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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한국남자 지훈
작가 : 오리무중91
작품등록일 : 2020.9.13

현재 20,30대 남자들의 현실적인 삶과 거기에 대한 위로를 하고 싶은 작품으로 , 주인공 지훈은 20대 후반의 남자로 남자로서의 부담함과 젊은 남자로서의 현실을 나타내는 인물입니다.

 
4화
작성일 : 20-09-14 05:29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1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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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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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지훈은 복학하여 본격적으로 가면을 쓰기 시작한다. 우선 여초집단에서 남자라는 장점이 있었다. 마치 공대 아름이 마냥 간호대 지훈이 같은 위치였다. 여자 선배들은 지훈을 좋아했다. 착하고 잘 웃고, 또 섬세하고 관찰력이 좋은 지훈은 자그마한 칭찬으로 여자 선배들의 환심을 샀다. 지훈은 한 번씩 선배들한테 “선배 다이어트해요? 요새 너무 예뻐지는데요?” “오늘 뭔지 모르겠는데, 먼가 달라보여요. 더 예뻐요.” 등 여자들은 변화에 대한 관심만 줘도 호감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훈의 학교생활도 외적으로 굉장히 원활했다. 이는 지훈의 섬세함 뿐만이 아니라 지훈의 외모도 한 목했다. 입학 때 여자선배들이 관심을 보인건 지훈의 외모 때문이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해 막 잘생긴 건 아니지만 선이 곱고 웃을 때 눈웃음이 생기는 그런 얼굴, 흔히들 훈훈하다고 하는 외모에 어깨가 넓고 키는 178로 비율이 좋았다. 거기에 이제는 끼까지 떠니 여초 집단에서 지훈은 인기가 없을 수 없었다. 요즘 말로는 지훈은 인싸였다. 그렇다고 여자랑만 친한 것은 아이었다. 간호대학 특성상 남자들이 매우 소수이기에 남자들끼리 더 끈끈한 무언가가 있었고 지훈도 남자동기, 후배들이 더 편했고 더 친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여초집단의 남자라고 모두 인기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기는 공평이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 였다. 지훈처럼 훈훈한 외모에 원활한 학과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선배, 동기, 후배들이 호감을 표시하지만 그렇지 않은 남자에게는 기회 조차 없었다. 쉽게 말해 남자들을 등급을 매겨 급 떨어지는 남자랑은 말을 걸지 조차 않았다. 간호대는 여초집단이여서 그런 부분이 더 크게 작용했다.

  어느 금요일 저녁 지훈이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데 친한 후배인 명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에는 여기, 저기서 불러대 귀가가 늦은 편인 지훈이었는데 왠일로 조용해 집에 일찍가나 했더니 또 술자리 전화였다. 지훈이 전화를 받아 지훈이 먼저 선수를 쳤다.“명석아 형 간만에 집에 일찍 간다. 나 월,화,수,목 다 술먹었어.” “형... 지금 윤아 선배 땜에 분위기도 이상하고 진희랑 다들 큰일 날 거 같아요...와서 자리만 있어줘요...” 진희는 명석이 1년째 쫒아 다니고 있는 같은 과 후배이다. 진희는 귀여운 얼굴에 애교가 많아 대부분 남자들이 좋아할 타입이었다. 지훈은 명석의 말에 한 숨을 쉬며 “니가 내몫 까지 계산해라.” “고마워요..형 제가 진짜 잘할게요.” 전화를 끊은 지훈이 다시 학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딸랑~ 지훈이 술집으로 들어서 두리번 댔다. 저쪽 끝에서 명석이 손을 번쩍들며 “형 여기에요.” 테이블에는 7명이 앉아 있었다. 지훈까지 8명이었다. 자리에서 가장 큰 선배인 윤아가 “오 박지후이 왔어? 누가 불렀냐?” 윤아는 3년을 휴학했다가 이번에 복학한 같은 과 선배로 덩치도 크고 욕도 잘하고 여자 후배들 군기도 잘 잡아 후배들 한테는 공포같은 존재였다. 