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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녀의 황궁입성기
작가 : 청휘아
작품등록일 : 2020.8.8

황궁 안에서 황자님들과 어울리면서 놀았던
나의 철없던 시절이 지나가고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나는 혼기만 꽉 차버린 열여덟의 처녀가 되어 있었다.

막연하게 황자님들 중 한 명과 혼인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게 하필 생각도 없는 팔황자라니. 아, 내 인생. 정말.

"우리 백아, 나랑 둘만 있고 싶었구나. 알았어. 같이 있자."

이건 뭐라는 거야 또?
아무래도 인생설계를 다시해야하나 싶다.


#황궁 #정치싸움 #정략결혼 #궁정로맨스 #첫사랑
#새침하고 밝은 여주 #장난기 많은 남주

문의: rtw0796@naver.com
표지: 졔리님 커미션

 
12. 서……방님?
작성일 : 20-09-13 16:29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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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 그거였구나. 미안하다.”

 

 “정말, 향갑 노리개 처음 보세요? 이상한 냄새라니. 저에게 실례라고요.”

 

 오황자님이 계속해서 사과를 하셨지만 나는 이번에 단단히 삐져있었다. ‘여인이라면 지녀야 한다.’ 볼 수 있는 향갑 노리개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과도 같았다. 조금 있다가 오황자님 부인이 들어와 내가 삐진 이유를 물어보더니 오황자님을 혼내셨다.

 

 “아유, 황자님이 잘못하셨어요. 이상한 냄새라니. 저 같았어도 삐치고 남았어요. 아니, 엄청 화냈을 겁니다.”

 

 그녀의 한마디에 오황자님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나에게 어찌해야 화를 푸느냐고 물었다.

 

 “다신 그런 말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여인의 마음을 잘 아는 부인을 두셨으면서 저에게는 왜 그럽니까?”

 

 “너를 아직도 일곱 살의 꼬마로 생각했구나. 내 머릿속에 너는 황궁을 뛰다니는 어린 아이로 남아있었거든.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 어서 차나 들도록 하자.”

 

 어린아이.

 오황자님에게 나는 여동생과도 같아 내가 강이의 부인이 되었다는 게 생각처럼 와 닿지 않았나보다. 상에 있는 오미자차를 한 모금 마시자 싱그러움이 입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인사는 다 올리고 오셨어요?”

 

 “예.”

 

 이렇게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모처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오황자님 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헌데 친정에는 언제 간다고 하셨어요?”

 

 그녀의 질문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친정이라뇨?”

 

 “폐하께서 말씀 안하셨던가요? 혼례를 올린 뒤 보통 이튿날 서현부지부모(壻見婦之父母)라 하여 신부 댁에 인사 올리러 가는 혼례의 마지막 절차에요.”

 

 부인의 말에 따르면 마지막 중요한 절차인데 어째서 말씀하지 않으셨는지 이상했다. 한창 오황자님와 진지하게 이야기하던 강이를 부르려고 했다.

 

 무심코 이름을 그대로 부르려 하다 이곳이 둘만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호칭은 하나뿐이었다. 으으. 진정 그렇게 불러야 하나. 무언가 지는 느낌이었다. 한 번이라도 고개를 뒤돌아보면 바로 손을 흔들 텐데 뭐하는 건지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입술을 옴짝달싹 거리며 간신히 ‘서’라는 내뱉었지만 아주 작은 목소리라 닿지가 않았다. 그래, 할 수 있어. 까짓 거 한 번만 나 자신을 내려놓는 거야.

 

 눈을 꾹- 감고 그를 불렀다.

 

 “서방님!”

 

 한순간, 방 안을 감도는 분위기가 탁-하고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모두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마음속에선 한 가지 말만 생각나 소리 지르고 싶었다.

 

 ‘쪽팔려! 쪽팔려!’

 

 문득 고개를 들어 강이의 표정을 살짝 바라봤다. 분명 비웃을 거라 여겼던 내 생각을 와장창- 깨부수고 본 그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뭔데. 왜 그런 얼굴인데?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이상하게 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내 표정도 이상할까?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싶어졌다.

 

 “서방님이란다. 와, 강이 너 좋겠다. 뭐해, 너도 답해줘야지.”

 

 오황자님이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 강이를 부추겼다.

