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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아이돌과 함께 떠나는 연필마법사의 비밀 - 두려움의 달
작가 : 명하
작품등록일 : 2020.9.5

앗! 최고의 아이돌 그룹 윈터스가 내 방에!

우연히 7각 연필을 줍게 된 초등학교 5학년 지혜,

그녀는 윈터스의 사라진 멤버 2명을 구해오라는 엄청난 미션에 휘말려 버린다.

과연 '평범한' 그녀가 이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까.

보이그룹 아이돌과 함께 하는 지혜의 행복한 모험기,

<연필마법사의 비밀> 그 첫 모험을 소개합니다! ^^

 
15화. 할아버지의 보물상자
작성일 : 20-09-17 15:06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6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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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흘러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가을이 되어 선생의 집에 온지도 근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이는 단 한 번도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선생도, 선생의 부모도 아이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았다.

 선생에게 사정 이야기를 들은 부모도 아이를 그저 내버려 두었다.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옆에서 따스하게 바라만 보아주었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잘 따랐다.

 그중에서도 할아버지와 함께 서재에 있는 걸 제일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임했다.

 은퇴 후 서재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는 그 옆에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백과사전이었다.

 궁금한 건 무엇이나 할아버지가 대답해 주었다.

 숙제든, 생활이든 아이의 관심사는 할아버지가 모두 답을 알고 있었다.

 

 무릎에 앉을 나이는 아니었지만 아이는 그 옆에 있는 시간이 좋았다.

 묻고 대답하고 가끔 할아버지 어깨를 안마해 드리고. 그럼 할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어주었다.

 안경 쓴 할아버지의 눈이 둥그렇게 빛나곤 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중2의 가을날. 창밖으로는 마당에 낙엽이 지고 있었다.

 아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모과차를 마시면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뉘엿뉘엿 늦가을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피아노는 아직이니?”

 

 할아버지가 나직하게 물었다.

 창문으로 마당을 내다보던 아이가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를 보았다.

 

 요새 할아버지는 몸이 좋지 않았다.

 자주 졸거나 병원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가 걱정할까 봐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

 

 “... 네.”

 

 아이는 한참이나 망설이다 대답했다.

 잘못 말하면, 혹시나 그럴 리 없겠지만 할아버지가 화를 내실까 걱정됐다.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할아버지가 아이를 보고 따스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순간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은 곧 방울지어 할아버지가 잡은 손 위로 떨어져 내렸다.

 

 “모든 거에는 때가 있는 법이란다. 아직은 네게 그런 시간이 안 온 거겠지. 걱정 말거라. 언젠가는 네 소리를 낼 때가 꼭 올 거다.”

 “네, 네...”

 

 아이는 울먹거렸다. 눈물이 나와 말을 할 수 없었다.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이가 왜 피아노를 못 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피아노를 치기는커녕 잡기도 두려운 어린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때로는 내 마음하고도 싸워야 한단다. 두려움이란 결국은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거기 때문이지.

 그러려면 기운이 필요하단다. 너는 지금 그 여력이 없는 거야. 조급해 하지 마라. 네게 능력을 주신 분께서 그 시간 또한 정해두셨을 게다.”

 

 할아버지가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고. 아이는 원래 그렇게 타고났다고.

 너는 꼭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머리를 숙였다.

 할아버지가 그를 품안에 안고는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졸음이 올 것 같았다.

 

 너무 포근했다.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는 서재에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디 가셨어요?”

 “어. 왔구나. 글쎄. 뒤꼍 작업실에 가셨다. 갑자기 뭘 만드신다고 그러잖니.”

 “그래요? 몸 안 좋으실 텐데.”

 

 아이는 걱정하며 집의 뒤쪽으로 가 보았다.

 그곳에 할아버지가 있었다.

 작은 작업실, 아이와 할아버지가 보물창고라 부르는 그곳에.

 

 할아버지는 재미삼아 여러 목공일을 하셨다.

 선반도 만들고 책상도 만들어 아이에게 주었다.

 선생이 어렸을 때는 썰매도 만들어주었다는데 이제는 모두 커버려 그런 건 만들지 않았다.

