건은 나 주고.”

 

  그래도 엄마의 같은 배를 빌려 태어나고, 거의 16년을 같이 살고 지냈다.

 

  한참의 사춘기 때 우리는 숨만 쉬어도 서로 싸우기 바빴다.

 

  그걸 극복하고 지낸 지금 쥬브리아의 눈에 맺힌 저 물방울이 이 어이없는 상황에 유일하게 믿을 만한 것이었다.

 

  내게 얻어맞을지언정 한 번도 울지 않았던 내 동생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매우 미약한 물방울이지만, 자존심 센 동생은 한 번도 쉽게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10년 전쯤 길거리에서 거지 패 아이들에게 내가 자기 대신 두들겨 맞을 때 그때 한번 눈물 콧물 질질 짜며 ‘우...우리,..엉니 때리지 마라!’ 하며 엉엉 울던 그때가 거의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타나, 잠깐 물러서 있어.”

  “예? 아가씨 옷은 안 갈아입으시구요?”

  “조금 이따가. 오랜만에 동생과 담소 좀 나누고 싶어.”

 

  우리 두 자매는 평소에도 잘 다투고, 잘 화해 하고, 잘 지내는 평범한 자매였기에 타나는 종종걸음으로 멀찍이 떨어져 사라졌다.

 

  “이제 말해봐, 웬 헛소리야?”

  “언니, 나 회귀했어.”

 

  머리가 다시 띵 해졌다. 회귀?

 

  내가 아는 회귀라는 단어에 다른 뜻이 있나?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그럴 리가 없었다.

 

  “거기다 여긴 책 속이야.”

 

  ‘회귀‘에서 잘 버티던 나는 드디어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떨궜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쥬브리아의 낯을 면밀하게 살폈지만, 오히려 쥬브리아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하나씩 말해, 천천히”

 

  찻잔을 집어 든 쥬브리아가 단숨에 홍차를 삼키고 ’후하-, 후하-‘ 하는 심호흡까지 내뱉었다.

 

  “....언니,..나는...”

 

  * * *

 

  쥬브리와의 담소가 끝나고 나는 도서관으로 당장 직행했다.

 

  황궁과 세 공작가를 제외한다면 제일 큰 도서관을 갖고 있는 게 우리 집이었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오늘 쥬브리아와 나눴던 얘기를 토대로 책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회귀, 빙의, 전생.’

 

  내 옆에 책들이 켜켜이 쌓여갔고, 하녀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내가 내주었던 주제에 관련된 책이란 책은 전부 집어왔다.

 

  ‘인간이 회귀하기 위해선 개구리 뒷다리와, 저주받은 천년의 고목나무의...’

 

  응 아니고.

 

  ‘빙의는 귀신이, 생에 미련을 갖고...’

 

  응 아니야.

 

  ‘아, 미치겠네.’

 

  그것도 전생 관련된 책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생은 영혼이랑 관련된 얘기일 텐데 영혼에 관련된 것은 절대적으로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기록을 남겨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 관련된 거라면 아마 신전에 가야 할 텐데, 들어가기에는 엄청난 절차가 필요했다.

 

  그럼 일단 그건 미뤄놓고, 옆에 쌓인 책들부터 살폈다.

 

  아직도 일사불란하게 뛰어다니는 사용인들에게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그만들 가봐.”

  “아가씨 설마 여기서 주무실....생각이시군요.”

 

  타나가 쌓여있는 책들 사이로 나를 열심히 찾다가 이미 담요를 끄집어 덮은 나를 보고 급히 말을 바꿨다.

 

  “응, 타나 나 펜이랑 종이 좀 갖다 줘.”

  “네, 아가씨.”

 

  타나가 펜과 종이를 가지러 간 사이 나는 아까 쥬브리아와 나누었던 대화를 정리했다.

 

  * * *

 

  “언니, 나는 한번 죽었고, 지금이 내 두 번째 삶이야.”

  “한번 죽었다니?”

  “말 그대로야. 황실 기만과, 반역 죄로 우리 집안이 몰살 당했거든.”

  “잠깐, 잠깐,....아! 너 혹시 꿈꾸고 착각하는 거 아니야?”

 

  가능성 있는 말을 겨우 꺼내 물어보았지만 정말 농담이 아닌지 쥬브리아의 표정은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이 덤덤했다.

