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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노케의 힘
작가 : 이타카
작품등록일 : 2020.9.11

악의(惡意)의 시대에 맞선 기석과 마리. 아노케의 힘으로 거대 악(惡)을 넘어설 수 있을까.

 
# 2.부 악(惡)의 기운 - 2. 잠적
작성일 : 20-09-18 07:48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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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가 꺼지듯 사라졌다가 잠시 후 안개가 모이듯 형체를 만들며 나타났다. 마리의 표정에는 긴장이 담겨있었다. 갑작스러운 마리의 변화에 흠칫하고 있을 때, 마리의 목소리가 뇌리에서 울렸다.

 

 “암살자는 저기 왼쪽에 짓고 있는 빌딩 21층에 있어요. 저격용 총을 가지고요.”

 

 왼쪽에 짓는 빌딩은 철골구조를 다 올리고, 유리창을 부착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대략 절반정도는 공사가 끝났고, 21층은 아직 유리창이 달려 있지 않았다. 건물과 내가 있는 산책로 사이에 방패를 삼을 만한 구조물이라고는 100미터쯤 앞에 있는 다리였다. 온힘을 다해 냅다 뛰어갔다.

 

 “숙여요!”

 

 상체를 앞으로 꼬꾸라지듯 내밀어 자세를 낮추었다. 쿵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머리위로 가르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다음번까지 암살범이 실수를 할 것 같지 않았다. 왼쪽에 흐르는 개울물로 뛰어들면 얼추 저격총의 사각으로 들어설 것 같았다. 점프를 하듯 뛰어내려다. 한순간에 무릎까지 물이 차올라 오고, 미끄덩 뒤로 넘어졌다. 머리가 물에 잠기면서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왔다. 컥컥. 그렇다고 머리를 들 수는 없었다. 대중목욕탕 탕 속에서 바닥을 집고 헤엄치듯 다리 쪽으로 쉼 없이 움직였다. 위쪽 산책로에서는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상체를 조금 세우자 쿵 소리가 들리고, 어깨에 충격과 함께 통증이 몰려왔다. 그 순간 다리 밑으로 들어섰다. 총알이 관통한 건지 스친 것인지 어깨는 피로 물들었다. 그제야 낌새를 알아챈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흘리는 피의 양이 많은 것 같았다. 응급조치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도 갔고. 하지만 암살자가 아직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울려왔다. 그러자 주변에 서성거리는 죽은자들의 얼굴 방향이 저마다의 관심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리의 안색에서도 긴장이 사라졌다.

 

 “미니밴 같은 것이 와서 덴키라의 암살범을 태우고 사라졌어요. 기석 씨 운이 좋았네요. 덴키라의 암살범을 피하고.”

 

 가슴이 쿵쾅대고 관자놀이가 펄떡댔다. 상의의 절반은 피로 물든 것 같고. 정신이 흐릿해졌다. 얼마가 지나자 구급대원이 몰려와서 나를 응급차에 태웠다. 경찰의 모습도 보였다.

 

 병원까지 따라온 경찰에게 암살범에게 저격당했다는 말을 했으나, 믿으려 하지 않았다. 마치 첩보영화에 미친사람을 보는 눈초리였다. 그러나 내 상처가 총으로 생긴 상처라는 의사의 증언에 맞추어 사건현장에서 총알이 발견되고, 건물에 버려진 총도 발견되면서 경찰의 뒷북수사가 시작됐다. 팔에 생긴 총상은 다행히 가벼운 거였다. 총알이 스친 자국이 깊어 흉터가 남겠지만. 그 외에는 약간의 타박상이 전부였다.

