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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작가 : 그린기린
작품등록일 : 2020.9.16

시공간과 인종, 성별을 넘어 사랑을 다루는 불로의 존재, '에로스'
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아프로디테의 학교는 운명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에로스'는 파트너를 지어 임하는데, 우리 이 임무 잘 해낼 수 있을까?

"에로스는 절대 사랑에 빠져선 안돼. 노화와 죽음을 알게 될거야."

납화살과 금화살. 납총알과 금총알.
무엇이 저주이고 무엇이 축복이며 그 누가 먼저 된 신인가.
사랑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에로스학교에는 에로스가 있다.
작성일 : 20-09-17 20:50     조회 : 419     추천 : 0     분량 : 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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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로의 존재들이 모여 총기와 화살이 자유롭게 통용되는 학교.

 

 여기 '에로스 학교'는 아프로디테가 창립한 학교로써

 

 시공간을 초월하며 인종성별을 너머 사랑의 관계를 맺어주는 성스러운 임무를 위해 '에로스'를 한데 모아 교육하는 곳이다.

 

 에로스와 아프로디테는 혼돈의 이후 부터 하나로 이어져있는 존재였다.

 

 (여기서 혼돈과 혼돈 이전의 일은 당연한 기밀처럼 여겨진다. 그것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에로스 사이의 불문율이다.)

 

 본래 에로스는 전지전능과 불로불사의 신이였으나 모종의 연유로 에로스는 세상으로 타락하였고 사람 사이에 심어졌다 한다. 

 

 이렇게 사람에게서 태어나게 된 '에로스'들은 신의 조건 중 하나인 '불사'는 이루지 못하고 다만 늙지 않는 '불로'의 존재로 퇴화하게 된다.

 

 죽을 때까지 성을 모르는 소년소녀의 외양을 유지하는 그들은 사람 사이에서 괴물취급 받기 쉽상이었다.

 

 이에 아프로디테는 연민을 품고 한날한시에 태어난 각처의 에로스들을 모두 제 양자로 거둬들였다.

 

 그렇게 '불로의 에로스'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불사'를 허락하는 '아프로디테'.

 

 그녀는 '에로스학교'를 세우고 자신의 '에로스'들에게 에로스다운 '임무'와 '직책'을 부여하고 교육하며 그들을 돌보아 지켜주게 된다.

 

 에로스들은 그런 아프로디테를 평소엔 어머니라 칭하며 수업 시간에는 교장이라 칭한다.

 

 말하자면, 이곳은 선택받은 에로스들이 아프로디테의 보호 아래 모인 보육원이자 학교이며 직장이라는 소리이다.

 

 우선 제도는 이러하다.

 

 갓난아이때부터 12살까지의 언어와 기본역사를 교육받고

 

 13살부터 시작하는 에로스로써의 임무교육으로 다시 6년을 채운다.

 

 사실상, 임무교육 6학년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파트너를 정해 임무를 나가기 시작한다.

 

 배우는 양에 비해 시간이 부족하다 말하나, 에로스는 본래 신이다.

 

 지식과 지혜를 굴리는 법을 알기 때문에 19년이면 남을 만큼 충분하다.

 

 불로의 존재에게 시간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 거기다 그들은 어머니 아프로디테에게 얻은 불사의 힘까지 얻었다.

 

 아름다움과 불로불사의 힘, 고귀한 사명의식까지 지닌

 

 에로스들은 끝없이 특권의식을 드높였으며 기품을 뽐내기 정신이 없는 편이다.

 

 아프로디테로부터 제 이름을 부여 받고

 

 불사의 힘과 그에 맞는 무기와 교육을 받고

 

 그녀가 내려준 임무를 성취하고

 

 성실히 살고있는 그들에게 부족한 점은 한 톨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에로스' 에게는 그들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이 학교의 모토이자 교훈이며 모든 규칙을 이루는 근간이었다.

 

 시간이 다 되었다. 아침마다 열리는 아프로디테의 조회가 시작되려 하는 것 같다.

 

 이만 말을 줄이려 한다.

 

 에로스의 시간선이 어떻게 구축되는지 앞으로 차근차근 알게 될 것이다.

 

 -

 

 "빨리와! 세미!"

 

 나와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이자 이 학교에서 유일하게 나와 어울려주는 친구인 세미는 오늘도 그녀답게 느리고 유유자적하다.

