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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채널 스트림(Ch. Stream)
작가 : 김트리
작품등록일 : 2020.9.14

"아이돌을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야! 아이돌이 되는 거라고!"

"그럼 많은 사람들이 봐주고 좋아해주는 노래와 춤을 하는 뉴튜버 아이돌이 아닌 거야?"

인기 스트리머(유튜버)가 되고 싶은 시골 소녀 하나 (주인공)가 같은 학교 학생들과 함께 인기 아이돌로 성장해가는 성장기.

 
5.
작성일 : 20-09-14 02:11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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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있잖아. 하나야.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 혹시 들어본 적 있어?”

 “강물이 바다를?”

 “그래. 어떤 역경이 기다리고 있어도 강물은 바다로 가는 걸 멈추지 않아. 멈추기는커녕 오랜 시간동안 온 몸으로 부딪쳐 역경을 이겨내기도 하고, 굽이굽이 방향을 틀어 결국 원하는 곳을 향하기도 해. 뭐.. 그게 진짜로 강물에 의지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닐테지만 말이야.“

 물소리가 나지 않는 잔잔한 강물처럼,

 유려하게 이야기를 흘려보낸 시원은 손등을 이마 위에 올려놓았다.

 “이런 이야기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난 네가 바라보는 그곳이 바다라고 생각해. 크고, 넓고, 아름다워서 모두가 바라보고 찾아가는 바다,”

 “바다...?”

 욕조의 몸을 기대고 있던 하나는 시원의 이야기에 고개를 기울였다.

 마치, 소라고동 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그래. 그리고 네가 서 있는 그곳은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작은 냇물, 너무 작고, 소리도 없어서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계속계속 흐르는 냇물.”

 “냇물...?”

 “그래. 그 단어라면 네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냇물은 작고 힘도 없어서, 작은 돌부리에도 가로막히고, 상처입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서 강물이 되고, 바다로 가니까.”

 생각했던 모든 걸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시원은 두 다리를 하늘높이 뻗으며 일어났다.

 이럴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이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창피하지 않은가.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고.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는 마. ‘냇물’이라니... 풋, 80년대 아이돌들도 그렇겐 안 지었을 거야. 그럼 끊을게.”

 자조적인 비웃음과 함께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시원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자기 머리로 생각해서, 자기 입이 뱉은 말이지만,

 그런 게 아이돌 그룹 이름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공부나 하자. 그래. 다른 데 집중하면 생각 안날거야.”

 화끈화끈 올라오는 열기에 자신의 뺨을 때린 시원은 걸음을 옮겨 책상 앞에 앉았다.

 복습을 위해 펼쳐놓았던 교과서와 참고서들은 하루종일 제자리 달리기 중이었다.

 집에 도착한 내내 떠오르던 생각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나면, 다시 볼펜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도저히 팬이 잡히지가 않았다.

 “아!!! 몰라몰라! 벌써 저질러 버렸잖아! 이제 주워 담을 수도 없다고!”

 전력으로 침대에 다이브를 해버린 시원은 동동 발을 굴렀다.

 푹신한 베게에 얼굴을 묻은 시원의 모습은 흡사 껍데기 속에 쏙 들어간 거북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내일 학교... 갈 수 있겠지?’

 점점 더 격렬하게 요동치던 물장구를 멈춘 시원이 빼꼼 고개를 들었다.

 악어의 눈처럼 수면 위로 올라온 시원의 양 볼은 저녁노을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냇물...”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한참이나 붙들고 있던 하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뭔가....

 뭔가가 떠오를 것만 같았다.

 

 “아~ 오늘은 좀 늦었네요. 죄송해요. 개인적인 사정이 좀 있었어서요.”

 지나가는 밤이 잠시 쉬어가는 저녁 시간.

 편안한 사복차림으로 갈아입은 하나는 캠의 위치를 조정했다.

 시청자 수는 당연히 평소랑 같았다.

 늦었다고 잔소리할 사람도.

 기다리고 있었을 사람도 없었을텐데...

 하나의 얼굴엔 미안한 감정이 가득 담긴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오늘은 한 번도 안 해본 걸 해보려고 해요. 어... 뭐랄까? 일종의 휴방 공지라고나 할까요?” 히힛!”

 아무도 없는 채팅창을 힐끔 바라 본 하나는 그림판을 열었다.

 “아하하, 완전 뜬금없어서 놀랐죠? 그래도 아무 이유 없이 휴방하려는 건 아니에요! 제가요. 오늘부터 아이돌이 되보려고 하거든요. 아! 물론 뭐 어디 오디션을 보러 간다던가!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던가 그런 건 아니에요!”

