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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를 잊은 그대에게
작가 : 하나
작품등록일 : 2020.9.14

7년을 만난 애인에게 예고도 없이 차인 단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지내던 그녀 앞에 옆집 남자 윤완이 나타났다. 이별 극복을 도와준다는 모임 '라벤더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단비의 삶에 조금씩 스며드는데....과연 단비는 새로운 사랑을 붙잡을 수 있을까.

이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여자 이야기.

 
3화) 매운 떡볶이의 위력
작성일 : 20-09-14 21:03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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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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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가 골목에 들어서자 나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내가 더는 곤란해지지 않도록 미리 나와 있었다. 진심으로 고마워서 코끝이 찡했다.

  선배는 택시비를 지불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사 아저씨께 시원한 음료수를 건넸다. 돈도 없는 나를 태워준 게 고맙다면서.

  “고단비. 무슨 일이야?”

  멀어져가는 택시를 향해 다정히 손을 흔들던 나 선배가 갑자기 무섭게 돌변했다. 어딘지 화가 난 모습이었다. 이유가 단번에 짐작된 나는 민망함에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연락……받으셨어요?”

  “당연하지. 컴플레인 걸고 난리도 아니었어. 50프로 환불해 준다는 조건을 걸고 겨우 진정시켰다고.”

  “죄송해요.”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남의 파티를 초상집으로 만든 건데? 울고불고 난리쳤다며?”

  울고불고 난리까지는 아닌데. 그들이 나를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알만 했다.

  내게 일어난 일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던 나는 대답 대신 계속해서 용서를 빌었다. 그런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보던 나 선배는 찌푸렸던 미간을 피더니 걱정 어린 말투로 말했다.

  “혹시 현수하고 무슨 일 있는 거야?”

  나 선배도 현수를 알았다.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종종 함께 밥을 먹고 몰려 다녔으니까.

  나는 현수의 이름을 듣자마자 눈가가 시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황급히 가려보지만 선배가 못 봤을 리 없었다. 선배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속엔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따라와.”

  그녀가 앞서 걸었다. 방향을 보니 목적지는 회사가 아니었다. 집으로 가서 맘 편히 쉬고 싶었던 나는 어쩌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따라오는 인기척을 못 느꼈는지 저만치 가던 선배가 돌아봤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어서 따라오라고 고갯짓을 했다. 그러다 나를 위아래로 훑고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아. 미안. 우선 그 몰골부터 어떻게 해야겠다.”

  우리는 회사 건물 화장실로 이동했다. 내가 삐에로 복장을 벗어서 건네자 선배는 회사에 있는 내 카디건과 운동화를 가져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얼굴을 씻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시간이 흐른 만큼 더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하얗고 빨간 물감이 군데군데 지워진 것은 물론 번지거나 흘러내려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평소였다면 학을 뗄 정도로 싫었겠지만 자꾸 보니 나름 표정을 숨겨주고 있는 듯 해서 나쁘지 않았다. 지우지 않고 계속 이 모습으로 있어도 괜찮을 듯 싶었다. 사람들이 내 표정을 모르길, 내 슬픔을 못 보길 바라고 원했으니까.

  “어머.”

  화장실에 들어오던 여자가 나를 보고 흠칫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이내 다시 들어온 여자는 내 쪽으론 시선도 주지 않고 서둘러 칸 안으로 들어갔다.

  곧 통화를 하는지 말소리가 울렸다. 여자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듣고 싶지 않아도 귀로 들어왔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바람난 남자친구를 어찌 해야 되는 건지 도움을 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가서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의 애인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이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예요. 생각해 봐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왔을까요? 깔끔하게 헤어져요.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비웃음이 삐져나왔다.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았으니까.

  “여태 그러고 있었어?”

  선배는 여자의 통화가 끝나기 전에 돌아왔다. 그녀의 손에는 내 물건 말고도 그녀의 가방이 들려 있었다. 나를 위해 곧바로 퇴근한다고 했다.

