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묘진이
작가 : TS사가
작품등록일 : 2020.9.7

"날 영원히 미워할 거라고 약속해줘."
"착각하지 마. 난 널 미워하지 않아, 증오해."
"영원히?"
"영원히."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1)
작성일 : 20-09-14 15:39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21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주머니, 여기 겉절이 좀 더 주세요.”

 “네.”

 

 모처럼 김 비서와 단둘이 이른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맛있네.”

 “요새 여기 인기 많아져서 점심시간에 오면 줄 서야 하더라고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남은 밥을 추어탕 국물에 말고 종업원이 가져온 아삭한 새 겉절이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하고 시큼한 맛이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었다.

 

 “은영 씨는, 휴가 계획 짰어?”

 

 은영. 김 비서의 이름이다. 그녀는 나나 우리 아이리스에 있어 굉장히 특별한 존재다.

 

 원래 경리 업무로 채용했던 사람인데 사람이 부족하던 시절, 내가 이것저것 여러 업무를 시키다가 손발이 잘 맞아 결국 내 사람이 됐다.

 

 회사의 굵직한 회계부터 내 업무 일정까지 잡다한 일들을 모두 도맡아서 한다.

 

 무척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얼마 전 그녀가 이혼한 이유가 이런 회사 일 때문이 아닌가 싶어 미안한 마음도 드는 사람이다.

 

 “동우랑 친정에서 보내려고요.”

 “친정이면 제주도?”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으론 계속 가게 벽시계를 보고 있었다.

 

 “왜?”

 “사카모토, 점심 먹고 바로 들어온다고 해서요.”

 “아직 멀었잖아.”

 “오늘 잔금 치른다고 했잖아요. 그거 들어오는 순간부터 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답니다.”

 “일이 딸려? 사람 하나 붙여줄까?”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만 대표님은 그냥 안 아프시기만 하면 돼요. 저랑 부장님, 어제 아침에 정말 얼마나 놀란 줄 아세요?”

 

 그녀의 말에 난 본의 아니게 그녀에게 걱정을 끼친 것 같아 괜히 머쓱해졌다.

 

 그때, 김 비서가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눈을 크게 뜨고 물어왔다.

 

 “아, 맞다. 그럼 혹시 그 친구 다음 주 며칠만 저한테 붙여줄 수 있어요?”

 “응, 누구?”

 “그 인터넷 팀, 새로 뽑은 사람이요. 이름이 뭐였더라. 아까 그 복도 계단에서 마주쳤던 여자.”

 “아, 지운 씨?”

 “네, 맞아요. 그 친구, 전공이 회계학이었어요. 거기다 대표님 학교 후배던데?”

 “엥? 우리 학교라고?”

 “네, 이력서에 제가 빨간 동그라미 쳐놨었잖아요. 한국대 회계학과 졸업!!”

 

 느낌이 싸했다. 순간 머릿속에 아까 계단 복도에서 마주쳤던 최지운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리고··· 동시에, 어젯밤부터 해결되지 않아 답답했던 의문 하나가 다시 생각났다.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난 전처 지원이의 얼굴을 잊고 살았다. 잊고 살았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그녀와 관련한 모든 일을 기억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을 잊어버렸다,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떠올리고 싶어도 못 떠올렸던 그 사람 얼굴. 한데···, 난 어제 최지운이란 여자를 보자마자 아내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단 말은 난 사실,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안 박사에겐 절대 그녀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어쩌면···, 난 그녀를 떠올리기 싫었던 것은 아닐까?’

 

 “대표님?”

 “음,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우리 올라가 봐야 해요.”

 

 그녀는 핸드폰 시간을 가리켰다.

 

 “어, 엉. 그래 나가지.”

 

 난 김 비서와 다시 회사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면서도 전처 지원과 최지운이란 여자에 대해 생각했다.

 

 그날 오후, 바이어 사카모토가 이 실장과 함께 회사로 들어오자 회사는 엄청 소란스러워졌고, 바쁘게 돌아갔다.

 

 디자이너들은 그에게 하나라도 더 주문받으려고 혈안이 됐고, 그가 시장에서 사 온 사입품은 디자인을 조금 변경해 순식간에 복제품으로 재탄생했다.

 

 나 역시 그에게 저번에 새로 연결된 니트 공장에서 나온 샘플 들을 보여주며 겨울 장사를 대비해야 했기에 잠시 내 고민은 접어두어야 했다.

 

 “대표님, 저기 나 시장갈 때 이 실장님 말고 다른 직원 붙여주면 안 돼요?”

 “네? 왜요?”

 

 사카모토가 재일 한국인답게 구수한 한국말로 농을 섞어 물어왔다.

 

 “이 실장님 실력도 좋고 다 좋은데 같이 시장 나가면 본인 친한 가게로만 가잖아. 내가 명색이 바이언데 하하.”