 

 “할아버지 뭐하세요?”

 “어. 너 왔구나. 그래 잘 다녀왔니?”

 “네. 할아버지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긴. 마침 거의 다 끝났다.”

 

 아이는 할아버지 옆에 나란히 앉았다.

 할아버지가 안에서 갖고 나온 보온병의 차를 따랐다.

 아이에게 건네주고는 할아버지도 보온병을 들고 마셨다.

 

 “뭐 만드셨어요? 안 피곤하세요?”

 “괜찮다. 오늘은 좀 중요한 걸 만들었지.”

 “그게 뭔데요?”

 “보물.”

 “에이 거짓말.”

 “진짜야, 이 녀석아. 이곳이 보물창고니 진짜 보물을 만들었지.”

 

 할아버지가 장난하듯 밝은 얼굴로 말했다.

 아이는 차를 마셨다.

 따뜻한 차를 마시니 늦가을의 추위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넌 혹시 갖고 싶은 게 있니?”

 “그럼요. 많지요.”

 “뭐가 제일 갖고 싶니?”

 “글쎄요.”

 

 아이는 말을 흐렸다. 갖고 싶은 것은 있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갖고 싶었던 그거.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그거.

 

 “말해 보려무나. 혹시 아니? 누가 또 그걸 준비해놨을지.”

 “저는요.”

 “...”

 “할아버지. 저는 피아노가 갖고 싶어요. 저만 볼 수 있는 피아노, 항상 제 옆에 있는 그런 피아노가 갖고 싶어요.”

 “그래?”

 

 할아버지가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아이는 잘못 말했구나 싶었다.

 선생과 할아버지의 바람에도 피아노도 안치면서 피아노를 갖고 싶다니.

 

 “죄송해요. 그냥 거짓말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잘 했다. 그보다.”

 

 할아버지가 그를 보았다. 그 눈이 반짝였다.

 아이는 금방 마음이 풀렸다.

 할아버지 눈이 저럴 때면 장난치려 하시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 집에 아무도 모르는 보물상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니?”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있다니까 녀석아.”

 “그럼 어디 줘보세요.”

 “기다려. 이 할애비가 곧 보여주마.”

 “꼭요?”

 “그래 꼭.”

 “약속.”

 

 아이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할아버지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아이의 손가락을 걸고 굳세게 흔들었다.

 

 “약속한 거다?”

 “할아버지야말로요.”

 “그럼. 할애비는 거짓말 안 해. 교장선생님이 거짓말하면 되겠니?”

 

 여전히 웃음기 어린 눈으로 할아버지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그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았다.

 겨울이 오면서 몸이 급격히 나빠져서 자리에 눕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가지 않았다.

 스스로 상태를 아는지라, 그냥 집에 있겠다고 했다.

 평소 뜸했던 지인들과 친지들이 찾아오면서 오랜만에 손님들로 북적였다.

 

 할머니와 서혜원 선생은 손님치레에 정신이 없었다.

 아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필요한 건 무엇이든 하려 나섰다.

 

 할아버지. 책을 읽어주시던 그 부드러운 목소리,

 보물창고에서 함께 무얼 만들 때 그 즐거웠던 시간들이 아이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침내 그날은 오고야 말았다.

 할아버지는 스스로 때를 직감했다.

 할아버지가 손님들을 물리더니 아이를 불렀다.

 

 선생이 불러 서둘러 가보니 할아버지는 여전히 누워 있었다.

 새하얘진 얼굴에 부르튼 입술이 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손짓으로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무릎걸음으로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앉았다.

 

 “기억하니?”

 “네?”

 “우리 보물상자.”

 

 아. 그때 그 상자. 보물창고에서 이 집에 보물상자가 있다고 하신 그 말씀.

 

 “그 상자 찾았다. 보물창고 앞에 있으니 나중에 열어보렴. 봄이 오면 그때쯤 말이다. 날이 모두 따스해... 질... 때.

