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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일 크리스마스
작가 : 예서
작품등록일 : 2020.8.20

믿었던 전 남자친구에게 통수를 맞은 날 천애고아가 된 소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거리에 자살을 결심하는데…… "안 돼!" 누구세요? 어느새 집에 들어온 웬 남자가 자살을 막고 있다. 말하는 사슴까지 데려온 남자는 자기가 나만의 산타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인간 한 명과 산타 한 명, 사슴 하나(?)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이 동거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루덜프 아니고 루돌프
작성일 : 20-09-16 02:00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6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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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신바람! 일어나 봐!"

 

 하늘로 복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시말서 아닌 시말서에 열정을 쏟아붓다 잠든 바람이 대한의 거친 손길에 눈을 떴다. 단잠을 방해받는 걸 애당초 매우 싫어하는 편이었기에, 잠을 깨운 대한을 인상을 잔뜩 구기고 째려봤다.

 

 "너 내가 잠 깨우는 거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중요한 일이야 중요한 일."

 

 그래 들어나 보자. 바람이 입을 다물었다.

 

 "오늘 소원이 졸업식이잖아."

 "근데?"

 

 그게 뭐? 어쩌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 말들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근데라니! 방금 소원이 출발했단 말야. 얼른 준비해야지."

 "그래 그 멍청한 인간 졸업식인 것도 잘 알겠고, 걔가 방금 출발한 것도 알겠고 네가 준비해야한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게 나를 깨운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대체?"

 "당연히 우리 둘이 같이 가야지."

 "우리? 우.리? 살 날이 아직 창창한데 별 희한한 소릴 다 듣겠네."

 

 바람이 못 들을 소릴 들었다는 듯 손가락으로 얄밉게 귀를 후비더니 다시 자던 자세 그대로 누워 눈을 감았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고 판단한 대한이 바람의 몸을 흔들어댔다.

 

 "진짜 안 갈 거야? 진짜? 너 이렇게 매정하고 정 없는 사슴이었어?"

 "어. 나 원래 매정하고 정 없어. 너도 알잖아?"

 

 그건 또 구구절절 맞는 말인데…… 하여간 자기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문제다. 기왕이면 우두커니 한 명만 가는 것보단 두 명이 같이 가는 게 나을 텐데. 저 매정한 놈을 어떻게 구슬리지.

 

 대한이 자길 구슬리려 한다는 걸 감지한 바람이 빨래판 복근을 벅벅 긁으며 말했다.

 

 "생각을 해봐라. 생각을. 걔랑 나랑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닌데 내가 가면 그 멍청한 인간이 좋아하겠냐? 좋아하긴커녕 기분만 잡칠걸?"

 

 그냥 지가 가기 싫은 거 면서 핑계만 번지르르하긴.

 

 세상에서 제일 멋있게 지키러 간다고 장담을 해놨는데. 사슴 발굽으로 계획을 망치게 둘 순 없었다.

 

 매정하고 정 없는 사슴으로 몰기 작전은 실패했으니, 쿨하게 포기하고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해라. 기대한이 그거 또 잘하지.

 

 "자, 들어봐. 자기 졸업식에 자길 보러 와주면 기분 째지지! 근데 무려 한 명도 아니고 둘이나 와줬어. 그럼 기분도 배로 째지지!"

 "퍽이나."

 

 우습다는 듯 바람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동안 거의 집에만 있고, 나가봐야 겨우 공원이었잖아. 바람 쐰다 생각해서라도 가자, 좀!"

 "멍청한 인간놈들 바글바글한 데를 내가 왜 가냐? 내 이름을 니 간약한 꼬임에 갖다붙이지 마라."

 "그럼 가지도 않을거면서 소원이한테 졸업식 가라고는 왜 부추겼어? ……그래. 가라. 겁쟁이냐? 그깟 시선에 주눅들게?"

 

 바람이 했던 말을 대한이 엄격, 근엄, 진지하게 흉내냈다.

 

 괜히 그때 끼어들어가지고 구실만 주게 된 꼴이었다.

 

 무안함에 바람이 상체를 들어 죄 없는 베개를 주먹으로 두드려 팼다. 우람한 팔뚝과는 달리 간은 또 작아서 세게는 못치고 애교수준으로.

 

 "이익! 재수 없는 인간들, 이거나 저거나 스트레스만 주고!"

 

 틈을 놓치지 않고 대한이 파고들었다.

 

 "가자. 어? 사슴 최강 미남 신바람, 넘버 원 루돌프가 될 신바람님. 미의 남신이 있다면 그건 너일거야."

 "그쯤에서 적당히 해라. 갈 테니까."

 

 으득, 이를 악문 바람이 이불을 빠져나왔다.