 

 나는 다시금 유명인사 목록에 들어섰다. 신문과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러 몰려왔다. 상황을 고려한 병원에서는 한쪽 침대가 빈 2인실을 배정해주었다. 경찰은 24시간 감시체계에 들어서고. 국정원 직원이 왔다. 온몸에 온통 샛노란 아지랑이를 피우면서 질문을 해댔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믿기 보다는 의심할 기세. 어떻게 암살범이 내가 사는 곳을 알았냐는 말도 안되는 질문이 첫 번째 물음이었다. 언론에서 그리 떠들어 댔으니, 인터넷만 켤 수 있다면 바보라도 내 위치를 알거라고 대꾸했다. 혹시 짐작 가는 것이 없냐는 질문에는 아프리카 테러리스트가 뒤 쫓아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비밀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아는 게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나는 본 시리즈의 맷데이먼 정도의 인물이 되었다.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테러리스트에게 탈출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고. 아프리카에서 이 멀고 먼 한국까지 쫓아올 정도라면 엄청난 암살범일 텐데, 그의 저격에서 살아남는 능력자였다고. 어쩌면 이 기석이란 사람은 암살범을 물리치고 정의를 구현할지도 모른다고.

 

 지숙과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병원에 들어 누워 경찰의 보호를 받으니, 검은 피부의 덴케라 암살자가 접근할 수는 없을 거고. 그러면 가족을 인질로 협박할 수도 있는 거였다. 경찰에게 가족의 보호를 부탁했다. 경찰은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답답한 답을 내놓았다. 내가 필요한 건 경찰이 계속 지숙과 아이 옆에 붙어 있는 것인데. 내 마음을 알아챈 마리가 입을 열었다.

 

 “덴케라의 암살자는 명예가 있는 전사에요. 가족을 위협하는 일은 안하죠. 저들끼리 만들어낸 정당한 방법으로 사람을 암살해요. 그러지 않는다면 죽은 뒤 영혼의 안식처인 크라(Kra)로 들어가지 못하고 악령이 된다고 믿고 있죠.”

 

 동양에서와 같은 윤회설을 굳게 믿는 서아프리카 사람들이라면 그럴 만도 했다. UN에 연락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니, 병으로 인한 장기휴직 처리를 해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지에서 납치되고, 이어 테러리스트에게 쫓기는 직원을 그냥 내팽개치는 곳은 아니었다. 애들 학비며 생활비 걱정은 덜하게 됐다. 그리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대략 한 달간 병원에서 치료 겸 보호를 받고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지숙도 상황을 상세하게 알아야 되었다. 그래야 오해 없이 일을 풀어갈 수 있고, 아이들의 안전도 지킬 수 있으므로. 라디오를 켜고 볼륨을 높여 혹시나 모를 국정원의 도청에 대비했다. 지숙과 가까이 마주보고는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털어 놓았다. 그리고 내가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 당신은 지금 위험한 상태인거고. 당신하고 같이 있게 되면 애들도 위험에 노출되는 거네.”

 

 “그런 셈인거지.”

 

 “아프리카에서 돌아 온지 몇 달 안 되었는데, 또 떨어지는 거네.”

 

 지숙의 몸에서는 오렌지색 아지랑이가 올라왔다.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 하고. 하지만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라질 준비를 하기로 했다. 경찰도 국정원도 모르게 말이다. 그냥 느낌으로, 두곳다 신뢰가 가지 않았다. 아노케의 힘을 그들이 눈치채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현금을 찼고, 한 동안 거쳐한 곳을 알아보고, 대포폰도 구입했다. 마지막으로 목적지까지 비밀리에 갈 방법을 준비했다. 매일 몸을 만들고 자전거를 탔다.

 

 여느 때처럼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미리 알아둔 CCTV가 없는 지역까지 갔다. 거기에는 처조카가 빌린 렌트카가 서 있었다. 차를 타고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다음, 대전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약속한 장소에 주차시키고 나와 강릉행 버스표를 샀다. 목적지는 주문진에 위치한 펜션이었다.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마리와 마주 앉았다. 아노케의 힘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가능하다면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았다. 그리고 증발하듯 꺼진 후 다시 나타난 마리의 능력에 대해서도 알아둬야겠고.

