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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다의 왕이라는데요?
작가 : 윤소언
작품등록일 : 2020.7.31

전생, 바다의 왕이었던 남자가 최고의 헌터가 되기까지.

 
23화. 던전 공략 중 - 와이번 수난시대
작성일 : 20-09-13 18:05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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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던전 공략 중 - 와이번 수난시대

 

 [꺼억.]

 

 우웅.

 

 해신검이 거칠게 트림을 한 후 부르르 떨었다.

 녀석을 쥐고 있던 내 손도 떨렸고, 그 진동을 따라 알 수 없는 기운이….

 

 [받아라. 주인.]

 “엥? 이거 뭐야?”

 

 그것은 묘하게 딱딱하면서도 자유롭고,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어지는 그런 무언가였다.

 

 [방금 잡은 와이번의 힘이다. 영혼 전부를 착취할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너무 가여우니 일부만 가져왔다.]

 “…뭐?”

 [응? 못 들었나? 와이번이 살아오면서 쌓은 영혼의 일부다. 와이번의 특성이 있으니 연약한 신체를 지닌 주인에게 좋으리라 생각해서…]

 “잠깐잠깐만!”

 

 나는 해신검을 공중에 띄어놓고 미간을 엄지로 꾹꾹 눌렀다.

 

 “해신검아.”

 [들린다, 주인놈아.]

 

 순간 관자놀이가 꿈틀했지만, 당장은 궁금증을 해결하기로 했다.

 

 “…아바타리움은 영혼의 잔재가 쌓여서 만들어진 광물이지?”

 [그렇다.]

 “그리고 너는 쌓인 영혼의 힘을 쓸 수 있고 말이지?”

 [해당 영혼의 특징이 정확하게 남아있다면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힘의 총량만 늘어날 뿐이지.]

 

 오케이. 헌옷 같은 개념이구만.

 헌옷이 멀쩡하면 입고 다닐 수 있지만, 너무 망가졌다면 천조각으로 재활용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거 나한테 줄 수 있었냐!!?”

 

 나는 해신검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 당연하지 않은가. 주인과 나는 영혼의 계약을 했으니까. 당장 내가 형태변환을 할 수 있는 것도 주인의 힘 덕분인 것을. 역으로 내 힘을 줄 수도 있지.]

 “그게 가능했다면 이런 고민은 안 했지!”

 

 해신검이 쌓아온 영혼은 최소 억 년 단위였다.

 그것을 모조리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와이번 하나 잡겠다고 바닥을 구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줘. 아니, 내놔!”

 

 영혼의 힘. 헌터식 표현은 마력.

 그것이 강해질수록 특성은 강해진다. 특성이 강해지면 등급이 올라간다.

 나의 경우 축복의 힘이 강해졌다.

 영역 밖에서는 효율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총량이 늘어나면 어마무시해질 테니까.

 그렇게 되면 어머니와 나의 ‘최고의 헌터 되기 계획’을 그냥 달성할 수 있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이까짓 던전 쯤은 최고의 빌런처럼 손가락 튕기기로 가볍게….

 

 [싫다.]

 

 해신검의 말에 충격받았다.

 

 “…뭐?”

 [싫다고 말했다, 주인.]

 

 망치에 찍히는 돌대가리가 된 느낌이었다.

 

 “…어째서?”

 

 해신검은 조용히 말했다.

 

 [주인. 나는 잔재에 불과하며 온전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의미가 없었다.]

 

 검신의 붉은 글자가 빛났다.

 

 [하지만 주인이 의미를 주어 오롯이 하나의 영혼으로, 하나의 검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

 [그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내게 쌓인 잔재들은 그야말로 영겁을 통해 이룩된 것이다.]

 

 해신검의 이름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를 의미하는 것을. 내가 겨우 쌓은 것을.]

 

 피는 떨어지지 않고 검신을 덮었다.

 옥색의 검이 핏빛으로 바뀌었다.

 

 [빼앗으려 들지 말거라. 꺽지 말아다오. 주인.]

 

 핏빛의 검은 조용히 울었다.

 그것에 살기는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해신검은 나의 검.

 나와 영혼으로 이어진 파트너였다.

 나에게 뜻을 표현하는 일은 있어도, 나에게 검을 겨눌 일은 없었다.

 

 “…….”