 “아, 그래요?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니, 화난 건 아니니까 이 실장님한테는 말하지 마시고요.”

 “네, 이해했어요. 내일은 디자이너 팀 어린 친구들로 붙여드릴게요. 그나저나 저녁엔 호텔로 바로 들어가신다고요?”

 “네, 만날 사람이 있어서. 암튼 잔금은 다 처리했으니까, 이번 겨울 시즌 주문 건 신경 좀 많이 써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사카모토 상.”

 

 임 주임 편으로 사카모토를 보낸 후, 디자이너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마친 난 인터넷 팀의 공 팀장을 호출했다.

 

 “네, 대표님.”

 “홈페이지는 잘 돼가요?”

 “네, 저번 회의 때 보고 드렸다시피 우린 소매가 아니니까 일단 너무 외관에 치중하지 않고, 실속형으로 나가면서 광고 쪽에 신경을 더 쓰고 있습니다.”

 “그래요,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시고 나중에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고요.”

 “네.”

 “그리고 그 지운 씨. 다음 주 초에 며칠만 우리 쪽으로 빌려줄 수 있어요?”

 “네? 무슨 일로?”

 “그게 이번에 직원들 휴가처리랑 이것저것 돈 나갈 일이 많으니까 김 비서가 머리가 아픈 것 같아서, 그 친구 전공이 회계잖아요. 도움 좀 받을까 해서. 응?”

 “네,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뭘 물어보기까지 해요? 그냥 지시하면 되지.”

 

 내 말에도 공 팀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내 눈치를 봤다.

 

 “왜요?”

 “그게 제가 빼 온 사람이라 면접 때도 마케팅 관련 일만 시킨다고···.”

 “후, 팀장님, 우리가 일반 회사랑 같나. 그 친구가 그걸 모를 것 같아요? 어휴, 됐어요. 내가 말하리다. 돌아가서 그 친구 보내요.”

 

 이렇게까지 말하면 알아서 할 줄 알았는데 공 팀장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따랐다.

 

 “대표님, 들어가도 될까요?”

 “······네.”

 

 난처해진 건 나도 매한가지였다.

 

 “대표님, 공 팀장님이 얼핏 귀띔은 해주셔서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제가 머리가 단순해서 한 가지 일밖에 집중을 못 하거든요.”

 

 그녀가 말하는 동안 난 그녀 앞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살짝 고개 숙이며 말하고 있는 그녀의 말투, 목소리, 외모, 냄새 등 그녀의 모든 것에 또다시 집중하고 있었다.

 

 지원이가 살아 돌아왔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그녀는 정말 지원이를 빼다 박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그냥 지원이다. 도대체 어떤 말로 이 상황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혁이, 그래 민동혁. 녀석에게 지운 씨를 보여주자. 그때 녀석의 반응을 보면 내가 겪는 이 모든 혼란을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

 

 “대표님?”

 “네?”

 “저 말씀 다 드렸는데요?”

 “아, 맞다.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긴 한데···, 내가 보너스를 따로 챙겨 드릴게. 그래도 안 될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그녀에게 한 잔 건네면서 다시 말을 덧붙였다.

 

 “오십 줄게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김 비서 도와서 일해줘요. 응?”

 “···그냥, 그냥 할게요.”

 “네?”

 

 최지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주엔 그럼 3층으로 출근하면 되나요?”

 

 난 이로 볼살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시현아,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냐?”

 

 어느 날 둘만의 술자리에서 동혁이 평생 입 밖에 꺼내 본 적 없을 것 같은 말을 했다.

 

 “얼마나?”

 “천만 원.”

 

 어려서부터 어머니 밑에서 회사 일을 도와 온 나이고 그보다 더 큰 돈도 고등학교 때부터 만져 본 나이기에 녀석의 말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교 2학년 친구끼리 거래하기엔 큰돈이었다.

 

 “어디 다가 쓸 건지 물어봐도 돼?”

 

 내 질문에 녀석은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으면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원이 좀 도와주려고.”

 “지원이가 왜?”

 “희경이 누나가 그러는데 지원이가 이번 도심 축제 댄스팀에 합류했는데 갑자기 앓아누워서 못 나오고 있대. 그래서 알아봤더니 그 애 아빠가 택시 하시잖아. 근데 접촉사고가 있었나 봐. 그쪽에서 배 째라 합의금을 요구하는데, 지원이 수중에 돈이 어딨어. 방 보증금밖에 없는데.”

 “합의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

 “입건되건 안 되건 일단 아버님 택시 면허 취소되겠지.”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혁이에게 물었다.

 

 “혹시 아버지가 거짓말하는 거 아냐? 그분 사기죄로 감옥에 있다가 나오신 거잖아.”

 “뭐라는 거냐? 너 지금 그게 할 소리냐?”

