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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매버릭(maverick).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3.29

<원래 바둑에는 천지 방원(方圓)의 상징, 음양의 이치, 성신(星辰) 집산의 질서가 담겨있다. 또한 비와 구름의 변화, 산하(山河) 기복의 형세는 물론 세상사의 흥망, 일신의 성쇠 등 무릇 그 속에 비유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둑은 또한 행함에 있어 인(仁)으로, 결정하는데 지(智)로, 거두는 데 예(禮)로써 한다.
이러하니 범백(凡百)의 다른 기예를 어찌 감히 바둑과 비교할 수 있으랴.
···현현기경(玄玄碁經) 중에서.>

 
12화.고대(古代)의 바둑1.
작성일 : 16-04-02 16:47     조회 : 741     추천 : 0     분량 : 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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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고대(古代)의 바둑1.

 

 

 현실세계에서 학생들은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을 모두 이모라고 부른다. 이모라 부르면 더 친하게 느껴지는 데다 반찬 한 가지라도 더 얻어먹을 수가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민우는 동진여이의 향적주(香積住=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모두 이모나 삼촌으로 불렀는데 이게 또 대박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도민우가 이모니, 삼촌이니 하고 부르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미친 놈 보듯이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호칭이 호의에서 나온 걸 알고부터는 더 가까워진 것이다.

 한낮이 되었을 때 도민우는 늘 그래왔듯 저자거리를 구경한 뒤 주방에서 일하는 식구들을 위한 군것질거리를 샀다.

 ‘그나저나 장천상, 이 친구 돈인데 내가 이렇게 막 써도 되는 걸까?’

 몇 가지 주전부리를 사고 전낭을 열어 돈을 지불하며 도민우가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동안의 소문을 종합해보면 엄청난 짠돌이가 분명한데 돈이 많이 없어진 걸 알면 기절이라도 하는 거 아닐까?’

 도민우는 장천상의 자아가 돌아왔을 때의 광경을 상상해 보며 내심 웃음을 머금었다.

 잠시 후, 동진여이에 들어서자 점소이 소년이 쪼르르 달려왔다.

 “손님이 오셔서 기다리고 계셔요.”

 “손님?”

 도민우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에 하나 누군가가 장천상을 찾아왔다면 그 사람이 장천상의 적이든 지인이든 도민우로서는 문제가 복잡했다.

 자신을 밝히고 기다리고 있다면 일단 적은 아니다.

 하지만 장천상의 지인이라고 해도 골치가 아프다.

 장천상은 알고 있는 사람이겠지만 도민우로서는 전혀 모르는 인물일 테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처하기만 했다.

 

 대략 육십은 넘은 듯 하다.

 다소 작은 체구, 한가로워 보이는 태도에 여유 있는 표정 때문에 어쩐지 호감이 가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청의를 걸치고 있었는데 등에는 바둑판을 메고 있었다.

 “난 표화문의 제자로 이공자가 보내서 왔다. 바둑에 대해 이것저것 알고 싶다고 했느냐?”

 긴장을 한 채 마당으로 들어서던 도민우는 평상 앞에서 기다리다가 서있는 청의노인의 등에 바둑판이 메어져 있는 걸 보고 긴장을 풀었다.

 ‘바둑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했더니 아예 사람을 보냈구나.’

 바둑판을 메고 다닌다는 건 그만치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한다.

 도민우는 내심 반갑기 이를 데 없었는데 과연 청의노인은 평상 위에 바둑판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바둑에 대해 궁금해 하는 걸 보면 바둑을 둘 줄 안다는 것일 터··· 일단 한판 두면서 이야기 하자.”

 “좋습니다.”

 도민우가 맞은편에 앉자 청의노인이 바둑돌이 들어있는 두 개의 가죽주머니를 허리에서 끌러냈다.

 서로의 기력을 모르는 상태이니 당연히 연장자가 백을 쥐게 된다.

 청의노인은 스스로 백돌이 들어있는 가죽주머니를 앞에 놓고 흑돌 주머니를 도민우에게 내밀었다.

 도민우는 꾸뻑 목례를 한 후 첫 점을 우화귀 화점에 놓았다.

 이상한 건 청의노인의 태도였다.

 “험·· 험!”

 첫수부터 장고에 들어갈 리도 없는 데 착점을 하지 않는다.

 청의노인은 헛기침만 내뱉으며 짐짓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냥 바둑만 둘 테냐? 손님이 왔으면 뭔가 대접을 해야 할게 아니냐!”