 

 “사실, 내가 죽었다는 것도 실감이 안나요. 하얗게 빛이 나오는 문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거대한 힘이 나는 잡아채서 당신 앞으로 보낸거에요. 그때 당신은 내가 가리켜준 방향과는 반대로 가고 있더군요. 아마도 아노케의 힘이 작용해서 나를 길잡이로 쓴거가 아닌가 싶어요. 그게 계속 이어지는 거고.”

 

 “그렇군. 그럼 마리 당신모습이 처음에는 희끗한 형체였다가 점점 결혼식 때의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혹시 그 이유는 알어?”

 

 “마찬가지에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난 당신의 의지로 그리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당신 주변에서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그럴 수 없어요. 아빠를 보러 아프리카로 가려해도 일정거리를 못 벗어나요. 당신한테 묶여 있는 것처럼. 아마도 크라(Kra)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 못했으니 사후세계의 법칙을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아노케의 힘에 대해선.”

 

 “그것도 전설로 내려오는 것 이외는 잘 몰라요.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다만 아노케가 남긴 스툴과 칼이 있으면, 아노케의 온전한 힘을 다 발휘할거란 생각은 들어요.”

 

 “지난번에 말했던 황금스툴인가 하는 거.”

 

 “예 맞아요. 덴케라의 공격을 받아 거의 멸망지경에 이르렀던 아산티를 서 아프리카의 패자로 만든 힘이죠. 그래서 아빠와 삼촌이 그 힘을 되살리고자 아노케의 힘을 이을 만한 사람을 찼아다녔던 거에요.”

 

 “그렇군, 얼마나 찾아 다닌 거야?”

 

 “3년 간이였어요. 처음에는 약을 먹은 사람들이 독한 기운을 못 이겨 죽었죠. 하지만 응급처치 방법을 알아내서요. 그 이후로는 약간의 부작용은 있지만 다들 회복했어요.”

 

 “부작용?”

 

 “사고력이 떨어져요. 약이 뇌에 작용하다 보니.”

 

 “그럼 피터도 사고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는 건가?”

 

 “아마도요.”

 

 독약에 가까운 약이었다. 사람을 죽이거나 바보로 만드는. 그런걸 아노케의 힘을 되찾겠다는 명분으로 사람들에게 먹이고 다녔다니. 그것도 3년간이나. 미친 테러리스트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리는 자신의 일이 정당하다고 믿고 있었다. 광신도가 떠올랐다. 아산티 역시 덴케라와 마찬가지인 집단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산티가 만약 적이 된다면. 결국 마리는 나에게 동아줄과 같은 존재란 것인가. 사후의 세계를 믿는 아산티에게 마리의 존재가 통할 테니.

 

 여하튼 마리에게서 아노케의 힘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스스로 찾아야 내는 방법이외에는 수가 없었다. 주문진 펜션에 자리잡고 나자마자 죽은자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마리는 죽은 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죽은자들이 항상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 이유가 없었다. 금 사부가 떠올랐다. 그 양반이라면 실마리를 주지 않을까. 그렇지만 연락을 하려면 내 위치가 노출 될 테고. 조금 더 아노케의 힘을 연구해본 다음에 정 방법이 없으면 연락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덴케라의 암살자는 어떻게 한국으로 들어왔을까. 세네갈 같이 상호 비자면제를 해주는 아프리카 나라를 통해서일까. 아니면, 외교관 신분으로 당당히 들어왔을까. 전자라면 한국에 오래 머물기에 부담이 될 터이고, 후자라면 나를 죽일 때까지 돌아가지 않을 터였다. 결국 최대한 아노케의 힘을 알아내는 수밖에. 정말 아산티를 위기에서 구해내, 서아프리카의 위대한 제국으로 만들어 준 힘이라면, 암살자 몇이야 일도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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