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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작가 : 그린기린
작품등록일 : 2020.9.16

시공간과 인종, 성별을 넘어 사랑을 다루는 불로의 존재, '에로스'
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아프로디테의 학교는 운명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에로스'는 파트너를 지어 임하는데, 우리 이 임무 잘 해낼 수 있을까?

"에로스는 절대 사랑에 빠져선 안돼. 노화와 죽음을 알게 될거야."

납화살과 금화살. 납총알과 금총알.
무엇이 저주이고 무엇이 축복이며 그 누가 먼저 된 신인가.
사랑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밤은 아직 멀었는데.
작성일 : 20-09-17 23:23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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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오늘은 수업이 없다 했지? 짝꿍의식 때문에 그런가."

 

 "응. 그런가봐."

 

 모두가 강당을 떠나고 우리도 기숙사의 방에 도착하였다.

 

 익숙한 향이 풍기자 맥이 풀렸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그래, 밀테. 무슨 일 있는 것 마냥?"

 

 "세미, 분명 아프로디테는 날 미워하는 걸 거야."

 

 세미는 흘러내린 내 옆머리를 넘기며 되물었다.

 

 "또 그 소리?"

 

 "그래.."

 

 세미는 나의 소중한 친구이지만 아직 내 비밀을 말할 수 없었다. 우리 부모님의 사건이 이 어린 에로스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또 어떤 파급을 일으킬지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세미의 둥근 눈을 보고있노라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 아이를 아끼는 것 만큼 나는 감내해야 했다.

 

 또, 내 출생비밀이 누설될 경우 아프로디테가 어떤 행색을 할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네 부모의 일은 다른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는 걸로 해.'

 

 '..왜요?'

 

 '왜? 지금 왜라고 물은 건가?'

 

 '네. 우리 부모님은.'

 

 '이곳에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 채로 자란 것과 마찬가지야. 그런데 너가 그 애들 앞에서 우리 부모님은 어쩌고 저쩌고 잡소리를 늘어놓으면 그 애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

 

 '알겠니? 또 네 부모의 일은 그리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잖니?'

 

 지금 생각해봐도 아프로디테와의 첫만남은 엉망진창이었지.

 

 그녀가 나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은 세 살배기 어린애가 봐도 알 수 있는 태도였다.

 

 첫만남때부터 나는 미움을 받고 있던거구나.

 

 처음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게 나름 위로가 되는것도 같다.

 

 차피 이런 생애다.

 

 너는 미워해라 나는 간다.

 

 라고 쿨하게 말하고 싶지만, 이번 생은 영원이다. 불로불사.

 

 그렇다고 기약없이 사랑에 빠지기는 싫다.

 

 이왕 불로의 몸인데,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갑작스러운 번뇌에 휩싸였다.

 

 "세미..짝은 꼭 필요한걸까?"

 

 "그렇지. 잠입임무가 있으니까."

 

 "혼자 못하나.."

 

 "혼자?? 우리가 아무리 중성적이라 하지만 생식기는 염색체 그대로다. 정신 차려. 친구."

 

 "왜인지 불안해 미쳐버릴 것 같아. 이건 분명 내 직감이 말해주는거야."

 

 나는 아프로디테의 눈빛에 얻어맞아 외상이라도 당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세미는 그런 내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왜, 그 쓰레기 놈이랑 짝이 될까봐 그래?"

 

 "아니."

 

 "아니면 그 사탕에 미친놈이랑 될까봐?"

 

 "아니"

 

 "아, 다 아니래니. 그럼 걱정 없는 거 잖아?"

 

 세미가 내 옆에 나란히 눕는다. 시원한 참나무 향이 끼쳤다.

 

 "나는 네 파트너가 될 수 없으니까. 밀테의 불안을 없애주지 못할거야."

 

 "..너는 안 불안해?" 

 

 "불안해. 하지만 밀테, 너도 내 파트너가 될 수 없으니까. 내 불안을 덜 수 없겠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세미의 버릇이다. 정곡을 찌르고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것. 그런 버릇이 좋게 흐를 때도 있었고 나쁘게 흐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쁜 경우인 것 같다.