그렇다고 남자들에게도 천사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윤아의 찔을 받아 칠 수 있는 사람은 지훈뿐이었다. 덕분에 지훈의 별명은 지훈장승이었다. 윤아의 찔을 받아주는 액막이 장승. 지훈도 윤아가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술에 취한 윤아를 보고 지훈이 “어이구 선배 벌써 취했어요? 또 선배가 후배들 잡는단 소문 듣고 날라왔지. 술은 즐겁게 좀 먹읍시다. 또 주인공도 안 부르고 술자리에요.” “내가 뭘, 또 누가 주인공이라던데.” “마지막에 왔음. 주인공이지 주인공이 별거야?” 지훈이 오자 험악했던 방금 전의 분위기가 싹 사라졌다. 테이블에 있었던 나머지 6명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희도 지훈을 보고 “오빠 없어서 심심 했자나요~.”하고 콧소리를 냈다. 지훈이 “오빠 아니고 선배.” 장난처럼 선을 그었다. 진희는 티는 안 냈지만 약간 무안해했다. 윤아가 “왔으면 세잔 먼저 먹고 시작해라. 속도 맞춰야지” 하며 술잔에 소주를 부었다. 지훈이 명석을 흘깃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보고는 세잔을 연거푸 마셨다. “크~~윽~~” “역시 박지후이 시원시원하다니까~.” 그렇게 지훈이 오고 험악하게 시작했던 술자리는 평화롭게 끝이 날 수 있었다. 지훈이 불려 다니는 술자리의 반절은 윤아 때문이 였다. 그런 술자리에서 지훈은 싫은데도 분위기 맞추고 웃고 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명석과 지훈은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윤아를 힘겹게 택시에 태워 보내고 한숨 돌리고 있었다. 그때 진희가 초코우유를 사 와서 지훈에게 주면서 “오늘 오빠 덕분에 살았어요.” 지훈이 초코우유를 받아 명석에게 주면서 “나 초코 들어간 거 안 먹어, 딴 거 없어? 그리고 오빠 아니구 선배라고 했다.”라고 이야기 했다. 진희가 이번에는 “아니 명석오빠도 선배보고 형이라고 하자나요!” “그럼 너도 형이라 부르던가. 난 오빠 소리 싫어.” “그런 남자가 어디 있어! 거짓말.” 그렇다 진희는 지훈을 좋아하고 명석은 어장을 치고 있었다. 명석 때문에 진희와 안 엮일 수도 없고 이 상황 또한 스트레스였다. “명석아 진희 자취방에 대려다 주고 와라. 지금 늦어서 버스 다 끊겼다. 오늘 니 자취방에서 자야겠다.” 명석은 활짝 웃으면서 “진희야 가자! 데려다 줄게...” 진희가 볼맨소리로 지훈에게 “선배, 어차피 명석이 오빠 집에서 잘거면 더 놀다가 가요.” “됬다, 나 피곤해..너 데려다 주고 올때까지 앉아서 쉴거야.” 지훈이 벤치에 드러누웠다. 진희가 어쩔 수 없이 명석과 같이 집으로 갔다. 명석이 돌아와 “형 술 한잔 더 할래요?” “아니 술먹고 싶으면 니 자취방에서 맥주나 한캔 씩 하자.” “네 그럼 그렇게 해요.”. 띠릭릭 철컥. “명석아 수건좀 나 좀 씻고 나오자.” “형 수건 여기있어요.” 명석의 집에 몇 번 와본 지훈은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지훈 앞에 명석은 과자랑 마른안주를 까놓고 앉아 있었다. 지훈이 앉아서 맥주를 까곤 두 모금 벌컥벌컥 마시고는 맥주를 탁자에 거칠게 내리면서 “오늘은 또 왜 뭐땜에 찔 부리던?” “진희는 화장하고 다니는 거 땜이고, 정희는 인사 90도로 안 했다고, 민주는 중앙동아리 들어서 오늘 호되게 당했죠. 나머지도 뭐 등등” “아우 군대도 안 다녀온 것들이 더 심해 하여튼.” “닌 왜 불려갔는데?” “저요? 저 안 불려갔는데요. 윤아선배 남자후배들한테는 막 뭐라고 안 하자나요.” “그럼 왜 그 자리있었는데?” “진희가 불려가 길레 걱정되서요.” “아이구 순애보 나셨다. 가을이라 그 많던 민들레가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있네?” 지훈은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번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명석도 쓸쓸한 표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을이죠 뭐... 그래도 주말에 진희랑 데이트 하기로 했어요. 자기 가을옷 살건데 같이 가달래요.”라며 맥주를 들이켰다. “아구 지랄났다. 지랄났어. 좋냐?” 지훈이 혀를 끌끌 찼다. 두 사람은 남은 맥주캔을 비우고 검은 안식을 가졌다.