 

 상황이 급박하게 흘렀지만, 당황이 사라지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주먹에 들어갔던 힘이 빠졌다.

 

 “고마워.”

 […….]

 “너의 솔직한 마음을 알 수 있어서 좋았어.”

 […주인.]

 “내가 너무 무심했지. 미안. 다음부터 조심할게.”

 

 나 같아도 그럴 것이다.

 내가 기껏 쌓아 올린 성과를 누군가 빼앗아간다면?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으스댄다면?

 당장 조별 과제의 범인 취급만 받아도 빡치는데 이런 일이 있다면 뒷목을 잡아도 모자랄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준 거야?”

 

 해신검의 핏기가 사라지고 원래의 영롱한 빛깔을 되찾았다.

 

 [주인과 내가 처음으로 사냥한 영혼이 아닌가. 내가 독차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뭉클.

 

 [그리고 나는 주인에게 삶의 빚졌다. 앞으로 얻는 영혼들의 일부는 모두 주인의 힘이 될 것임을 맹세하겠다.]

 

 아, 진짜.

 

 “내가 이런 거에 약한 건 어떻게 알고.”

 

 해신검의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 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눈을 비볐다.

 

 “그래. 좋아. 앞으로 잘해보자.”

 [나도 잘 부탁하지.]

 -나도 좋아!

 

 해신검의 믿음을 통한 성장은, 나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것이었다.

 

 * * *

 

 “와이번의 힘이라.”

 

 해류 길드의 자료에 떠올려보았다.

 

 [와이번 분석 자료 - 해류 길드 소속 분석가, 눈대중]

 와이번. A- ~ A급의 비행형 몬스터.

 외형은 드래곤과 유사하나 앞발이 없고, 크기는 작다.

 작다고 하지만 성체 기준으로 4m는 쉽게 넘기니 인간에게 위협적인 것은 맞다.

 가죽은 튼튼하고, 마법 저항력이 있어 3서클(D급) 이하의 마법은 완전 무력화, 5서클(B급) 이하는 약화된다.

 대표 속성은 바람.

 바람이 많이 부는 초원이나 골짜기에 무리를 이루어 서식하며, 하늘에서 급강하한 다음 먹이를 낚아채는 식의 사냥을 한다.

 날갯짓으로 돌풍을 일으켜 원거리 공격을 막아내고, 빠른 속도로 적을 유린한다.

 우두머리(알파)가 단체 행동을 결정하며, 개별 활동성이 강하나 동족의 복수에는 철저한 편이다.

 따라서 와이번 사냥 이후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으면 와이번 무리에게 습격당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마법저 항력이랑 바람 속성인가.”

 

 나는 손을 휘저었다.

 공기의 흐름이 묘하게 친숙했다.

 축복을 처음 인지했을 때랑 비슷한 감각이었다.

 열심히 파닥거리면 날 수 있을지도… 라는 헛생각이 조금, 아주 조금 들었다.

 마법 저항력은 확인할 길이 없으니 넘어가고.

 와이번의 사냥법을 떠올린 나는 손가락을 모아 호랑이를 흉내 냈다.

 삐쭉.

 영혼 안에 있는 와이번의 기운을 끌어내자 손톱이 조금 튼튼해졌다.

 조금 더 집중하자 손등에 비늘이 솟아났다.

 아차, 하는 순간 모든 효과가 사라졌지만 놀라운 결과였다.

 

 “이거 모으면 더 강해지겠지?”

 [그렇지 않겠나. 강한 녀석일수록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완성된 와이번을 100이라고 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야?”

 [음. 완성의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이 녀석을 기준으로 하면 0.01 정도다.]

 “낮아!!”

 

 터무니없이 낮았다.

 그럼 와이번 백 마리는 잡아야 1%의 힘을 낼 수 있는 거잖아.

 

 “무슨 노가다 게임도 아니고.”

 

 다행인 점은 강한 녀석을 잡으면 더 빨리 오른다는 점일까.

 

 [주인. 영혼은 삶을 통해 단련되는 법이다.]

 “그렇지.”

 [……주인은 생물의 기억을 엿볼 수 있지 않나.]

 “땀과 피에 깃든 노력을 보는 거지.”

 [……그럼 와이번의 노력과 삶을 보고 영혼의 힘을 더 끌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오! 그게 그렇게 되나?”

 […….]

