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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를 잊은 그대에게
작가 : 하나
작품등록일 : 2020.9.14

7년을 만난 애인에게 예고도 없이 차인 단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지내던 그녀 앞에 옆집 남자 윤완이 나타났다. 이별 극복을 도와준다는 모임 '라벤더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단비의 삶에 조금씩 스며드는데....과연 단비는 새로운 사랑을 붙잡을 수 있을까.

이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여자 이야기.

 
5화) 반가운 고객님
작성일 : 20-09-14 21:10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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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집엔 잘 다녀오셨어요?”

  사무실에 들어서자 막내 송이가 아는 체를 했다. 회사 사람들은 내가 일주일 동안 부모님 댁에 내려갔다 온 걸로 알고 있었다. 그것도 어머니의 병환으로 말이다. 나 선배의 강제적인 아이디어였다.

  “어머니는 어떠세요?”

  “괘 괜찮아지셨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송이 씨.”

  감기 한 번 앓은 적 없으신 어머닐 환자로 만들다니. 엄마, 미안해요. 불효녀를 용서하세요.

  “근데 단비 씨 얼굴이 말이 아니다. 다크서클하며 피부 푸석한 것 봐. 자기가 아팠다 해도 믿겠어.”

  뒤따라 들어오던 도정하가 내 얼굴을 보더니 한 마디 했다. 그녀의 말투에는 항상 묘한 억양이 있었는데 듣는 입장에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투였다. 아마도 그건 그녀가 투덜대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버릇인 것 같았다. 그녀의 미모를 깎아먹는 그 버릇을 하루빨리 고쳤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볼 땐 정하 네 얼굴이 더 안습이야.”

  대꾸할 말을 찾는 나를 대신해 나 선배가 대답했다.

  “제 얼굴이 왜요?”

  “넌 거울도 안 봐? 화장이 꼭 경극하는 사람 같잖아. 어째 점점 더 진해지네. 넌 민낯이 더 예쁘다니까.”

  선배의 말이 자극을 줬는지 도정하는 제 얼굴을 확인하려고 손거울을 꺼내 들었다. 명품로고로 인해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손거울. 내 책상 서랍에도 똑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몇 년 전 현수에게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손거울을 자주 잃어버리는 나로서는 그것 또한 소모품이라 생각해 돈을 내고 사진 않았다. 대신 여기저기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을 잘 모아뒀다가 잃어버릴 때마다 하나씩 꺼내 썼다.

  한동안 가지고 다니던 건 미용실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그걸 본 도정하가 좀 그렇다고 지적을 했다. 나는 그 일이 대수롭지 않아 일상을 얘기하듯 현수에게 말했다. 그러나 현수에겐 푸념처럼 들렸는지 다음 날 도정하 것과 똑같은 걸로 사와 내게 선물했다.

  물론 현수는 도정하의 거울이 무엇인지 몰랐다. 어쩌다보니 같아져 버린 것이지. 나는 거울의 가격을 알고 나서 환불하려고 했지만 현수가 극구 말리는 바람에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잃어버릴 것을 염려하니 마음이 편치 않아서 서랍에 두고 다녔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현수 생각이 나 아플 것 같은데. 그래. 그냥 서랍에 두자. 두고, 보진 말자.

  나는 옆자리에 앉은 막내의 눈을 피해 손거울을 열쇠가 달린 서랍 맨 아래 깊숙이 넣었다. 그리곤 잡동사니를 쌓아 올린 뒤 단단히 잠갔다.

  그러나 이걸로도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하나 더 방법을 찾았다. 나는 얌전히 기회를 엿보다가 나 선배가 탕비실로 갈 때 쫓아갔다.

  “선배. 이것 좀 맡아주세요.”

  나는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는 사람처럼 열쇠를 은밀하게 내밀었다. 선배는 내 쪽은 보지도 않고 핸드 그라인더로 원두를 가는 일에만 집중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갈리는 원두는 곧 자신의 향기를 뽐냈다. 몸을 깎아서 내는 향기라고 하기엔 너무 달콤해서 잔인했다. 현수와 이별 후 나는 모든 것에 이렇게 반응했다. 잔인하고, 슬프고, 애처롭다고.

