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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아이돌과 함께 떠나는 연필마법사의 비밀 - 두려움의 달
작가 : 명하
작품등록일 : 2020.9.5

앗! 최고의 아이돌 그룹 윈터스가 내 방에!

우연히 7각 연필을 줍게 된 초등학교 5학년 지혜,

그녀는 윈터스의 사라진 멤버 2명을 구해오라는 엄청난 미션에 휘말려 버린다.

과연 '평범한' 그녀가 이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까.

보이그룹 아이돌과 함께 하는 지혜의 행복한 모험기,

<연필마법사의 비밀> 그 첫 모험을 소개합니다! ^^

 
13화. 울음 터뜨리는 아이
작성일 : 20-09-16 17:08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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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허락을 받긴 했지만, 아이 부모는 아이가 피아노 배우는 걸 싫어했다.

 아이의 여동생, 진희가 지지리도 음악에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집에서 피아노의 ’피‘자, 음악의 ’음‘ 자도 꺼내는 걸 꺼리게 되었다.

 

 아이는 꾸준히 학원 수업을 들으러 다녔지만, 그 또한 5학년부터는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아빠보다 엄마가 더 문제였다.

 

 “너 누구한테도 피아노 배운다고 하면 안 돼. 진희는 피아노 싫어하는데 너만 다닌다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겠어? 더구나 실력까지 차이나면...”

 “엄마!”

 

 듣고 있던 아이의 여동생 진희가 엄마를 불렀다.

 지지리도 못 치면서 못 한다고 하니까 그 말은 또 싫은 것이었다.

 

 “아무튼 얘기하지 마. 조용히 너만 다녀. 아니면...”

 

 아이가 겁에 질려 엄마를 보았다. 설마, 설마?

 

 “너 다시는 못 다니게 할 거야. 알아들어?”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고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피아노, 그것만은 절대 안 되었다.

 

 그건 돌아가신 아이의 친아빠,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아빠, 그 아빠와의 마지막 끈이었기 때문이었다.

 

 엄마에게는 낡은 물건들을 보관하는 커다란 상자가 있었다.

 엄마가 재혼하면서 광에 넣어버린 상자였는데, 그 존재는 아이와 엄마 밖에 몰랐다.

 

 새아빠와 결혼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새아빠는 아빠가 죽은 뒤로 매일같이 찾아오던 아저씨였다.

 어쩌면 아빠가 죽기만을 바랐을 지도 모르는 그 아저씨.

 

 엄마는 그 아저씨에게 끌려가다시피 결혼했다.

 아이도 친아들처럼 잘 챙겨주겠다는 거짓말만 믿고.

 

 상자 안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커다란 레코드판이 하나 있었다.

 한 피아니스트의 얼굴이 그려진 옛날 레코드판.

 피아노 앞에 앉아 백인 지휘자와 서로 눈인사를 교환하는 사진이 표지에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지휘자와 서로 깊은 신뢰를 주고받는 그런 눈빛, 척 보아도 세계 정상급에 선 듯한 피아니스트의 모습이었다.

 피아니스트의 이름도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도건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그의 쇼팽 야상곡 연주집.

 

 아이에게도 친아빠와 주고받은 피아노 추억 하나가 있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넓은 가슴을 가진 아빠가 아이를 품에 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환한 햇살을 받으며 피아노를 쳐주는 그런 기억이었다.

 

 아빠의 품은 한없이 따스했고, 그를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 또한 그 때는 마냥 포근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아빠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는 재혼 이후 아빠의 사진과 물품은 모두 치웠다.

 당연하겠지만 새아빠는 아이의 친아빠 흔적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 눈치를 보며 모든 물건을 없애버렸다.

 

 아이 아빠가 죽은 건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였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아이는 아빠에 대한 기억도, 사진도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어렴풋이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자신이 친아들이 아닌 걸 알았다.

 

 “뭐야. 쟤는 내 핏줄도 아닌데.”

 

 새아빠는 아주 노골적이었다.

 진희가 태어나면서는 대놓고 아이를 차별하기 시작했다.

 

 “저건 진희 줘야지. 이런 건 여자애한테 더 맞는다고.”

 “쟤가 이런 거 하겠어? 장난감은 역시 여자애들 갖고 놀기 편한 인형이 최고지. 쟤는 그냥 TV나 보라고 해.”