 

 해신검의 말에 나는 이마를 쳤다.

 와, 그걸 왜 몰랐을까.

 해신검의 영혼 착취로 힘의 양을 늘리고, 축복의 기억 감상으로 힘의 요령을 익힌다.

 요령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 공격 습성 또한 실제로 체감하는 것처럼 잘 알 수 있으니 사냥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쯧.

 와이번의 사체로 다가가는 중에 해신검이 혀를 찬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

 

 “너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도저히 눈 뜨고 보기 힘든 와이번의 사체에 손을 얹고, 피와 땀에 얽힌 기억을 읽어냈다.

 효율이 떨어지는 이계이기에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었다.

 

 투다다다다다닥.

 

 강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과 함께 태어났다.

 푸른 초원. 그곳에서 태어난 강인한 생명.

 그것은 날 때부터 바람을 느꼈고, 하늘을 보았다.

 -나는 초원의 사냥꾼.

 초원을 가로지르며 날개를 흔들었다. 누구보다 고기를 좋아했다. 부족의 평화를 사랑했다.

 -이 삶이 좋다. 이곳이 좋다. 그분이 있는 한 앞으로도 좋을 것이다.

 그분이라면 영원한 평화를….

 

 지지지지직. 지직. 지지직.

 

 와이번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존재가 나타나는 순간, 기억은 그대로 끝났다.

 

 “…….”

 

 솔직히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동물이 주인공인 다큐의 일부분을 본 느낌이었다.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내 눈앞에 죽어있는 녀석의 기억이라고 하니까.

 

 “와. 이거 되게 묘하네.”

 

 내가 죽인 생물의 삶을 엿보고, 그들이 쌓은 힘을 빼앗다니.

 

 -아빠, 악당 같아!

 “큭! 솔직히 그래서 말 안 하고 있었는데!”

 -히히. 하지만 멋져. 아빠니까.

 “고마워. 그래도 양심이 좀 따끔따끔하네.”

 -어쩔 수 없어, 아빠. 불쌍하다고 우리가 죽어줄 수는 없잖아?

 “그건 그래.”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바다와 가족이지 이런 몬스터가 아니었다.

 과몰입하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하며 뺨을 두드렸다.

 

 “그렇지.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마라!

 “좋아. 우선은 와이번들을 사냥하며 힘과 일대 정보를 모으는 걸로 해볼까.”

 -응!

 [좋다. 주인.]

 

 이 초원의 와이번은 모두 내가 잡는다!

 

 * * *

 

 사냥이 어려웠던 것은 처음뿐이었다.

 사실 올가포와 비교하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 녀석은 진짜… 두 번 다시 맨몸으로는 안 싸울 거다.

 피가 튀고, 살점이 날리는 광경은 비위가 상했지만, 이것도 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점점 익숙해졌다.

 원래 내 성향을 생각하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어머니가 헌터를 권하지 않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겠지.

 축복으로 몸에 묻은 잔해물을 씻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푸른 초원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혈향이 손끝에 자리 잡아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와이번들의 기억을 읽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더는 기억에서 특별한 게 안 나오네. 그럼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텐데… 바로 산맥으로 가야하나.”

 

 보통 던전은 이곳처럼 넓지 않았다.

 끽해봐야 조금 큰 동굴 수준이었다.

 동굴 속에 사는 마물을 해치우다 조금 넓은 공동에서 보스를 잡고…, 뭐 그런 식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하나의 세상과 진배없었다.

 와이번의 기억을 읽어보면 분명한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와이번의 사냥감. 와이번의 천적. 그 외의 동식물들.

 

 “이러니 공략하기가 까다롭지.”

 

 측정 불가 던전이 전부 이렇다면 길드와 협회에서 왜 골머리를 썩이는지 알 것 같았다.

 축복으로 사체들을 한 곳으로 정리했다.

 

 -냠냠.

 

 정확히는 레비의 입안으로.

 

 “흠.”

 

 나름 와이번 사냥에 요령이 생길 때쯤이었다.

 

 -끼에에엑!

 

 지금까지와는 달리 와이번이 세 마리나 등장했다!

 

 “각자 하나씩 맡자!”

 -응!

 [알겠다, 주인!]

 

 해신검이 쏜살같이 날아가 와이번의 날개 가죽을 꿰뚫었다.

