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아이돌과 함께 떠나는 연필마법사의 비밀 - 두려움의 달
작가 : 명하
작품등록일 : 2020.9.5

앗! 최고의 아이돌 그룹 윈터스가 내 방에!

우연히 7각 연필을 줍게 된 초등학교 5학년 지혜,

그녀는 윈터스의 사라진 멤버 2명을 구해오라는 엄청난 미션에 휘말려 버린다.

과연 '평범한' 그녀가 이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까.

보이그룹 아이돌과 함께 하는 지혜의 행복한 모험기,

<연필마법사의 비밀> 그 첫 모험을 소개합니다! ^^

 
14화. 화재
작성일 : 20-09-16 17:10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71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펑. 퍼펑. 펑.

 

 서혜원 선생은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건물이 큰 불에 휩싸여 있었다.

 

 소방차만 해도 여러 대가 오고 경찰들 또한 여러 대 경찰차가 한꺼번에 출동해 있었다.

 작은 H시의 모든 소방서와 경찰차가 다 몰려온 것 같았다.

 

 소방관들은 서둘러 불을 끄면서, 건물 주변으로 혹시 떨어질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매트리스와 안전망 등을 설치했다.

 옆으로는 구경나온 마을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큰 화재였다.

 

 서혜원 선생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 바로 이곳이다. 이곳이 아니면 아이가 올 곳이 없다.

 서둘러 달려왔는데 벌써 건물이 불에 휩싸여 있었다.

 

 정신없이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소방관들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안 돼! 안 돼요!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해요!”

 “선생님 위험해요. 저 안에 뭐가 터질지 모르는데 어떻게 들어가요.”

 

 평소 안면이 있던 소방관이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아들인 윤수를 맡기고 싶다며 찾아왔던 그.

 앉아있는 내내 아이에게 사탕이나 장난감을 쥐어주던 그 아빠.

 

 왜 이런 아빠를 못 만났을까.

 

 피아노학원 건물이었다.

 아이가 갈 곳은 이곳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아이가 마음을 붙였던 곳, 그녀와 아이의 소중한 레슨 추억이 자리 잡아 있는 곳.

 그 곳이 지금 불타고 있다.

 

 깊은 밤이라 사람들이 없었지만, 아니다.

 서혜원 선생은 꼭 아이가 그 안에 있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아이가 그 안에 없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이에게는 휴대폰이 없었다.

 그저 이 앞에서 불이 잡힐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녀의 뒤에 서 있던 한 주민이 경찰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화재원인을 조사하는 경찰관에게 하는 말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못 들으셨어요?”

 “뭐야? 자네도 들었어?”

 “김씨도 들었어요? 저도 영철이가 나가서 안 들어와서 찾으러 다니다 들었는데...”

 

 그 소리에 한참 숨을 몰아쉬고 있던 그녀가 정신이 퍼뜩 들었다.

 

 “무슨 소리예요? 피아노, 피아노 소리가 들렸어요?”

 “아, 예. 어라, 피아노 선생님 아니에요?”

 “네, 네. 맞아요. 자세히 말씀 좀 해주세요. 무슨 피아노 소리에요?”

 “아, 여기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들렸어요. 왜 저녁 되면 별로 사람이 없잖아요. 오늘 따라 밥도 늦었고 얼른 식사하려는데 애가 안 들어오는 거예요. 찾으러 나왔다가 여길 지나는데 분명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니까요.”

 “저도 들었어요. 담배 하나 사려고 요 앞 슈퍼를 가는데 분명 나지막한 피아노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남자였다. 옆에서 경찰관이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었다.

 

 “어떤 소리... 였어요? 혹시 그냥 테이프나 CD 소리를 잘못 들으신 건 아니에요?”

 “아, 아니에요. 어찌나 잘 치는지, 또 테이프 소리면 저희도 알지요. 그 정도 소리가 아니에요. 더구나 촌에서 누가 이렇게 깊은 밤에 테이프를 틀어놔요? 제 귀까지 들리려면 엄청 크게 틀어놔야 하는데 그럴만한 사람들 여기 없어요.”

 

 작은 지방도시였다.

 그중에서도 더 작은 외곽의 조그만 시골 읍내. 집들과 상가가 있긴 했지만, 모두 일찍 문을 닫았다.

 아이들 또한 서울처럼 심야수업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한 7~8시면 모두 집에 갈까.

 

 아이가 나갈 시간이면 이미 다른 집 아이들은 저녁 먹으러 들어갈 때였다.

 더구나 아직 쌀쌀한 3월인데 이런 시기에 밖에 아이들을 내버려둘 부모는 없다.

 아이의 부모 빼고는.

 

 “저, 여기 진술서 작성해주세요. 서명도 좀 해주시고요.”

 “그런 것도 써야해?”