 

  마치 내가 그렇게 대답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어떠한 표정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꿈?...난 아직도 단두대에 잘린 내 목이, 그 촉감이 이렇게 생생한데?”

 

  찰나의 비친 쓸쓸한 얼굴은 절대 내가 아는 말괄량이 아가씨인 내 동생의 표정이 아니었다.

 

  반짝 빛나는 햇살에 비춰 지는 옅은 금색 머리카락이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흩어졌다.

 

  마치 내가 잘못 봤다는 듯 목을 매만지던 쥬브리아는 다시 내 앞에 바짝 다가왔다.

 

  “나는 이 세계를 책을 통해서 봤어, 그리고 빙의했지.”

  “자, 천천히 하자 쥬브리아. 그러니까. 지금 여기가 책 속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응.”

 

  대한민국?....뭐 어쨌든. 그런 나라에서 태어났고, 책으로 이 이야기를 봤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쥬브리아 베이른 이 되어있었고, 정해진 운명을 비틀어 보고자 발로 뛰고, 노력해 보았으나 바뀐 건 전혀 없었고, 죽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회귀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순서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책을 봤는데 빙의를 하고, 거기서 죽었다가 회귀 까지 했다는 건가?

 

  “좋아, 우선 이해는 했어.”

 

  일단 머리로 이해는 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대목.

 

  “우리 집안이 망한다는 건 무슨 개소....흠. 무슨 말이야?”

 

  머리는 이해해도 몸은 아직 이해를 못 했는지, 혀가 제멋대로 날뛸 뻔 한걸 겨우겨우 집어 삼켰다.

 

  “언니, 아직 내 말 안 믿기지?”

  “널 못 믿는 게 아니야.”

  “알아, 언니라면 적어도 나를 정신병자 취급할 것 같진 않았거든.”

 

  어.....미안.

 

  아까 이미 몇 번이고 정신 이상증세에 대해 생각했던 나는 속으로 사과를 하며 홍차로 인해 말라붙은 머리카락 끝을 손수건으로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충격적인 말을 할 건데 괜찮아?”

 

  쥬브리아가 고개를 슬쩍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아주 살짝 내리깐 눈에서는 걱정이 담겨있었다.

 

  빙의에, 회귀, 거기다 집안이 망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여기서 더 충격적일게 뭐가 있담.

 

  여기선 쥬브리아가 남자라고 고백해도 아주 덤덤하진 않지만, 며칠이 지나면 회복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곧 아버지의 자식이 찾아올 거야.”

 

  아, 내 상상력이 이렇게 부족했구나.

 

  손바닥으로 이마를 퍽 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아버지 자식이라니? 아버지한테 사생아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내가 말하면서도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랬다간 어머니께 후 드려 맞을 텐데, 무슨 배짱으로 그러신 거지?

 

  “....정확하게 말하면, 어머니 만나기 전에 만났던 여자의 아이.”

 

  이어지는 출생의 비밀에, -물론 내 출생은 아니지만- 나는 그냥 기절하고 싶어졌다.

 

  * * *

 

  익숙한 침대 위였다.

 

  푹신푹신한 침구에 땀이 아주 흥건했다.

 

  “루시! 루시!!”

  “예! 아가씨!”

 

  내 다급한 부름에 밖에서 대기하던 루시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 물 한 잔만.”

  “예.”

 

  차분하게 방 밖을 나서는 루시를 보고 나는 얼굴을 매만졌다.

 

  익숙하게 거울을 찾아서 그 앞에 섰다.

 

  아직 땅딸막한 키, 어깨까지 온 옅은 갈색 머리카락.

 

  틀림없이 7살의 나.

 

  그리고 책 속의 조연 쥬브리아 베이른.

 

  나는 스무 살에 단두대에 목이 잘려 죽을 예정이었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본 ‘그녀가 황후가 되는 법’ 의 책 속이 맞다면!

 

  ‘맞다면 은 개뿔!’

 

  난대 없이 기억난 전생에, 여기가 책 속이라는 것까지 떠올랐다.

 

  평민이었던 어머니는, 용병 출신이셨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여자의 몸으로 홀로 살아가기 벅찼던 어머니는 여자임을 숨기고 용병단에 들어가셨다.

 

  그러다가 대륙전쟁에 참여하게 되는데 거기서 황태자의 목숨을 구하고, 황태자는 자신이 황제로 올라서는 그 순간 어머니에게 백작 작위를 쥐여준다.