  “뭔데.”

  “그냥……열쇠요.”

  마침내 선배가 나를 봤다. 5초간의 정적. 그녀는 열쇠를 받아 카디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표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좀 어때. 견딜 만 해? 아직은 이른 질문인가.”

  그녀가 곱게 갈린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물었다. 물을 만난 예가체프에선 특징인 꽃향기가 더욱 풍성하게 부풀어 올랐다. 나는 향기로운 커피 향을 맡으며 노력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견디는 거야. 견디고 견디고 또 견디다 보면 언젠가 마법처럼 괜찮아져. 결국 이기는 사람은 끝까지 견디는 사람인 거지.”

  선배는 내게도 커피 한잔을 건넸다. 내게 있어 우유를 넣지 않은 커피는 그저 향기 나는 쓴 물일 뿐이지만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커피를 마셨다. 탕비실 벽면에 걸린 호퍼의 그림 <바닷가의 방>을 보면서 말이다. 호퍼는 이 그림에 인간의 소외와 고독을 담았다는데 나는 그런 분위기를 읽지 못했다. 항상 햇볕이 내리쬐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인지 고독이나 소외가 아닌 따뜻한 여유를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게 느꼈다. 분명 이전과 같은 그림을 보고 있는데 전혀 다른 느낌을 받고 있었다. 방에는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고 그 앞엔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지만 아무도 없어서인지 춥고 쓸쓸하고 외로웠다.

  나는 드디어 호퍼가 의도한 그대로 그림을 느끼고 그와 감정을 공유했다. 그림이란 작가의 마음을 읽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는 이의 마음도 나타나는 거라 생각한다. 고로 내 마음이 쓸쓸하다는 것이겠지.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웠다. 손님이 온 모양이었다. 선배와 나는 대충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키가 큰 사내가 직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허물없이 웃던 그는 우리를 보곤 성큼성큼 다가왔다. 선배는 그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눴다. 유독 친절한 걸 보니 처음 본 사이는 아닌 듯 했다.

  내 예상대로 그는 우리 회사를 이용했던 고객이었다. 그러나 나는 도통 그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가 190이 다 돼 가는 큰 키를 가졌는데도 말이다.

  “저 기억 안 나시죠?”

  티가 났는지 남자가 서운해 했다. 난감해진 나는 미처 대답하지 못하고 기억을 계속 더듬어 갔다.

  “괜찮습니다. 그때 그쪽은 다른 일을 맡고 계셨으니까요.”

  “아, 네.”

  다행이다. 모두가 그를 기억하는 것 같은데 나만 아니라서 신경이 쓰였는데. 긴장감으로 부풀었던 가슴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근데 이렇게 말하면 기억나실 걸요?”

  “네?”

  다시 생긴 긴장감.

  “저로 말할 것 같으면 3년 전에 프러포즈 이벤트하다가 현장에서 대차게 까인 황규성입니다.”

  “아……아? 아!!!”

  그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다 보니 3년 전 일이 바로 어제처럼 떠올랐다.

 

  황규성은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걸 결정했던 다른 이들과 달리 사무실에 직접 방문했다. 그는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5년 사귄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애인의 로망이 야외 프러포즈라 우리는 두 사람이 자주 데이트를 하던 놀이동산으로 장소를 선택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한다는 후룸라이드를 타고 내려올 때 사진 찍히는 구간에서 프러포즈 내용이 담긴 플랜카드를 드는 것으로 자세한 계획도 짰다. 커플과 함께 후룸라이드에 탑승하기로 한 건 태석과 정한이었다.

  황규성의 말처럼 그때 나는 막내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찍 끝나서 프러포즈 현장으로 찾아갔다. 계획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후룸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그녀는 무척 기뻐했고, 태석과 정한은 실수 없이 플랜카드를 들었다. 이제 사진을 확인한 그녀가 감동의 눈물이나 환한 미소를 짓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그녀는 선명하게 찍힌 ‘결혼하자’란 문구를 보고도 시큰둥했다. 그녀의 기대에 못 미치는 프러포즈인가 싶어 가슴이 두근거리던 찰나, 규성이 반지케이스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우리 결혼하자.”

