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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망상 증후군
작가 : 빅터하이드
작품등록일 : 2020.9.5

잘못된 상상은 때로는 진실을 뒤집기도 한다.
여자로 오해 받는 남성.
남자로 오해받는 여성.
알아주지 않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무서워져 가고
그런 그들 앞에 괴담 '얼굴없는 신데렐라'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운명적인 만남은 외나무다리에서
작성일 : 20-09-15 05:56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7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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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의 강의실 풍경은 한산했다.

 혼자 자습을 하고 있거나, 피곤한지 자리에 앉아서 엎드려 있는 학생들이 강의실의 여기저기 점 마냥 박혀있었다.

 일반적인 대학생의 견본들이 저기 있다.

 아마 가까이 가면 9할은 술냄새가 진동을 할게 분명했다. 아현은 그런 학생들을 피해 그나마 냄새가 덜 날뻔한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괜히 진한 술 냄새를 맡고 지금도 어지러운 머릿속을 더 어지럽히긴 싫었다.

 ‘괜히 스트레스 받으면서 수업받기도 싫고…….’

 아현은 지끈 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지금 없는 누나를 향해 욕을 있는 대로 퍼부었다.

 아침부터 괜한 걸 들었다.

 얼굴이 없는 참혹한 고등학교 여학생의 시체의 발견.

 남 얘기라면 남 얘기라지만, 그 시체가 이 학교 근처 버려진 상가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 못내 가슴에 남았다.

 어제 그곳에 갔었던 자신과 수빈, 그리고 나영이.

 만약 운이 좋지 않아서 발견돼었다는 시체가 자신이나 또는 수빈이었으면 어땠을까?

 또는 먼저 집에 갔던 나영이었으면 어땠을까?

 거기까지 생각하니 차가운 손이 등골을 쓰다듬는 것 같아 괜스레 오싹해졌다.

 ‘차라리 책이나 펴자.’

 남들처럼 엎드려 잤다간 그와 관련된 악몽이라도 꿀 것 같았다. 아현은 전공책을 꺼내려 가방을 뒤적였다.

 “응?”

 하지만 아현의 손에 딸려나온 것은 전공책이 아니었다. 아현은 멍하니 자신의 손에 들린 책의 제목을 무심코 읽었다.

 [콩쥐 팥쥐]

 어제 심리상담받으러 갔다가 숙제랍시고 받은 옛날 전래동화 책.

 아현은 가만히 책장을 열어보았다.

 어린아이들이 볼법한 크레용과 파스텔 톤으로 이루어진, 둥글둥글한 캐릭터들이 상황과 장면에 따라 묘사되고 있었다.

 아현은 그런 아기자기한 그림체들을 보며 속으로 한 숨을 쉬었다.

 이미 이야기의 내용은 알고 있다.

 착한 콩쥐와 그녀를 괴롭히는 나쁜 계모와 팥쥐. 하지만 콩쥐는 그런 괴롭힘들을 이겨내고 마을 원님과 결혼해 행복하게 산다는 해피엔딩의 고전 소설.

 비록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 동화 신데렐라와 비슷해 조금 인지도가 낮긴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래동화라는 점에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교수님은 콩쥐가 아닌, 팥쥐의 심정을 써오라고 하신걸까?’

 그것은 무척이나 묘한 의문이었다.

 차라리 콩쥐에 대해서 써오라하면 이해는 갔을 것이었다. 착한 콩쥐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심성이 곱고 착하며, 누구나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이니까.

 하지만 팥쥐는 그저 엑스트라이자 악역일 뿐이었다.

 착한 콩쥐를 하염없이 괴롭히기만 하는 못된 팥쥐.

 여드름과 주근깨로 가득해서 얼굴도 못났고, 심성 또한 외모만큼이나 고약했던 한 아가씨의 모습이 아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마치 신데렐라에서 나오는 배다른 두 언니가 신데렐라를 싫어하고 미워한것처럼, 콩쥐를 끊임없이 싫어하고 미워했으며 나중에는 고을 원님에게 시집가는 콩쥐를 질투하기만 했던 그녀.

  왜 교수님은 온갖 시기심과 질투의 화신의 이미지는 다 가진 팥쥐의 심정을 써보라고 하던 것이었을까?

