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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꿈결별리
작가 : 화산호
작품등록일 : 2020.9.13

신데렐라 보단 제인에어가 꿈이었던 흙수저 여대생.
기적처럼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호텔 체인을 가진 자산가의 눈에 들어 결혼에 골인?
인줄 알았는데
아빠 결혼 절대 반대를 외치는 약혼자의 초딩 딸이 내린 저주로
다른 시공간으로 강제추방 당하다!
눈을 떠보니 사로국 공주 별리가 된 여대생.
공주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잠시.
그러면 그렇지. 내 팔자에 공주는 개뿔!
풍전등화 위험천만 볼모 생활 시작이었다.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재벌 사모님인데!
공주라 쓰고 볼모라 읽는 이 저주에서 무조건 벗어나야만 해!

 
4. 공범
작성일 : 20-09-14 00:56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6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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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가 누군지 알겠니?”

 눈을 뜨자마자 낯선 할머니가 자기를 알아보겠냐고 물어대자 여자는 눈썹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여자를 바라보는 노파의 눈은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작았지만 다정하고 따뜻했다.

 “별리. 너는 별리다.”

 자신을 별리라고 정해주듯 말하는 노파를 바라보며 여자는 눈썹을 다시 찡그렸다.

 노파의 키는 여자의 어깨쯤에 겨우 닿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작아 보였다. 하지만 그 작은 키에 비해 체구는 꽤 다부지고 통통했다. 희끗희끗한 머리는 귀 뒤로 모아 땋아서 봉긋하게 말아 올렸고, 원래는 하얀색이었으나 지금은 낡아서 누렇게 색이 바랜 긴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있었다.

 “혹시 나는 알겠어?”

 노파의 등 뒤에 묵묵히 서있던 남자가 노파 곁에 앉으며 여자에게 말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어깨가 탄탄하게 넓은 남자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여자는 그의 검은 옷을 보며 사극에 나오는 자객을 떠올렸다.

 여자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는 뭔가 기대에 찬 맑은 눈빛으로 여자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그 눈빛에 보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할 수는 없어 다시 고개를 저었다.

 “별리야.”

 여자는 오늘 처음들은 그 이름이 자신을 부르는 것임을 알고 고개를 돌렸다.

 달빛을 등진 또 다른 남자가 입술을 꽉 다물고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와 비슷한 옷차림이었지만 키도 훨씬 크고 엄청난 미남이었다. 하지만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가장 냉정했다.

 여자는 연극 무대에서 갓 내려온 것 같은 그들의 차림새를 바라보며 혼자서 생각에 빠졌다.

 꿈인가?

 분명히 불이 났었다. 그리고 기절 한 것 같은데 그 뒤론 의식이 끊어졌다.

 그래. 거울!

 여자는 자신이 주저앉아 있는 수풀 주변을 살피며 거울을 찾았다.

 “이걸 찾는 것이냐?”

 여자의 곁에 쭈그려 앉아 있던 노파는 여자에게 청동거울을 내밀었다. 손바닥만한 크기로 거울 뒷면엔 수많은 꽃잎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내밀어 거울을 받으려 했다.

 그런데 차가운 눈빛의 키 큰 미남이 노파를 제지했다.

 “그 거울은 왜?”

 노파는 인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 거울은 원래 별리의 것입니다.”

 “그래도 그건 할멈이 맡아두시오.”

 남자의 단호한 말투에 여자는 내밀었던 손을 슬그머니 내리려했다.

 하지만 노파는 여자의 손을 덥석 잡더니 거울을 손에 쥐어줬다.

 여자는 순간 혹시나 하는 기대와 긴장으로 어깨가 뻣뻣해졌다. 거울을 만지면 또 무슨 작용이 일어나 이런 비현실적인 곳이 아닌 원래의 곳에서 깨어나지 않을까 하는.

 그 때 여자의 손목을 남자가 확 잡아챘다.