  그의 패기 있는 외침에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한마음으로 두 사람을 응원했다.

  그때까지 말없이 반지만을 빤히 내려다보던 여자가 갑자기 케이스 뚜껑을 닫았다. 그리곤 차갑게 말했다.

  “난 너하고 결혼하지 않을 거야. 만나면서 그런 생각해 본적 없어. 미안.”

  규성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자리를 뜨는 여자를 붙잡지도 못했다.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허망하게 울어대기만 했다.

  그날은 규성에게 잔인한 날이었다. 프러포즈를 실패했고, 오래된 연인이자 친구인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양심불량인 인간으로 인해 펑펑 우는 모습이 인터넷에 오르내렸다.

  “바로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나는 늦었지만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삐쩍 말랐었던 그때와 비교해보니 전제적으로 살이 오르고 근육도 붙은 느낌이었다. 한결 건강하고 편안해 보였다.

  “회사가 아직 있는 걸 보니까 제가 다 뿌듯하네요.”

  규성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처럼 굴었다. 규성에게 대접할 커피를 내오던 나 선배가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오셨어요?”

  “프러포즈 때문에요. 이번에도 부탁드리려고요.”

  그새 새로운 사랑을 찾으셨구나. 세상 무너진 듯 아프게 울던 그가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줘서 고마웠다. 나는 마음껏 축하했다. 모두가 그를 축복했다. 그러자 규성이 민망해하며 손을 내저었다.

  “축하받을 사람은 아쉽게도 제가 아니에요. 주인공은 따로 있어요. 그 분이 너무 바쁘셔서 제가 대리인으로 움직이는 거죠.”

  그의 말에 모두 입을 닫았다. 축제였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늘해졌다. 서로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며 사인을 보냈다. 용감하게 나선 건 막내였다.

  “그러시구나. 뭐……네. 그럴 수 있죠. 근데 왜 저희 회사를 택하셨어요? 다른 이벤트 회사들도 많은데.”

  “왜긴요. 여러분이 좋아서죠. 고객의 일에 진심으로 기뻐해 주시잖아요. 지금처럼요.”

  “우리 때문에 프러포즈 망한 거라고 원망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건 기억이 안 나시는 모양이죠?”

  도정하가 살짝 눈을 흘겼다. 축하해주던 조금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당황할 법도 한데 규성은 오히려 사람 좋은 얼굴로 웃었다.

  “제가 그랬었나요? 아아. 그래서 제가 이곳에 온 게 이상하셨구나. 좀 봐주세요. 그땐 제정신이 아닌 미친놈이었다고요. 전 여기가 좋아요. 여러분하고 근사한 프러포즈 이벤트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좋아서 왔다는 사람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당장 맡은 일이 없는 내가 그를 담당했다. 이벤트의 구체적인 사항은 회의를 거쳐 다 같이 의논하지만 기본적인 상담은 이렇게 따로 담당자를 정했다.

  규성은 진짜 주인공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내주지 않았다. 프러포즈에 대한 것만 얘기를 했는데 그 분이 돈이 아주 많아서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다만 크고 화려하게, 식상하지 않게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벤트를 받게 될 사람이 궁금했다.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그러니까 사람이 아니라 사랑의 가치, 누군가의 프러포즈를 받을 정도로 순수한 사랑을 주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졌다. 더불어 프러포즈를 결심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지도.

  그동안 프러포즈를 요청한 사람들이 내놓은 대답은 대부분 ‘때가 돼서’였다.

  ‘그 때는 언제인데요?’

  ‘음. 때가 되면 저절로 느껴져요.’

  나는 현수와의 결혼을 꿈꿨었다. 현수도 그럴 거라 믿었다. 그러나 우리의 ‘때’는 아직 아니었나 보다. 만약 ‘때’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면 우리에게 이별은 없었을까.

  영원히 들을 수 없게 된 현수의 프러포즈.

  주어진 운명에 따라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부디 가치 있는 사랑에게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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