  ‘설마 내가 팥쥐처럼 느껴졌단 소리는 아니겠지?’

 온갖 미움과 고약한 마음씨로 가득찬 팥쥐. 동화 어디에서도, 심지어는 독자에게도 미움받는 역할을 톡톡히 치루고 있는 등장인물. 그녀를 사랑한 것은 오로지 친 어미인 계모뿐, 세상 어딜가도 이렇게까지 미움받는 캐릭터는 없을 것이다.

 만약 팥쥐가 동화에서 나오는 조연이 아니라, 실제 인물이었으면 과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까?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비난과 욕설을 들어가며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심정일까?

 사실은 원님을 똑같이 사랑했을 뿐인데, 그저 미움받는 다는 캐릭터라는 것으로 사랑하면 안된다는 마음을 가진 것을 아니엇ㅇㄹ까?

 ‘어쩌면 미움받는 건, 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문득 아현의 머리에 무언가 강타했다.

 수빈이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자신도 팥쥐처럼 세상에게서 온갖 비난과 욕설을 들어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야.”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현의 마음을 송곳처럼 푹 쑤셨다. 깜짝놀란 아현은 울 것 같은 마음을 어떻게는 지우고 책을 덮었다.

 고개를 돌리니 부슬부슬한 갈색 머리칼을 가진 여학생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나영아……?”

 “뭐야. 뭐 그리 놀래? 귀신 본 사람처럼?”

 그녀가 샐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아, 아무것도 아냐.”

 아현은 괜스레 자신의 먹먹해진 마음이 들킬까 싶어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10년도 넘는 소꿉친구가 어딜갈까. 나영은 지긋이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아현에게 다가왔다.

 “뭔데 그래? 설마 야한책 보고 있었어?”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래도!”

 강한 부정에 나영의 미소가 짙어진다. 어쩐지 꼭 봐야 겠다는 나영의 모습이 불길해 보였다.

 “그럼 어디…….”

 나영의 몸짓이 나비처럼 상냥하다 싶더니 잽싸게 아현의 책을 뺏으러 덤벼들었다. 아현은 어떻게든 손에 든 책을 사수하려고 했지만,

 “야야,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내가 어디 만졌다고 그래! 아무것도 아니니까 이러지말라고!”

 자신의 몸을 무기로 우격다짐으로 들어오는 나영의 몸짓의 아현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결국 힘으로도, 지략으로도 이기지 못한 아현은 허무하게 책을 뺏기고 말았다.

 “흥. 감히 나에게 이겨먹으려고 하다니, 아직 100년은 멀었어. 아가씨야.”

 “젠장…….”

 나영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어디’라는 감탄과 함께 책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뭐야. 겨우 전래동화였어?”

 실망감어린 말투와 함께, 한 장 두 장 책장을 이리저리 펴본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아현은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나이 살 먹어서 그런 아동용책이나 들고 다닌다는 사실이 어쩐지 부끄러워 졌다.

 아현이 이걸 어떻게 변명해야 하나, 라고 생각했을 때, 나영이 입을 열었다.

 “근데, 너 이거 진짜 결말이 따로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진짜 결말?”

 아현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보통은 그 고을 원님이랑 콩쥐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나지 않나? 나영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그려진다.

 “한때 이거 유명했는데, 진짜 몰랐나보구나.”

 나영은 곰곰이 자신이 알고 있던 이야기를 떠올려보다가, 갑작스레 히죽 웃으면서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다. 그냥 모르는게 좋겠다. 이런 이야기 [아가씨]인 너에게 트라우마가 될게 뻔해.”

 “누구보고 아가씨래!”

 아현이 버럭 소리치며 일어서자 시끄러웠는지, 엎드려 자고 있던 학생이나, 열심히 수업준비를 하던 학생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준다.

 “뭐야, 여학생 둘이서 싸우는거야?”

 “신입같은데? 용감하네 목소리도 높일 줄 알고.”

 “어 재좀 예쁜데? 번호 좀 따볼까?”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목소리.

 ‘아씨 이럴까봐 일부러 일찍 나온건데…….’

 이 놈의 악우 때문에 다 망쳐버렸다. 아현은 히죽 히죽 웃는 나영을 보고 눈짓하다 결국 책상바닥에 엎드려버리고 말았다.

