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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노케의 힘
작가 : 이타카
작품등록일 : 2020.9.11

악의(惡意)의 시대에 맞선 기석과 마리. 아노케의 힘으로 거대 악(惡)을 넘어설 수 있을까.

 
# 1.부 아노케 힘의 시작 - 7. 구출
작성일 : 20-09-15 23:46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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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프랑스어였다. 흐릿한 시야에는 하얀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걸렸다. 주위를 둘러봤다. 병실이었다. 내가 깨어난 것을 확인한 간호사가 밖으로 나갔다.

 

 기나긴 꿈을 꾼 것 같았다. 현실과의 경계에서 혼란하고 심란한 악몽. 어릴 적 꿈에서 오줌을 싸면 현실에서는 지도를 그렸던 것 같은.

 

 “미스터 리 정신이 드세요?”

 

 백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피부는 하얗고 창백지만 짧은 머리에 상체가 방벽만큼 탄탄해 보였고, 다부진 턱 선을 가지고 있었다. 갈색 눈동자는 날카로움이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요?”

 

 “와가두구 병원입니다. 납치범들에게 무사히 구출되셨습니다. 대부분 소탕하고 잔당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기억 어딘가가 망가져 있었다. 어슴프레 인가가 보였는데.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혼란스러웠다. 머뭇거리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있자 다시 백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UN 보안부서의 파울로 페르니입니다. 이젠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 안녕하세요. 미스터 페르니, 그런데 내가 여기에는 어떻게?”

 

 “탈출하다 정신을 잃으셨어요. 납치범들의 근거지에서 꽤나 떨어져 있는 장소에서 발견되었는데.. 다행히 인가 근처라서 발견된 겁니다. 운이 좋았어요. 지역 경찰에게 신고가 되어 여기로 이송되었고요. ”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하려고 했던 것 까지는 기억이 있는데. 그 다음엔 모든 것이 깜깜했다. 무슨일이 있었을까. 결혼식을 습격한 이들이 쫓아온걸까. 아니면 탈진해서 제풀에 기절한 걸까. 여하튼 이나라를 빨리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죽은 마리의 모습이 나타났던 게 선명히 떠올랐다. 혼란속에 찾아온 환영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당분간은 곤란합니다. 테러리스트의 위협이 있어서 공항이 잠시 폐쇄되었습니다. 하늘길이 열리려면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될 겁니다.”

 

 일주일씩이나 이 나라에서 머물고 싶지 않았다. 병실만 봐도. 우리나라 시골 병원보다 못한 것 같고. 하늘길이 닫혔다고 해도 다른 방편이 있을 터였다.

 

 “항공편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빨리 이 나라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페르니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게 이미 미스터 리도 아는 방법에요. 차편으로 가나로 가서, 비행기로 바꿔탄다음 에티오피아를 거쳐 한국으로 가는 방법이죠. 하지만, 납치전에 그 방법을 사용하다가 문제가 된건데. 괜찮으시겠어요? 아무래도 좋지 않는 기억도 있을테고.”

 

 좋지 않은 기억보다 더 못견디겠는 게 이 나라에 머무는 것이었다. 그리고 UN과 무장 경비의 호위를 받고 가는 마당에 테러리스트 문제가 생기기는 어렵고. 다만 가나에는 아산티의 본거지가 있었다. 아산티가 어기짱을 놓으면서 가나에서의 출국을 어렵게 할 수도 있을 터였지만. UN 소속사람을 함부로 하긴 힘들 거였다.

 

 “상관없습니다. 가능한 빨리 이 나라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무장 호위가 붙으면 납치가 다시 일어나긴 어렵겠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할 사항이 있습니다. 부르키나파소 경찰과 협조도 해야 되고요. 인터폴하고도 공조해야 될 부분이 있어서요.”

 

 그는 내가 납치된 과정과 납치된 이후 어떻게 상황이 흘러갔는지를 질문 했다. 답변을 하려니, 오콤포 아노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노케 부분을 빼버리면, 피터는 풀어주고 나를 잡은 게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아노케에 관련된 내용은 소상히 말하다 보면 마리 공주와의 결혼까지 밝혀야 하고. 마리 공주와의 결혼은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유부남이 처녀와 결혼한 거였고. 더하여 공무원신분인데.

 

 “지금은 피곤한 데 나중에 해도 될까요?”

 

 “아..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가나로 가는 것도 미뤄야 겠네요. 부르키나파소 경찰 관계자에게 사건 경위를 소상히 설명해야지 그들의 협조를 받아 낼수 있으니까요.”

 

 그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색이 느껴졌다. 눈길을 돌려 누군가를 봤다. 서늘한 소름이 온몸을 덥쳤다. 마리. 내가 길을 잃었을 때 나타난 죽은 마리였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머리 속이 울리며 그녀의 소리가 느껴졌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그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페르니 바로 뒤에서 나를 지긋이 내려다 봤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귀신인가. 하지만 멀쩡한 대낮에 그것도 저렇게 우호적인 표정을 짓고서. 페르니를 더 붙잡아 둬야 했다. 마리의 귀신과 둘이 방에 남고 싶지 않았다. 서둘러 입을 열었다.