 “아!”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픔을 호소하자 남자는 살짝 힘을 풀었지만 여자의 손목을 놓지는 않았다. 마치 여자가 무슨 생각으로 거울을 받고 무엇을 기대했는지 눈치라도 챈 것처럼.

 “이봐, 소달. 그만하고 이 여인을.”

 소달이라고 불린 남자가 눈을 치켜뜨자 맑은 눈빛의 남자는 움찔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별리를, 별리를 빨리 자우공 댁으로 데리고 가지. 이러다 동이 트겠네.”

 “건무의 말이 맞습니다. 사람들 눈에 띄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노파가 자신의 말을 거들자 건무라는 남자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그들의 대화를 통하여 자신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챈 냉미남이 소달, 건강남이 건무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전에 별리의 차림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대론 자우공의 집으로 갈 수 없어.”

 소달은 여자의 손목을 잡은 채 건무와 노파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자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후드가 달린 기다란 회색 원피스라는 것을 깨달았다. 반팔이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치마 길이였다. 정강이까지 내려오긴 했지만 얼굴과 손 말고는 어떤 신체도 나와 있지 않은 저들과 비교해보면 여자의 훤히 나온 종아리와 발목은 거의 벌거벗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맨발이었다.

 이런 차림을 보고도 이 사람들은 어떻게 나를 별리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여자의 머릿속에 의문점이 들었다. 이들의 사극스러운 차림과 자신의 홈웨어 차림은 전혀 매치가 안됐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이들은 왜 느끼질 못하는지 여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는 자기 입으로 나는 별리가 아니다, 댁들은 누구냐 하고 물어보기가 겁이 났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곳은 자신이 살 던 세상이 아닌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보는 별이 가득한 하늘엔 어린이 동요처럼 쟁반같이 둥근 달이 떠있었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수묵화에 들어 온 것 같은 풍경과 선명한 개구리 울음 소리. 공기는 또 어떻고. 살면서 이렇게 상쾌하게 맑은 공기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별리가 아니라고 밝히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란 판단이 섰다. 사실대로 밝히고 나서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는 것은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이상한 곳에 끌려가 추궁을 당하기라도 하면 난감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들의 착각이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별리가 누구인지 몰라도 자신과 닮았고 이들은 자신을 별리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면 그 별리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라도 이 황당한 곳에서 버틸 곳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 일단은 별리인척하면서 빌붙어 있다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

 내가 별리라고 한 적은 없잖아?

 이 사람들이 먼저 나를 별리라고 불렀잖아.

 여자는 자신이 가진 특유의 생존본능을 따르기로 했다.

 “그럼 어디 가서 옷부터 갈아입을까요?”

 단단한 각오를 다진 듯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여자는 처음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그리곤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소달의 손을 뿌리치는 대신 그의 손을 손잡이 잡듯 꽉 감아쥐고서 벌떡 일어섰다.

 

 “정말 별리가 아닌 것 맞지?”

 건무는 노파의 움막을 흘긋흘긋 곁눈질하며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소달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까딱였다.

 “그런데 말이야.”

 소달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건무는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별리가 아닌 거 알겠는데 순간순간 난 저 여인이 진짜 별리로 보였어.”

 건무의 말에 소달은 자신도 그렇더라고 대답할 뻔 했다.

 여인이 깨어나면 모두들 여인을 별리라고 부르고 별리처럼 대하기로 미리 결정을 봐두었었다. 그래서 별리야 하고 불렀다. 그런데 소달이 별리야 하고 부르자마자 여인은 망설임 없이 소달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당연히 아무런 반응이 없을 거라 여기고 무방비 상태로 있던 소달은 갑자기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인의 고요한 눈빛을 대하자 깜짝 놀라 숨이 멎는 듯 했다. 환한 달빛을 받아 새하얗게 맑아 보였던 여인의 얼굴, 평생을 보아왔던 그 얼굴이 마치 처음 보는 얼굴처럼 소달의 눈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아마도 별리와 닮아 그런 것일 거라고 소달은 그 순간을 스스로 변명해 넘겼다.

