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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야의 노래
작가 : 설중사우
작품등록일 : 2020.7.31

본디 연이 없는 두 남녀가 월하빙인(月下氷人)의 술주정으로 인연이 이어져 ‘꿈’에서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

황제의 나라 북성(北星)이 간신들의 난립으로 망국의 길을 걸어가니,
나라를 지키어 번성시킨 열 명의 영웅들이 각자의 야심을 드러내었다.
사분오열된 땅 위에 군벌의 깃발이 꽂히고
설원에 치열하고도 잔인한 핏방울이 흩뿌려지던 시기,
소녀는 거칠게 휘몰아치는 내란의 화마를 뚫고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11회| 양자택일(兩者擇一)
작성일 : 20-09-14 21:18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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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

  다음 순간 묵직한 무언가가 머리카락 몇 올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곧바로 쩍하고 살과 뼈가 쪼개지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정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머리를 적셨다. 아주 끈적거리고 기분 나쁜 그 열기는 머리카락 사이를 나와 이마와 뒷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감히 고개를 들어 확인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눈가의 골을 따라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소매로 닦아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그러다 누군가의 재촉을 들리자 변명하려 눈을 떴고, 하필이면 흙바닥을 뒹구는 사내의 머리통과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윽!”

  아정은 울컥 올라오는 구역질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스치듯 올려다본 호위대장 청년의 왼손에 범상치 않은 날빛의 부월(斧鉞-도끼)이 들려있는데, 날 전체가 시뻘건 핏물에 적셔져 있었다. 결국 버티다 못한 그녀가 헛구역질을 연발했다.

  “담은 제법 크다 여겼는데.”

  하지만 호위대장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냉담한 말부터 뱉었다.

  “별 거 없이 잔망한 계집이었어.”

  ‘저 자식이 아까부터 진짜-!’

  그녀는 막 발끈하려고 고개를 들다가,

  “하하! 저 봐라 저! 족제비 놈 도망간다!”

  방정맞게 소리치는 방씨의 목소리에 멈칫 뒤를 쳐다봤다.

  ‘족제비?’

  순간 아정의 시야에 안장이 없는 말에 뛰어오르는 비적 두 명의 모습이 잡혔다. 그녀는 순간 호위대장과 시선을 교환했다.

  “넌 저 놈 잡아!”

  호위대장이 번뜩 소리쳤다. 아정은 날듯이 일어나 제일 가까운 말을 향해 내달렸다. 그 사이 그가 수레 밑의 활을 찾아내 힘껏 그녀에게 던졌다. 그녀는 활대를 가뿐히 낚아채고 말로 뛰어올랐다.

  “이야!”

  아정이 고삐를 잡자마자 말이 마구 껑충거리며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까딱없이 낙마하겠다 싶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버티며 단단히 고삐를 손에 한 바퀴 말아 쥐었다. 그리고 녀석이 지칠 때쯤 거칠게 말머리를 틀고 옆구리를 걷어찼다. 말이 사납게 울부짖고는 앞으로 확 튀어나가 갈대밭 위를 매섭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야야! 살살하자-! 미안해애-!”

  아정은 갈기털에 움켜잡고 바짝 엎드렸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욕들을 무작위로 쏟아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멀찍이 도망자의 꼬리가 보였다. 그녀 자신이 거의 고삐마저 놓아버린 상태이건만, 이놈의 말이 기가 막히게 그 뒤를 쫓고 있었던 것이다.

  ‘서두르지 마.’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이놈의 말은 호흡부터가 소와 달리 거칠고 제멋대로다. 그러니 계속 이렇게 맞부딪치다간 못 버티고 떨어져나갈 테지.

  그래서 더는 거센 바람과 진동에 반항하지 않았다. 허리를 반듯이 펴 몸의 균형을 잡았다. 한손의 고삐를 천천히 놓고 활대를 고쳐 잡았다. 급하지 않게 시위를 팽팽하고 당기고 도망치는 비적을 겨냥했다.

  ‘천천히.’

  그녀가 하체에 힘을 뺐다. 호흡의 흐름을 바꾸고 말의 움직임 따라 몸을 맡겼다. 그리고 자신과 말의 호흡이 일치되는 순간을 찾아 퉁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단숨에 매가 되었고, 일직선의 궤적으로 쏘아져 당당히 역풍을 갈랐다. 날카로운 두 발로 비적의 등짝을 내리찍었다.

 

 * * *

 

  갈대밭의 싸움이 일단락되었지만, 상단일행은 자리를 비운 비적의 동료들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물론 야밤에 일곱 마리 말과 마차 한 대, 짐수레 여섯 대, 겁을 먹은 피난민들의 대이동은 쉽지 않았고, 그들은 달이 서산 꼭대기에 걸렸을 때야 인근의 빈 촌락에 다다랐다.