 이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진 않았다. 나영은 그런 아현을 보며 어쩐지 조금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그런 표정도 잠시.

 나영은 곧바로 표정을 싹 바꾸더니, 아현의 팔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야야. 이왕 이렇게 된거,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

 “왜 이래! 이거 놔 좀!”

 아현이 극렬하게 거부해보지만, 나영의 장난스런 한 마디에 거부하던 움직임이 정지되었다.

 “너 나와 한 약속 잊지 않았겠지? 일주일 말이야.”

 일주일. 아현은 그제야 자신이 수빈의 개인정보를 놓고 댓가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씨 진짜…….”

 “뭐야. 설마 약속을 안지키겠다는 건 아니겠지? 남자인데?”

 나영이 놀리듯 아현을 향해 한 마디를 날렸다.

 아현은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나영의 한 마디는 생각보다 아현의 마음 속에 큰 파문을 남겼다.

 남자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현의 머릿속에 쿡 하고 박혀 있는 진정한 남자의 환상. 아현은 결국 그 자존심을 이기지 못했다.

 아현은 주변을 힐끗 쳐다보다가, 결국 못이기는척 나영의 손에 이끌려 강의실을 나갔다.

 “하아. 대체 어디가려고 그러는건데?”

 아현이 팔을 잡혀 끌려가는 와중에도 나직이 물었다.

 “일단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가볼까?”

 나영의 웃음이 어쩐지 불길했다.

 

 -------------

 

 동아리 건물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곳.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 않고, 빛도 잘 들어오지도 않은지라 언제나 그늘져 있는 이곳에.

 인기없는 마이너한 동아리, [오컬트 포토]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오로지 심령현상이나 귀신을 사진에 촬영하는 목적인 이 동아리는 그 마이너한 정서때문인지 동아리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없기로 유명했다.

 총 인원 3명.

 신입 후배가 두 명 더 들어오고, 군대를 갔던 창립회장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동아리보다는 약소 동아리이긴 했다.

 “그런데…….”

 광현이 노트북 모니터를 보다 말고 중얼거린다. 열심히 카메라를 손질하고 있던 덕수가 그런 광현을 눈짓으로만 흘깃 거린다.

 “왜?”

 낮은 목소리. 짧은 스포츠 머리를 가만히 매만지던 광현이 동아리 방의 한쪽 구석을 눈짓하며 읊조렸다.

 “경철 선배, 분위기 왜 저러냐? 꼭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덕수는 코 끝까지 내려온 안경을 다시금 치켜 쓰며 경철이 있던 자리를 흘깃 보았다.

 확실히 좀 어딘가 이상해 보이긴 했다.

 가만히 회장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사이트를 검색하거나 자잘한 일 따윈 신경 쓰지 않고 가만히 허공만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쉬는 모습.

 그 모습은 마치 정신이 확 나가 버린 것 같기도 했고, 무언가 걱정거리를 잔뜩 떠안은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군에서 제대하고 왔을 때까지만 해도, 의욕적인 모습으로 폐가 촬영이나 가자고 큰 소리를 뻥뻥치던 경철이었는데,

 얼마 전에 콧구멍 두 개에 휴지를 잔뜩 박아온 뒤로 계속 저 상태다.

 “그러고보니…….”

 덕수의 머릿속에 최근의 학교에서 일어났던 소문이 하나 떠올랐다.

 학교 선배가 후배에게 얻어맞고 쌍코피가 터졌다는 괴상막측한 소문. 1학년 과대가 어떻게든 소문이 안퍼지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주변에 목격자가 많은 탓이었는지,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덕수가 그 이야기를 광현에게 귀띔해주었다.

 “그럼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선배라는 거야?”

 “쉬이잇! 미친놈아 소리좀 죽여!”

 광현이 과장되게 일어나려다가, 덕수에 의해 다시 제지되었다. 살짝 시끌벅적하려 했던 분위기였지만, 경철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야야. 아무리 선 후배간에 격이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새파랗게 어린 후배놈에게 얻어맞는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선배도 충격이 컷겠지. 군에 다녀오니 어린 놈에게 얻어맞기나 하고 말이야.”

 “하긴 그렇겠지. 나 같아도 좀 쪽팔리겠다야.”