  몇 주 뒤 지긋지긋한 중간고사가 끝나고 축제가 시작되었다. 지훈과 진희는 주점에서 서빙을 담당하게 되었다. 지훈은 하기 싫었지만 과대가 부탁하는 통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여느 대학교들이 다 그렇듯 대학생들은 먹고 마시고 부어가면서 광란의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지훈과 진희는 그 광란의 무리들의 시중을 드느라 뼈가 빠지고 있었다. 축제엔 교수들도 와서 주점의 매상을 올려주는데 간호학과 특성상 교수들은 나이 많은 노처녀들이 많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간호학과 교수들은 노처녀들이 많다. 적게는 40초반대 부터 많게는 60가까이 된 노처녀 교수들...아니 미혼의 교수들... 그런 교수들은 술이 취하면 꼭 지훈을 불러 자리에 앉혔다. “지훈학생 여기 앉아서 내가 따라주는 술 한잔해.” 지훈의 담당 교수인 복희가 술이 취한 목소리로 지훈을 불렀다. “아 교수님 지금 너무 바빠서요. 조금 있다. 테이블 몇 개 비고 한 숨 돌릴 때 오겠습니다.” “에이 교수가 와서 술 한잔 해라는데 뭐가 그리 말이 많아앙.” 나이 쉰여덟 먹은 미혼의 여성이 앙탈을 부렸다. 지훈은 눈을 질끔 감았다. 지훈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눈을 질끔 감았다. 동기인 진성이 지훈에게 귓속말로 교수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이야기 했다.“저 꼬라지 보기 싫으니까 걍 가서 앉아라.” 진성은 귓속말로 소곤소곤 이야기 했지만 진성의 말투와 목소리는 매우 강압적이었다. 진성이 복희에게가 모두 들으라는 듯이 “교수님 안 그래도 지훈이 교대시간 되어가는데 잘됬네요. 30분 먼저 퇴근시킬게요. 교수님 옆자리로요.” 복희가 얼굴색이 펴면서 “어머 잘됬다. 여기 직원 복지가 좋네 조기 퇴근도 되고 우리 지훈학생 일이 힘들어 배 많이 고팠겠다. 안주 더 시키게 메뉴판 좀 가져와봥.” 진성도 복희의 앙탈에 어금니를 한번 꼭 물고 난 뒤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네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지훈은 어쩔 수 없이 복희의 옆 자리에 앉았다. 과의 동기들과 선배들은 지훈을 제물로 바치고 매출과 평화를 얻어냈다. “지훈학생 요새 뭐 힘든 거 없어?” 지훈은 ‘이 상황, 그리고 당신 빼곤 없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네 중간고사도 그럭저럭 잘 봤고 요즘은 괜찮습니다.” “그럼 다행이네. 나 술잔 비었는데...” 지훈은 소주병을 찾아 복희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복희가 술병을 다시 받아 들어 지훈의 잔을 가득 채웠다. “첫잔은 원샷!” 적당히 미지근한 소주는 청량감 보다는 쓰고 텁텁한 닷만을 입안에 남겼다. 복희는 닭꼬치를 들더니 지훈에게 내밀면서 “우리 지훈학생 안주 먹어야지 아~”하고 앙탈을 부렸다. 지훈은 닭꼬치를 받아 들어 본인이 직접 먹었다. 복희는 “치, 재미없게”라며 볼맨 소리를 해대었다. 술잔이 몇 잔 오고 갔다. 복희가 취한 척 지훈의 어깨에 기댔다. “아 나 취했나봐, 지훈학생 처럼 어깨 넓은 남자가 이상형인데...” ‘이 무슨 개같은 소리인가.’ 나이 쉰여덟 먹은 여자가 나이 스물셋 먹은 어린애한테 무슨 추태인가...다른 교수가 “지훈학생 나도 술 한잔만 주게.”라며 상황을 말렸다. 지훈도 알아 들은건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어깨에 기댄 복희를 밀쳐내고 교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 때 ‘찰싹’ 매우 찰진 소리가 주점 내를 흔들었다. “지훈학생 엉덩이 탄력봐~ 젊어서 그런가 완전 찰지네.” 