  선배에게 이끌려 간 곳은 떡볶이 집이었다. 출입문 양옆으로 눈코입이 달린 떡볶이 떡과 김말이 모형이 서 있는 그곳은 아주 맵기로 소문난, 그래서 매운 걸 못 먹는 나로서는 생각으로라도 와보지 않았던 곳이었다. 선배는 내게 묻지도 않고 떡볶이 삼인분과 어묵을 시켰다.

  “떡볶이 하나에 국물 세 번 떠먹으면 그런대로 참을 만해.”

  ‘먹을 만해’도 아닌 ‘참을 만해’라니. 대체 얼마나 맵기에 저리 말하는 걸까.

  호기심이 일었지만 떡볶이의 새빨간 국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속이 타들어가서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 아 해.”

  선배는 포크로 떡볶이를 집더니 내 입 앞으로 가져왔다. 이건 절대로 다정한 행동이 아니었다. 내가 매운 걸 못 먹는다는 사실을 그녀 또한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한 번 먹어봐. 정신이 아찔해져서 아무 생각도 안 날거야.”

  “먹고 잊으라는 거죠? 근데 보통 이럴 땐 술을 사주지 않나요?”

  “술? 좋지. 사줄게. 사준다. 단 네가 현수를 완벽히 잊었을 때, 행복한 너로 돌아갔을 때, 그때 아주 좋은 술로 축하주 사줄게. 지금은 이거나 먹어.”

  그녀는 술에 관해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슬플 때 마시는 술은 나는 물론 주변인들까지 괴롭게 만드는 독약이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힘들 때 술을 마시자고 하면 술 대신 다른 걸 먹이곤 했다. 메뉴는 매번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눈앞의 떡볶이처럼 무진장 맵고 자극적이라는 것.

  나는 나를 위하는 그녀의 마음을 무시할 순 없어서 큰맘 먹고 떡볶이를 입에 넣었다. 혀끝에 양념이 닿자마자 격렬한 반응이 몰려왔다. 입안은 청양고추를 열 댓 개 씹어 먹은 것처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끈하고 얼얼했다. 매운 기운을 없애기 위해 그녀가 권해준 대로 어묵 국물을 먹어보지만 도무지 참아지지가 않았다.

  “이모님. 여기 쿨피스 하나, 아니 두 개요.”

  현수와 비슷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그쪽으로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대각선 테이블에 앉아 있는 커플은 맵다 맵다 하면서도 잘만 먹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쿨피스를 갖다 주자 남자는 자상하게 여자부터 챙겼다. 이 자리에 함께 왔다면 현수도 틀림없이 저랬을 것이다. 뛰쳐나가 아이스크림도 사왔을 테지.

  “딴 생각은 그만하고 지금은 이 떡볶이에만 집중하지?”

  나 선배가 내 시선을 도로 자신에게로 가져왔다. 나는 잠깐 고민을 하다 나머지를 허겁지겁 먹었다. 금세 콧물이 쉴 새 없이 흘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막판에는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러자 정말 선배의 말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현수가 준 아픔과 슬픔은 물론 현수 자체가 생각나지 않았다. 비록 오래가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 빌어먹을 것, 나도 다 해봤어. 그래서 네 마음이 지금 얼마나 지옥일지 알아.”

  선배가 남은 쿨피스를 내게 따라주며 말했다. 나는 내심 저 쿨피스가 아주 독한 술이었으면 했다.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현수에게 연락해 보고 싶었다. 보고 싶다고, 아직은 너를 보낼 수 없다고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술김에라도 할 수 없었다. 나와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건, 함께 있어도 즐겁지 않다는 건 사형선고와 같았다. 한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는 것이니.

  “일주일 줄게. 푹 쉬다가 나와. 마음 같아선 더 주고 싶지만 네가 고급인력이라서 그 이상은 힘들다. 알지?”

