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묘진이
작가 : TS사가
작품등록일 : 2020.9.7

"날 영원히 미워할 거라고 약속해줘."
"착각하지 마. 난 널 미워하지 않아, 증오해."
"영원히?"
"영원히."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3)
작성일 : 20-09-16 16:22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524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형사들이 돌아간 후, 난 부장님과 김 비서와 회의 끝에 이 일을 다른 직원들에겐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리곤 일정보다 빨리 직원들을 퇴근시켰다.

 

 한편 적잖은 충격을 받았는지 김 비서는 평소와 다른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다 내게 그 새끼 고양이에 관해 물었다가 내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입을 다물었다.

 

 얼빠진 그녀의 표정에서 주말은 그렇다 쳐도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릴 게 눈에 선했다.

 

 김 비서와 직원들이 떠난 후, 나와 부장님은 회사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기와 보안 사항을 점검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세상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습니다.”

 

 서로 반대편에서 불을 끄면서 걸어오다 마주친 부장님은 스스로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본인이 나보다 더 근심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회사랑 무슨 관련성이 큰일도 아니잖아요. 다만, 김 비서가 좀 걱정이네요.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아서···. 그나저나 임 주임한테는 부장님이 좀 둘러대 주세요.”

 “네, 그럼 저도 이만 퇴근해보겠습니다. 아 참, 벌초용 기계는 아침에 차에 넣어뒀습니다.”

 “아, 네. 들어가 보세요.”

 

 부장님까지 퇴근하자, 이 큰 빌딩에 나만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됐다. 불 꺼진 복도를 지나쳐 김 비서 자리에서 회사 전화로 오늘 일본으로 돌아가는 사카모토와 한동안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까다로운 그의 요구가 이어진 긴 통화가 끝나자 난 홀가분한 기분으로 내 사무실로 들어갔다.

 

 밖은 아직 한 낮임에도 블라인드가 내려진 사무실 안은 어두컴컴해서 전등 스위치를 눌렀는데 이상하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부장님이 전기 차단기까지 내리고 가셨나 싶어 별 의문 없이 옷걸이에서 양복 상의를 집어 걸치고, 핸드폰과 지갑, 차 키를 챙겼다.

 

 그리고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사무실 문을 나서려는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푸른 불빛이 나타나 나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모니터 화면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뭐지?”

 

 난 본능적으로 다시 벽의 스위치를 올렸다. 전등은 여전히 켜지지 않았다.

 

 뭔가 오싹한 느낌에 사로잡혀 뒤로 두세 걸음 물러나다 반쯤 열린 사무실 문에 부딪혔을 때, 갑자기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꺄르르르···.”

 

 딸 아이의 목소리였다.

 

 “후 우···.”

 

 온몸의 솜털이 곤두선 채 깜깜한 복도와 푸른 빛이 감도는 사무실 안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불어온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날 문 안쪽으로 밀 듯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빠, 아빠?”

 

 스피커에서는 날 찾는 딸 아이의 목소리까지 들렸다.

 

 숨을 꼴깍꼴깍 넘기던 나는 결국 창문 쪽을 향해 켜져 있는 모니터 화면을 보기 위해 책상을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시야에 들어온 모니터 속엔 화면 가득 묘진이의 모습이 보였다.

 

 놀이터로 보이는 화면 속 모습은 저번에 봤던 유치원 CCTV 영상과 비슷했다. 난 곧바로 이 영상이 저번에 미처 보지 못한 세 번째 CCTV 영상임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이 영상이 지금 틀어졌는지를 이해할 틈도 없이 내 시선은 영상 속 놀이터 안에서 놀고 있는 묘진이에게 고정됐다.

 

 한편 묘진이는 이 전 두 영상처럼 예린이와 모래를 가지고 노는 모습 그대로였다. 별 특이사항이 느껴지지 않았다.

 

 화면 속 딸 아이의 모습은 여느 때처럼 사랑스러웠고 난 그런 묘진이의 모습에 입안 가득 미소가 생겼다.

 

 ‘컴퓨터를 바꿨다더니, 비상전력이라도 있는 건가. 본체에 건전지가 들어있나?’

 

 긴장감이 풀리자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난 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안락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의자를 뒤로 빼서 컴퓨터 본체 스위치를 찾았다.

 

 그때,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오르자 난 갑자기 동상처럼 얼어버렸다. 난 다시 고개를 들어 모니터 화면을 노려봤다.

 

 ‘CCTV엔 클로즈업 기능이 없을 텐데···, 왜 묘진이 얼굴이 이렇게 확대돼서 보이지? 더군다나 묘진이 목소리까지 녹음 됐다니···.’

