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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천마, 이계로 강림하다
작가 : 휴고네뷸러
작품등록일 : 2020.9.10

선한 자는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되, 악한 자는 반드시 응징한다

 
강림하다 [1], 이 미친 놈이...
작성일 : 20-09-13 17:19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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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찰나의 순간이 지나자, 루인의 눈이 서서히 뜨였다.

 

 ‘이, 이 무슨.’

 

 루인은 지금 눈앞의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무수히 많은 하객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꿈에서만… 그토록 그리워했던 광경이었다.

 

 ‘설, 설마….’

 

 루인은 서서히 고개를 내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자신의 양손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틀어보았다.

 

 스윽.

 

 루인의 옆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두 손을 모은 채로 조신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머리에 쓴 새하얀 면사포와 월계관이 성스럽게 느껴지는 여인.

 

 “에, 에트라체.”

 

 ‘미친 놈아, 그 더러운 시선 치우지 못해?’

 

 에트라체는 오늘만은 조신하게 있으리라 다짐했건만, 루인의 행동에 기가 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혼식 도중 꾸벅꾸벅 존 것으로 모자라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행태라니.

 

 ‘아무리 정략결혼이라도 그렇지. 저런 자가 내 남편이라니… 저, 저 입가에 침 좀 봐. 휴… 정말 내가 이 남자랑 결혼해야 하는 걸까?’

 

 “에, 에트라체!”

 

 루인이 갑자기 에트라체의 어깨를 덥썩 잡았다. 에트라체는 놀랄 틈도 없었다. 루인이 자신을 힘으로 돌려세우자 에트라체는 급격히 당황했다.

 

 “지금 뭐, 뭐하는 거에요?”

 

 “정, 정말 에트라체… 당신….”

 

 ‘잠에서 깨더니 제 정신이 아니네….’

 

 “이 손 좀 놓고 얘기해줄래요?”

 

 에트라체는 루인의 손을 떨쳐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연약한 여인이 150kg에 달하는 거구의 손을 떨쳐내기에는 무리였다.

 

 “아, 아프니까 좀 놔줘요.”

 

 “에트라체!”

 

 루인은 에트라체를 붙잡은 것으로도 모자라 와락 껴안아버렸다. 그녀를 있는 힘껏 안으며 대뜸 울음을 터트렸다.

 

 “보고 싶었어. 정말 보고 싶었다고. 흑흑.”

 

 울음을 터트린 루인과는 달리 에트라체는 어이가 없었다. 그의 물컹하고 비린 살들이 살결에 닿자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털이란 털들은 모두 곤두서버렸다.

 

 “루, 루인… 제발 이러지 말아요. 지금은 결혼식 중이잖아요.”

 

 “흑흑, 흑흑흑.”

 

 에트라체는 루인을 애 타이르듯 타일러보았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에트라체는 하는 수 없이 루인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밀었다. 손바닥이 그의 눈물과 침들로 흥건해졌지만 꿋꿋히 참아냈다.

 

 “제발 이런 건 이따가 하자고요. 네?”

 

 에트라체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루인을 말렸다. 하지만 루인은 멈추지 않았다. 도리어 포옹을 풀고선 에트라체의 얼굴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 눈, 이 코… 진짜 에트라체가 맞는거지? 그렇지?”

 

 계속된 무례한 행동에 에트라체가 얼굴을 콱 찌푸렸다.

 

 “작작 좀 해요…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그 말… 진짜 그리웠어.”

 

 에트라체는 또 더듬으려고 하는 루인의 손을 탁 쳐냈다. 그리고 주례에게 눈치를 주었다. 루인의 돌발행동을 인해 지체된 결혼식을 빨리 진행하라는 눈치였다. 주례는 에트라체의 눈치를 알아채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크흠, 좋습니다. 어디 보자… 이제 사랑의 서약을 할 차례로군요.”

 

 주례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럼, 신부 에트라체 양은 신랑 루인 군을 맞아 평생을 함께할 것을 서약합니까?”

 

 ‘이런 놈을 남편으로 맞이하다니… 괜찮아, 에트라체.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잖아.’

 

 에트라체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후 펼쳐질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 고된 순간을 참아내는 그녀였다.

 

 “허허, 루인 군은 전생에 아주 큰 덕을 쌓았나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공주님을 신부로 맞이하다니. 좋습니다. 그럼 신랑 루인 군도 신부 에트라체 양을 맞아 평생을 함께할 것을 서약합니까?”

 

 주례의 물음에 루인은 대답이 없었다.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환희에 가득찬 눈빛을 보일 뿐이었다.

 

 “루인 군?”

 

 “돌, 돌아왔어….”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루인이 갑자기 제 자리에서 방방 뛰어댔다.

 

 “돌아왔어! 내가 돌아왔다고!”

