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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노케의 힘
작가 : 이타카
작품등록일 : 2020.9.11

악의(惡意)의 시대에 맞선 기석과 마리. 아노케의 힘으로 거대 악(惡)을 넘어설 수 있을까.

 
# 2.부 악(惡)의 기운 - 1. 덴케라
작성일 : 20-09-16 20:37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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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드라운 이불이 손에 잡혔다. 몸 한 가득 아늑하고 편안함이 전해져 왔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눈꺼풀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깨었지만 눈을 뜰 수 없었다. 눈을 뜨면 다시 아프리카에서의 일과 마주해야 할 것 같았다. 귀국한지 보름이 지났어도,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 첫 번째가 국정원이었다. 병원에서 간단한 건강 체크를 하고 나오자, 국정원에서 수사관이 나왔다. 그는 납치된 상황과 어떻게 탈출했는지 궁금해 했다. 똑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해가면서 소상히 물어봤다. 마리의 충고의 유효기간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아노케의 힘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 꽤나 피곤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했다. 단순히 피곤으로만 끝나지 않을 거란 사실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그래서 빈틈없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내 납치사전은 UN 부르키나파소 사무소에 고용된 현지 안내인과 테러리스트의 합작품이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 의심할 부분은 없었다. 그리고 난 계속 감금되어 있었던 것이고. 테러리스트들 간의 총격전이 벌어진 와중에 도망친 거였다. 왜 그들이 서로 총질을 해댔는지 납치된 사람이 상세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마 후 안 사실이지만, 내가 갇혀 있던 그 모씨족 전통가옥은 완전히 불타서 잿더미만 남겨졌다고 했다. 거기에서 나온 인골과 총탄은 내 진술을 뒷받침해줬다. 그리고 피터가 깨어났지만 두서없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독극물로 인한 뇌손상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 그 난리통에서 살아남은 자가 있다면, 아산티 부족의 배신자일 확률이 높았다. 여하튼 우리를 공격한 놈들이나 배신자나 앞장서서 아노케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을 터였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딸의 죽음으로 독이 바짝 오른 투투3세가 가만 나두지 않을 것 같고.

 

 국정원 다음엔 방송국이 덮쳤다. 한국인 중에 아프리카에서 납치된 사례가 드물 뿐 더러, 알아서 탈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별거 없는 내용이라 말해도 영화로 만들자는 말도 나왔다. 마리는 계속 다호메이와 텐케라를 기억하게 해줬다. 떠들고 다녀봤자, 결국은 나만 손해라고. 앞으로의 삶에 아프리카의 살인 여전사나 텐케라의 암살자 같은 이들이 끼어들게 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타자는 아내 지숙이었다. 지숙은 본능적인 눈치와 비상한 후각으로 나한테 여자와 관계된 일이 있었음을 냄새 맡았다. 문제는 비술이었다. 아노케의 힘을 알게 된 후부터 비술을 계속하게 되었다. 아노케의 힘을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부작용 중 하나인 성욕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납치되어 죽다 살아났다는 사람이 종마보다 더 날뛰니,

 

 지숙의 의심은 단순한 추리에서 시작되었다. ‘저렇게 여자를 탐하는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홀몸으로 참고 지낼 수는 없다.’ 그리고 술이 문제를 만들고야 말았다. 지숙과 시작한 술자리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졌다. 한 잔으로 시작된 술이 한 병을 넘어서고 급기야 정신을 나가게 만들었다.

 

 어느 때 부터인지 옆에 있는 마리와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알코올은 기억을 토막 내고 부분 부분 지워버렸다. 지숙은 내가 하는 꼴을 찬찬히 살피고 마리에게 하는 말을 꼼꼼히 전부 들은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지숙의 몸에는 잿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근처의 죽은 이들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듯한 느낌도 있고.

 

 “납치됐다는 건 다 새빨간 거짓말이지! 어떤 아프리카 년하고 몰래 결혼했다고!”

 

 “아프리카 년하고 결혼한 게 아니라, 납치 되서 아노케의 의식을 치룬 거야. 그 아노케의 의식이라는 걸 통과하면 귀신을 볼 수 있게 되고,”

 

 “그게 말이 돼냐? 핑계를 대려면 제대로 대.”

 

 “야! 내가 뭐더러 핑계를 대냐. 난 말야 어쩔 수 없이 강제로 결혼이란 걸 한거고, 그 아프리카 처녀는 그날 바로 죽었어. 다른 테러리스트의 습격으로.”

 

 “죽어?”

 

 “그래. 죽었어.”