 

 그나마 진희가 방에서 나오면 그는 자기 방으로 가야 했다.

 아이의 방은 다락방이었다. 작고, 때때로 쥐가 돌아다니는.

 

 아빠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는 어렴풋이 아빠가 그런 얼굴이 아닐까 생각했다.

 레코드판 표지에 있는 그 동그랗고 인자한 얼굴.

 아이를 버티게 한 것도 그 얼굴이었다.

 

 아이는 집에서 견디기 힘들 때면 광에 들어가 몰래 레코드판을 꺼내서 음악을 들었다.

 광에는 오래된 LP 플레이어도 있었다.

 거기 레코드판을 올려놓고 들으면 그게 바로 아이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것도 집에 아무도 없을 때나 가능했다.

 사람들이 오면 광은 물론이고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안 되었다.

 다락방에 올라가 손님들이 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나중에는 그게 오히려 더 편해졌다.

 눈만 마주치면 잔소리하고 싫은 티를 내는 새아빠, 그를 닮아 오빠인지 동생인지 모를 정도로 틱틱거리는 동생 진희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혜원 선생과의 피아노 연습은 아이가 매주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되자마자 집을 빠져나가서 아이는 쏜살같이 학원으로 달려갔다.

 

 때로 진희나 새아빠가 ’학원‘을 무기로 심부름이나 집안일을 시킬 때도 있었다.

 그 때도 아이는 군소리 없이 그 일들을 해냈다.

 대들었다가는 아예 학원을 안 보내줄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네가 누구 때문에 학원을 다니는 건데. 다 네 동생 진희 때문이야. 진희가 가서 학원 상담을 하고 있으니까 선생도 너한테 마음이 쏠린 거라고.

 혹여나 재능이니 뭐니 생각하지 마. 너 딱 초등학교 때까지만 수업할 테니까. 그 정도도 과분한 거야. 피아노 배우는 남자애가 어디 있어. 나나 되니까 의붓아들에게 이렇게 해주지. 다른 집에선 꿈도 못 꾸는 거야.”

 “네.”

 

 뭐든 ’네‘였다. 아이의 대답은 그거 하나로 정해져 있었다.

 새아빠가 ’너 바보냐‘ 해도 아마 ’네‘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학원에서는 시간 가는 게 아까워서 선생의 레슨을 들으면서도 계속 피아노를 만지작거렸다.

 선생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 놓칠세라 눈을 반짝이며, 아니 아예 집어삼킬 듯 선생을 보고 또 따라했다.

 

 실력이 느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천재였지만, 아이의 노력 또한 상당했던 것이다.

 밤에 누워서도 허공에 피아노 지판을 그릴 정도로.

 

 그런 아이도 정작 모르고 있었다.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큰 사건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 사건은 그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바로 그의 곁을 찾아왔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아이는 더 이상 서혜원 선생에게 배울 게 없게 되었다.

 여전히 배우고는 있었지만, 벌써 그녀가 더는 가르칠 것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던 것이다.

 

 서혜원 -. 그녀 또한 한국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중의 하나였다.

 S대를 졸업한 그녀는 독일 유학까지 다녀와 한국에서 촉망받는 피아니스트로 무대를 꾸려가고 있었다.

 

 그러다 불의의 자동차 사고가 터졌다.

 자신의 약혼식 전날, 약혼자와 함께 독일에서 차를 타고 가다 그만 큰 사고가 난 것이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 반쪽에 큰 화상을 입고 말았다.

 손도 당분간은 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약혼자의 중요한 행사에 다녀오던 중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길어 다친 얼굴 반쪽을 항상 긴 머리나 면사포로 덮고 다녔다.

 점차 성격도 내성적이 되면서 무대에 서는 것도 더는 어렵게 되었다.

 더욱 나쁜 것은 그 사고로 약혼자 또한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혼자가 되었다.

 

 한참 독일에서 지내던 그녀는 세월이 흘러 한국으로 귀국했다.

 오랫동안 간호하던 약혼자가 모습을 감춘 뒤였다.

 그가 사라진 뒤 더 이상 독일에 남아 있을 이유도 기운도 없어진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포근했다.

