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럴 때 쓰라고 우리 선조들이 이런 멋들어진 말을 남기신건가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리라는 우리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 한다’더니 1학년 때 선생님보다 오히려 훨씬 못한 선생님이 오시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도 1학년 때 선생님은 눈이 나쁜 건지 실력이 없는 건지 아직도 의문-한문을 칠판에 쓰실 때마다 몇 번을 책을 들여다보면서 쓰심-이고, 또한 수업이 어떻게 되든 말든 오로지 하나의 관심사-자신이 마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느냐-밖에 없는 분이시긴 했지만 크게 우리를 힘들게 하지는 않으셨는데~~
이 선생님은 말끝마다 “뭐 없냐?”에, 집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 그렇게 되신 건지, 아니면 어디서 뭔 일을 하다가 그렇게 되신 건지 알 수 없지만 얼굴에 뭔가 상처가 난 것 같은 날에는 여지없이 뭐든 꼬투리를 잡아 체벌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그런 날에는 무지막지한 양의 숙제를 내주시기까지... 흐흑 아직도 그 때만 생각하면 눈물이ㅠㅠ
그래도 가끔씩 기분이 좋아 보이는 날에는 옛 생각이 나시는지 노래도 직접 부르시고, 더 흥이 나시면 학생 중 한 명을 불러 일으켜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신청해 부르게 하시곤 했습니다. 저도 종종 그의 부름을 받아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제목은 잘 모르겠고 ‘나 혼자만이 그대를 알고 싶소~’로 시작하는 노랜데 ‘맨 날 이 노래만 불러서 아직도 혼자인가? 그 선생님의 저주로...’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친구들과 만나면 농으로 하기도 합니다.ㅎㅎ
얘기를 되돌려 그러던 어느 날 그 놈의 양 타령이 계속되자 우리도 이렇게만 하지 말고 방법을 달리해 보자고 의견을 모아 ‘넥타’ 대신 ‘요구르트 50개’를 사서 주전자에 따라 컵과 함께 교탁 위에 올려놓았는데(이것은 미친 짓이라고 노여움만 산다고 그렇게 말렸건만), 아니나 다를까 이 꼴을 보시자말자(추측건대 벌써 다른 반에서 시도해 본 것임) 꼭지가 돌아 “야! 이 새끼들아! 내가 개야? 돼지야?”하시며 예의 그 항상 가지고 다니는 몽둥이로 반장부터 때리려 하자 이를 보다 못한 1년 꾸려 우리보다 한 살 많은 독고 다이 우리 반 짱이 “쌤~! 거 너무 하시는 거 아입니꺼?”라고 하면서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자 이 인간 더 열이 받아 “이 새끼가 감히 선생한테 대들어!”하며 몽둥이로 내려치려 하자 이 친구 그 몽둥이를 맨손으로 낚아채며 “쌤이 쌤인교? 씨발!”합니다.
사태는 이제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마침내 교무주임 선생님이 이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올라오셔서 모두를 진정시킨 후 두 사람을 데리고 교무실로 가셨습니다. 그 후로 그는 학교에서 자취를 감췄는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다른 학교로 옮겨서 그 짓을 계속한다는 얘기도 있고 선생을 그만 두고 술집하다 망했다는 소문도 있고 뭐 그랬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들은 선생 복도 없는 걸까요? 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