그 지훈 본인 뿐만 아니라 광경을 지켜본 모두가 놀랬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성추행이었다. 지훈의 표정이 굳었다. 지훈이 이건 아니다 싶어 한마디 하려고 할 때 앞자리의 교수와 눈이 마주쳤다. 교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고는 소리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말을 했다.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지훈은 교수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참아’ 교수는 소리없이 이 두글자를 지훈에게 말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느낀 복희가 “지훈학생 기분 나빴던 건 아니지? 아들 같아서어 ~ 이해하지?” 말도 안 되는 개소리, 애도 낳아본 적 없는 노처녀가 뚫린 입이라고 짖어대고 있었다. 지훈이 대답을 하지 않고 술잔을 비웠다. 쓰고 텁텁한 기분 나쁜 단맛... 그 한잔에 지훈은 올라오는 감정을 눌러 내렸다. “아 교수님 왜 오른쪽 엉덩이만 때리세요. 왼쪽 엉덩이 섭섭해 하게~.” 지훈이 더 과장되고 웃기게 반응했다. “그럼 왼쪽 엉덩이도 한 대 때려주까?” “이미 섭섭해 버렸어요. 다음 기회에요.” “아하하하하하” 다들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넘어갔다. 다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훈에게 술잔을 받았던 교수가 “교수님들 우리 매상 올려줄 만큼 올려줬고 술도 취할 만큼 취했는데 다들 그만 정리하죠.. 학생들도 우리가 오래 있으면 힘드니깐요.” 복희 빼고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를 일어나고 싶었다. 복희도 혼자 앉아 있기 민망해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지훈이 교수들에게 인사를 하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과대가 교수들을 배웅하고 옆에 와서 지훈에게 엄지를 추켜세웠다. “역시 지훈장승 액막이로는 최고네.” 지훈의 속도 모르고 하는 말이었다. “선배 기분 좆같으니까 그런 소리 하지마요.” “뭘 남자애가 그런거 가지고 그러냐.” 지훈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훈은 아직 어려 몰랐었다. 이런 감성적인 인내와 고통은 자신을 갉아 먹는다는 것을 그리고 한 번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자신을 갉아 먹게 된다는 것을 몰랐었다.

  교수들이 먹고 간 테이블을 정리하고 지훈은 퇴근을 했다. “야 나 오늘 니 말처럼 퇴근한다.” 진성이 찡얼대며 “아 박지훈 배신자야! 니혼자 가냐?” 지훈이 진성을 흘기면서 비아냥 댔다. “니가 직원 복지 해주셨자나여! 퇴근한다.” 지훈이 매몰차게 나왔다. 지훈이 택시를 타려고 큰길로 나가고 있는데 뒤에서 진희가 뛰어오면서 “선배, 같이 가요.” 지훈이 진희를 보고는 “넌 왜 나왔어?” “그냥 선배 퇴근하니까 저도 퇴근하고 싶어서 도망쳤어요.” 복희와의 일로 한껏 예민해져 있던 지훈이 날카롭게 이야기했다. “무슨 헛소리니 들어가라.” 진희는 서운해 하는 기색없이 “선배 이것도 인연인데 술한잔 할래요? 둘이 편하게?” 지훈은 거절하려 생각했지만 본인도 지금 술이 먹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래 술먹으러 가자.” “네” 진희는 밝게 웃이며 지훈의 뒤를 따랐다.