 이모의 조그만 학원에 놀러와 소소한 일을 도우면서 점차 몸과 마음을 회복해 나갔다.

 서울에 비해 조용하고 조그만 지방 소도시, 이곳에서는 몸과 마음을 모두 추스르기에 좋았다.

 

 아이를 만난 날도 그런 날 중의 하나였다.

 아이들의 피아노를 봐주다가 저도 모르게 빈 연습실에 있던 작은 피아노를 한 손으로 쳐본 것이었다.

 그 소리에 바로 옆방에 있던 조그만 꼬맹이가 그렇게 즉흥적으로 따라 칠 줄은 정말 몰랐다.

 

 점차 수준을 높여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한 번도 연습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그날이 처음 쳐보는 날이라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적어도 예고나 음대 1학년은 되어 보이는 그런 연주까지 곧잘 따라오는 것이었다.

 

 그런 세월도 이제 6년이 지났다.

 더는 아이에게 가르칠 것이 없었다.

 

 때마침 선생에게도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강의 자리가 생긴 것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곧 아이를 위해서도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재능을 일반 중학교에서 썩히기에는 아까웠다.

 

 마침내 그녀는 결심했다.

 아이의 부모를 만나 아이를 예중이나 해외 유학을 보내자고 설득하기로 말이다.

 모든 비용은 자신이 댈 참이었다.

 

 “안 됩니다.”

 

 아이 아빠는 선생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바로 잘랐다.

 

 옆에서는 아이가 처음 피아노를 배우게 되던 날처럼 말없이 새아빠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서.

 

 아이 아빠는 그런 아이를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말만 계속 하고 있었다.

 

 “이런 재능을 여기서 썩히다니요. 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으세요?”

 “우리 얘는 어떻게 하나요? 걔가 기죽을 거는 생각 못하세요? 아니 남매인데, 얘만 이렇게 잘나면 다른 얘들이 우리 얘를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우리 애’라는 말에 선생의 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이들은 벌써 자신의 자식들은 여동생 하나로만 정해두고 있었다.

 이 아이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

 ‘우리 애’라니, 그럼 이 아이는 뭔가.

 

 아이의 여동생 진희가 그렇게 말하는 아빠를 옆에서 태연히 마주보고 있었다.

 

 서혜원 선생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차피 쉽게 허락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마도 돈을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래, 그 생각부터 끊어내자.

 그럼 허락할 지도 모른다.

 

 “혹시 비용이 걱정이라면, 걱정 마세요. 제가 전부 책임지겠습니다. 제가 이 아이의 모든 걸 다 준비할 테니 그저 허락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아이 아빠가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그 소리에 잠자코 앉아있기만 하던 아이 또한 깜짝 놀라 아빠를 바라보았다.

 

 “우리 얘는 어떡해요? 우리 진희는 어떡하냐고요? 선생님, 쟤 서울로 데려가실 거죠? 듣기에 집도 잘 사신다던데 그럼 우리 얘는 내버려두고 저 새끼만 잘 먹고 잘 키우신다는 거잖아요.

 그럼 아예 우리 얘도 데려가세요. 아니 우리 얘도 피가 반은 섞였을 텐데, 저 만큼은 아니어도 잘 할 거 아니에요? 그거 잘 키워주는 것도 선생 능력이지요.

 애당초 쟤 비용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래도 키운 정이 있으니까, 우리 애까지 데려가시면 제가 우리 애 비용 정도는 오히려 지원해드릴게요. 그거 아니면 말도 꺼내지 마세요.

 아니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누군 사람새끼 아닌가. 야! 너 이리 와봐!”

 

 아빠가 갑자기 말없이 앉아 있는 아이를 불렀다.

 서혜원 선생은 깜짝 놀랐다.

 아이는 더 놀래서 고개를 들고는 쭈뼛쭈뼛 새아빠 앞에 가서 섰다.

 

 “야, 네가 그렇게 피아노 잘 쳐? 어? 동생 무시하고 너 혼자 갈 정도로 잘 치냐고? 너 이게 보답이야? 우이씨, 이렇게나 키워줬더니 이제 아예 집안 망신을 시켜?

 도대체 네가 잘하는 게 뭐 있어? 그동안 집에 뭐 보탬이라도 된 적이 있어? 아무 것도 아니면 그냥 찌그러져 있으라고. 왜 나서서 이 분란을 만들어, 만들길!”