 정리되지 않은 중구난방의 문장들을 마구마구 쏟아낸 하나는 ‘오디션‘이랑 글자와 ’스카웃‘이랑 글자를 그렸다가 취소선을 쫙쫙 그었다.

 “그렇다고 뭐 체계적인 계획이 있다거나, 엄청난 스펙이 구비되어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그냥 해보자고 마음먹었으니 해보려구요.”

 ‘하나’

 삐뚤삐뚤하게 그린 자기 이름에 밑줄 쫙 별표 하나를 그린 하나는 자기 얼굴이 송출되고 있는 화면을 열었다.

 하나가 하나를 보고.

 또 그 하나가 하나를 보고 있는 뫼비우스의 공간.

 수십명의 하나들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하나는 그림판의 새 페이지를 열었다.

 “말도 안 된다고, 보나마나 안 될 거라고 하시는 분들 있을 거란 거 알아요. 저는 시원이처럼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송이처럼... 음... 송이처럼 통통 튀는 매력도 없으니까요.”

 송이에 대해 언급할 때 무의식적으로 일자 눈이 되어버린 하나가 서둘러 빵꾸난 지점을 땜빵했다.

 송이가 듣고 있었으면 분명 빽허그를 당했으리라.

 “그래도 한 번 해보려고요! 공부 잘하는 시원이랑! 통통 튀는 송이도 함께니까 분명 잘 될거에요! 잘 안된다고 해도 잘 되게 만들거라고요!! 꼭!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니까... 방송은 오늘 이후로 당분간 휴방이에요! 알았죠?”

 백지의 페이지에 시원이랑 송이의 얼굴을 간략하게 그려본 하나는 서둘러 새 페이지를 열었다.

 이걸 그리려고 새 페이지를 연 게 아니었는데,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여버렸다.

 “아! 맞다맞다! 대신 저희 영상을 업로드 할 새로운 채널을 알려드릴게요. 아마 당분간은 영상은 못 올리겠지만, 뮤직 비디오나 VLOG같은 거 완성되면 하나하나 올릴 거에요. 뉴튜브 규정이 있으니 구독자랑 시청시간 채우기 전까진 생방송은 못키겠지만, 그래도 이 작은 개인 방송국 말고 좀 더 큰 바다로 나가 볼려고요.”

 누가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누구보다 활기찬 목소리로 이야기한 하나는 서툰 손글자로 그림판을 한땀한땀 채워나갔다.

 

 - 채널 스트림 (Ch. Stream).

 

 “바다로 갈거에요! 냇물처럼!”

 완성된 글자를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머금은 하나는 꽃송이처럼 모은 두 손 위에 턱을 괴었다.

 개인 방송을 처음 켰을 때 만났던 하나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희망에 가득찬 얼굴을 하고 있던 하나가.

 최근 들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하나가 저 앞에서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 - -

 

 “음... 그러니까 ‘채널 스트립‘ 이란 말이지?”

 의자를 돌려 앉은 송이가 기우뚱하게 턱을 괴었다.

 비읍과 미음 사이 어딘가의 애매한 발음에 마주앉은 두 사람은 이 대화의 첫 단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응응! 어때? 어떤 거 같아?!”

 핸드폰으로 찍어온 그림판 사진을 자신 있게 보인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를 찍은 사진은 픽셀픽셀 갈라져 상당히 보기 딱한 로고가 되어 있었다.

 “응응!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해! 하나하나가 지은거야?”

 “어... 아니아니. 이건 시원이가 거의 다 지어준거야. 난 숟가락만 올린 거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송이의 긍정적인 대답에 안도의 미소를 지은 하나가 시원을 향해 딸랑딸랑 손을 흔들었다.

 웬일인지 오늘 아침에는 집 앞에서 기다려 주지 않은 시원이는 수업시간을 제외한 시간엔 쭉 이 상태였다.

 고개도 푹 숙이고, 얼굴도 빨갛고, 혹시 열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그러면 안 되는데...

 “음~ 그래? 시원이 다운 응큼한 발상이네.”

 “으... 응큼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해봐!”

 므흣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송이를 향해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 시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트림...

 냇물이란 그 단어의 어디를 어떻게 해석하면 응큼해질 수가 있단 말이냐.

 “어... 그러니까 춤을 추다가 막 옷을 한꺼풀씩 벗는다는 거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게.”