 

 경찰관이 나서서 말하는 바람에 서혜원 선생은 옆으로 잠깐 자리를 비켰다.

 그러는 사이에도 건물은 계속 불이 커져가고 있었다.

 

 맞다, 분명 아이는 바로 이곳에 있다.

 이곳으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그럼 아이아빠는? 혹시 아이 아빠도 여기 같이?

 

 그때 서혜원 선생의 귀에도 피아노 연주가 들려왔다.

 분명 피아노 소리였다.

 누가 지금 연주하는 그런 소리였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와중에도 모두 넋 놓고 들을 정도로.

 

 불을 끄는 소방관들과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흠칫 하고 놀랄 만큼 피아노 연주는 명징하고 아름다웠다.

 불이 날름거리는 건물 한 모퉁이에서 그런 음악이 들리다니 정말 묘한 일이었다.

 

 서혜원 선생은 고개를 들어 소리 나는 곳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디인지, 누가 연주하는 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눈이 향한 곳은 그녀의 이모 학원, 매일같이 아이들과 씨름하며 피아노를 가르치는 곳이었다.

 더구나 그 소리는.

 

 자세히 보니 학원 창문이 모두 열려 있었다.

 또한 불은 학원 안보다 밖에서 번지고 있었다.

 학원이 아니라 복도에서 불이 난 것 같았다.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누가 학원 안에 있는 사람을 노리고 불을 놓은 게 분명했다.

 

 학원 바로 옆은 커튼집과 세탁소. 그곳을 덮친 불이 검은 연기를 휘날리면서 온 건물을 덮치고 있었다.

 위로 올라가려는 불의 성질 때문인지 곧 학원이 있는 2층을 넘어 3층까지 널름거리며 불길이 올라가고 있었다.

 바로 그렇게 계단을 휘어 감는 불길 때문에 소방관의 진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서혜원 선생은 누가 연주하고 있는지 연주자를 금방 알아차렸다.

 

 아이다. 아이가 아니면 이렇게 연주를 할 수 없다.

 무려 초등학교 6년간 아이를 가르쳐온 그녀다.

 그녀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순간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안 돼! 정말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 말려야 돼! 구해야 돼!!!

 

 그녀가 건물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

 옆에서 “어, 어” 하고 소방관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녀가 더 빨랐다.

 

 몇 걸음, 몇 걸음만 더 가면 건물이었다.

 달려가야 한다. 아이를 구해야 한다.

 아이까지 이런 화상을 안고 살게 해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건물에 가까워질수록 피아노 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불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치 불이 피아노 소리를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펑. 펑펑. 퍼퍼펑.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2층 상가들의 유리창이 터져 내렸다.

 그 틈을 타 불이 온 건물을 휩싸고 날름거리며 달려들었다.

 

 잠시 주춤하던 피아노소리가 다시 또 급격하게 커져갔다.

 그러다 한순간 피아노 소리가 뚝 멈췄다.

 

 ‘어디지?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선생님. 뒤로 물러나세요. 더 이상은 위험하세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소방관, 윤수 아빠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는 다른 소방관들과 함께 건물 앞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똑바로 보았다.

 이제 막 불이 날름거리기 시작한 피아노학원 창가에서 한 커다란 그림자와 작은 그림자가 서로 싸우는 것을.

 

 큰 그림자가 작은 그림자를 덮치려 하자 작은 그림자가 그를 피해 창문으로 달려와 밑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 뒤를 따라 큰 그림자가 마지막까지도 추격해 오는 것이 보였다.

 

 

 파파파파파팡! 퍼퍼펑! 펑! 퍼퍼펑!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폭발이 일었다.

 그 폭발에 안에 있던 큰 그림자가 하늘로 높이 나는 듯하더니 이내 맹렬한 속도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폭발의 충격인지 하늘을 한참이나 날아 떨어지는 것이 안전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곳까지 훌쩍 넘어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도 계속 쳐다볼 수 없었다.

 이제 3층까지 번진 불이 남아있던 유리창을 한꺼번에 터뜨려버린 것이다.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부분부분 남아있던 창이 깨진 2층에 비해서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폭발이었다.

 불구경하던 사람들의 머리위로 유리창 조각들이 우수수 날리면서 여기저기 요란한 비명이 터졌다.

 

 그녀는 달려드는 유리조각을 막으려 얼굴을 막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도 모르게 비명까지 질렀다.

 그럼에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커다란 좌절이 밀려왔다.

 

 끝났다. 정말 끝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이렇게 모두 끝나 버리다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 서슬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멍하니 앞만 바라보았다.

 곧 몸을 일으켜 전속력으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한 조그마한 아이가 소방관과 함께 안전매트리스 위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아이였다.

 아이가 무사히 학원에서 나와 매트리스 위에 떨어졌던 것이다.

 

 그녀는 아이에게 달려가 와락 끌어안았다.