 

 “시작은 와가두구에 도착에 첫날이 저녁부터였습니다.”

 

 댄스 클럽에서의 첫 만남, 위협을 느껴 가나로 피하려다 오히려 범의 아가리로 돌진해 버리게 된 상황. 오콤포 아노케의 힘을 불러 온다는 의식, 마리 공주와의 결혼 그리고 습격.

 

 내 말을 빠짐 없이 듣고 난 페르니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이 오콤포 아노케라는, 그러니까 전설에나 나오는 주술사가 발단이 되었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그 배후에는 가나에 있는 아산티라는 부족이 있고요.”

 

 페르니는 잠시 곤란한 표정으로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눈을 번쩍 빛냈다.

 

 “하긴, 그것도 일종의 광신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서아프리카란 지역이 부두교의 발상지가 될 정도로, 미신과 주술의 역사가 깊으니까요. 문제는 그 아노케라는 전설이 아니라 아산티라를 부족의 개입입니다.”

 

 “아산티의 개입이 무슨 문제가 될까요?”

 

 “서아프리카에서 아산티는 무시 할 수 없는 부족이죠. 그리고 미스터 리 말대로 마리라는 여자가 정말 공주고, 그 공주가 결혼식 당일날 피살 당했다면 난리가 날것입니다. 단순한 납치사건을 넘게 될지도 모르죠.”

 

 “그럼, 어떻게 합니까.”

 

 그는 정말 궁금하단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진술대로라면, 미스터 리가 아노케의 힘을 받은 건가요? 그런 소식이 다른 부족들에게 전해지면 그것도 그거대로 골치 아플것 같은데.”

 

 “그럴리가요. 약물을 먹고 멀쩡하게 깨어난 것뿐이죠. 요즘이 어느세상인데 말도 안되요.”

 

 흘깃 마리를 봤다. 별표정 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옆에는 페르니가 고개를 떨구고는 생각에 잠기어 있고. 페르니의 고개가 들렸다.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내일 가나로 출발할 수 있도록 조치해 보지요. 뭐 오콤포 아노케라. 그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세요. 아산티도 그렇고.”

 

 “그런데 혹시 오콤포 아노케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아프리카엔 서로 말이 다른 부족 만 해도 수천 개가 있습니다. 유전학적으로 서로 다른 부족도 1,000개가 넘고요. 아무리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부족이라고 해도, 내가 어떻게 그들의 전설을 세세하게 알겠습니까. 오콤포 아노케. 별거 아닐 겁니다. 재빨리 가나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에티오피아로 넘어가면 문제가 없을 거에요.”

 

 에티오피아는 동아프리카지역에 있는 나라이며 기독교 국가였다. 부족의 미신에 휘둘릴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었다. 게다가 공산주의가 된 이후로 토착부족의 권력이 무척이나 약하게 된 나라기도 하고. 페르니는 부르키나파소 경찰과 협의 하고 UN 보안부서 보고를 해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마리는 아무말 없이 계속 서 있고. 고요속에 죽은자와 남겨진 거였다.

 

 선반위에 놓여 진 티브이를 켰다. 프랑스어만 있고, 영어 채널은 없었다. 호텔이 아닌 병원이라서 그런 듯. 침대에 다시 누웠다. 눈을 감았다. 악몽 같았던 지난 며칠 동안이 꿈결 같이 흘러갔다. 눈을 뜨면 마리가 없어질까. 그냥 눈을 감은채로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두 시간 쯤 뒤에 페르니가 왔다. 페르니는 간략하게 경과를 설명했다. 부르키나파소 경찰과는 협의가 잘 끝냈다고. 내일 아침 일찍 가나로 출발하기 했다고. 그러면서 힘들었을 테니, 푹 쉬라고 했다. 병실 한켠에 마리가 아무말 없이 서 있었다. 이대로 죽은 마리와 푹 쉴수 있을까.

 

 “혹시 컴퓨터를 쓸 수 있을까요? 너무 무료해서...”

 

 페르니는 간호사에게 부탁해 보겠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간호사가 꽤나 묵직한 노트북을 가져다 주었다.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적은 쪽지와 함께.

 

 베개를 침대 머리맡에 세워 등받이를 만들고 기댔다. 노트북을 넓적다리에 올려 놓고 전원을 켰다. 느린 속도의 부팅. 느린 속도의 와이파이. 구글창이 떳다. 자판을 두드렸다. ‘오콤보 아노케’ 위키피디아에 꽤나 자세한 내용이 떴다.

 

 가나에서는, 아니 서아프리카에서는 꽤나 유명한 인물이었다. 17세기에 실존했던. 주변 부족을 정복해 아산티 제국을 세운 1등 공신이기도 하고. 그가 남긴 황금 의자도 오노케의 칼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어느새 마리가 내 뒤로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면서 속삭였다.

 

 “아노케의 힘은 정말이라니까요. 그 힘으로 나를 크라의 세계로 보내줘요. 여기는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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