 아가. 너는 참 착한 아이란... 다... 너의 시간이 올 것이다. 그때쯤... 아마.. 봄이 올 거야. 네 마음에도...”

 

 할아버지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아이는 깜작 놀랐다.

 

 곧 그는 안심했다. 할아버지의 손이 따스했다.

 할아버지는 그저 잠시 잠든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결국 그 해를 넘기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무렵,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서혜원 선생, 아이가 보는 앞에서 눈을 감았다.

 

 한번 감긴 눈은 다시는 떠지지 않았다.

 표정은 평온했고 입가에는 작은 미소까지 어려 있었다.

 마치 깊은 단잠에 빠진 것 같았다.

 아이와 선생은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껴안고 울었다.

 

 아이가 보물상자를 떠올린 것은 할아버지 말대로 봄이 오기 직전이었다.

 2월, 할아버지의 생신이 다가올 때였다.

 

 창문 밖으로는 소담스런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할머니와 앉아 있는데 문득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나중에 열어보렴. 봄이 오면 그때쯤 말이다.”

 

 아이는 바로 일어나 보물창고, 작업실로 달려갔다.

 아직 봄은 아니었지만 참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남긴 유품, 그 보물상자를 한시라도 빨리 찾아보고 싶었다.

 

 있었다. 보물창고, 그 앞에는 장독대가 있었다.

 할머니가 장을 담가 보관하는 곳, 바로 그 안에 보물상자가 있었다.

 

 눈이 소복소복 쌓인 장독들을 건너 그 장독을 보았다.

 평소 없던 장독이었다. 분명 최근에 새로 생긴 것이 분명했다.

 

 떨리는 손으로 그 장독을 열었다.

 역시나 안에는 장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 안 깊숙이 아이가 오길 기다렸듯 조그마한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의 말은 사실이었다.

 

 방으로 가져와 탁자 위에 두고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내음이 가득 풍기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생각에 잠시 앉아있다 상자를 열었다.

 

 순간 아이는 놀라고 말았다.

 상자의 위에는 바로 아이의 얼굴, 그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바로 아래에는 피아노, 할아버지가 손수 조각한 작은 나무 피아노가 서 있었다.

 

 아이의 얼굴에서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자세히 보니 피아노 옆에 작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돌돌 말린 아주 작은 쪽지 편지.

 

 아이는 편지를 펴보았다.

 눈물 때문에 글씨가 잘 안보였지만 아이는 눈가를 훔치고는 편지를 읽어나갔다.

 

 “애야. 할애비에게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너다. 할애비에게도 너에게도 그렇다.

 너에게 작은 피아노를 선물하마.

 네 말대로 너만 볼 수 있고 너만 칠 수 있는 그런 피아노,

 항상 네가 옆에 둘 수 있는 너만의 피아노란다. 잘 받아주면 고맙겠구나.

 아직 할애비는 네 피아노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감미롭고 좋은 소리라 믿는다.

 네 마음이 열리는 날, 네 안에 있는 두려운 기억을 딛고 일어서는 날 그 피아노가 가장 좋은 소리를 낼 거라 믿는다.

 사랑한다. 아가. 너는 할애비의 가장 좋은 음악이었다.”

 

 아이의 몸이 덜덜 떨렸다.

 곧 와락 하며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허엉. 으허엉. 할아버지. 할아버지!

 창밖으로 소담스런 함박눈이 계속 내리는 겨울의 오후였다.

 

 

 손님들을 접대하던 서혜원 선생은 깜짝 놀랐다.

 옆에 있던 할머니 또한 마찬가지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친지들이 방문해 있었다.

 

 피아노 소리였다.

 이렇게 감미로울 수가. 이렇게 따스할 수가.

 도대체 누가 치기에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하며 눈물이 터져 나올 정도로 고울 수 있단 말인가.

 

 서혜원 선생은 입을 막았다.

 할머니가 그녀를 보았다.

 묻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눈빛이었다.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였다. 그가 치는 피아노 소리였다.

 

 선생과 할머니는 아이의 뒤에 서 있었다.