 아이가 그녀의 안에서 주춤거리더니 이내 가만히 있었다.

 

 말 잘 듣는 아이다.

 지금도 그냥 자신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이의 온몸에서 그을린 자국이 나고 머리에서도 탄내가 났다.

 얼마나 놀랬을까.

 

 “고마워. 나와 줘서... 고마워. 선생님은 너무나 고마워.”

 

 아이를 안고는 저도 모르게 크게 흐느꼈다. 이렇게 울어본 적 있었던가.

 차가운 피아니스트라고까지 불렸던 그녀가 아닌가.

 

 그녀에게 안겨 있던 아이가 달싹거리며 움직였다.

 주춤하던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가 그녀의 어깨에 얹혀졌다.

 따뜻한 손, 쌀쌀한 봄날 밤에도 따스한 손이었다.

 

 한참 후 선생은 아이를 떼어내며 찬찬히 살펴보았다.

 온몸이 재투성이고 옷 또한 군데군데 불자국이 있었다.

 아이의 몸 또한 까맣게 그을린 채 잔상처가 많아 보였다.

 

 

 “괜찮아? 괜찮은 거야?”

 

 선생이 울먹이며 아이를 보며 물었다.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참는 아이, 무엇이든 참고 견디지만 오직 피아노 하나만 있으면 되는 아이.

 그 아이가 선생 앞에 있었다.

 

 소방관이 다가와 서둘러 아이를 살펴보고 있었다.

 짐작대로 학원에서 연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이였다.

 그러다 뒤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오자 복도 다른 쪽으로 달아났다.

 

 때마침 폭발이 일었고, 커다란 그림자가 날아가는 사이 아이는 다른 쪽으로 날아 떨어졌다.

 마침 복도 끝부분으로 사람들이 보지 못한 곳이라 미처 알아챈 사람들이 없었다.

 소방관들이 그곳에도 매트리스를 깔아둔 게 다행이었다.

 

 큰 그림자가 누구인지는 말 안 해도 뻔했다.

 학원의 폭발로 더 멀리 날아가 땅 위로 떨어져 신음하고 있는 그, 바로 아이의 새아빠였다.

 

 “괜찮으세요?”

 “아니. 이게 괜찮겠어요? 아, 아아!”

 

 남자는 연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옆에 어느새 다가온 아이 엄마가 아이가 아니라, 남편 옆에 섰다.

 

 아이가 물끄러미 그쪽을 바라보았다.

 서혜원 선생은 아이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아이가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선생은 분명히 보았다.

 아이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 그 분노의 눈빛, 허탈한 마음까지. 이제 중학생이 된 아이가 느끼는 복잡한 심경이 선생의 마음에 분명하게 느껴져 왔다.

 

 선생은 마음이 아려왔다.

 천천히 아이를 다시 품안에 끌어안았다.

 아이가 흠칫 하고 몸을 떨었지만 그대로 그녀의 품안에 있었다.

 

 조금 있으니 아이에게도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씩 떨리더니 이내 아이의 눈에서 뚝뚝 눈물이 그녀의 팔위로 떨어져 내렸다.

 선생은 말리지 않았다. 그대로 두었다.

 

 터뜨려야 해. 울어야 해. 넌 지금 아파. 너 아픈 대로 울어야해.

 

 아이가 흑흑 하며 흐느꼈다. 이제 아이는 눈물을 참지 않았다.

 삼키지 않았다. 있는 대로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 작은 움직임이 품에 안고 있는 그녀에게도 분명히 느껴졌다.

 

 허엉 허어엉 허어어어어어어엉 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통곡이었다. 분노였다. 한서린 아이의 외침이었다.

 

 선생의 눈에서도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선생은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미안해. 놓지 않을게. 이제 선생님이 지켜줄게. 내가 다 해줄게.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얼마 후 서혜원 선생은 아이와 함께 마을을 떠났다.

 

 아이는 처음에는 범인으로 몰렸지만 곧 풀려났다.

 집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고, 현장에서 발견된 신나통 등도 아이가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이의 새아빠는 병원에 입원했다.

 앞으로 하반신을 못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경찰서 안에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아이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풀려난 뒤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이제는 선생이 그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원래 데려가고 싶어 하셨잖아요? 하고 싶으신 대로 하세요. 우리 얘 옆에도 저런 새끼 있으면 도움 안돼요.”

 

 아이가 눈을 들어 새아빠를 노려보았다.

 

 “저, 저 새끼가! 야, 너 이리와 봐!”

 

 새아빠가 고함을 질렀지만, 아이는 당연히 그의 옆으로 가지 않았다.

 그저 몸만 돌렸다.

 이미 새아빠에게는 안녕, 그것으로 아이의 마음은 끝이었다.

 

 서혜원 선생이 아이와 함께 마을을 떠나기 전, 생각하지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아이의 엄마였다.