 

 아프리카에서 있던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다호메이(Dahomey)와 덴케라(Denkyera)에 대한 이야기도. 죽은 마리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눈을 뜨자 코 앞에 마리의 얼굴이 보였다. 밤새도록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화장실까지는 따라오지 말라는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마리는 눈을 반짝이며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화장실 문 바로 밖까지 따라왔다. 지금까지 마리의 행동을 보건대 죽을 때까지 이리 따라다닐 작정인 것 같았다. 지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으면 아침 먹어.”

 

 식탁에 앉자 지숙은 찐 떡과 요거트를 내왔다. 아이들은 이미 등교를 한 후였다. 지숙은 맞은편에 앉아 포크로 떡을 찍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리라는 사람 여기에 있어?”

 

 “내 옆에.”

 

 “이상하겠네. 당신. 죽은 사람이 곁에 계속 떠도니. 그런데 어떤 모양으로 보여?”

 

 마리는 결혼식 때 입었던 켄트 옷을 걸치고 있었다. 가슴골이 잘 드러나 보이고 허리와 엉덩이 선이 육감적으로 살아나게 재단한 옷이었다. 8등신은 되어 보이는 균형 잡힌 몸매와 어울리는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커다란 눈과 도톰한 입술. 그 얼굴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죽은자야 다 그렇지 희뿌옇고 흐리게 보여.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돈 좀 있는 여자는 꽤나 뚱뚱한 체격이야.”

 

 바로 앞에서 내 말은 듣고 있던 마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눈초리가 사나와졌다.

 

 “기석 씨, 거짓말을 그리하면 안 되지. 아무리 지숙 씨가 나를 못 본다 하지만 말이야! 아산티의 공주를 그 딴 식으로 표현해. 내가 이리 당신 옆에 붙어있으니 우습게 보여?”

 

 마리의 서릿발 같이 차가운 음성이 머리를 울렸다. 지숙은 아프리카 여자면 그렇겠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포크로 찍은 떡을 입 속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마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그대로 지숙에게 말하라고 계속 보채댔다. 그러나 지숙의 평화로운 마음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야 나도 평안할테니.

 

 마리와는 따로 시간이 필요했다. 아노케의 힘을 알아내기 위한 열쇠는 현재까지 마리이외는 없는 터였다. 그래서 산책을 나가겠다고 하니 지숙이 냉큼 자신도 같이 가겠다며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평소에는 혼자 다녀오라면서 별 신경도 안 쓸 텐데. 옆에 있는 마리는 냉랭한 표정이었다.

 

 천변을 걷는 기분은 묘했다. 다른 사람 눈에야 일상적인 부부의 산책이겠지만 내 눈에 비치는 모습으로는, 왼쪽에선 지숙이 팔을 앞뒤로 흔들면서 걷고, 오른 쪽에는 마리가 미끄러져 가듯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일단 지숙을 떼어내야 마리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속도를 내면서 더 빨리 걷기 시작했다. 한 시간. 대략 5킬로는 넘었을 텐데. 지숙은 지치지도 않았다. 체력으로 어느 남자한테도 밀리지 않는 강건한 유전자를 타고난 여자였다. 마음에 여유를 갖기로 했다. 어차피 마리는 멀리 가지 않을 테고, 여기는 대한민국이니 마호메이나 덴케라가 올 수는 없는 거고.

 

 뇌리에서 마리의 말이 울렸다. 물리적 음파에 의한 전달이 아닌, 어떤 힘에 의한 의지의 이식과 같은 느낌으로.

 

 “기석 씨, 아무래도 덴케라가 움직이는 것같아요.”

 

 “덴케라라니. 무슨말야?”

 

 “아산티의 숙적 덴케라 말에요. 덴케라의 암살자는 악명이 높아요.”

 

 나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다.

 

 “뭐라고?”

 

 앞서가던 지숙이 멈칫하고 뒤를 돌아봤다. 갑자기 소리친 거에 대한 의문이 눈에 담겨 있었다.

 

 “잠깐 천천히 가자고.”

 

 “날 옆에 두고 마리라는 년하고 대화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지금 마리가 경고 하고 있어. ”

 

 “무슨 경고”

 

 “나를 죽이려고 아프리카에서부터 암살자가 따라왔데.”

 

 지숙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농담이지.”

 

 “이런게 농담할 이야기니..”

 

 주변에 있는 죽은자들의 얼굴이 내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나에게로 드리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지숙아,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어떻게 해볼 테니까. 저기 갈림길에서 헤어지자고. 덴케라의 암살자가 나를 따라올 거니까.”

 

 지숙의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러나 내 표정에 비치는 급박함을 읽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짓도 하지말고 경찰서로 가서 신고해. 이근처는 감시를 할테니 조금 떨어진 곳에 가서.”

 

 지숙은 알았다고 하고는 갈림길에서 다른쪽으로 걸어갔다. 속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하지만 지숙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뛰거나 하면 안되는 거였다. 나도 천천히 길을 걸었다. 눈치채지 못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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