 

 세미의 눈동자가 어둡게 그늘 아래로 가라앉았다.

 

 "세미! 나, 훈련장 좀 다녀올래."

 

 "또? 우리는 사격수가 아닌 건 알지?"

 

 "알아."

 

 나는 몸을 일으켰다. 세미는 베개를 끌어안았다.

 

 "잘 갔다와. 나는 밤까지 자야겠어. 불안해. 불안해 미쳐버릴 것 같거든!"

 

 세미는 전에 내 말을 장난스럽게 따라했다. 나는  그녀 얼굴에 이불을 던졌다. 그녀는 꺄르륵 웃다, 갑자기 잠들었다.

 

 이상한 학교에서 가장 괴짜다. 보면 볼수록 괴짜다.

 

 '이 정도면 거의 기면증 아닌가?'

 

 나는 머리를 대는 순간 잠에 드는 신기한 그녀의 기행을 잠시 관찰하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나갔다.

 

 -

 

 탕! 탕!

 

 '역시 이럴 때는 총만한게 없지!'

 

 고등과정에 들어가는 고학년에게는 상시 열려있는 사격장과 궁도장이 마련되어 있다.

 

 오늘 밤, 짝을 정하면서 각자에게 고유무기도 부여될 것이다.

 

 원하는 모델의 총 하나와 궁 하나.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물론 임무에 들어가는 시대별로 무기는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으나

 

 내 소유의 무기가 생기는 건 또 다른 의미이다.

 

 내 능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내 수족이 생긴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아프로디테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열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탕! 탕!

 

 아무도 없는 사격장에 파열음이 크게 울리고, 앞에 서있던 아름다운 마네킹의 가슴은 너절해졌다. 사람도 황금(사랑)이든 납(미움)이든 맞으면 저리 되는 것일까. 한방에 저렇게 무상하니 너덜너덜하게 변할까. 변할 수 있을까?

 

 앞으로 총으로 사람을 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아득했다.

 

 앞으로 내 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관계를 좌지우지 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가슴문을 열고 닫을 것인가.

 

 탕!

 

 정신을 흐트려뜨리자 금세 한 발이 빗나갔다.

 

 아프로디테는 우리에게 늘 그렇게 교육했다. 

 

 에로스는 절대 연사되는 총기를 가질 수 없으며

 

 한 방을 귀히 여기고 절대 낭비하지 말라고.

 

 이것은 우리의 사랑이 단 한 방의 한 순간임을 공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인정 못할 허무함에 항변한 적도 있었다.

 

 '두 발의 총을 쏘면 안되는 이유는요? 사랑이 오래될 수록 우리의 임무가치가 높아지는 거 아닌가요.'

 

 아프로디테는 내 말을 궤변으로 여기며 단숨에 일축했다.

 

 '모닥불의 사랑이든, 촛불의 사랑이든. 에로스는 불을 붙일 뿐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일을 간섭해선 안되죠. 어떤 길이의 사랑이든 사랑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를 둘러싼 학우들의 비웃음이 있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탄환을 맞은 자리는 당연히 아문다.

 

 사랑에 빠진 자는 고통에 익숙해지고 상처가 아문 만큼 상대를 떠나갈 수 밖에 없다.

 

 물론 평생의 배필이 맺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거의 반절의 결과가 이렇다면 에로스들은 결국 이별을 위해 반절의 총과 화살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물음을 낼 수 없었다.

 

 나는 학우에게 있어 감히 늦게 들어온 편입생이었고

 

 아프로디테에게는 저주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눈엣가시였으므로.

 

 이질적인 존재와 물음을 향한 비웃음과 멸시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저 이질적인 존재와 물음이 묻히고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었다.

 

 -

 

 "어우 편입생 있었네?"

 

 아, 세미가 말하던 그 쓰레기놈 '시클라멘'이 들어왔다. 나는 무시하고 앞에 놓인 마네킹의 집중했다.

 

 "무시하네? 성적이 아니라 귀도 나쁜가봐?"