 

 

 *

 

 

 강당에서 정신없이 학생들을 챙기던 선생님의 눈이 소원을 발견하고 커졌다. 이내 짐짓 굳은 표정으로 까딱까딱 손짓했다. 선생님을 향해 걸어가던 소원은 등에 따라붙는 시선과 속삭이는 소리에 저절로 위축이 됐다.

 

 “이소원. 오늘 안 왔으면 집에 찾아가려고 했더니 용케 왔구나. 너 아주 내 연락 한 번을 안 받더라?”

 “죄송합니다.”

 

 죄인이 할 말이 죄송하단 말 밖에 더 있겠는가. 양심이란 게 있어서, 차마 똑바로 선생님 눈을 볼 수가 없었다.

 

 쭈뼛거리고 있는데 선생님이 소원을 안았다.

 

 “와줘서 고마워. 선생님이 너무 안일했다.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야.”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적어도 훈계를 십 분 이상 들을 각오를 하고 왔는데.

 

 소원의 손을 붙잡은 선생님이 작게 속삭였다.

 

 “할머니 돌아가셨다면서. 얘기 다 들었어. 네 오빠라는 분이 어찌나 역성을 들던지. 소원이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면서 죄송하다고 이해 좀 해달라고. 하도 깍듯하게 사과해서 화도 못내겠더라.”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날 위해 간곡하게 용서를 구했을 오빠를 생각하니 가슴이 물 먹은 듯 촉촉했다.

 

 선생님은 그 뒤로 그동안 하고싶었던 말을 하다, 소원에게 자리로 돌아가보라며 졸업장을 건네주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날이 날인지라 지천에 학부모를 비롯한 방문객들이 많아서 앉아있는 소원을 대놓고 씹는 아이는 없었다. 모두가 들떠있었고, 화기애애했다.

 

 옆편에서 꺄르르 웃음 소리가 터졌다. 고개를 돌리자 부모님에게 꽃다발을 받고서 활짝 웃고 있는 동급생이 보였다.

 

 행복해 죽겠다는 웃음에 소원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 나에겐 그게 없었다.

 

 괜히 신발끝만 부딪치고 있는데, 바닥에 그림자가 졌다.

 

 “우리 얘기 좀 하자.”

 

 진절머리 나는 목소리에 절로 얼굴이 굳어졌다. 주위에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온 성준이 있었다.

 

 또 뭔말을 해서 내 속을 뒤집어놓으려고. 꼴에 졸업식이라고 왁스칠로 넘긴 머리를 더도말고 한번만 뭉개트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날카롭게 성준을 올려보는데, 순간 여기저기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난무했다.

 

 “와, 대박.”

 “연예인 아니야?”

 

 우리학교가 연예인 초청할 정도로 돈이 많았나? 아닌데. 애당초 돈이 많았으면 3년 내내 급식을 그렇게 개풀처럼 줄 리가 없지. 재탕에 삼탕, 사탕을 반복하던 급식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는데.

 

 급작스런 소란을 향해 시선을 돌린 성준의 이를 아득 갈았다. 연이어 터지던 탄성이 소원이 있는 곳을 기점으로 조용해졌다.

 

 “소원아.”

 

 자장가 같은 기분 좋은 나른한 목소리. 저런 꽃은 어디서 사온거야?

 

 사람 몸뚱아리는 되어보이는 크기의 꽃다발을 든 대한이 서있었다.

 

 성준과 맞닿은 대한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냉랭한 기운이 둘을 감쌌다. 굳이 적대감을 숨기지 않은 대한이 짧게 웃으며 비꼬았다.

 

 “타이밍이 이렇게 좋을 수가.”

 

 대한이 소원에게 한 쪽 눈을 찡긋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게 지키러 왔다.”

 

 소원의 심장이 난리부르스를 췄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게 지키러 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멋있는 모습이었다.

 

 어디서 났는지 왁스로 정돈한 머리에 있는 멋 없는 멋을 다 끌어다 쓴 대한 덕에 그 옆에서 짝다리를 짚고 제쪽으로 몰린 시선에 불쾌해하는 바람은 안중에도 없었다.

 

 대한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졸업 축하해, 소원아.”

 

 은은한 꽃향기 사이로 곱게 휘어지는 눈꼬리에 정신이 아늑해졌다.

 

 이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오빠를 이성으로서 좋아한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좋아 죽을 것 같은 설레는 이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다.

 

 

 교장선생님의 훈사가 끝나고 교문과 이어지는 학교 운동장에서 소원은 제 몸만한 핑크빛 장미꽃 백송이를 끌어안고 연신 실실댔다.

 

 보고만 있어도 예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덤으로 표정관리가 안 되는지 한 쪽 입꼬리가 일그러진 채로 자리를 뜨던 성준의 모습 마저 떠올라 기분이 최고조였다.