  어두운 조명의 술집 진희는 지훈의 앞에서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지만 지훈의 귀에는 여느 소음과 다르지 않게 들렸다.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지훈은 술잔을 비워갔다. 지훈의 속도에 맞춰 진희도 술잔을 비워갔다. 지훈과 진희가 취했다. 지훈은 진희를 빤히 쳐다보더니 꼬인혀로 진희에게 물어봤다. “너나 좋아하지?” 진희가 부끄러운지 말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 좋니 내가?” “오빠 잘생기고 인기도 많고 다정다감해서요.” “오빠 아니고 선배, 그러면 명석이는 왜 싫은데? 너한테 명석이가 훨씬 잘해주잖아” 진희가 인상을 살짝 쓰고는 “여기서 명석오빠가 왜 나와요! 명석오빠 싫은 거 아닌데요. 그냥 사귀는건 좀...” “그러니까 왜?” “창피할 거 같아요. 명석오빠랑 사귄다고 하면 저도 그 급으로 취급당할 거 아니에요. 오빠는 그 무서운 윤아선배도 함부로 못하잖아요. 근데 명석오빠는 이래저래 다 무시당하고 다니잖아요.” “야 그건 명석이가 무시당하는게 아니라...아 됐다. 술이나 먹자.” 지훈이 화가 나서 소리치다 말을 아꼈다. 쨍. 술잔이 붙이쳤다. 목으로 넘긴 소주는 쓰고 텁텁한 단맛이 났다. 지훈이 혼자서 연거푸 병을 비웠다. 취한 지훈이 가방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취했다. 그만 집에 가자.” 진희는 지훈의 앞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인사불성이 된 진희는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훈은 명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명석은 아직 주점이 끝나지 않았는지 10통 넘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지훈은 점원의 도움을 받아 진희를 엎고 술집에서 나왔다. 진희의 자취방이 어딘지 모르는 지훈은 진희를 엎고 30분간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어쩔 수 없이 모텔로 들어갔다. 진희를 침대에 던지듯 눕혔고 지훈은 침대에 걸터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다 진희의 뒤척임에 고개를 돌렸다. 술이 취해서인지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자고 있는 진희의 머리를 귀 뒤로 쓰-윽 한번 넘겼다. 지훈의 눈은 촉촉했다. 그때 지훈이 “지훈아 이건 아니다.”하고 혼잣말을 했다. 지훈은 다시 정신을 챙기고 가방을 챙겨 모텔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탔다.

  다음날 진희가 지훈을 불렀다. 진희가 지훈에게 고백했다. “오빠 저 오빠 좋아해요. 저랑 사겨요.” 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선을 긋고 철벽을 쳤는데 진희는 무슨 용기가 나서 나한테 고백을 하는지 진희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진희야 나 너 안 좋아해..., 못 들은 걸로 할게...” 진희가 울면서 “오빠도 저 한테 마음 있잖아요. 왜 거짓말해요.” “진희야 내가 오빠 아니라 선배라고 몇 번을 말하니...나 너한테 진짜 마음 없어.” “그럼 어제 머리는 왜 쓰다듬었어요?” 지훈은 놀랬다. “그건 그냥 실수야. 술에 취해서 아무짓도 안했자나. 그 방에 2분도 채 안 있었어. 이상한 소리하지마. CCTV에 다 찍혀 있을거야.” “오빠도 나한테 마음있어요. 분명!” “없어 정말 난 너처럼 사람 평가하고 급 나누고, 사람 마음 가지고 저울질 하는 애들이 제일 싫어. 넌 내 기준에선 최악이야.” 지훈의 폭언에 진희는 울면서 사라졌다. 지훈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사건은 그로부터 몇 일 뒤 터졌다. 전공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로 들어선 지훈은 공기가 이상함을 느꼈다. 무리 지어 지훈을 쳐다보고 수근 거렸다. 지훈은 조용히 책상에 앉았다. 그때 명석이 지훈에게 다가와 따지듯 물었다. 명석의 얼굴은 원망이 가득했다. “형...형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요?” 지훈이 어리둥절해서 “내가 뭘 잘못했어? 뭔지 몰라도 우선 미안.” 명석이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면서 “내가 뭘 잘못했어? 진짜 몰라서 물어요? 저번 주 축제 첫날 주점 끝나고 진희랑 술 먹고 모텔로 들어가는 거 본사람이 있다던데...진짜 형...” 명석이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훈이 벌컥 소리를 질렀다. “누가 그런 말을 해!” 그러자 뒷자리에 있던 진성이 일어나며 “내가 봤다. 내가 내 눈으로 직접 봤다. 나 혼자 본게 아니야... 몇 명 더 봤어. 발뺌 하지마라. 그리고 다음날 진희가 너 따로 불러내서 고백하는 것도 봤다. 