 하지만 소달은 이런 것을 쫑알쫑알 말로 옮기고 싶지 않아 일부러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다른 말을 했다.

 “목소리와 말투, 걷는 모양새며 행동거지가 딱 털팔이였다. 어느 곳에서 뭘 하던 여인이었는지 몰라도 분명 고귀한 신분은 아닌 듯 보였다.”

 소달은 건무의 커다란 가죽신을 얻어 신고 겅중겅중 걸음을 옮기던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사내가 신고 있던 신을 벗어준다 해도 보통의 여인들은 한 번 쯤 거절하기 마련인데 저 여인은 어땠는지 알아?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의 종아리에 맨발을 한 번 슥 닦고선 그대로 건무 자네의 신을 신고 덜렁덜렁 걷더란 말이야.”

 밤이슬로 축축이 젖어 가던 규영지 수풀에 주저앉아 있었던 여인은 소달의 손을 무슨 손잡이 마냥 이용해서 벌떡 일어섰다. 소달은 뭐 이런 여인이 있나 싶어 벙 찐 얼굴로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이 건무는 맨발로 있던 여인에게 얼른 다가가 자신의 가죽신을 벗어 내놓았었던 것이다.

 “거절을 하면 내가 민망할까봐 그랬던 거겠지. 그렇게 야박하게 평을 해대니 여인들이 자네를 비수 공자라 불렀던 거야.”

 건무의 말에 소달은 머쓱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별리가 늘 자네에게 당부했었지. 오라베 그 비수처럼 꽂아대는 고약한 악평 못 고치면 평생 미장가 노총각으로 남는다고.”

 건무가 새침한 목소리로 별리의 말투까지 흉내내자 소달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건무를 쳐다봤다.

 사로국의 아가씨들 중 소달 앞에 나섰다가 악평을 피해간 아가씨는 한 명도 없었다. 용모가 흠잡을 데 없이 빼어나더라도 그 아가씨의 걸음걸이나 웃는 입모양 혹은 차를 마실 때의 몸가짐 등을 트집 잡아 깎아 내리곤 했었다. 그럴 때 마다 별리는 눈에 쌍심지를 켜며 아가씨의 장점을 찾아 소달에게 맞서곤 했었다. 건무는 곁에서 그 칼과 방패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이 즐거웠었다.

 “자네는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 같았고, 별리는 내리쬐는 볕 같았어.”

 소달은 건무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대화가 끊어지고 두 사람은 각 자 생각에 잠겨 먼 곳을 응시했다.

 옳은 일일까? 괜찮은 것일까?

 

 건무와 소달이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노파는 여자에게 입을 옷을 내어주고 여자의 머리를 빗어서 보기 좋게 묶어 주었다.

 “별리야. 너는 사로국 마립간의 딸이야. 사로국의 보물이며 사로국의 공주다.”

 여자는 노파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주? 보물? 그럼 여기가 사로국이라는 곳인가?

 “여기는 후연이다. 너와 실성공, 그러니까 밖에서 기다리는 소달은 사로국의 사신으로서 이곳 후연까지 온 것이다.”

 사신? 외교관이란 말이야?

 그런데 이들은 어째서 내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놀라워하지 않는 거지?

 노파 일행은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리고 별리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있었다.

 여자는 그것이 너무나 이상했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에 잠자코 있었다.

 “사로국을 떠나 이 먼 타국까지 오는 것이 몸이 약한 너에게는 큰 무리가 되었다. 그래서 신열로 앓아누웠었어.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앞으로 계속 조심해야 한다.”

 별리라는 사람이 열병에 걸렸었군. 그래서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니 차림을 마치면 건무와 소달을 따라 자우공 댁으로 가서 쉬렴. 자우공은 우리가 후연에 머무르는 동안 기거할 곳을 제공해 주시기로 하셨다.”

 여자는 노파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노파는 여자의 손을 감싸 쥐었다. 노파의 손등에는 검푸른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둥근 테두리 안에 유니콘 같은 것을 그려 넣은 문신이었다.

 “이것은 신수다.”