 

 굳이 말하긴 싫지만,  시클라멘은 키도 훤칠하니 얼굴도 뽀얗고 이쁘장한 편이다. 곱슬머리는 그야말로 에로스의 귀감이 여기있다 하는 수준으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껄렁거리다 못해 얼굴을 한대 후려치고 싶게 하는 고약한 성격이 그의 엄청난 흠이었다.

 

 저런 잘생긴 얼굴로 매를 부를 수 있다니. 참 흔치 않은 일을 이 새끼는 해낸다. 정말 난놈이다.

 

 내가 처음 편입했을 때, 꽃에 물을 준다며 내게 물을 부으며 조롱했던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유치하다 못해 어이가 "오늘은 수업이 없다 했지? 짝꿍의식 때문에 그런가."

 

 "응. 그런가봐."

 

 모두가 강당을 떠나고 우리도 기숙사의 방에 도착하였다.

 

 익숙한 향이 풍기자 맥이 풀렸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그래, 밀테. 무슨 일 있는 것 마냥?"

 

 "세미, 분명 아프로디테는 날 미워하는 걸 거야."

 

 세미는 흘러내린 내 옆머리를 넘기며 되물었다.

 

 "또 그 소리?"

 

 "그래.."

 

 세미는 나의 소중한 친구이지만 아직 내 비밀을 말할 수 없었다. 우리 부모님의 사건이 이 어린 에로스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또 어떤 파급을 일으킬지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세미의 둥근 눈을 보고있노라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 아이를 아끼는 것 만큼 나는 감내해야 했다.

 

 또, 내 출생비밀이 누설될 경우 아프로디테가 어떤 행색을 할지 가늠도 안가는 것이다.

 

 '네 부모의 일은 다른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는 걸로 해.'

 

 '..왜요?'

 

 '왜? 지금 왜라고 물은 건가?'

 

 '네. 우리 부모님은.'

 

 '이곳에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 채로 자란 것과 마찬가지야. 그런데 너가 그 애들 앞에서 우리 부모님은 어쩌고 저쩌고 잡소리를 늘어놓으면 그 애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

 

 '알겠니? 또 네 부모의 일은 그리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잖니.'

 

 지금 생각해봐도 아프로디테와의 첫만남은 엉망진창이었지.

 

 그녀가 나를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사실은 세살배기 어린애가 봐도 알 수 있는 태도였다.

 

 첫만남때부터 나는 미움을 받고 있던거구나.

 

 처음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게 나름 위로가 되는것도 같다.

 

 차피 이런 생애다.

 

 너는 미워해라 나는 간다.

 

 라고 쿨하게 말하고 싶지만, 이번 생은 영원이다. 불로불사.

 

 그렇다고 기약없이 사랑에 빠지기는 싫다.

 

 이왕 불로의 몸인데,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갑작스러운 번뇌에 휩싸였다.

 

 "세미..짝은 꼭 필요한걸까?"

 

 "그렇지. 잠입임무가 있으니까."

 

 "혼자 못하나.."

 

 "혼자?? 우리가 아무리 중성적이라 하지만 생식기는 염색체 그대로다. 정신 차려. 친구."

 

 "왜인지 불안해 미쳐버릴 것 같아. 이건 분명 내 직감이 말해주는거야."

 

 나는 아프로디테의 눈빛에 얻어맞아 외상이라도 당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세미는 그런 내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왜, 그 쓰레기 놈이랑 짝이 될까봐 그래?"

 

 "아니."

 

 "아니면 그 사탕에 미친놈이랑 될까봐?"

 

 "아니"

 

 "아, 다 아니래니. 그럼 걱정 없는 거 잖아?"

 

 세미가 내 옆에 나란히 눕는다. 시원한 참나무 향이 끼쳤다.

 

 "나는 네 파트너가 될 수 없으니까. 밀테의 불안을 없애주지 못할거야."

 

 "..너는 안 불안해?" 

 

 "불안해. 하지만 밀테, 너도 내 파트너가 될 수 없으니까. 내 불안을 덜 수 없겠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세미의 버릇이다. 정곡을 찌르고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것. 그런 버릇이 좋게 흐를 때도 있었고 나쁘게 흐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쁜 경우인 것 같다.