너 앞에서는 명석이 도와주는 척 하면서 뒤에서는 여자들 잘 후리고 다니더라? 니가 어떻게 명석이한테 그럴 수 있냐?” 지훈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명석아 오해마, 진짜 아무일도 없었어. 나 진짜 진희만 눕혀 놓고 나왔어 아무 짓도 안했어. 진희랑 술 먹다가 진희가 너무 취해서 집도 모르고, 너한테는 연락도 안되고... 내가 너한테 전화 했었자나..부재중 남아 있었자나.” “그럼 진희랑 왜 둘이서 술 먹었는데요?” “ 그날 기분이 너무 안 좋았는데 마침 진희가 한잔하자고 해가지고 그래서 한잔 한거야. 진짜 다른 뜻 없었어” “내가 형 때문에 지금 소문이 어떻게 났는데... 진희가 형이랑 자기랑 안 된게 나 때문이라고 지금 나 보고 스토킹했다고 그렇게 이야기 하고 다녀서...내가 지금...” 명석이 다시 말이 끝나기 전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명석도 알고 있었다. 지훈이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 때문에 누구한테 라도 화풀이를 해야 겠어서 지훈을 이렇게 몰아 세우고 있었다. 진희의 악의적인 화풀이는 명석과 지훈을 갈라 놓게 된 것이다. 명석이 말을 못하고 있자 진성이 다시 지훈을 몰아 붙였다. “그래 명석이 옆에서 진희 꼬셨으면 사귀지 왜 차버려서 명석이 이상한 소문나게 만드냐? 왜 한번 모텔에 가보니 잡힌 물고기 같은거냐??” 지훈이 정색하며 맞받아쳤다. “너 말 가려해. 진희랑 그 날 아무일도 없었고 나 진희한테 꼬리친 적 없다. 항상 선 긋고 철벽쳤지.” 민주가 지훈이의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지훈선배 잘하는 말 있잖아요. ‘오빠 아니고 선배’ 진희가 항상 은근슬쩍 오빠라고 할 때 마다 지훈선배가 선배라고 정정했던 거 많이 봤어요.” 주변의 동조로 진성의 기세가 약간 꺾였다. “니가 아무것도 안했는데 진희가 그랬다고?”. 지훈이 받아치질 못했다. 진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그 기억 때문에 그 실수 때문에 받아치질 못했다. 그때 문 앞에서 윤아가 소리쳤다. 유진성 “너 그 말 지금 책임질 수 있냐? 솔직히 지훈이는 다들한테 친절하지 않니? 그거 보고 꼬리쳤다. 이야기하면 걔는 거의 모든 사람들한테 꼬리치는거야. 남자 여자할 거 없이.” 윤아의 등장에 진성이 크게 당황했다. “선배! 책임은... 이야기가 왜 그렇게 가요.” “진성아 우리다 성인이야 본인 행동이나 말에는 책임을 져야되는 나이야.” 윤아가 진성을 쏘아 붙이다가 모두에게로 시선을 바꿨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박지훈 도움 안 받아본 사람 한 명있어? 지훈이가 평소에 어떤 애니? 내가 찔 부린다고 술자리 끌고 가면 집에 갔다가도 다시 와서 너네 커버치고 나 마크하지 않디? 그런 애가 후배가 좋아하는 여자를 뒤에서 호작질 했을까? 박지훈 여자애들한테 친절해 그런데 항상 선은 안 넘어 그래서 짜증나는 것도 있지만... 여튼 너네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휩쓸리지 말고.... 나 수업 가야한다.” 윤아가 퇴장했다. 윤아의 이야기 이후로도 지훈에 대한 노골적인 수근거임은 여전했다. 또 지훈에 대한 소문은 점점 않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지훈은 자신을 옹호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희는 지금 위기에 빠졌다. 자신이 했던 행동들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진희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계속 생각 중이었다. 진희는 명석에게 연락을 했다. 명석이 전화를 받았다. “왜? 무슨 일인데?” 진희가 콧소리를 내며 “아 오빠 다른 게 아니라~ 학과 분위기 어때?” “안 좋지 뭐, 너 때문에” 명석의 퉁명스러운 태도에 진희가 발끈했다.“아니 오빠 말을 왜 그렇게 해? 나 때문이라니? 진짜 어이없다.” 명석이 순간 난 화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하...어이? 니가 그게 지금 할 말이야? 너 때문에 지금 난 스토커 범죄자 됬고, 지훈이 형은 남창처럼 소문났어.” “그게 왜 나 때문인데?” 명석이 한숨을 크게 쉬었다. “하... 난 니가 나한테 사과하는 줄 알고 전화 받았어. 그런데 넌 나한테 미안한 감정이 1도 없구나? 더 할 말 없고 끊는다.” 진희가 다급하게 명석을 불렀다. “잠깐잠깐 오빠! 오빠! 잠깐만...” 명석의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 묻어 있었다. “왜 또?” “나 좀 도와줘~ 오빠도 알겠지만 내가 지금 되게 곤란한 상황이 되었자나.” “뭘 도와 달라는 건데?” “오빠가 말해주면 안돼? 내가 싫다는데 계속 쫓아 다닌 거 맞다고.” “뭐? 너 진짜 쓰레기구나?” “뭐 쓰레기? 나 좋다고 쫓아 다닐 땐 언제고. 뭐 쓰레기?” “내가 일방적으로 쫓아 다녔니? 너도 밤에 술 먹고 데리러 오라고 부르고, 주말에 심심하다고 부르고 했잖아. 내가 일방적으로 쫓아 다닌 거니?” “아니 오빠 그건 오빠가 나 좋다니까, 기회를 준 거잖아요. 