 

 게다가 영상은 묘진이를 중심에 두고 마치 파노라마처럼 다양한 각도로 아이를 촬영하고 있었다.

 

 이게 CCTV 영상이 아니란 걸 깨달은 난 얼굴의 식은땀을 훔친 손으로 마우스를 붙잡아 영상플레이어와 폴더들을 뒤져 방금 본 영상 파일의 원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그 영상이 유치원 원장이 줬던 세 번째 CCTV 영상 위에 덮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시 세 번째 영상을 틀자, 아까 그 딸 아이를 누군가가 촬영한 영상이 나왔다.

 

 이건 아무래도 수사 의뢰를 할 수준의 심각한 일이라고 느끼던 난 곧장 핸드폰을 꺼내 아까 찾아온 남 형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아니라고 말은 하면서도 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던 꺼림칙한 그의 모습이 떠올라 전화기를 책상 위에 내려놨다.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환청이나 환상이 아니다. 최근 내 주변에서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난 잠시 동안 가죽 의자에 구겨 넣듯이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가 다시 몸을 빼 허리와 고개를 한껏 젖혀 천장을 향한 채 눈을 감았다.

 

 오래전, 묘진이가 태어났을 때 분만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난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는 소식에 산부인과가 떠내려갈 만큼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좋아했다.

 

 전처 지원이와의 사이에 아이가 없었던 난 나 자신조차 내 아이를 그토록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지원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나서 지금의 아내 유라와의 재혼을 통해 얻은 귀하디귀한 내 딸 묘진이.

 

 하지만, 그 기쁨은 잠시뿐이었고, 딸 아이는 세 살이 되기까지 심한 발작과 알레르기, 아토피 등 온갖 병에 시달렸다.

 

 회사에 있다가 아내의 전화를 받고 달려가 아이를 안고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게 일상이었던 시절. 안 그래도 어머니와 전처 지원이의 죽음으로 정신병에 시달리고 있던 내 몸과 마음은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하지만, 묘진이, 내 딸 묘진이를 보고 그 모든 걸 견뎌냈다.

 

 처음엔 유라도 지금과는 달랐다. 그녀 역시 묘진이에게 매달렸고, 나만큼이나 아파했다.

 

 시기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너무 힘이 들어 했던 아내는 아마도 어느 순간 그 끈을 놔버린 것 같았다.

 

 그때 우리 집 사정을 조금이나 알고 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지인 한 분이 그 여자를 소개해줬다.

 

 저번에 내가 전화로 찾았던 월아당 무당 말이다.

 

 당시엔 아이가 차만 타면 토하고 발작을 하는 바람에 무당을 집으로 오게 했다. 미리 태어난 날짜와 시를 알고 왔던 무당은 상당히 비장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왔고 앓아누워있는 묘진이를 보더니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나자빠졌다.

 

 나와 아내는 영문을 몰랐다. 특별한 종교는 없었지만, 무속 역시 반신반의하던 터에 그녀의 행동은 그저 돈벌이를 위한 수단쯤으로 보였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우리에게 아이의 이름을 묘진이로 개명할 것을 권했다.

 

 신기하게도 마치 딸 아이의 이름이 처음부터 묘진이었던 것처럼 개명하기 전 아이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유를 묻는 내게 무당은 딸 아이가 영(靈)은 있는데 형(形)을 타고 나지 않았다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재차 묻자, 무당은 뭔가를 우리에게 다시 설명하려고 했는데 그때 딸 아이와 눈이 마주친 무당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면서 뭔가에 다시 놀란 듯 갑자기 게눈 감추듯 서둘러 우리 집에서 뛰쳐 나가 버렸다.

 

 그 후, 한참 후에 어렵사리 연결된 무당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녀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없다며 아이의 이름을 ‘묘진이’로 개명하고 항상 남들에게 베풀고 살다 보면 업보에서 벗어날 길이 있지 않겠냐는 헛소리만 해대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 까마득한 일이 지금 떠오르는 건 왜일까.

 

 무당에게 다시 설명을 듣고 싶어도 이미 그녀도 죽고 없다.

 

 한데···, 정말 신기하게도 딸애 이름을 묘진이로 개명한 후, 아이의 발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비만 오면 노인들 관절염을 앓듯이 울어대던 묘진이는 단순 감기 정도만 걸릴 정도로 건강이 많이 좋아졌고, 차만 타면 발작을 하며 일으키던 경기도 언제 그랬었냐는 듯 차를 타고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됐다.

 

 그 덕에 아이를 데리고 교회를 나가볼까 하던 생각도 접어졌고, 난 내 정신과 치료와 회사 일에만 몰두할 여유가 생겼다.