  “아이고 다리야.”

  그 결과로, 아정은 상단사람들이 모여 있는 초가집 앞마당 평상에 더위 먹은 닭처럼 축 늘어지고 말았다. 며칠간의 고생 중에 쌓이고 쌓인 긴장이 안도감에 죄다 몸 밖으로 빠져나간 기분이 들었다. 잠기운이 도는 머리는 멍하고 팔다리는 기운 없이 무거웠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을 만큼 지쳐버렸다.

  “자자! 천천히, 한 사람씩 받아가시오!”

  그녀가 지친 고개를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상단에 속한 중년의 여인이 부엌 아궁이에 한가득 보리죽을 끓여놓고 피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괜히 배가 고파지는 느낌이라 왼쪽으로 돌아앉았다. 저 멀리, 상단에 속한 사내들이 공터의 구석에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그리 넓지도 깊지도 않은 구덩이였지만, 대여섯의 시신이 묻히기에 딱 적당한 크기로 보였다.

  “하….”

  그녀가 이번엔 정면을 봤다. 별 생각 없이 엉덩이를 붙인 평상에 상인 방씨가 엉덩이를 붙였고, 시간이 흘러 방씨의 주위로 상단과 호위대에 속한 사내들이 둥글게 모여들었다.

  “결론이 안나질 않습니까, 결론이!”

  그렇게 어영부영 대책회의가 시작된 지 한참 전인데, 그들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 도무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도중에 상단의 짐꾼 장(將)이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저희는 이제 어찌해야 하는 겁니까?”

  상단의 총관이 방씨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허면…위로 가면 어떨까요? 북쪽 성들은 제법 위세가 있지 않습니까? 특히 아방성(阿防城) 쪽은 지형도 험하고 대군영도 있으니 도움을 청하면 될 성 싶은데요.”

  그러자 무심한 음성이 대놓고 반대하고 나섰다.

  “아서. 북천의 야인들이 수시로 내려와 헤집어대는 땅이다.”

  갖가지 시선이 방씨를 떠나 호위대장에게로 옮겨졌다. 희한하게도 그의 반말이나 총관을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방씨의 맞은편에 목궤를 두고 걸터앉더니 기절한 비적의 등에 떡하니 왼발을 얹었다.

  “더구나 아방성 서북쪽에 진을 친 푸른 순록 부족은 이깟 비적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지.”

  “허나 지금은 칠월이지 않소? 식량이 부족할 리도 없으니-.”

  “지금은 전시야.”

  호위대장이 무심하게 총관의 반박을 잘랐다.

  “과거에도 대군장들의 사이가 틀어질 때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뒤통수를 쳐왔어. 피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놈들이니 전쟁이 길어지면 곧바로 대규모 약탈을 벌일 거다.”

  “여기보다 윗동네가 더 위험하다는 소리구려.”

  총관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어 방씨가 침묵을 깨고 근심스레 중얼거렸다.

  “우리 같은 부평초를 신경 쓸 여력이 있겠나. 매헌군에 야인 놈들까지…양쪽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도 빠듯하련만….”

  “허면요? 이제 어디로 가는 겁니까?”

  젊은 짐꾼이 답답한 표정으로 처음의 질문을 되풀이했다. 아, 드디어 이 대책 없는 대책회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구나, 아정이 허탈의 미소를 지었는데,

  “서부 군영은 어떻소?”

  불쑥 누군가가 다른 제안을 했다.

  ‘서부 군영?’

  순간 아정의 엉덩이가 참을성 없이 들썩거렸다. 방금 전 전해들은 참성에 관한 이야기로 마음이 조급해지던 참이었다. 성문이 불타 쪼개지고 성 안팎과 군영이 통째로 잿더미가 되었다는 참담한 이야기였으나, 그 말미에 어머니의 생사에 관한 실낱같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우연히 만난 도망병들에게 들어보니 그 전날 수산에서 급보가 날아왔었더래. 천만다행이었지. 수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본 성주께서 매헌군이 들이닥치기 전에 성문을 개방해 성민들을 내보냈다하니 네 어미도 피난길에 올랐을 게다. 성주의 일가족을 따라간 성민들이 제법 많다하고, 어쩌면 서부 군영으로 향했을 수도 있겠어.

  ‘하지만 쉽지 않아.’

  서부 군영까지는 이틀에 아침나절을 더하면 도달할 거리이지만, 그 위치가 안락성과는 정반대되는 방향에 있다. 서부 군영에 들리는 동안 안락성으로 통하는 길이 막히지 않을 것이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사실상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갈림길에 선 셈이다.

