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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어
작가 : 단추씌
작품등록일 : 2020.8.26

카메라로 사람의 마음을 찍어 선으로 되돌려 놓는 천사 '미젤링', 삼지창으로 사람의 마음을 찍어 악으로 만드는 악마 '디블'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어."
"나도 당신을 위해 추락하고 싶어요."

서로 반대되는 두 종의 생명들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다고
작성일 : 20-09-16 20:48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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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가..."

 "지온!!!"

 

 천국으로 들어간 지온은 곧바로 미가의 연구실에 들렀다. 몸에 밧줄 자국이 미세하게 난 지온의 모습에 미가는 깜짝 놀라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

 "일단 치료약물 좀 줘. 온 근육이 다 쑤시니까."

 

 미가는 서둘러 찬장에 있는 약품 몇 개를 섞여 지온에게 맞는 약물을 제조했다. 다쳐오는 천사들이 최근에 생겨나 잊고 있던 의학지식을 다시 공부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대체 어쩌다 다친 거야?"

 "슬럼가에 들어갔다 악마놈한테 당했어..."

 

 미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슬럼가라면 말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D 구역의 슬럼가. 악마들이 유일하게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다닌다는 구역이라 소문이 났었다.

 

 "미젤링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거긴 왜 자꾸 들어가는 거야?"

 "알아볼 게 좀 있었어. 알아내진 못했지만."

 

 그 아이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난 아직도 모르겠어.

 

 "제발 부탁인데 다신 거기 가지 마. 자꾸 다치잖아."

 "안 갈거야. 약물 받는 것도 한번으로 끝내야지."

 "약물이 문제가 아니라...넌 백 년 전에 일곱번째 성수를 뿌린 천사잖아."

 "...."

 

 할 말이 없었다. 몸을 거의 강철로 만든다는 일곱 번째 성수를 뿌려놓고서 다쳐오는 천사라니...너무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때려잡진 못할망정 당하고 오다니.

 

 "제발 그때 했던 내 노력을 수포로 만들지 마."

 "이번에 딱 한번 그랬던 거야. 알았으니 다신 안 그래."

 "하아...그래. 안 그런다면 됐어. 오랜만에 돌아온 천국이니 좀 쉬어."

 

 미가는 그렇게 말하고는 지온이 누워있는 침대 주위에 커튼을 쳤다. 막힌 공간이 나름대로 안정적이라 지온 역시 편하게 누워 있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돌아온 본인의 존재가 어떤 영향력을 끼칠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면서...

 

 -

 

 "아...아아악!!!"

 

 한편, 역사관에서 방금 돌아온 션은 또 하나의 영혼이 침대 위에서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미젤링의 과거사로 충격을 먹은 션의 멘탈을 가루로 만들어 부숴버리는 상황이었다. 놀란 마음을 가다듬지도 않고 묵묵히 일터로 돌아왔더니 보이는 게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영혼이라니...

 

 곧이어 경보 알람이 울리고 다른 처사들이 나타나 잿더미가 된 영혼을 치워냈다. 잿더미가 된 영혼은 천국의 납골당 어딘가에 안치될 것이며, 그 영혼이 누웠던 자리는 시트를 갈아 새 것처럼 만들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새로운 영혼을 위한 침대로 탈바꿈하겠지...'

 

 평소에도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하나의 영혼이 지옥으로 끌려갔다는 시그널을 보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하는 직책이었으나, 이러한 상황에선 책임감이 쓸모가 없었다. 그저 무기력하게 잿더미가 된 영혼이 처리되는 과정을 바라봐야만 했다. 심지어 신께선 천사들한테 얼어붙은 심장을 주지 않으셨다.

 

 그 말인즉슨,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매번 느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

 

 모든 천사들이 나간 그곳에서, 션은 주저앉아 버렸다.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는지 그조차도 미지수였다. 이 일을 해오면서 흘린 눈물은 이미 강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션은 그동안 많은 눈물을 흘려왔다. 그 눈물들은 모두가 고통의 눈물이어서 미치도록 짠 맛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지금, 션에겐 눈물조차 흘릴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아끼지 않고 헤프게 흘려왔던 눈물의 결과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듯 했다.

 

 한참동안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던 션은, 시간이 꽤 흐른 후에야 일어섰다.