 

 근데 이제 회사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는데 인제 와서 또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건지 한숨만 터져 나왔다.

 

 순간, 아무래도 어머니 산소에 가서 돌아가신 어머니께라도 부탁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떠올랐다.

 

 그토록 바라시던 손녀를 결국, 못 보시고 돌아가셨는데 안타까워서라도 어머니가 지켜주실 것 같았다.

 

 손을 뻗어 마우스를 잡고 신경 쓰이던 컴퓨터 전원을 꺼버린 후,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핸드폰을 보니 아내에게서 집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안 그래도 묘진이 걱정에 집으로 전화를 넣을까 싶었었는데…,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난 그냥 폰 화면을 접어버리고 차 키를 챙겨 사무실을 나왔다.

 

 회사 정문을 빠져나와 보안을 작동시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다. 바로 시동을 켜려다 잠깐 핸들에 이마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무척이나 피곤했다.

 

 ‘빵’ 하는 소리를 내며 차의 경적이 울렸다. 나도 모르게 살짝 잠들었다가 얼굴로 눌러버린 것이다.

 

 서랍에서 휴지를 찾아 핸들에 묻은 침을 닦고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난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좌회전을 해서 회사 정문을 지나치려던 그때, 난데없이 전처 지원이가 회사 정문에 서 있는 것 같아 심장이 멈춘 듯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끽’ 소리와 함께 타이어 고무 타는 냄새가 차 안까지 스며들었다.

 

 그 덕에 소리를 듣고 날 발견한 최지운이란 여자가 내 쪽으로 뛰어왔다.

 

 “대표님!”

 

 난 마른 침을 삼키며 간신히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웬일이에요? 인터넷 팀은 오늘 쉬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게 회사에 뭘 놔두고 가서…, 오늘 일하신다는 거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요 앞에 일이 있어 왔다가 잠깐 들렀는데 회사 문이 잠겨있어서요.”

 

 그녀를 위해 보안을 끄고 회사 문을 다시 열기는 싫었다.

 

 “그냥 월요일에 출근해서 해요. 보안 키 작동해놔서 다시 끄려면 복잡해요. …그럼, 이만.”

 “저기, 대표님.”

 

 창문을 올리려던 날 그녀가 재차 막았다.

 

 “네?”

 “혹시 어느 쪽으로 가세요?”

 

 난 늦어서 벌초는 오늘 못하더라도 김포에 있는 어머니 산소에 가보고 올 작정이었다.

 

 “흠, 김포 쪽이요.”

 “어머, 혹시 그럼 가시다가 저 중간에 내려주시면 안 돼요?”

 

 ‘뭐, 이런 당돌한 여자애가 다 있지.’

 

 “어디로 가는데요?”

 “집이 목동이라서 중간에 올림픽 대로 쪽에서 세워주시면 될 것 같은데···.”

 

 난 입을 다문 채 정면을 보며 볼을 씹다가 결국 한 마디를 내뱉었다.

 

 “···타세요.”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눈치가 없는지 얼굴이 밝아진 지운 씨는 차를 한 바퀴 돌아 보조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이터니티(2) 2020 / 9 / 24 247 0 5535   
18 이터니티(1) 2020 / 9 / 23 248 0 5276   
17 신경 쓰이는 여자(6) 2020 / 9 / 22 245 0 5484   
16 신경 쓰이는 여자(5) 2020 / 9 / 21 264 0 5541   
15 신경 쓰이는 여자(4) 2020 / 9 / 20 268 0 5205   
14 신경 쓰이는 여자(3) 2020 / 9 / 19 264 0 5359   
13 신경 쓰이는 여자(2) 2020 / 9 / 18 252 0 5286   
12 신경 쓰이는 여자(1) 2020 / 9 / 17 252 0 5598   
11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3) 2020 / 9 / 16 269 0 5244   
10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2) 2020 / 9 / 15 236 0 5797   
9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1) 2020 / 9 / 14 262 0 5217   
8 고양이의 그림자(8) 2020 / 9 / 13 257 0 5447   
7 고양이의 그림자(7) 2020 / 9 / 12 270 1 5300   
6 고양이의 그림자(6) 2020 / 9 / 11 280 1 5381   
5 고양이의 그림자(5) 2020 / 9 / 11 260 1 5617   
4 고양이의 그림자(4) 2020 / 9 / 10 265 1 5325   
3 고양이의 그림자(3) 2020 / 9 / 9 274 1 5078   
2 고양이의 그림자(2) 2020 / 9 / 8 287 1 5138   
1 고양이의 그림자(1) 2020 / 9 / 8 443 1 544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