 

 동혁이가 눈을 부라리며 날 노려보자 난 어깨를 들어 보이며 그럴 수도 있지 않냐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지원이가 말하기 싫다던 그 힘든 가정사를 우리한테 털어놓으라고 다그쳤던 게 시현이 너잖아.”

 “······.”

 “난 시현이 네가 먼저 지원이 돕겠다고 나설 줄 알았다. 그런데 그딴 소리나 하다니. 하···.”

 “야, 민동혁. 천만 원이 어디 지나가는 개 이름이냐?”

 “됐어, 새끼야.”

 

 동혁이는 갑자기 만 원짜리 한 장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그대로 술집을 나가버렸다.

 

 난 녀석을 쫓아가지도 붙잡지도 않았다.

 

 사실, 내 통장엔 오천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있었다. 군 제대 후, 작은 인터넷 쇼핑몰을 차려볼 심사로 누구도 모르게 모아둔 돈이다.

 

 하지만, 지원이의 마음이 동혁이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쉽사리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밤, 녀석이 간 후에도 혼자 계속 술을 마신 난 호프집을 나와 학교 후문에 있는 지원이 자취방 근처로 걸어갔다.

 

 동혁이 만큼이나 만만치 않게 술이 약했던 나는 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그 골목길 가로등을 부여잡고 토악질을 했다.

 

 근데 때마침 어딜 갔다 오는지 집에 들어오던 지원이가 날 발견했다.

 

 “야, 김시현. 여기서 뭐 해?”

 “엉? 딸꾹. 넌 아프다는 애가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냐? 딸꾹.”

 “나 아픈 건 어떻게 알았대?”

 “···들었다.”

 “그냥 일이 있어서 속이 상한 거야. 몸이 아픈 건 아니야. 근데 너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딸꾹, 딸꾹. 너 때문에 마셨다. 너 때문에 동혁이한테 혼났어.”

 “뭐래?”

 

 난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키려다 균형을 잃고 지원이 쪽으로 무너졌다.

 

 지원이는 내 가슴팍과 어깨를 붙잡고 안 되겠는지 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가끔 다른 여자애들이나 동혁이 그렇게 해서 온 적은 있었지만, 지원이 집을 이 늦은 밤에 혼자 방문해 보긴 처음이었다.

 

 그만큼 날 믿는단 소린가. 내가 정말 남자로 안 보인다는 건가.

 

 혼자 잡생각을 하며 욕실과 부엌이 합쳐진 곳을 지나 정말 코딱지만 한 그녀의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야.”

 “왜?”

 “나도 남잔데 괜찮냐?”

 

 딸꾹질은 더는 나오지 않았다.

 

 “안 괜찮음 어쩔 건데? 너 내가 동혁이 좋아하는 거 알잖아.”

 

 알고 있었지만, 그녀 입으로 직접 들으니까 마치 ‘확인사살’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방안엔 온통 그녀의 냄새가 가득했다. 화장품 몇 가지가 놓인 작은 좌식 책상과 의자, 바퀴 달린 옷걸이, 그리고 이불을 올려둔 선반.

 

 작은 방안엔 그게 전부였다.

 

 “쉬었다가 술 깨면 택시 타고 집에 가.”

 “배고프다.”

 “있어 봐. 라면 몇 개 있을 거야. 끓여줄게.”

 

 한데 난 부엌으로 나가려던 지원이의 여린 손목을 붙잡아 버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이터니티(2) 2020 / 9 / 24 247 0 5535   
18 이터니티(1) 2020 / 9 / 23 248 0 5276   
17 신경 쓰이는 여자(6) 2020 / 9 / 22 245 0 5484   
16 신경 쓰이는 여자(5) 2020 / 9 / 21 264 0 5541   
15 신경 쓰이는 여자(4) 2020 / 9 / 20 268 0 5205   
14 신경 쓰이는 여자(3) 2020 / 9 / 19 264 0 5359   
13 신경 쓰이는 여자(2) 2020 / 9 / 18 252 0 5286   
12 신경 쓰이는 여자(1) 2020 / 9 / 17 252 0 5598   
11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3) 2020 / 9 / 16 269 0 5244   
10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2) 2020 / 9 / 15 236 0 5797   
9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1) 2020 / 9 / 14 263 0 5217   
8 고양이의 그림자(8) 2020 / 9 / 13 257 0 5447   
7 고양이의 그림자(7) 2020 / 9 / 12 270 1 5300   
6 고양이의 그림자(6) 2020 / 9 / 11 280 1 5381   
5 고양이의 그림자(5) 2020 / 9 / 11 260 1 5617   
4 고양이의 그림자(4) 2020 / 9 / 10 265 1 5325   
3 고양이의 그림자(3) 2020 / 9 / 9 274 1 5078   
2 고양이의 그림자(2) 2020 / 9 / 8 288 1 5138   
1 고양이의 그림자(1) 2020 / 9 / 8 444 1 544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