 “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시원이 더더욱 소리를 높였다.

 아우성 거리던 주변 소리는 순간 잠잠해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근데 심의규정에 안 걸릴까? 우리 고등학생인데... 단추 세 개만 풀어도 큰 일 나지 않을까?”

 시원이의 목소리를 반쯤 흘려넘긴 송이가 자기 웃옷 단추를 하나 풀어보였다.

 영상 조회수는 따놓은 당상일 것 같긴 한데, 왠지 한 두개 영상 이후에 채널이 없어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대...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단추를 왜 풀어!”

 단추를 하나 더 풀어려는 송이의 손을 급하게 붙잡은 시원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남자애들도 있는 교실에서 지금 대체 뭐하는 거냔 말이다!

 “아닌가? 다시 생각해보니 괜찮을 것도 같아. 옷 안에 또 옷이 있으면 아무 문제없지 않을까? 벗는다는 행위에 중점을 두면 자극성은 유지하되 선정성은 낮출 수 있을 것도 같아.”

 목줄을 채워주는 주인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강아지처럼, 단추를 채워주는 시원의 손길을 느끼고 있던 송이가 자신의 논리에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애기를 때리는 영상은 사람들이 화를 내지만, 애기가 때리는 영상은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보지 않는가.

 ‘때린다’는 행위처럼 ‘벗는다’는 행위도 충분히 다르게 보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안 벗어! 안 벗을 거라고! 자극성이나 선정성은 상관도 없고! 필요도 없다고!”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던 시원은 자신을 향한 주변의 시선에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고개를 묻었다.

 창피했다. 죽고 싶을 만큼.

 게다가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송이의 생각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냇물과 벗는다는 행위 사이의 관계.

 뭐 냇물에 들어가야하니 겉옷을 잠시 벗어둔다 그런 건가?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가능한 건가?

 

 “저기... 송이야. 내가 한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지?”

 완전히 삼천보로 빠지고 있는 대화를 지켜보던 하나가 물었다.

 톱니바퀴가 이 정도로 삐걱거린다는 건 어딘가에서 잘못됐다는 소리인데, 맞물린 이빨은 이제 막 하나가 지나갔을 뿐이었다.

 “응? 그럼~ ‘채널 스트립‘이라고 그랬잖아. ‘스트립쇼’ 할 때 그 스트립 맞지? 나도 그 정돈 안다고.”

 “스트립?! 아니야! 스트림이라고! 스트림! S!T!R!E!A!M! 어... 맞나? S...T... 아...아무튼!”

 지나가는 구름이 하는 이야기 같은 송이의 태연함에 하나가 격하게 손사래를 치며 외쳤다.

 스트립이라니...

 세상에! 받침 하나 차이로 완전 성인방송으로 둔갑해 버렸지 않았는가!

 “음~? 스트림~?”

 “응응! 스트림이라고! 냇물이란 말이야!”

 거북이처럼 늘어지는 송이의 반응에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켜 뜬 두 눈과 아랫입술을 짚었던 손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송이는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 손방아를 찧어 보였다.

 “아!”

 “어때? 어떤 거 같아?”

 두 눈을 반짝인 하나가 맨 처음 했던 물음을 다시 늘어놓았다.

 한참을 겉돌던 톱니가 이제 제대로 도는 기분이었다.

 “한글로 직역하면 ‘냇물채널‘? 뭔가 자연 다큐멘터리가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이름이네.”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아랫입술에 올려놓은 송이가 비스듬하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기대한 것에 훨씬 못 미치는 송이의 반응이 하나의 어깨는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아래로 푹 꺼져버렸다.

 이거 ‘스트립‘이란 이름으로 오해했을 때보다 반응이 더 시원찮지 않은가.

 “자연 다큐멘터리... 그럼 별로란 거네...”

 새해를 알리는 종이 된 것처럼 머리가 띵~ 해진 하나의 머리 위에 짙은 세로선이 마구마구 그려졌다.

 그렇게 말하니, 그렇게 들리는 것도 같았다.

 그런 의미로 지은 이름이 절대 아니었는데...

 “으응? 아냐아냐. 별로라곤 안했다...구...”

 금세 짙어진 하나의 다크서클에 긍정의 손사래를 치던 송이는 또 다른 방향에서 느껴지는 짙은 우울함에 고개를 돌렸다.

 “냇물 채널... 자연 다큐멘터리... 하하, 하하하하...”

 그곳에는 오늘 하루종일 상태가 안 좋았던 시원이가.

 한층 더 다크해진 모습으로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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