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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벨트는 제 겁니다, 전하
작가 : 곰고미
작품등록일 : 2016.9.3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남자는 얼굴 한가득 화사한 미소를 띠었다.

"바지 좀 벗어주겠는가, 그대."

어머니. 일하러 왔는데 순결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흔한 황태자와 보좌관의 관계 (6)
작성일 : 16-10-23 23:32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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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먹을 걸 사주시다니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일단 침부터 닦고 말하자. 음식 카트가 지나감과 동시에 지갑을 꺼내 간식을 한아름 산 에이비는 계획대로 아이의 품에 간식을 가득 안겨주었다. 아이는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당황해하며 손사래를 치더니 간식들을 쓱 훑어본 뒤부터 입가에 고이는 침은 숨기지 못한 채 열렬한 눈빛으로 간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감사합니다! 를 외치며 양손에 하나씩 간식을 집어 든 아이가 행복한 표정으로 한 입 가득 간식을 베어 물고는 다시 자세를 창 쪽으로 돌려 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자리를 양보 받고 나서는 아예 자기 자리라는 생각이 박혔는지 아이는 당장 조그마한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는 아예 좌석 위에 꿇어앉으며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바깥 풍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 번 밖을 바라보기 시작한 뒤로 자세가 변하지 않는다.

 

  "저거 보세요! 정말 예뻐요!"

  "그렇군요."

 

 이제는 에이비가 편해졌는지 바깥으로 날아가는 새만 보아도 멀리 보이는 숲을 보아도 자그마하게 보이는 마을을 보아도 잔뜩 신이 나서는 풍경을 한 번, 에이비를 한 번 바라보며 말을 걸어왔다. 그 모습이 기차를 처음 타 보는 어린아이의 모습 그 자체여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아이는 그렇게 한참동안 창 밖을 바라보다가 자세를 바로 고쳐 의자에 앉았다. 풍경을 보는 것이 질린 것이 아니고 기차가 터널에 들어서 더이상 풍경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창가자리를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요."

 

 꼼지락 꼼지락 작은 손을 움직이며 감사인사를 표시하는 모습은 없던 모성애도 만들어 낼 것처럼 사랑스러웠다. 장화를 신겨놓은 고양이처럼 귀엽다고나 할까? 에이비는 어째서인지 아이의 뒤쪽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이미지가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웃어주었다.

 

 아이는 에이비의 웃는 모습에 맑은 웃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하는 타이밍이 뜬금없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질문의 대답이 궁금했던건지 아이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저한테 존댓말을 쓰시나요, 누나? 제가 더 어릴 텐데요."

  "습관입니다. 아무래도 기차를 타시는 분들은 대부분 귀족분들이라 남작가인 제가 말을 함부로 놓기가 좀 그렇거든요."

  "어? 공녀님이 아니었나요?"

  "예. 그렇습니다."

 

 귀찮기는. 외모로는 도저히 작위를 가늠할 수가 없다니까. 아이의 입에서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 듯 했지만 착각이겠거니 넘기기로 했다. 잘못 들었겠지. 상식적으로 기차 밖 풍경에 눈이 빼앗길 정도로 순수한 아이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 리 없었다.

 

 아직도 삐딱한 마음이 남아있는건가? 정신 차리자, 정신. 속으로 여전히 삐딱한 생각을 하는 자신을 꾸짖으며 대답을 해준 에이비는 놀라워 하는 아이를 향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일단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는 했지만 아이의 말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테네스 경."

  "테네스면 충분합니다. 저는 테네스 드 루비온. 루비온 남작가의 3남입니다. 올해로 9살이에요. 그러니 말을 놓아주시지 않으시겠나요,레이디?"

  "아.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자꾸 신경쓰이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꺼내기도 전, 자신의 이름에 먼저 반응을 한 아이는 곧장 자기소개를 하며 어린아이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정중한 태도로 말을 편하게 할 것을 권했다.

 

 귀족이라는 가능성때문에 조심을 했다고는 하나 아이에게 일할 때나 사용하던 존대어를 사용하자니 어색한 느낌을 받고 있던 에이비는 바로 그 권유를 받아들였다. 마침 가문도 같은 남작가였고 나이도 어린데다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도 누나라고 편하게 불러도 될까요? 이것도 인연인데."

  "아. 편하게 불러도 됩니다."

  "잘 부탁해요, 누나."

 

 저렇게 해맑은 미소를 짓는 아이에게 존대를 쓰자니 느낌이 이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앉혀놓고 '고대 예절학개론'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고 있는 느낌.

 

 마침 잘됐다 싶어 곧바로 권유를 받아들인 에이비는 이어진 부탁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딱히 잘못은 아니지만... 저 분위기를 깨도 좋은걸까 잠시 고민하던 에이비는 결심을 내렸다. 잘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다.

 

 아까부터 자꾸 아이의 말에 말려든 탓에 말할 시기를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말하면 되지, 뭐. 잠시 뜸을 들이던 에이비가 아까부터 이상하다 느끼던 부분을 드디어 입에 올렸다.

 

  "테네스. 그런데 말이죠."

  "말 편하게 해요, 누나."

  "아, 응. 그러니까 그거 말인데."

  "응? 뭐요?"

 

 어서 말해봐요. 다행히도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바라보는 아이가 화를 낼 것 같지는 않다. 산뜻한 반응에 조금 용기를 얻은 에이비가 단숨에 본론을 꺼내들었다.