그 기회를 못잡은 거는 오빠 역량이 부족해서 아니에요?” “기회? 이용해 먹을땐 이용해 먹고, 아닐 땐 버리고 아 됬다. 더 이야기 할 거 없다. 너 오늘 일 후회할거야.” “후회는 무슨 오빠나 나 놓친거 후회할거에요. 방금도 기회 준건데 그걸 몰라. 치” 명석이 인상을 팍 썼다. “뭐 하나만 물어보자. 이건 진짜 솔직하게 말해줘라.” “뭘 물어볼려고 이렇게 말이 길어요?” “너랑 지훈이형 사이에 뭐가 있었니?” 진희가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제 와서 그게 왜 궁금한데요?” “잔말 말고 사실대로 이야기 해줘라.” 명석의 진지하고 간절한 목소리에 진희도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있기는 뭐가 있어요. 자존심 상하지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 모텔에서도 진짜 나 눕혀 놓고 나간게 다에요.” “그래” 명석이 전화를 끊었다. 진희는 끊어진 전화에 짜증을 냈다. “뭐야, 지 할 말만 하고 끊어! 짜증나게...김명석도 텄고 어떡하냐!”

  다음날 학교 단톡방에 3분짜리 음성녹음 파일이 올라왔다. 명석이 올린 것으로 진희와의 통화내용이 녹음되어 있었다. 진희가 명석에게 부탁한 내용과 명석 혼자 쫓아다닌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지훈과 진희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이야기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학과 내의 여론은 삽시간에 바뀌었다. 명석에 대한 오해는 풀렸고, 지훈에 대한 소문도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지훈과 명석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없었다.

  명석이 지훈에게 어렵게 전화를 걸었다. 화면에 보이는 ‘명석이’라는 글자에 지훈은 잠시 고민했다. “으응~ 명석아 왜?” “형 술 한잔 할래요?” “술? 나 당분간 힘들거 같은데” 지훈이 의도적으로 명석을 피했다. “아 그래요? 그럼 전화로 이야기 할게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여.” “형... 진짜 미안해요. 그 날 그렇게 몰아 세우고 했던거 미안해요. 형이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거 사실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진희가 나 그렇게 하고 또 형이 진희랑 그랬다니까 화가 너무나서 형한테 화풀이 한 거 같아요.” 명석은 얼굴보고 해야하는 사과란 것을 알고 있지만 술기운이 아니면 지훈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 지훈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지훈은 솔직히 조금 화가 났다. 지금껏 자신의 행동 때문에 명석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 걱정했는데 명석은 처음부터 알면서 자신을 그렇게 몰아세웠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러나 지훈은 화를 내지 못했다. 지금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명석이기도 하고 명석이 자신의 사과를 받아주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지훈은 또 자신의 감정을 죽였다. “명석아... 사과해줘서 고맙다.” 지훈의 용서에 명석은 마음이 가뿐해졌다. “진성이형 보고도 사과하라고 할게요.” 진성의 사과도 용서해야 된다는 생각에 지훈은 머리가 지끈해졌다. “명석아 누구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어. 진성이가 하헤면 하는거지 니가 하라마라할 거는 아니야.” 지훈의 단호함에 명석이 기가 죽어 중얼거렸다. “진성이형도 형한테 미안해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하지마, 명석아.” “네...형 그러면 쉬어요.” “그래 전화 끊는다.” 지훈은 명석의 사과를 받아 줬지만 용서는 하지 못했다. 지훈이 졸업할 때 까지 명석과 진성 그리고 지훈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일이 마무리 되고 지훈의 학교생활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술자리에 불려다니며 후배들을 챙겼고, 웃으며 인사하고 친절을 베풀었다. 외면상으로는 모두 제자리에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전 처럼 명석의 자취방에 가는 일도 없었고,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한 적이 없었다. 이때부터 지훈은 세상은 점점 회색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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