 

 일어난 그의 눈동자엔 초점이 없었다. 탁한 눈물들이 동공을 다 메워버린 탓인지 아니면 그저 정신을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그라는 점이었다.

 

 션은 일어나서 일터를 나섰다. 더 이상 여기 있기 싫어서 그냥 충동적으로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하염없이 걸었다.

 

 평소 같았으면 일터에서 어쩌다 한번 나와서 천국의 진귀한 풍경들을 보며 감탄했겠지만 현재는 그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모든 풍경들이 그저 잿빛으로만 보였다.

 

 "대체 어쩌다 그리 된 거야?"

 "슬럼가에 들어갔다 잡혔대..."

 "그곳에선 왜 이렇게 사건사고가 많은 거야~"

 

 하염없이 걷는 션의 발걸음을 잡아채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앛 익은 목소리. 아까 영혼을 처리하던 천사들이었다.

 

 "무슨 일이냐."

 "관리자님!"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까 천국으로 다친 천사가 올라왔었습니다."

 

 다친 천사라면 설마...

 

 "...그 천사의 이름은."

 "지온이라고 합니다."

 

 션이 생각한 이름 세글자에 들어맞지 않았다. 또 다시 다쳐오진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 가지고 다행이라고 생각할 순 없었다. 자신의 친구가 다치지 않았다 하여 다른 천사의 아픔이 다행일 순 없는 법이었으니까.

 

 "그래, 어쩌다 다쳤다느냐?"

 "D 구역의 슬럼가를 들어갔다 합니다."

 

 또다. D 구역의 슬럼가. 션은 말만 들어도 토악질이 나올 듯 했다.

 

 그 슬럼가가 뭐길래 천사들이 목숨을 무릅쓰고 들어가는 것이며, 그 슬럼가에선 왜 그렇게 천사들이 다쳐 나오는가.

 

 "그 천사는 어디 있지?"

 "미가의 연구실에 있지만...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달려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으며, 관리직에 있는 그인만큼 참을성이 뛰어나야 했으니까.

 

 지난 세월 동안 쌓아온 참을성은 이제 그가 이성을 놓고 바닥으로 추락할 때조차 그의 몸을 움직였다. 비록 기계적으로 움직일지라도 그의 몸은 지배하는 이성 덕분에 실수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알았다."

 

 결국 션은 이번에도 이성의 뜻을 따랐다. 규율과 배려로 존재하는 천국에서 그걸 무너뜨릴 순 없었으니까.

 

 "대신 이걸 전해주도록"

 

 션은 그 자리에서 양피지를 소환해 글을 찍어냈다. 순식간에 무언갈 적은 서신이 완성되었고, 션은 그걸 둘둘 접어 상대 천사에게 전해주었다.

 

 상대 천사는 그걸 받아들고는 미가의 연구실로 향했다. 션은 멀어져 가는 천사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그놈의 슬럼가 하나쯤 없어져도 균형이 깨지진 않겠지..."

 

 돌연간 션의 두 눈동자에 루비빛이 감돌았다. 천사가 분노를 품고 있는 때 붉게 물드는 눈동자 색이었다.

 

 -

 

 '어떡하지...'

 

 동이 터오고 새벽의 푸른빛이 미젤링의 집 안을 가득 메웠다. 일을 나가야 하는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시그널이었지만 미젤링은 도무지 카메라를 손에 잡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지온이 신경 쓰였고, 혹시나 자신이 밤에 나간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서였다.

 

 똑똑-

 

 "...!!"

 "...전령입니다."

 

 문을 열자 10살 정도 되어보이는 꼬마 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천국에서 전령으로 일하는 천사였다.

 

 "...무슨 일이죠?"

 "지온은 D 구역의 슬럼가를 들어가다 다치셨습니다."

 "...!!"

 

 모든 게 끝난 것 같았다. D 구역의 슬럼가는 천사들이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을 들어갔다는 건 디블과의 관계를 눈치챈 걸지도 모른다. D 구역엔 디블이 있었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거길 들어갈 수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지온과 D 구역의 슬럼가하고는 별 관계가 없었다. 딱 하나, 그녀는 미젤링 자신과 엮여있는 인물이며, 자신은 디블과 엮인 인물이었다.

 

 줄줄이 엮어진 관계가 들통났다는 생각에 미젤링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래서, 지온은 지금 어디 있죠?"