 이어서 와이번의 몸에 달라붙어 날붙이를 휘두르는 해신검에게, 놈은 조금도 저항하지 못하고 곤두박질쳤다.

 

 -쿠아앙!

 

 레비는 거대한 수장룡이 되었다. 와이번 하나가 급하게 위로 솟구쳤지만 꼬리 끝이 이빨 사이에 걸렸다.

 

 -와앙.

 -꾸에에에에에엑!

 

 그대로 레비의 입에 들어간 와이번은 맛 좋은 소시지가 되었다.

 

 “네 상대는 나다!”

 -뀌에에에엑!

 

 비늘이 유독 반짝거리는 놈에게 물총알을 쏘며 시선을 끌었다.

 녀석은 화가 잔뜩 났는지 콧김을 뿜으며 달려들었다.

 와이번과 맨몸으로 맞붙는 인간.

 훗.

 그림 좋군.

 

 방울방울.

 

 나는 왼손 검지를 와이번에게 겨냥했다.

 놈은 내 의도는 비늘 껍데기만큼도 모른 채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었다.

 

 “아디오스.”

 

 빵!

 

 물총알은 그대로 날아가 와이번의 정수리를…

 

 -뿌화아아악!

 “…….”

 

 …아가리 틈으로 나온 불꽃이 총알은 물론이고 나까지 덮쳤다!

 와! 지금까지 불 뿜는 놈은 없었는데!

 와이번들의 기억에서도 보지 못했단 말이야!

 화르르륵!

 

 “씨!”

 

 발을 굴러 간신히 피했다.

 화륵화륵.

 

 “앗, 뜨뜨뜨뜨거!”

 

 소매에 묻은 불을 꺼트리고 정면을 보았다.

 

 -캬욱.

 

 와이번의 입 냄새가 코앞에서 들이닥쳤다!

 

 “ㅇㅡ아악!”

 

 증기로 감싸 강화된 주먹을 올려 쳤다.

 

 -뀌륵!?

 

 퍼억!

 그림 같은 어퍼컷!

 고개가 들린 놈의 몸에 이어지는 연속 펀치!

 둥둥두두둥!

 강철로 만든 북을 치는 느낌이었다. 질긴 가죽에 원형의 살결이 퍼지며 내장을 박살 냈다.

 피를 토하는 놈에게 손톱을 강화해서 휘둘렀다.

 

 “와이번 손톱 강화!”

 

 부우욱-

 찢어지다가 중간에 걸렸다. 사람 손톱으로 가죽을 뚫기는 무리였다.

 역시 A급 몬스터.

 온전한 상태로 잡으면 방어구 재료로써 꽤나 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관심 없지만!”

 

 어머니가 난데없이 대기업 회장님이 되셨는데, 돈 한 푼 때문에 공격을 망설일 리가 없지!

 놈도 가만히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부우웅!

 꼬리가 정수리를 스쳤다.

 와이번의 패턴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공격이었다.

 와이번은 빠르고 날쌔고 튼튼하지만, 가장 큰 무서움은 비행형이라는 것에 있었다.

 이놈처럼 땅 위에서 싸우면 나한테도 승산이….

 퍼덕퍼덕.

 

 “어딜 도망가!”

 -꾸에엑!

 

 날아가려는 놈의 발을 잡아 뒤로 메쳤다.

 쿵! 하고 초원에 엎어진 놈의 몸통에 올라가서 주먹을 휘둘렀다.

 

 “얌전하게! 살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하하하!”

 -……아빠. 따지고 보면 우리가 침입자….

 “시끄러워! 이놈들이 던전을 만들었다는 건 지구를 침략하겠다는 소리잖아. 그럼 역으로 당할 것도…”

 -꾸르륵. 꾸르르륵.

 “…당할 것도.”

 

 와이번을 한참 때리다가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나를 올려다보던 놈의 은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야. 이러지 마. 네가 그러면 먼저 간 놈들은….”

 -뀌르르륵. 꾸에엥.

 “…그러니까 네 가족들이었다고? 그들의 복수를 위해 나섰지만 죽을 때가 되니 둥지에 있는 새끼들이 걱정돼서 눈물이 나는 거라고?”

 -꾸드득. 끼엑.

 

 고개를 끄덕이는 와이번.

 나는 이마를 짚었다.