 

 폐부 깊숙히 꽃향기를 들이켜는 소원을 보며 대한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졸업식에서 가장 화려하고 예쁜 꽃다발을 주겠다고 열심히 찾고 또 찾은 보람이 있었다.

 

 “사진 찍어줄게. 서봐.”

 

 무릎을 굽혀가며 성심껏 소원을 찍는 대한을 바람이 한심하게 쳐다봤다.

 

 ‘아주 사진기사 납셨네.’

 “아주 사진기사 납셨네.”

 

 속으로 한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매혹적인 목소리에 바람의 동공이 커졌다.

 

 재빨리 몸을 튼 자리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

 

 바람이 여자를 향해 반가움 반의 반, 짜증 사분의 삼을 담아 물었다.

 

 “너 뭐야.”

 “나 보고싶었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나 못 올라가게 된 거 너 알고 있었을 거 아냐.”

 “당연히 아니까 친히 데리러왔지.”

 “그럼 곧장 와야 될 거 아냐. 내가 좁아터진 집구석에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사진찍기에 열중이던 소원과 대한이 뒤늦게 바람 옆의 여자를 발견했다.

 

 뭐가 저렇게 예뻐?

 

 바람과 비슷하게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미녀에 소원의 입이 벌어졌다.

 

 고의로 뺨을 쳤어도 용서가 되는 얼굴인데 심통난 남자애처럼 짜증을 내는 사슴놈에 경외감이 들었다. 우리집 사슴놈 성질머리는 외모에 연연하지 않는구나…… 공평하게 나쁜 자식.

 

 소원이 온몸으로 빛을 발산하는 외모에 넋이 나가있는 사이 대한이 반가운 얼굴로 여자에게 외쳤다.

 

 “리별. 땅에서 보니까 더 반갑네. 우리 챙기러 온거야?”

 “역시 누구랑 다르게 대한이는 참 착해.”

 

 그게 나냐며 징징대는 바람을 무시한 별이 성큼성큼 소원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안녕. 나는 루덜프 아니고 루돌프. 졸업축하해 인간. 이렇게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우리 악수나 한 번 할까?”

 

 네. 팔이 부러질 만큼도 할 수 있어요 언니.

 

 인사한 소원이 눈앞의 하얀 손을 붙잡았다.

 

 사슴은 인간화 모습이 다 이렇게 예쁜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장래희망칸을 대통령 말고 루돌프로 적을 걸 그랬다.

 

 주위를 빙 둘러본 별이 이곳으로 모아진 이목을 확인하고서 손뼉을 쳤다.

 

 “여기서 깊은 얘기하긴 좀 그렇고, 일단 우리 졸업식이나 마저 즐길까?”

 

 졸업식이고 나발이고 관심 없는 바람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시말서만 몇 장을 썼는데!”

 “자자, 루덜프씨는 조용히 하시고요. 대한아, 단체 사진 찍어줄게. 붙어봐.”

 

 가볍게 바람을 무시한 별이 손을 휘휘 저었다.

 

 자연스레 소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던 대한이 황급히 손을 뗐다.

 

 “하마터면 접근금지 또 어길 뻔 했네.”

 

 큼. 헛기침을 한 소원이 작지만 확실하게 말했다.

 

 “그거 이제 취소야.”

 

 좋아하니까.

 

 이제 싱숭생숭한 마음에 혼란스러워 할 일이 없어졌으니 괜히 밀어낼 이유가 없었다.

 

 방향점이 정해졌으니 이젠 직진, 또 직진이었다.

 

 “왜? 몸에 손대는 거 싫어하잖아.”

 “아니.”

 

 소원이 대한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좋아졌거든. 스킨십이.”

 

 텀을 두고 하는 말에 순간 대한이 할말을 잃었다.

 

 술에 취해 똑바로 저를 쳐다보던 소원이 떠올랐다. 그때 느꼈던 그 이상한 충격이 느껴졌다.

 

 더불어 질투하냐는 장난 묻은 질문에 좋아하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 답하던 순간까지도. 마치 꼭 그때처럼 좋아졌다는 게 꼭, 나한테 말하는 거 같았는데.

 

 제가 생각해놓고도 어이가 없어 대한이 속으로 저를 비웃었다.

 

 ‘친동생이나 마찬가지인 애를 두고 왜 자꾸 이런 생각을 다하냐.’

 

 말을 끊어했을 뿐인데. 그게 다인데.

 

 마음을 다잡은 대한이 소원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별이 흐뭇하게 휴대폰을 들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 검지로 밥의 옆구리를 찔렀다.

 

 “너도 옆에 가서 서.”

 “내가 왜.”