 

  “에이비 드 하스웰. 하스웰 남작가의 장남, 18살. 그러니까, 누나가 아니고 형이라고 부르는 게 맞아.”

  “네?!”

 

 그럴 리가 없는데?! 꽤나 돌고 돌아서 이제서야 잘못된 부분을 짚어줄 수 있게 된 에이비는 눈을 동그랗게 키우며 되묻는 아이의 반응에 살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저렇게까지 놀라니 살짝 미묘하다.

 

 에이비가 묘한 감정을 느끼건 말건 놀란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아이의 눈동자에는 절대로 그럴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는 확신이 서려있었다. 실제로 본인이 직접 꺼낸 이야기였음에도 그럴 리 없다며 중얼거리던 아이는 기차가 다음 역에 도착했다가 출발하기 전까지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저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런 소리는 네가 처음인데. 칭찬이라 생각해도 되는 거지?”

  “칭찬이랄까, 사실이랄까…”

 

 정말이다. 머리가 길기는 하다만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 중 에이비를 여자 같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에이비를 겪다 보면 그런 소리가 나올 리도 없기는 했지만. 어쨌든 남자에게 여자 같다고 하는 이야기는 외모가 준수하다는 칭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뭐 어떠랴 싶은 마음으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았으니 상관없겠지. 욕을 들은 것도 아니고 고의성이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니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럼 형이네요! 잘 부탁해요, 에이비 형!”

  “응. 나도 잘 부탁해.”

 

 무언가 한참 혼자서 고민하는가 싶더니 결국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 아이가 생긋 웃었다. 다시 한 번 호칭을 바꾸며 인사를 건네는 아이의 모습에 에이비 또한 마주 웃었다.

 

 오해도 다 풀렸고, 첫 만남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친해져서 손해볼 건 없겠지. 에이비가 알고 있는 루비온 남작가는 친해질 경우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이 없는 가문이었다. 사실 그걸 넘어서 저렇게 귀여운 아이와 인연을 맺는 것이 기분 나쁠 리 없었다.

 

  “테네스. 근데 혼자서 어딜 가는 거야?”

  “아, 부탁 받은 일이 좀 있어서요! 그걸 해결하러 가는 길이에요. 다음 역에서 내릴 거에요.”

  “부탁?”

  “비밀이에요.”

 

 씩씩하게 말하는 모습이 마치 첫 심부름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나 기차를 타고 심부름을 하러 갈 리가 없었다. 아니지, 애초에 귀족쯤 되면 시종이나 하인을 시키면 된다.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에야 그 정도로 충분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어린아이를 시키는 게 이상한거고.

 

 덕분에 대체 어린 아이가 혼자 기차를 타고 해결하러 가야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지만 짧은 손가락을 최대한 쭉 펴 제 입에 가져다 대는 모습에 그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비밀이라며 말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마치 스파이 놀이를 하는 어린애 같다.

 

 저런 상태의 어린아이들에게 끈질기게 비밀을 물어봐도 영양가 없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에이비는 그냥 귀여운 짓을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근데 형은 어디 가시는 거에요?”

  “하스웰 남작령. 휴가를 받았거든.”

 

 사실 바란 건 휴가가 아닌 다른 거였지만 말이지. 무심코 흘러나올 뻔한 뒷말을 급하게 삼키며 에이비는 말을 마무리 했다. 아무리 상사 앞에서 수십번은 꺼낸 말이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해도 무심코 말이 새어나갈지 모르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기차에 타고 있는 귀족들에게 들어갈 위험이 높았다.

 

 다행히도 뒷말을 눈치채지는 못한 듯 ‘그렇구나! 좋겠어요!’를 외치는 아이에게 가만히 웃어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서로 상성이 맞은 건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할 이야기는 많았다.

 

  “그 때 말이죠? 제 친구 하나가 문을 발로 쾅 차서 열고 들어오더니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라고 하는 거에요. 저랑 방 안에 있던 다른 친구 한 명은 걔가 대체 왜 저러는지 몰라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문을 연 친구가 창피했던지 금새 총모양을 하고 있던 손을 내리면서 말하더라구요. ‘한 번 해보고 싶었어. 파이어볼이 나가지는 않을까 해서…’. 알고 보니까 신문에서 읽었던 강도 사건 범인이 파이어볼 마법을 썼다더라구요. 제 친구는 그 신문기사를 읽고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거고.”

 

 음. 할 이야기는 테네스가 많았고, 에이비에게는 들을 이야기가 많았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워 하는 것 같더니 금새 잔뜩 신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이는 간간히 고개를 끄덕여주는 에이비의 모습에 한 층 더 신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마치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시절에서부터 쭉 이야기를 늘어놓으려고 하는 기세였지만 기껏 신이 난 기분을 망칠 생각은 없었기에 에이비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파이어볼을 쓸 수 있을 리는 없잖아요? 물론 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범인처럼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라고 말해봤자…”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어?”

 

 한참 신이 나서 늘어놓던 아이의 이야기에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어 아이의 대사를 똑같이 반복했다. 그것도 다른 부분도 아닌 강도의 말을 따라했다는 점이 어쩐지 이상해서 이야기를 멈춘 아이는 무심코 소리가 들려온 열차의 출입문 쪽을 바라보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출입문 주위의 광경을 목격한 아이의 입에서 말대신 의문 섞인 탄성이 튀어나온다.

 

  "세상에..."

 

 아이의 행동에 무심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본 에이비 또한 말문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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