 

 "세미! 나, 훈련장 좀 다녀올래."

 

 "또? 우리는 사격수가 아닌 건 알지?"

 

 "알아."

 

 나는 몸을 일으켰다. 세미는 베개를 끌어안았다.

 

 "잘 갔다와. 나는 밤까지 자야겠어. 불안해. 불안해 미쳐버릴 것 같거든!"

 

 세미는 전에 내 말을 장난스럽게 따라했다. 나는  그녀 얼굴에 이불을 던졌다. 그녀는 꺄르륵 웃다, 급속도로 잠들었다.

 

 이상한 학교에 가장 괴짜다. 보면 볼수록 괴짜다.

 

 나는 머리를 대는 순간 잠에 드는 그녀를 잠시 관찰하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나갔다.

 

 -

 

 탕! 탕!

 

 '역시 이럴 때는 총만한게 없지!'

 

 고등과정에 들어가는 고학년에게는 상시 열려있는 사격장과 궁도장이 마련되어 있다.

 

 오늘 밤, 짝을 정하면서 각자에게 고유무기도 부여될 것이다.

 

 원하는 모델의 총 하나와 궁 하나.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물론 임무에 들어가는 시대별로 무기는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으나

 

 내 소유의 무기가 생기는 건 또 다른 의미이다.

 

 내 능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내 수족이 생긴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탕! 탕!

 

 아무도 없는 사격장에 파열음이 크게 울리고, 앞에 서있던 마네킹의 가슴은 너절해졌다. 사람도 황금(사랑)이든 납(미움)이든 맞으면 저리 되는 것일까.

 

 이 총으로 사람을 쏠 생각을 하니 앞이 아득하다.

 

 앞으로 내 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관계를 좌지우지 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가슴문을 열고 닫을 것인가.

 

 탕!

 

 한 발이 빗나갔다.

 

 아프로디테는 우리에게 늘 그리 교육했다. 

 

 에로스는 절대 연사되는 총기를 가질 수 없다고.

 

 한 방을 귀히 여기고 절대 낭비하지 말라고.

 

 이것은 우리의 사랑이 단 한 방의 한 순간임을 공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허무함에 항변한 적도 있었다.

 

 '두 발의 총을 쏘면 안되는 이유는요? 사랑이 오래될 수록 우리의 임무가치가 높아지는 거 아닌가요.'

 

 아프로디테는 내 말을 궤변으로 여겼다.

 

 '모닥불의 사랑이든, 촛불의 사랑이든. 에로스는 불을 붙일 뿐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일을 간섭해선 안돼죠. 어떤 길이의 사랑이든 사랑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를 둘러싼 학우들의 비웃음이 있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탄환을 맞은 자리는 당연히 아문다.

 

 사랑에 빠진 자는 고통에 익숙해지고 상처가 아문 만큼 상대를 떠나간다.

 

 물론 평생의 배필이 맺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거의 반절의 결과가 이렇다면 에로스들은 이별을 위해 반절의 총과 화살을 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물음을 낼 수 없었다.

 

 나는 학우에게 있어 감히 늦게 들어온 편입생이었고

 

 아프로디테에게는 저주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눈엣가시였으므로.

 

 -

 

 "어우 편입생 있었네?"

 

 아, 세미가 말하던 그 쓰레기놈 '시클라멘'이 들어왔다. 나는 무시하고 앞에 놓인 마네킹의 집중했다.

 

 "무시하네? 성적이 아니라 귀도 나쁜가봐?"

 

 껄렁거리다 못해 얼굴을 한대 후려치고 싶게 하는 고약한 성격이다.

 

 저런 잘생긴 얼굴로 매를 부른다니. 참 흔치 않은 일을 이 새끼는 해낸다.

 

 정말 난놈이다.

 

 내가 처음 편입했을 때, 꽃에 물을 준다며 내게 물을 부으며 조롱했던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유치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후로 나는 에로스에 대한 반감이 올라갔다.