 도민우가 멀뚱멀뚱 백이 착수하기만을 기다리자 결국 청의노인이 입을 열었다.

 ‘아하···!’

 가을이 깊어 마당 곳곳에 서있는 나무들도 낙엽이 짙어져 있었다.

 주위는 한가롭고 불어오는 바람이 청량하기만 했다.

 그야말로 술 한 잔 하면서 시를 읊거나 바둑을 즐기는 풍류에 빠지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알았습니다.”

 도민우가 흔쾌히 몸을 일으켜 향적주로 걸음을 재촉하며 문득 그를 바둑에 입문하게 만든 첫 번째 스승을 떠올렸다.

 

 도민우의 첫 번째 스승은 전일기라는 사람인데 기력은 아마 5단 정도였다.

 자신이 도민우를 가르쳤다고 내세운 적도 없고 프로에 입단한 사람도 아니기에 공식적으로 스승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도민우의 마음속에는 항상 그가 첫 번째 스승이었다.

 행마가 경쾌하고 재기가 번뜩이는 천재스타일이라고 할까.

 술을 먹지 않고 바둑을 두면 프로와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 기회가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늘 술에 젖어 사는 기인이었다.

 술 먹는 방법도 특이해 헐렁한 외투 안주머니에 소주병을 넣고 긴 빨대를 꽃아 슬쩍 입만 내려 술을 빨아 마신다.

 바둑도 결국에는 승부이고 승부라는 건 원래 비정하고 가혹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바둑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지 바둑 기술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도민우가 기원에 다니면서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이 낭만파 기사인 전일기였다.

 그는 도민우에게 처음에는 아홉 점을 깔게 했으나 불과 일 년도 되지 않아 정선으로 맞두게 되자 프로기사에게 도민우를 소개해 그 뒤부터 본격적인 바둑수업을 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술상이 차려지자 청의노인은 한잔을 들이킨 후에야 돌을 놓았다.

 바둑이 이십여 수가 진행되자 술 호로 한 병이 없어진다.

 중반을 넘어설 때쯤에는 세 병이 비워졌다.

 청의노인은 승부보다는 바둑 자체를 즐기고 있었는데 도민우가 수를 낼 때마다 탄성을 터트렸다.

 “오호라···! 그런 수가 있었구나. 정말이지 오묘해. 오묘하고말고.”

 기력은 1급 정도, 점차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지만 청의노인은 오히려 눈을 빛내며 즐거워했다.

 기실 청의노인은 처음 도민우를 보자 나이가 어린 것과 무인 차림이라는 것 때문인지 짜증스러워하는 태도였다.

 하지만 일단 바둑을 두어보자 태도가 바뀌었다.

 말투 또한 어느새 마구잡이 하대가 아니라 고수를 공경해주는 말투로 바뀌어 있었다.

 청의노인은 연신 껄껄거리며 술을 마셨고 또 바둑을 두었는데 자신보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을 만났다는 즐거움이 큰 듯했다.

 종반에 이르렀을 때 청의노인은 자신의 대마가 아직 미생인 걸 무시한 채 도민우의 집을 삭감하려 들었다.

 이른바 돌 던질 자리를 찾는다는 말이 있다.

 도저히 형세를 뒤집을 수 없는 바둑이 되었을 때 패배를 인정할 마지막 수를 원한다.

 도민우는 굳이 대마를 잡지 않아도 이기는 바둑이었지만 상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늘어뜨린 백의 목을 거침없이 쳐냈다.

 “이크! 알고 계셨는가! 다 죽었네. 다 죽었어. 만방이야!”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도민우의 흑이 다 죽은 줄 착각했을 것이다.

 청의노인은 처참하게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승자처럼 껄껄 웃었다.

 도민우또한 바둑 두는 즐거움이 적지 않았다.

 현대바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수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포석도 새롭지만 특히 전투에 들어가자 접해보지 못한 방식의 수순이 툭툭 튀어 나와 도민우로서도 처음 바둑을 배울 때의 새로움을 느낄 정도였다.

 첫판을 내준 청의노인은 스스럼없이 돌을 바꿨다.

 바둑을 일러 기(棋) 또는 혁(奕)이라 한다.

 또 흑과 백으로 나뉘는 바둑돌을 오로(烏鷺=까마귀와 백로)라 칭하기 때문에 바둑 두는 것을 일러 오로삼매라고도 한다.

 날이 이미 어두워졌지만 달이 밝아 두 사람이 오로삼매에 빠지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도민우는 노인을 위해 이미 방까지 잡아 둔 상태,

 교교한 달빛 아래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둑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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