 여자가 손등에 새겨진 것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을 알고 노파가 설명을 하였다.

 “사로국을 지혜와 정의로 이끌어 주는 신수.”

 그리고 여자를 보며 따스하게 웃어주었다.

 “너를 이렇게라도 다시 봐서 참 좋구나. 별리야. 너를 잃는 줄 알고 무서웠단다.”

 노파의 진심어린 말에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너의 손톱은 마치 천상에 다녀왔다는 증거 같구나!”

 노파는 여자의 손끝을 보며 감탄하였다.

 은은한 진주색 매니큐어와 작은 큐빅으로 장식된 손톱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다. 여자는 웨딩용 네일아트를 바라보며 새삼 자신이 처한 비현실적인 상황이 피부에 확 와 닿았다. 손톱의 이 장식이라도 없었으면 여자도 헛갈렸을 것이다. 자신이 진짜 별리인데 그것을 열병의 후유증으로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고.

 손톱 장식과 벗어서 개켜놓은 회색 원피스만이 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놓지 않고 단단하게 잡고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닻이 되어주었다.

 “별리야.”

 노파는 여자를 불렀다. 그리고 물었다.

 “너는 누구냐?”

 여자는 흠칫 놀라 노파의 눈을 바라보았다.

 바른대로 말해야 하나? 난 별리가 아니라고. 홍현주라고. 결혼식을 앞두고 내 세상에서 쫓겨났다고. 믿어지지 않지만 아무래도 남편이 될 사람의 어린 딸이 내게 내린 저주 때문에 이곳으로 추방당한 것 같다고.

 제 스스로 생각해도 미친 소리 같았다. 누가 믿어줄까?

 여자는 이제 거짓말 없는 수월한 인생을 살 것이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실이 더 거짓말 같았다.

 “저를 뭐라고 부르셨나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여자가 묻자 노파는 미소를 지었다.

 “너를 별리라고 불렀다.”

 “그럼 계속 그렇게 불러주세요. 저는 별리라 불리겠습니다.”

 옳은 일일까? 괜찮은 것일까?

 만약 별리가 어떤 나라의 보물 취급을 받는 공주가 아니었다고 해도 별리가 되겠다고 했을까? 비참한 노예나 더러운 거지였더라도 별리라 불리겠다고 했을까?

 선우 씨가 부자가 아니었어도 그와 결혼 하려 했을까? 가난하고 능력 없는 술주정뱅이였더라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을까?

 

 그렇게 각자가 스스로의 물음표 속에서 잠깐의 시간을 보낸 후 노파의 움막에 모여 앉았다.

 “다행히 별리의 짐 중 몇 가지가 이곳에 남아있었습니다.”

 노파는 마치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처럼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진주빛깔의 긴 저고리에 연분홍 치마를 받쳐 입은 여인은 별리가 되었다. 별리의 뺨은 입고 있는 저고리 깃과 소매, 그리고 허리끈과 같이 발그레한 진달래색 이었다.

 “이만하면 차림은 이제 된 것 같네.”

 말을 잃은 건무 대신 소달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다행입니다. 비수 공자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월궁항아 같다는 평과 같은 것이겠지요.”

 노파의 농담 섞인 말에 건무는 헛기침을 했다.

 “늙은 무녀가 말이 많다.”

 “주의하겠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소서.”

 노파는 소달에게 고개를 숙였다.

 소달은 민망함에 순간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출발들 하시지요. 새 날이 밝아 옵니다.”

 노파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며 미적거리는 젊은이들의 등을 떠밀었다.

 

 이 여인에게 죄를 짓는구나.

 하지만 진짜 별리를 구하고 조국을 구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들을 속이는 짓을 하는구나.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달리 없었다.

 

 이미 결정을 했고, 그 결정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망설임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의구심과 옳고 그름을 따지는 끝없는 상념에서 그들 모두 지금 당장 벗어나 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노파가 재촉으로 떠밀어 주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노파의 움막을 나선 건무와 소달, 그리고 별리는 뿌연 새벽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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