 

 “와. 기억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몬스터의 말이 다 이해가 되네.”

 

 미치겠다.

 내가 바다의 아이들을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대화가 된다는 것이었는데, 몬스터도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사람들을 해치는 나쁜 놈들이라면 모를까, 여기는 헌터가 많이 안 와서 그런 적도 없고.”

 

 따지자면 위험한 종족이 맞지만, 그렇다고 이유 없이 사냥하기에는 좀 그런 종족이었다.

 초원과 바람을 사랑하며 살 뿐이었다.

 나를 보고 덤볐던 것도 생존을 위한 사냥과 동족의 복수를 위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대화가 통한다면… 굳이 잡을 필요가 있을까?

 

 “대충 이 정도면 300 정도 모으기도 했고.”

 

 처음 가진 힘을 1이라고 계산했을 때, 현재 와이번의 영혼 수치는 약 300이었다.

 계산대로라면 3백 마리를 잡은 셈이지만, 실제 수는 그보다 적었다.

 처음 잡았던 녀석이 약한 놈이었는지 이후에 들어오는 영혼이 꽤 많았던 것이다.

 수치가 높아지니 정확히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요령은 축복과 별 차이 없었다.

 덕분에 몸이 조금 더 날렵해지고, 바람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손톱 강화나 비늘 생성은 축복과 동시 사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이라 심심할 때만 쓰기로 했다.

 

 “흐음….”

 

 생각을 정리하는 도중에 와이번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 젠자아아아앙.

 마음 아프게 왜 이러는 거야.

 먹으려고 키운 닭이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느낌이잖아.

 

 -아빠. 꼭 전부 잡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레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래. 내 목적은 엘릭서와 같은 아이템으로 어머니를 살리는 거지, 무분별한 살생이 아니야.”

 -그렇지!

 “던전 공략도 보스 몬스터를 기준으로 하는 거니까….”

 

 나는 다시 한숨을 쉬며 무릎 사이에 얌전히 있는 와이번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니까.”

 -뀌엑?

 “네가 도와줄 수도 있는 건가?”

 

 끄덕끄덕끄덕끄덕!

 와이번의 격한 몸짓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내 목표도 아란국과 인간의 교류니까. 이계와 지구의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편견이겠지.”

 

 나는 속으로 합리화를 시킨 다음 해신검과 레비를 품으로 복귀시켰다.

 

 “자, 그럼 잘 부탁한다.”

 -꿰엑.

 

 와이번이 힘차게 퍼덕거렸다. 해신검이 와이번의 곁에서 번뜩였다.

 

 [나는 너를 믿지 않는다. 복수하겠다고 찾아온 놈이 그 감정을 쉽게 버릴 리가 없거든. 만약 허튼 생각을 한다면… 베어버리겠다.]

 -딸뀌엑.

 -잘 부탁해!

 -꾹꾹꾹꾹꾹.

 

 해신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니 좀 알아볼 필요가 있지.

 나는 와이번에게 입힌 상처에 손을 얹었다.

 피에 맺힌 감정과 기억을 통해 녀석의 복종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무서운 인간! 무섭게 강한 인간! 싸우고 싶지 않아! 싸우지 않는 편이 좋아! 많이 죽었어. 너무 많이 죽었어. 이제는 안 돼. 나 하나를 희생해 아이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음. 혐간이 미안해.

 미안한 마음을 담아 상처 치유에 집중했다.

 알고 보니 이 녀석은 무리 우두머리의 자식으로 차세대 우두머리가 될 예정이었다.

 어쩐지 빛깔이 칙칙한 회색이 아니라 빛나는 은에 가깝더니.

 불을 뿜을 수 있었던 이유도 우두머리만의 특징이었다.

 치유가 끝나자 녀석은 놀란 눈을 하며 머리를 비볐다. 나는 머리를 톡톡 쳐주고 올라탔다.

 해신검으로 안전벨트를 만든 다음, 목 부근의 비늘을 두드렸다.

 

 “자. 출발.”

 -끼에에에엑!

 

 난데없이 와이번 라이더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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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바다의 사고뭉치 파수꾼 2020 / 8 / 1 248 1 5385   
2 2화. 바다의 사고뭉치 붉은 별 2020 / 7 / 31 267 1 5609   
1 1화. 바다의 왕이라는데요? 2020 / 7 / 31 431 1 6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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