 

 에로스는 얼굴의 반반함과 재수가 반비례한다는 진리를 몸소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였지. 암.

 

 나는 치기 어린 마음과 눈에는 눈 정신으로 그 새끼를 바로 때려눕혔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과정에서 당시 아직 친하지 않던 세미를 건들이고 함께 뒤엉켜서는 계단에서 함께 굴렀던 것이다.

 

 세 사람은 원처럼 뭉쳐 계단을 아주 잘 굴러갔다. 데굴데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미친놈이 우리를 보고 시시포스라며 개그를 치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우리 세명이 얼마나 완벽한 원을 만들었는진 몰라도 다행히 부상자 없이 싸움은 해체되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세미라는 괴짜친구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놈을 마마보이라 칭할 수 있는 명예도 얻게되었다.

 

 그것은 싸운 뒤에 우리가 아프로디테 앞에 소환되었을 때 일이다.

 

 '인성에 문제 있어?'

 

 '아니요~'

 

 나는 애시당초 아프로디테에게 기대한 것이 없었으므로 패기 넘치는 얼굴로 그녀의 훈계에 답했지만, 그 새끼는 끝까지 답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영양가 없는 잔소리의 폭격을 맞은 후, 벌로 손을 들고 복도에 서있게 됐는데.

 

 아 애타는 마마보이여,

 

 유난히 조용한 놈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던 게 아닌가.

 

 삐져나온 웃음을 참지못하니 나중에는 내 손을 자꾸 때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찌질함에 화가 치밀어오르고 잘못된 외형 활용에 분을 이길 수 없어 블만이 있으면 말로 하라며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질질 짜는 자식의 대답은 즉슨.

 

 '너 때문에 어머니한테 미움받았잖아!' 였다.

 

 그 자식이 어찌나 아프로디테를 사랑하는지.

 

 그 후로 내게 물리적으로 공격한 적이 없었다.

 

 말로 살살 사람을 건드릴 뿐이었다.

 

 때론 그 사랑이 참 애틋하고 간절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이 눈물 겨운 순애보새끼. 그래서 나는 그 후로 그 애한테 나름 잘 해주려고 노력해왔다. 그 놈이 무슨 말을 하든 먼저 때리지 않으려 했다. 최대한 무시로 일관하였다.

 

 무엇보다도 너무 안쓰럽지 않은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에로스라니.

 

 -

 

 "야! 편입생!"

 

 고약한 성질의 마마보이는 이제 내 귀에 대고 소리를 버럭댄다. 무시하자. 그래도 이 자식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하나 뿐인 친구 세미를 얻었으니까.

 

 내가 계속 제 쪽을 보지 않자, 골통이 났는지

 

 내 어깨를 잡아 제 쪽으로 돌리었다.

 

 강한 압력에 짜증이 치밀었다. 나는 그 손을 소리나게 쳐내었다.

 

 "오늘 밤의 일이 일인만쿰, 서로 예민한데 건들지 말자. 응?"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자식은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의기양양한 얼굴을 지었다.

 

 '불안해.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아.'

 

 세미의 목소리와 내 목소리가 합쳐져 환청처럼 들렸다.

 

 "너, 부모님이 타락한 에로스라며" 

 

 밤이 오기에는 아직 멀었다.

 

 부모님의 이야기가 하필 시클라멘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속에서 감정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입을 열면 모든 것들이 쏟아져나올 것 같아서 나는 냄비의 두껑을 덮듯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긴 감정은 가려질 수 없었다. 먼저 얼굴이 화끈거렸다.

 

 "누가 그래."

 

 "어머니가."

 

 아프로디테가 말했다고? 무슨 저의로?

 

 나는 주머니 속애 든 부모님의 유품을 손에 쥐었다.

 

 "사랑을 이기지 못하는 에로스는 징그러운 탐욕의 현신일 뿐이지"

 

 "닥쳐!"

 

 은색으로 빛나는 화살촉,

 

 서로를 사랑하고 나를 아끼던 부모님의 소중한 유품.

 

 이제는 시클라멘의 가슴팍에 박힌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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