 

 만나자고 하더니 엄마는 정작 만나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한참 동안 서혜원 선생이 준 차의 찻잔만 만지작거렸다.

 아이는 학교에 간 사이였다.

 

 “선생님.”

 

 마침내 입을 열었다. 선생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 알고 계시지요?”

 

 선생이 그녀를 보았다.

 그 후로 한참동안 엄마의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선생은 한 번도 그녀의 말을 막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이 인사하러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던 엄마가 우뚝 발을 멈췄다.

 뭔가 망설이고 있었다.

 곧 그녀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 아시지요? 그 사람...”

 “....”

 “참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엄마의 얼굴이 참 맑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시절, 그녀가 말하는 그때로 돌아가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엄마는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방을 떠났다.

 

 

 얼마 후 선생은 아이와 자신의 짐을 정리해서 서울 부모님 집으로 올라갔다.

 아이는 그때까지도 별 말 없었다.

 다시 차분하고 말 잘 듣던 아이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아이는 전혀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싶어 한참 동안을 두어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는 그 냉정한 서혜원 선생이 마음을 풀어주려 했지만 그는 절대로 다시는 피아노 앞에 앉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아예 친구들 앞에서 ‘음치’로 소문나 있었다.

 음악시험은 빵점을 받았고 그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바빴다.

 표정이 밝아진 것만이 유일한 소득이었다.

 

 거기에는 서혜원 선생의 부모님 역할이 컸다.

 부모님은 아이를 친손주처럼 예뻐해 주었다.

 커가는 아이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큰 낙인 것 같았다.

 아이는 처음 받아보는 어른의 사랑에 옆에서도 보일 정도로 행복해 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다.

 그날이 올 때까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아이의 하얀 손이 길게 자라 피아노 건반을 더욱 크게 덮게 될 때까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날은 왔다. 아이가 바뀌게 되는 날, 그날은 마침내 찾아오고 말았다.

 시간은 여전히 준비해둔 것들을 위해 제 걸음을 정상적으로 옮기고 있었다.

 

 항상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놀면서도 음악은 빵점인 아이,

 훗날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윈터스의 리더가 된 아이.

 H의 변화는 그렇게 준비되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나 따르는 할아버지의 품안에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5화. 미움의 수정밭 (5) 두려움의 늑대 2020 / 9 / 29 281 0 6624   
24 24화. 미움의 수정밭 (4) 위기일발 H 2020 / 9 / 28 278 0 5942   
23 23화. 미움의 수정밭 (3) 천재의 부활 2020 / 9 / 25 285 0 6500   
22 22화. 미움의 수정밭 (2) 세이렌의 요정 2020 / 9 / 25 280 0 5560   
21 21화. 미움의 수정밭 (1) 안개 속의 목소리 2020 / 9 / 23 271 0 6640   
20 20화. 유령의 숲 (4) 날아오르는 새 2020 / 9 / 22 256 0 8571   
19 19화. 유령의 숲 (3) 거울요정 포리와 앵무새 … 2020 / 9 / 21 270 0 6501   
18 18화. 유령의 숲 (2) 앵무새 요란타 2020 / 9 / 19 283 0 6446   
17 [4부. 미움의 수정밭] 17화. 유령의 숲 (1) 유혹… 2020 / 9 / 19 269 0 8317   
16 16화. 동굴 탈출 2020 / 9 / 18 291 0 5333   
15 15화. 할아버지의 보물상자 2020 / 9 / 17 276 0 6951   
14 14화. 화재 2020 / 9 / 16 296 0 7186   
13 13화. 울음 터뜨리는 아이 2020 / 9 / 16 281 0 7019   
12 [3부. H이야기] 12화. 천재소년 2020 / 9 / 15 271 0 6558   
11 11화. 회복 2020 / 9 / 15 283 0 6595   
10 10화. 달의 아이 뚜띠 2020 / 9 / 11 272 0 6718   
9 9화. 하늘의 검은 새 2020 / 9 / 10 275 0 7790   
8 [2부. 달의 뒷면] 8화. 달의 은빛기사단 2020 / 9 / 9 269 0 6622   
7 7화. 달로 가는 계단 2020 / 9 / 8 278 0 7199   
6 6화. 창문 밖의 아이들 2020 / 9 / 7 287 0 6057   
5 5화. 마법연필 2020 / 9 / 5 290 0 8505   
4 4화. 모험의 시작 2020 / 9 / 5 289 0 5298   
3 3화. 불안의 플라스크 유령 2020 / 9 / 5 292 0 5290   
2 2화. 세기의 아이돌 '윈터스' 2020 / 9 / 5 280 0 6651   
1 [1부. 7각 마법연필] 1화. 무지개색 연필 2020 / 9 / 5 437 0 588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블랙엔젤 : 나는
명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