 

 "알겠어~"

 

 "늦으면 또 교장이 지랄한단 말야!"

 

 "..응 알아."

 

 세미는 잠에 취한 채로 해롱거리며, 모양도 없이 검기만한 괴상한 미학의 우리 교복을 꿰어 입는다.

 

 나는 답답함에 말을 더하였다.

 

 "빨리 좀 해. 제발."

 

 "준비하고 있어. 오늘 파트너 정하는 게 그렇게 흥분이 돼? 하여튼 밀테도 아이라니까."

 

 "..그런 넌 긴장도 안돼?"

 

 "응. 안되는데에." 

 

 나는 정곡을 찔린 기분으로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챙기는 세미의 모습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한번 파트너는 영원한 파트너잖아. 임무도 영원히 같이 다녀야 되는거고. 이 중대한 사항에 비해서 너는 너무 태평해."

 

 "그렇긴하지."

 

 "영혼이 없어. 영혼이."

 

 나는 정리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느긋한 세미의 등을 밀며 재촉하듯 강당으로 향했다.

 

 -

 

 다행히 아직 조회가 시작하진 않은 모양이다.

 

 안은 온 학년이 모여 매우 소란스러웠다.

 

 우리는 6학년이 모인 곳으로 가 함께 자리에 착석하였다.

 

 모두가 으레 그런 듯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학교는 매일 아침마다 교장 아프로디테의 연설을 듣는 것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침마다 이 넓은 공간에 모여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매일같이 듣는 거다.

 

 정말 이상하고 거지같은 교칙이다.

 

 하지만 오늘은 나름 중요한 의미가 있고, 특별한 날이라면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불평은 한 수 접어두기로 한다. 

 

 바로, 자신의 파트너를 정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비로소 6학년이 되는 오늘 밤, 우리는 캠프파이어를 아래에 모인다.

 

 남자와 여자는 파트너를 찾는 비밀스러운 의식을 치루고

 

 영원히 임무를 함께할 조를 편성하게 된다.

 

 "밀테, 너는 이 날만 기다렸지?"

 

 "당연하지. 드디어 임무에 나갈 수 있다는 건데."

 

 "나는 밀테 없이 못 살거 같은데."

 

 "거짓말 하네~"

 

 "진짜야. 밀테, 나는 너가 남성으로 태어나 내 파트너가 되어주길 바랬어."

 

 세미가 장난스럽게 머리를 내 어깨에 부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이 내 뺨에 와닿았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헝클여뜨렸다.

 

 "내가 이 학교 싫어하는 거 알잖아."

 

 조각상처럼 둥글게 파인 두 눈이 가느다랗게 조여들었다.

 

 "밀테, 아직도 자신을 외부인이나 일반사람으로 여기는 거 아니지?"

 

 세미는 늘 그렇다. 말수가 그다지 없는 대신 하는 말마다 정곡을 제대로 찌른다.

 

 그녀의 말대로, 나는 다른 에로스들처럼 태어나자마자 거둬지지 못하였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하여튼, 나는 여타의 에로스들과는 다르게 교육 도중에 편입하게 된 것이다.

 

 일반 사람으로 살아온 추억을 가진 내게 에로스 학교는 괴상한 수용소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친 저 에로스들은

 

 외부 냄새가 나는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배제가 재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자기애로 점칠된 저들과 말을 섞고 한무리를 이룬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구역질이 나는 역겨운 일이니까.

 

 이 학교가 싫은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세미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프로디테도 나를 싫어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부모님의 사건과 관련이 있을터다.

 

 뭐 여차저차, 임무를 하면 이 학교와도 멀어질 것이고

 

 장점이라곤 아름답기만 한 괴상한 무리와도 부딪힐 일이 없을테니, 나는 당장 임무에 임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세미, 나는 자유를 원해."

 

 "에로스에게 자유란 저주이죠. 좋은 아침이네요. 모두들"

 

 내가 세미를 향해 진지한 대사를 발하는 순간.

 

 아프로디테는 일부러 그런건가 싶을 정도로 튀어나와

 

 내 말을 다 듣고 일축하듯 자신의 멋대로인 연설을 시작했다.

 

 "오늘 짜증 나네."

 

 "너는 어머니를 싫다 싫다하지만 우리 중에 가장 닮은 거 알지?"