  “아니에요.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또 일 망칠까봐 그러시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정신 바짝 차릴게요.”

  차갑게 얼어있던 내 마음을 나 선배의 배려가 담요처럼 따뜻하게 안아줬다. 그건 어떠한 위로보다도 강력했다.

  “이별도 건강하게 해야 되는 거야. 그래야 탈이 안나. 너의 사랑과 기간을 보자면 일주일로는 아무 소용없을 테지만 없는 것보단 나을 거야. 울고 싶으면 실컷 울고 욕하고 싶으면 마음껏 해. 속에 숨겨두고 끙끙 앓지 말고 모두 다 뱉어내라고.”

  선배의 진심어린 위로에 눈물이 나오려던 찰나 뱃속이 요동쳤다. 아까부터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했더니 마침내 터진 것이다. 스프링처럼 재빨리 튀어 오른 나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두 칸뿐이었던 화장실엔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없었다. 일을 거의 다 봤을 때 옆 칸에서 급하게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나만큼 꽤나 급박한 상황인 듯 했다.

  “거기 있는 거, 단비 너니?”

  칸 너머에서 넘어온 건 나 선배의 목소리였다. 나는 대답 대신 벽을 살짝 두드렸다. 똑똑. 네, 저예요. 여기 있어요.

  “너에게 처음 얘기하는 건데 사실 나도 매운 거 못 먹어.”

  “그래서 지금 옆에 계시는 거예요?”

  “응. 나도 똑같이 고생하니까 억지로 먹였다고 너무 미워하진 마.”

  변기 위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우스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기분이 계속 된다면 선배가 배려해 준 일주일이 괴롭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웃음 뒤에 눈물이 따라왔다. 현수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근데 단비야. 여기 휴지가 없다. 좀 줄래?”

  당혹감과 다급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목소리. 만일 내가 없었다면, 나 말고 다른 이들도 없었다면 선배는 한참동안 괴로웠겠지. 눈물은 멈추지 않는데 선배는 도와야 했다.

  선배에게 우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나는 숨죽이며 휴지를 건넸다. 그리곤 세면대로 가 물로 눈물을 지웠다. 고개를 들자 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방울들이 얼굴을 타고 뚝뚝 떨어져 내렸다. 안에서 선배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러자 문득 고객의 집에 두고 온 내 휴대폰이 생각났다.

  ‘그 사이 현수가 전화를 했으면 어떡하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해 용서를 빌려고 했는데 내가 받지 않아서 실망했을지도 몰라. 아아. 그러면 안 되는데.’

  갖가지 망상들이 머릿속에 차오르더니 끝내 나를 씹어 삼켰다. 그리고 나는 그 망상을 진짜로 믿어버렸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네 가방? 정하가 퇴근길에 찾아온다고 했는데. 그쪽 근처에 약속이 있댔거든. 내일 받아서 내가 너희 집으로…….”

  “아니요. 지금요. 지금 가요. 지금 가야 돼요. 당장 가방이 필요하다고요.”

  나의 간절함을 본 선배는 군말 없이 고객의 집으로 이동했다. 선배는 홀로 집 문을 두드렸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 직접 수습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말렸다. 나중에 상태가 괜찮아지면 아이와 부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면서.

  그 집으로 들어간 선배는 금세 나왔다. 기운이 쏙 빠진 얼굴을 보고 있자니 미안해졌다. 선배는 괜찮다며 나를 다독였다. 가방이 내 손으로 들어오자 나는 휴대폰부터 찾았다.

  부재중 전화 2. 톡 11. 메시지 3.

  ‘현수일 거야. 현수가 분명해.’

  나는 숫자들을 보며 현수가 보낸 거라 믿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현수는 없었다.

  현수는 더 이상 내게 전화를 걸지 않았고, 톡을 보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연락이 닿질 않아도 궁금해 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그런 사이가 되고 말았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대체 나는 왜 기대한 걸까. 현현수 이 나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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