 

 아빠가 계속 아이를 보고 을러댔다.

 아이는 울상으로 그 앞에 서 있었지만, 손만 달싹거릴 뿐 꼼짝도 하지 못했다.

 

 “꺼져, 이 새끼야. 저리 가서 앉으라고!”

 

 자기 할 말만 하던 새아빠가 소리 지르자 아이가 다시 소파에 가서 주저앉았다.

 온통 하얘진 얼굴에 굳어진 모습이 큰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가만있었다. 대들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그대로 당하고만 있었다.

 오히려 보는 선생이 더 분통 터졌다.

 

 어떻게 저렇게 안 바뀔까. 처음 아이를 맡기로 한 지 벌써 6년이었다.

 그간 부모도 변할 줄 알았다.

 날이 갈수록 발전해가는 아이의 실력을 보면 부모 마음도 풀어질 줄 알았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좋은 새엄마, 새아빠가 많았다.

 선생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아니었다.

 좋은 부모는커녕, 좋은 어른도 되지 못할 인간들이었다.

 

 서혜원 선생은 입술을 깨물었다.

 차마 이 정도의 모습까지 보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쭉 빠졌다.

 

 더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가장 걱정되는 건 아이였다.

 말없이 당하고 지금 자리로 가 앉아 있기만 하는 아이가 더 안쓰럽고 걱정되었다.

 

 고개를 돌려 아이를 보았다.

 그때 선생은 분명히 보았다.

 아이의 앙다문 입술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계속 방바닥만 보고 있는 아이의 눈에 점차 힘이 들어가는 것을.

 

 그 모습에 확신을 얻었다.

 아이 또한 분명 그녀와 함께 가고 싶어 한다.

 그걸 절실히 원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든 데려가는 것이 그녀 몫이다.

 일단 오늘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꼭.

 

 “알겠습니다. 오늘은 그리 완강하시니 돌아가도록 하지요.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요. 우리 진희까지 데려가실 거 아니면 절대 안 보낼 테니까 그리 아세요. 그거 아니면 다시는 찾아오지도 마세요.”

 

 아이 아빠는 더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심한 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 엄마 또한 아이가 아니라 아빠를 챙기러 따라 일어났으니 말이다.

 

 서혜원 선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는 방법이 없었다.

 

 그때였다. 잠자코 자리에 앉아있던 아이가 벌떡 일어섰다.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아이는 모두를 보고 그 자리에서 외쳤다.

 

 “할 거야! 난 할 거야! 할거야! 난 한다고! 꼭 할 거야! 할 거라고!!!!”

 

 아이의 분노가 가득 실린 함성이었다.

 모두 깜짝 놀라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모두를 찬찬히 보더니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잽싸게 문을 열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마당에서 타다닥 뛰어가는 아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저 새끼가!”

 

 아이 아빠가 그 뒤를 따라 재빨리 달려 나갔다.

 서혜원 선생도 가만있지 않았다.

 

 서둘러 그 뒤를 따라 나갔지만, 어느새 아이 아빠와 아이 모두 어디로 가 버렸는지 찾을 수 없었다.

 멍하니 서 있는데 아이 엄마가 선생에게 다가왔다.

 주저하는 폼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일거예요.”

 “거기라면...?”

 

 아이 엄마가 말없이 서혜원 선생을 바라보았다.

 한편으로 간절해 보이기까지는 하는 눈이었다.

 그 눈에 해답이 있었다.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무심했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맞다. 거기다.

 그곳 외에는 아이가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왜 이제야 그 생각이 떠올랐을까.

 

 선생은 몸을 돌렸다. 어서 가야했다. 막아야 했다.

 아이가 더 큰 화를 당하기 전에,

 

 선생은 곧 몸을 돌려 어디론가 미친 듯이 달려갔다.

 아이 엄마가 그런 선생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집안에는 진희만 있었다.

 그녀는 모두 나가 텅 빈 거실에서 혼자 TV를 틱 켜서 보고 있었다.

 마침 TV에선 코미디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다.

 그녀의 깔깔거리며 웃는 웃음소리가 밖으로 울려나왔다.

 아이 엄마는 무심히 안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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