 

 세미는 내 옆구리를 툭툭 찌르며 히죽거리고 나를 놀린다.

 

 그만해, 나는 작은 소리를 내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오늘은 금발이네.'

 

 '의상봐. 작정했네.'

 

 '이쁘긴 하잖아. 오늘 좀 역대급이네.'

 

 뒤에서 속닥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비와 사초의 말소리였다.

 

 아프로디테는 매일이 변화의 시대이다.

 

 그녀는 허물을 벗는 뱀 마냥 외양을 탈바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 학교가 다인종의 학교인만큼 그녀는 모두의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처럼

 

 동서양의 모든 미를 아울러 제 외모를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아프로디테의 능력에 매일 아침 모두가 감탄한다.

 

 어쩌면 매아침마다 하는 연설도 사실 자신의 미를 뽐내기 위함이 아닐까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나온 적도 있었다.

 

 이렇듯 그녀는 믿기지 않을 존재였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반드시 자신의 소유로 취한다.

 

 그 탐욕에 가까운 집착은 경이를 너머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다.

 

 에로스들은 아프로디테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따르면서도

 

 그녀에게 경외에 가까운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거다.

 

 그녀의 강한 신념과 생동감은 마치 압도적인 자연광경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같은 두려움을 선사하기 때문이었다.

 

 그 아름다움의 짓눌린다는 표현이 맞겠다.

 

 에로스는 그런 아프로디테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진다.

 

 물론 에로스의 외모도 매우 훌륭한 편이다. 늙지 않는다는 장점을 겉저리로 둘 수 있을만큼.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우리는 모두 불로의 몸을 얻은 대신

 

 2차성징이 없는 채로 곧 성욕이 거세당한 채로 자라난다는 것이다.

 

 (신장을 비롯한 신체는 그대로 자라난다. 단지, 생식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

 

 마치 성욕과 노화를 교환한것처럼 자라나지 않는 중성적인 아름다움을 취한다. 

 

 이런 중성적인 외모는 후에 변장을 하거나 잠입 임무를 행할 때 매우 유용하다고는 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이것은 매우 큰 저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생명이 남을 사랑하게 해주는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들은 불타는 열애를 할 수 없다니.

 

 비극 중의 비극이요, 향기 없는 꽃이라는 관용이 딱 들어맞는다.

 

 "이곳에는 학교를 이루고 에로스를 설명하는 교칙이 있습니다.

 

 오늘은 6학년생 분들이 파트너를 이루는 날인 만큼 여러분이 다시한번 이 교칙을 외워야 하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학교의 교칙이 설명된다.

 

 "첫째, 에로스는 사랑을 다루어야 하나 사랑에 빠져선 안된다."

 

 "둘째, 에로스의 사랑은 저주이다. 불로불사와 사명을 잃게 만드는 최악의 저주."

 

 "셋째, 에로스는 영원토록 아프로디테의 것이다."

 

 "오늘 파트너를 결성하는 6학년 여러분이 이 교칙을 부디 영원토록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붓으로 그린듯한 얇다란 입술에서 흐르는 말은

 

 걱정보다는 세뇌에 가깝고 세뇌보다는 무서운 경고와 위협에 가까운

 

 어쩌면 저주와 진배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앉은 에로스는 모두들 이 괴상한 교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럴수 밖에 없을거다. 이 강당에 모인 에로스들은 세상을 모른다.

 

 일반 사람의 사랑을 알지 못한다.

 

 부모가 어떤 사랑을 하고 자신을 낳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두 남녀의 사랑을 알고 있는 에로스이다.

 

 이 경험과 지식이 나로 하여금 이 학교에 벽을 치게 만들었지만

 

 나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에로스로 거둬지지 않은 것에 정말로 감사한다.

 

 이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인지,

 

 아프로디테는 겨울 바다같이 시린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눈동자에 대항하듯 눈의 날을 세웠다.

 

 분명히, 내 착각이 아니다.

 

 그녀는 분명 이질적인 에로스가 될지 모를 내게 모든 교칙을 화살처럼 꽂아 넣으려 하는 것이다.

 

 나는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열패감에 물들지 않기 위해 애쓰며 전쟁을 앞두고 긴장을 돋우는 것 마냥.

 

 "밀테, 일어나. 가자."

 

 오늘 밤, 우리는 세상을 향한 한 발자국을 내딛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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