 "천국에 있습니다."

 "천국에요?"

 

 D 구역의 슬럼가에서 어떻게 천국까지 올라갔는지 사라진 연결고리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미젤링은 천국으로 올라오란 명을 받았습니다."

 "...누가 날 부른 거죠?"

 "지온. 그분이 부르셨습니다."

 

 기분이 이상했다. 지온을 보고 쏟아낼 말들이 많았지만 보고 싶진 않았다. 보고 싶은데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분. 모순된 감정이 미젤링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가죠."

 

 미젤링은 전령의 손을 잡고 날개를 펼쳤다.

 

 "....날개가."

 "날개요?"

 

 날개 중앙 부분에 검은 깃털 하나가 붙어 있었다. 만약 날개의 주인이 타락했다 치면 끝부분부터 검게 물들 텐데 이건 좀 이상했다.

 

 중앙 부분에, 그것도 한 개만.

 

 깃털을 털어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마도 깃털이 빠진 곳에 날아와 심겨진 듯 했다.

 

 "...그냥 가요. 어차피 한 개 뿐인 깃털이니까."

 

 전령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본인의 날개를 펼쳐 미젤링의 손을 잡고 날았다.

 

 전령이 이끄는 대로 날아오르니 문득 그날이 생각났다.

 

 '디블....'

 

 이런 순간에도 널 생각하게 만들다니 넌 악마야.

 

 다음에 만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땐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추락했으면 좋겠다고...

 

 -

 

 쾅-

 

 "네가 제정신이야?"

 

 지옥으로 돌아온 디블은 곧바로 이빌에게 몰려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빌의 눈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살기가 잔뜩 들어 있었다.

 

 "그럼 내가 미쳤을까봐?"

 "제정신이냐고 네가!!"

 "어! 제정신이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너?"

 

 디블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이빌의 손을 떼어냈다. 평소 그냥 한량처럼 놀러 다니던 애가 왜 이렇게 천사 죽이는 거에 미쳐서 날뛰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 천사 아니더라도 삼지창으로 찌를 사람 많잖아. 이 세상 생명체의 90%가 사람이야!"

 "그 말이 아니잖아! 너 요즘 왜 이러는 거야?"

 "대체 뭐가 불만인 건데."

 "네 태도! 네 태도가 불만이라고!!"

 

 천사와 사랑에 빠지질 않나. 천사를 구해주질 않나.

 

 "심지어 요즘엔 삼지창도 안 갖고 다니잖아."

 "찌르는 게 질릴 수도 있는 거지. 악마 본성이 원래 쉽게 질리는 거 아니야?"

 "아니, 사람 괴롭히는 것에 즐거워 하는 게 악마야. 근데 넌!"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고 있잖아.

 

 "네놈 때문에 악마의 위신이 깎여 나간 건 아냐?"

 "내가 그 정도 했다고 깎여나갈 위신인 거면 그동안 유지되고 있단 게 신기한 거지."

 "정신 차려. 너 악마야. 천사나 인간 같은 게 아니라고."

 

 이빌의 말이 맞았다. 그는 악마였으며, 악마의 검은 날개가 하얗게 변하기란 다른 종족들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다.

 

 흰 물감에 검은색을 섞어 흰 것을 망치기는 쉬워도 검은 물감에 흰 색을 섞어 희게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려면 흰 물감으로 검은 물감을 거의 덮어버리고 아예 섞어버리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알고 있어. 내가 악마란 거.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런데 왜 그러는 거야!"

 "하지만 지옥의 규율 중에 악마가 천사를 사랑해선 안된다는 규율은 없었지."

 

 사실이었다. 지옥의 규율은 온통 타인을 괴롭히는 것에만 엄격했고, 그 외에 다른 것들엔 별로 규제가 없었다. 심지어 사랑에 관한 건 아예 규율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 일에 신경 꺼 이빌."

 "대체 왜 그 천사한테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그 천사가 너한테 뭘 해줬길래?"

 

 백 년 전에 했던 과거의 사랑이 너한테 그렇게 중요해?

 

 "그게 그렇게 중요해? 네 본분도 잊을만큼?"

 "중요해. 내 본분 따윈 상관 없을만큼."

 

 백 년 전에 나로 인해 무너져 내린 그 모습조차 사랑했을 정도로.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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