 

 루인의 육중한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자 비릿한 냄새가 주변에 진동했다. 그 냄새는 그간 힘겹게 잡고 있는 에트라체의 인내심을 뚝 하니 끊어버렸다.

 

 ‘이 미친 놈이….’

 

 에트라체는 이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결혼 전부터 쌓인 스트레스가 기여코 폭발했다. 그래도 결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루인의 옷자락을 잡아끌며 복화술로 말했다.

 

 “작작 좀 하라고. 이 미친 놈아….”

 

 “돌아왔어! 내가 돌아왔다고! 이야호!!”

 

 급기야 환호성까지 내지르며 루인이 날뛰기 시작하자 주례는 상황을 수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루인의 날뜀에 웅성거리는 하객들을 향해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 루, 루인 군이 이리도 좋아하는군요. 에트라체 공주님을 신부로 맞이했으니 당연한가요? 아무튼 결혼식은 이쯤에서 마치고 이제 두 분이 하나가 되었음을 선언.”

 

 순간 주례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환호성을 내지르며 날뛰던 루인이 어느새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인의 표정은 꽤 비장했다.

 

 “루인 군?”

 

 “주례님, 죄송하지만 저는 이 결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네?”

 

 “죄송하지만 저는.”

 

 루인이 몸을 틀어 하객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저는 이 결혼, 하지 않겠습니다! 에트라체 공주를 사랑하지 않는데 결혼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루인의 폭탄선언에 하객들이 웅성웅성거렸다. 결혼식이 다 끝나가는 마당에 이제와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니! 윈더러트 백작가의 장남이자 희대의 문제아의 존재감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저는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이 결혼 취소해 주십, 웁웁.”

 

 에트라체는 실성해버린 루인의 입을 콱 틀어막았다. 그의 침이 손바닥에 흥건히 묻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루인의 귓가에 대고 거세게 속삭였다.

 

 “이 미친 놈아, 나는 널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줄 알아? 그냥 닥치고 네, 알았습니다 나 하라고!”

 

 루인이 에트라체의 손을 천천히 떼어냈다. 그녀의 손을 내려놓는 루인의 손길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미안하다, 에트라체. 난 당신과 절대로 결혼할 수 없다. 아니 결혼해선 안되….”

 

 순간 루인의 눈이 스르륵 풀렸다. 루인은 마치 종잇장 쓰러지듯 픽 쓰러져버렸다. 루인이 갑자기 쓰러지자 에트라체는 어이가 없었다.

 

 “도, 도련님이 하신 말씀 들었어?”

 

 “공주님과 결혼을 하지 않으시겠대….”

 

 하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에트라체는 수치심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마치 루인은 원하지도 않는데 그녀가 억지로 매달린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

 

 “공주님이 차였….”

 

 “쉿! 조용히 해!”

 

 차였다는 소리가 들리자 에트라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울분을 단숨에 내뱉었다.

 

 “이 미친 놈이.”

 

 에트라체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루인을 발로 찼다. 한 번도 아닌 두 번, 세 번, 그리고 네 번!

 

 퍽, 퍽퍽퍽—

 

 “나는 뭐, 널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줄 알아? 뭐 결혼을 안해? 안해? 어디 한 번 또 말해봐! 또 말해보라고 이 미친 놈아!”

 

 퍽퍽, 퍽퍽퍽—

 

 에트라체의 연속된 발길짓에 예식을 관람하던 시녀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시녀들이 너나할 것없이 에트라체에게로 달려갔다.

 

 “공주님!”

 

 “공주님! 체통을 치키시옵소서.”

 

 시녀 하나가 에트라체의 팔을 잡아 끌었다.

 

 “이러시면 안되옵니다.”

 

 “뭐? 결혼을 안해? 응? 이 미친 놈이 감히 뭐? 뭐?”

 

 시녀들이 뜯어말려도 에트라체의 발길짓은 멈출줄을 몰랐다. 루인과 멀찍이 떼어놓고 나서야 그녀의 씩씩거림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공주니임.”

 

 “저, 저 미친 놈이 감히, 뭐?”

 

 시녀장이 애원하듯 말했다.

 

 “공주님, 제발 체통을 지키시옵소서… 보는 눈이 많사옵니다.”

 

 루인을 향해 울분을 주체하지 못하던 에트라체는 그제야 하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근거리며 뒷담화를 하는 하객들의 모습에 에트라체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창피해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에이씨….’

 

 에트라체는 머리에 쓴 면사포와 월계관을 잡았다. 공중으로 높이 던져버렸다. 월계관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하객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기 전에, 황급히 성당의 뒷문으로 도망쳤다.

 

 “공, 공주님!”

 

 “공주님!”

 

 에트라체를 뒤따르는 시녀들과 함께.

 

 루인과 에트라체의 결혼식은 이렇게 파국으로 치달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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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황 20-10-20 10:03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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