 아이는 그들이 들어온 지도 모르고 피아노에만 빠져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피아노가 마치 창밖의 함박눈, 하늘에서 내리는 그 하얀 축복에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감사하다고, 꺼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그 눈이 다가와 아이를 마주 안으려 하자, 포근하게 강아지처럼 그 안에 안기는 것 같았다.

 

 아이였다. 아이가 다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그 위에는 할아버지의 사진이, 또 할아버지가 선물한 그 작은 피아노가 똑바로 서 있었다.

 아이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그를 믿고 사랑하고 마지막 선물까지 남겨준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아이의 두려운 기억은 이제 옷을 벗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눈에 띄게 밝아졌다.

 서혜원 선생은 아이가 일부러 노력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

 

 아니었다.

 아이는 더 이상 외롭거나 과거의 기억에 쫓겨 다니지 않았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피아노를 쳤으며, 그럴 때 얼굴은 환하게 밝혀지곤 했다.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나 사랑받을 수 있으며 그 또한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고 있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저 그래도 피아노만 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

 

 이미 자신보다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제자다. 그가 하고 싶은 건?

 

 “밴드를 하고 싶어요.”

 “대중음악?”

 “네.”

 “흠. 그래. 알겠다. 우선 해보렴. 그래도 나중에는 피아노를 더 배워봤음 해.”

 “네. 그럴게요.”

 “밴드면 같이 할 사람들은 있니?”

 “네,”

 

 아이가 대답하며 환히 웃었다.

 

 “누구? 친구?”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그래도 아이가 친구들은 있었다.

 

 “여러 명이에요. 그 중에 한 녀석은 동갑인데 과묵하지만 엉뚱해요. 걔는 기타를 쳐요. 아참, 우리 이름도 있어요.”

 “뭔데?”

 

 아이는 신난 표정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서혜원 선생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좋았다.

 이런 아이라. 이렇게 밝아진 아이여서 너무 고마웠다.

 

 “윈터스, ‘겨울의 추억’ 윈터스(Winters)예요. 저 이름도 있어요.”

 “그건 뭔데.”

 “H.”

 “아. 가운데 이름을 따서?”

 “... 네.”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아이의 이름은 가운데 H가 들어갔다.

 요 녀석. 역시 자기 이름을 이니셜로 쓰고.

 

 “그래 잘해 봐. 모든 길은 다 통하니까. 피아노 더 배우겠다는 약속도 꼭 지켜줘.”

 “알겠어요.”

 

 아이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윈터스, 그 이상한 이름을 가진 밴드멤버 아이들도 한번 놀러왔다.

 오자마자 아이들은 요란하게 인사하더니 아이의 방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아이까지 모두 5명이었다.

 

 선생은 웃으면서 과일을 준비했다.

 이제야 아이가 좀 사춘기 아이 같았다.

 그전까지는 조용하면서 눈치를 보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아이의 방 앞에서 선생은 우뚝 섰다.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야, 너 진짜 가운데 이름 따서 H라고 지은거야?”

 “아니.”

 “그럼? 어? 이 분 누구셔?”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

 “응. 서 도자 원자, 우리 할아버지.”

 “어? 너랑 ’도‘ 자가 같네.”

 

 순간 선생은 과일접시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거였구나. 그 뜻이었구나.

 

 너무 고마웠다. 너무 감사했다.

 선생의 볼을 타고 소리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의 성은 ’도‘, 할아버지의 이름은 ’서도원‘.

 방안의 다른 아이 말처럼 ’도‘자가 같았다.

 

 아이는 같은 ’도‘자를 2개 빼냈다.

 거기서 같은 ’ㄷ‘ 2개를 아래위로 겹쳤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어 글자, ’H’. 그게 아이의 별칭이 된 것이었다.

 

 “무슨 의미야?”

 “응. 할아버지가 위에서 나를 바라보시는 느낌?”

 “오~ 천재.”

 

 아이는 안에서 밝게 웃었다.

 H, 위대한 글로벌 아이돌그룹 ‘윈터스’의 리더.

 그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방안으로 할아버지의 미소를 닮은 부드러운 봄 햇볕이 스며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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