 덕수와 광현은 그렇게 경철의 눈치를 좀 보다가 암묵적으로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도록 합의를 보았다.

 -똑똑.

 낯선 노크소리가 조용한 동아리 방에 울러퍼진다. 경철은 제외한 나머지 두 후배들의 시선이 문으로 향한다. 이 시간에 누구지? 사람이 찾을 일이 거의 없는 동아리 방이라 노크소리가 나오면 일단 긴장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문을 열고 누군가가 고개를 빼꼼이 내미는 순간, 그들의 긴장은 순식간에 풀려버렸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그래. 오랜만이다. 빌어먹을 후배님아. 제작년과는 달리 1학년 과대하니까 여기 오기 힘들정도로 그리 바쁘든?”

 농담섞인 광현의 말에 얼굴을 내민 유나는 말없이 배시시 웃는다.

 “제가 반갑지 않으신가봐요. 광현선배님. 혹시나 배가 고프실까봐 이런것도 가져왔는데…….”

 유나가 문 너머에서 손을 내민다. 황색의 종이 봉투 들려 있던 그녀의 손. 모 패스트푸드점의 상표를 본 광현이 반가움과 탐욕이 교차된 눈빛으로 잽싸게 손을 내민다.

 “오오오.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잘됐다!”

 “역시 센스좋은데?”

 안 온다고 서운함을 터트릴땐 언제고, 먹을 걸 보니 발정난 강아지들마냥 헥헥댄다. 유나는 그런 선배들보고 싱긋 웃으며 경철에게 다가갔다.

 “선배, 선배도 이것 좀 드셔보세요.”

 흐릿한 경철의 동공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 왔어?”

 경철은 허둥지둥 유나에게서 간식을 받아들였다. 아직도 정신이 딴데로 가있는 듯, 그의 손짓 발짓마다 실수투성이의 연발이다. 그런 경철을 유나는 한심스러우면서도 조금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선배 아직도 그러고 계세요?”

 “으, 응?”

 “아직도 후배에게 맞은게 충격이세요? 이제 곧 잊어버리세요. 제가 아주 혼쭐을 내줬으니 이제 두 번다시는 그런 일 없을거에요.”

 “아아…응 고마워….”

 힘없이 대답하는 경철의 모습에 유나의 인상이 흐려진다. 중증이다. 그 녀석이 좀 더 혼낼걸이라는 아쉬움이 유나의 가슴속에 남았다.

 ‘다음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테야.’

 하지만 이런 두 후배들과 유나의 생각과는 달리, 경철의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젠장 내가 왜이러지?’

 앙칼진 고양이 같은 눈매.

 허스키한 목소리.

 잘빠진 몸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철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턱과 볼을 쓰다듬는다.

 자신의 턱에 꽂아 넣은 그의 주먹은 아직도 아렷하게 경철의 심장에 쿡 박혔다.

 분명히 자신이 맞은 것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언젠가는 복수해 주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그 기억은 고통으로 점철된 기억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실제로 경철의 기억속에 남은 것은 우중충한 회색의 기억이 아닌, 달콤한 핑크빛 기억이었다.

 ‘그녀석은 분명 남자인데, 남자라고 선언했는데……. 어째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제대하고 나서 제대로 연애 한번 해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이 남자를 대상으로 상상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하아…….”

 그의 입가에 자연스레 한숨이 흘러나온다. 마치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화를 내게 될까.

 아니면 가슴이 두근거리게 될까.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까?

 선택을 하기엔 그가 남자라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경철은 지금 이 순간에 그 말을 실감하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똑똑.

 동아리 방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문가로 향했다.

 이제는 이 방에 들어올 사람은 없을텐데?

 올 사람은 다왔다.

 그렇다면 지금 들어오려는 사람은 누군가?

 “계세요?”

 여성의 목소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낯설긴 마찬가지다.

 근데 유나의 표정이 변한다.

 “혹시 나영이야?”

 유나는 얼른 달려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방내의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웨이브를 가진 한 여성과, 그 뒤에 불만과 부끄러움이 섞인 체, 다른 데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숏컷의 한 여성을.

 “안녕하세요. 저번주에 가입한 신입생 임나영이라고 합니다!”

 고요했던 동아리 방의 분위기를 바꾸는 나영의 밝고 힘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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