 

  많은 귀족들이 어떻게 평민을 귀족작위를 줄 수 있냐며 크게 반발했지만, 많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온 어머니께 귀족들은 더 이상 반발하지 못했다.

 

  뭐, 제일 유명했던 아란텔라 전쟁에서 수세에 몰렸던 제국군의 황궁까지 쳐들어온 그들의 왕의 머리를 단숨에 쳐낸 것을 본 이후였지만.

 

  황제의 총애를 받고, 단숨에 백작으로 신분 상승을 한 평민에게 귀족들은 절대 녹록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세력을 크게 부풀렸다.

 

  사업, 물자. 특히 전쟁에서만큼은 어머니를 따라올 자가 아무도 없을 정도로 빠른 시일 내에 쾌거를 이뤄냈다.

 

  그리고 지금의 아버지와 만나 결혼을 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어머니와의 결혼으로 단숨에 신분 상승을 한 아버지의 옛 연인이 베아른 백작 가의 문을 두들겼다.

 

  헤어진 지는 꽤 되었지만, 당신의 아이가 있노라고, 이 아이도 당신의 아이라고.

 

  물론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주변의 만류에도 그 아이를 받아준다.

 

  그리고 그 여자애는 난생처음 느껴본 환대와, 별 천지에 금세 빠져든다.

 

  ‘이름이, 시아나 였던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면 시아나는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 친자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신전에서 교황의 신력이 담긴 물에 피를 떨어트리면 알 수 있었는데, 신전에 들어가는 절차가 까다로워 친자 검사가 생각보다 꽤 미뤄졌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시아나의 엄마는 그 결과를 조작하기에 이른다.

 

  그 방법은 내가 책을 자세하게 읽지 않아서 기억도 안 나고.

 

  ‘아아,....이럴 줄 알았으면 끝까지 읽는 건데! 아니! 자세한 설정만이라도 세세하게 읽는 건데!’

 

  한번 본 책을 잘 기억할 만큼 나는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도 쥐어짜내고 짜내서 나온 건데.

 

  어쨌든 중요한 건, 시아나가 어떻게든 황태자의 약혼녀로 올라서게 되는데, 나중에 아버지와 아무런 관련 없는 평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 집은 ‘황실기만 과 역모.’ 죄로 죄다 몰살 당한다.

 

  평상시 사람을 죽이는 일 따윈 해본 적 없던 아버지는 전쟁에 나섰다가 그대로 사망하셨고, 어머니는 화형을 당한다.

 

  내 하나뿐인 언니는 혀가 잘리고, 같이 감옥에 갇힌 나를 대신해 매일 이어지는 매질에, 거기에 식사도 제때 주지 않아 ‘아사’로 죽게 되고, 나는 단두대에 목이 뎅겅 잘린다.

 

  이렇게 잔인하게 형벌이 이뤄진 것 도 어떻게든 평민이었던 어머니를 인정하지 않았던 노쇠한 몇몇의 귀족들의 물밑작업으로 인해 빠르게 처리되었다.

 

  * * *

 

  “.....그래서.”

 

  쥬브리아의 얘기를 전부 들은 후에 묘하게 기분이 차분해졌다.

 

  나는 내 성격상 테이블이라도 엎을 줄 알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손이 얌전히 있었던 것은 아니고, 테이블 양옆을 붙잡고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지만.

 

  “근데, 나는 기억력도 좋지 않고, 머리도 나빠서 책 내용이 드문드문 기억나더라고.”

 

  목이 점점 떨려왔고, 코가 찡해졌다.

 

  쥬브리아가 이렇게 담담히 얘기하는 그 모습이 이미 자신은 닳고 닳아버려 더는 슬퍼할 눈물조차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바꾸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미래를 바꾸고 싶었지만, 기억나는 건 없었고, 결국 책 내용처럼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는데, 눈떠보니 다시 7살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 얘기를 지금 하는 이유가 뭐야? 어릴 때는...”

  “그때는 아이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하긴, 지금도 쥬브리아가 악몽을 꾼 것 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책에서 읽은 게 아닌 나는 지금 모든 일을 전부 겪고 왔어.”

  “쥬브리아.”

  “어느 정도는 전부 생생하게 기억나.”

 

  쥬브리아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뒷말이 생생하게 들렸다.

 

  ‘언니 도와줘’

 

  하나뿐인 동생의 절절한 눈빛에 내가 할 수 있는 거 라곤 울지 않는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는 것뿐이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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