  ‘아저씨들이 나 대신 서부 군영으로 가준다면 좋겠지만….’

  아정이 불안과 함께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그녀의 눈길이 반응을 확인하려는 듯 사람들을 훑다가 호위대장에게서 멈췄다.

  “불가(不可).”

  곧 호위대장이 반대를 표명했다. 방씨가 고개를 끄덕여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니 모두가 입을 다물고 눈치를 살폈다. 상단과 호위대의 두 수장이 칼 자르듯 반대를 하고 나서니 더 이상의 문답(問答)이 무용(無用)해진 거다.

  ‘하긴…피난민까지 있으니까.’

  아정은 막 들끓어 오르던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 수장의 말을 듣지 않고도 반대의 이유를 짐작했다. 상단사람들과 호위대의 숫자보다 보호해야할 피난민들의 수가 배는 많은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서부로 움직였다가 성주와 그 일가족을 쫓는 추격부대라도 맞닥뜨린다면 어찌될까?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아정은 번뜩 고개를 틀어 방씨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응?”

  순간 따가운 시선을 느낀 방씨가 제 볼을 손으로 문질렀다. 혹시나 구멍이 났으면 어쩌나 확인한 거다.

  “뭐, 뭘 그렇게 노려봐?”

  당황한 방씨가 상반신을 뒤로 물렸다.

  “그래. 내가 가도 안 만나주면 끝이잖아. 근데 아저씨는 다르겠지. 이렇게 촌스럽게 입고 다녀도 황도의 귀족이니까.”

  그 순간 아정이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는데,

  “초, 촌스…?”

  바로 방씨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마부 허씨가 침을 잘못 삼켜 사례에 들렸고, 짐꾼 장을 포함한 몇몇은 웃음을 참느라 꺽꺽거렸다.

  “잠깐만요, 한 가지만 확인하고요.”

  아정은 방씨의 어깨를 위로하듯 두드리고 평상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걸음이 자신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호위대장의 맞은편으로 나아가 멈췄다. 그의 왼발 밑에는 줄로 사지가 묶인 비적이 깔려있었다. 말을 타고 도망치던 비적 중 호위대장에게 쫓기던 사내였는데, 각진 턱이 그녀의 기억에 남아있었다.

  “비적들이요,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녀는 별안간 아리송한 말을 던졌다.

  “이상하다니?”

  “어릴 때요, 성 밖을 자주 나다녔거든요. 방 아저씨네 상단 짐 속에 숨기도 하고 사냥꾼 아저씨들 뒤를 몰래 따라다녔죠. 아, 그래요. 그쪽 말마따나 겁 없고 간이 좀 컸어요.”

  그는 별거 없는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는 그녀를 무덤덤하게 쳐다봤다. 이에 그녀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비적에게로 눈을 돌렸다.

  “어쨌거나 그때 친해진 사냥꾼 아저씨가 말하길, 참성 근처에서 노략질하는 놈들은 원래 열 명 안팎으로 무리지어 다닌대요. 최대한 수비군 눈에 안 띄려고요. 알다시피 도적놈들이야 항상 눈엣가시잖아요. 아군한테나 적군한테나. 그리고 그런 놈들은 대개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꼬리를 말고 몸을 숨기지.”

  호위대장이 별안간 아정의 말을 가로챘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고, 서로에 대한 의외의 감정들을 주고받았다. 아정은 생각보다 그와 말이 잘 통한다는 사실에, 호위대장은 그녀의 통찰력과 식견에 놀람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빠른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매헌 놈들인가?

  “그건 아닐 거예요. 적어도 여기서 죽은 비적들은 인근 마을 출신일 걸요. 아, 그 얼굴에 화상이 있는 한 명은 빼고요.”

  “왜 그렇게 확신하지?”

  “노래요.”

  “노래?”

  그녀가 비적들이 한참동안 떠들어대던 노랫말을 언급하니, 그가 납득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이놈들은 대체-.”

  “어이, 눈 떠봐요.”

  삐딱한 자세로 신발코를 세워 비적의 어깨를 건드리는 모습도 불량했는데, 호위대장의 왼발을 밀어내고 비적의 곁에 쪼그려 앉는 건 또 뭔가 싶었다.

  “아저씨, 아까 깼잖아요. 자는 척 말고 일어나요.”

  하지만 한참의 재촉에도 비적은 도통 반응하지 않았다.

  “하, 이 아저씨 참….”

  아정은 인내심이 바닥난 표정으로 품을 뒤졌다. 그리고 예의 호각을 꺼내들고 끝부분의 구멍에 숨을 훅 불어넣었다.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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