 

 정색하는 바람의 등을 별이 떠밀었다.

 

 “십 년 넘게 선물 챙겨준 애 졸업식 사진 하나 못찍어줘? 얼른 가.”

 

 졸업식이 아니라 전여자친구 결혼식에 온 표정의 바람이 소원의 옆에 거리를 두고 섰다.

 

 우스운 모양새에 별이 피식 웃고 초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찰칵, 소리가 울리고, 화사한 꽃다발을 안아 든 소원과, 양옆으로 해사한 웃음을 지은 대한, 똥씹은 얼굴의 바람의 모습까지 한 사진에 담겼다.

 

 

 *

 

 

 한참동안 별이 운전하는 고급 차에 타서 도착한 레스토랑은 소원 일행을 빼고 아무도 없었다.

 

 우리 말고 손님이 한 명도 없네.

 

 이색적인 풍경에 소원이 어리둥절하게 주위 테이블을 두리번거렸다.

 

 차에 대해 무지한 자신도 어마무시하게 비싸기로 유명하다는 걸 아는 차였는데, 레스토랑 또한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고급진 인테리어에 가격대가 심상치 않음이 가늠됐다.

 

 “통째로 빌렸어. 편하게 얘기 나누려고. 좋은 날이기도 하고.”

 

 담담한 별의 말에 소원은 제 귀를 의심했다.

 

 궁금증을 해소해 준 앞의 말도 충격이었지만 그 뒤의 이유는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레스토랑을 고작 얘기를 편하게 나누기 위해 통째로 빌리다니. 자신으로선 발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루돌프는 인간으로서의 신분을 부여받아. 자기 의지대로 차원의 문도 넘나들 수 있고. 그래서 대부분 루돌프들은 지상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해. 나도 그런 케이스고.”

 

 궁금해 할 만한 것만 쏙쏙 말해주는 별에, 한때 사슴들은 다 성격이 바람 같은가 의심한 것에 대해 소원은 속으로 깊이 사과했다. 그냥 저 자식 성격만 파탄난 거였어.

 

 “그래서 루돌프들은 자기랑 친한 루덜프나 예비산타가 땅에 남게 되면 도우러 와. 바람이랑 대한이처럼 루덜프나 예비산타가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거든.”

 “그걸 잘 아는 애가 이제 와? 하늘에서부터 기어내려왔냐?”

 “일부러 늦게 등장한거거든? 고생 좀 해봐야 나 소중한 줄 알지. 싫으면 다른 루돌프들이랑 사이좋게 지내지 그랬어.”

 

 저 성격은 사슴들도 받아주기 벅차구나. 그간 바람에게 들었던 욕들을 회상하며 소원은 얼굴도 모를 하늘너머 사슴들에 물밀듯 올라오는 진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런 사슴놈이랑 친하다는 저 언니는 보살의 강림인가……

 

 바람과 별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직원이 능숙하게 에피타이저가 담긴 접시를 올려놓았다.

 

 에피타이저 그릇을 비워내자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됐다.

 

 뭐라는지도 모르겠는 외국인 직원의 음식 설명에, 장난하는 것 같은 음식 크기에 뇌정지가 온 소원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게 뭐야?’

 

 흘끗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여유롭고 익숙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래서야, 물어보기도 창피했다.

 

 어쩐지 실제로도 다른세계 사람인 자신만 뒤떨어지는 기분에 입에서 쓴맛이 났다.

 

 오랜만에 비싼 음식을 맛보던 대한이 그런 소원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도 저랬던 적이 많았기에 현재 소원의 심정이 어떨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대놓고 소원을 챙겨주면 무안할 걸 알기에 대한은 별에게 흘리듯 말을 건넸다.

 

 “훈제 계란에 아스파라거스네. 철갑상어 훈제도. 다 좋아하는 건데. 덕분에 먹네. 고마워.”

 “역시 누구랑 다르게 대한이는 참 착해.”

 

 오늘로 벌써 두번째 듣는 비교에 바람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게 도와주러 온거야 놀리러 온거야.

 

 이글이글 노려보는 시선을 무시한 별이 소원에게 물었다.

 

 “이름이 이소원, 맞지?”

 “네.”

 “나는 리별이고,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

 

 저렇게 예쁜 언니가 생긴다니. 감격에 겨워 소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빙긋 웃은 별이 말을 이었다.

 

 “그동안 남자 둘이랑 지내느라 많이 답답했지? 오늘부로 바람이랑 대한이는 내가 데리고 갈게. 마음 같아선 너도 데려가고 싶지만, 담당 대상인 인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안 돼서.”

 

 쿵. 소원의 심장이 곤두박질쳤다.

 

 이제야 겨우 내 마음을 받아들였는데, 떨어져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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