 

 “아, 형님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긴. 백아가 먼저 말해주었지 않느냐. 어서 답하여라.”

 

 이런 식으로 몰아갈 생각은 없었는데 오황자님 부부가 모두 기대하는 눈치였다.

 왠지 조금 미안하게 되었다. 강이는 말하기 전까진 절대 풀어주지 않을거라 생각했는지 이내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아, 이번엔 내가 말하는 입장이 아닌데도 쑥스러웠다. 미쳤나봐, 정말. 이게 도대체 저 녀석에게 들 감정이야?

 

 “도련님, 어서 말해주세요. 백아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예? 오황자님 부인께서 무언가를 오해하고 있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호칭을 정말 싫어하는데.

 

 “부, 부인!”

 

 “……네.”

 

 헛!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손바닥으로 볼을 잡고는 고개를 팍- 숙였다. 뭐지? 나 왜 이렇게 쑥스러워 하는 건데. 몸이 이상하게 떨렸다. 혹여 고뿔이라도 걸린 것인가 하고 머리를 짚어보았지만 멀쩡했다.

 

 “하하하, 부인 이 아이들 좀 보시오. 누가 신혼 아니랄까봐 행동거지가 아주 귀엽지 않소?”

 

 “그럼요. 마치 저희 신혼 때가 생각나네요. 서로 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아니에요!”

 

 “아닙니다!”

 

 서로 위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반박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강이와 동시에 외쳐버리고 말았다. 이래서는 더 우스운 꼴만 보인 셈이었다.

 

 “헌데 무슨 일이 길래 강이를 부른 것이냐?”

 

 오황자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본래의 목적을 잊고 희희닥 거리고 있었다니.

 

 “팔황자님께 물어볼게 있어서요. 혼례의 마지막 절차인 서현부지부모(壻見婦之父母)에 대한 것을 폐하께서 설명해주시지 않으셨는데 혹여 들은 것이 있으세요?”

 

 방금 전의 부끄러운 기색은 사라지고 강이의 눈빛이 살아났다.

 

 “그거에 대해서는 나도 들은바가 없는데. 나중에 폐하께 물어볼게.”

 

 아쉬웠지만 알겠다고 대답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똑똑

 

 “무슨 일이냐?”

 

 “실례지만 팔황자전하 부인께서 수업을 받으실 시간이옵니다. 차비하여 주시지요.”

 

 “벌써 시간이 그리 되었던가?”

 

 이야기만 나누느라 이렇게 지나가버린 줄 몰랐다. 이럴 때는 꼭 천천히 가던 시간이 빨리 가는 기분이었다. 오황자님 부부에게 인사를 올리고 밖으로 나갔다.

 

 “또 오거라.”

 

 “예. 즐거웠습니다.”

 

 “수업 듣다가 또 잠들지마.”

 

 할 일이 없는 강이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부럽다, 부러워. 유유히 손을 흔들며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얄밉기만 했다.

 

 한 상궁을 따라 가마에 탄 후, 경양궁을 벗어나 당도한 곳은 예전에도 별궁 수업을 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선유궁이옵니다. 앞으로 사흘 간 이곳에서 남은 예법과 질서를 배우게 되실 것입니다.”

 

 선유궁은 보통 혼례를 올리기 전, 별궁의 용도로 사용하는 작은 궁이었다. 살며시 안으로 들어가 예를 갖추고 앉아 있었다.

 

 지난번에 날 가르쳤던 상궁만이 아니기를 빌었다. 어찌나 호되게 가르치던지 신분을 막론하고 모르면 일단 맞아야만 했다. 물론 그 권한을 주신 분이 있으니 이리 할 수 있는 것이다.

 

 -드르륵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이 움츠려지며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니 더욱 그러했다.

 

 한낱 상궁 따위에게 긴장하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상대가 막강하니 일단 고개를 숙여야 했다.

 

 “백아 아씨, 아니 이제는 팔황자부인이시군요. 설마 소인을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 있나. 어찌 자네를 잊을 수 있겠는가.”

 

 역시나 황후마마의 직속상궁인 민 상궁이 선유궁 안에 있는 경수전에 들어와 인사를 올렸다.

 

 “저도 이리 다시 올 줄 몰랐사옵니다. 폐하께서 부인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실 생각인가 봅니다.”

 

 “그런 것 같구나. 오늘은 무엇을 배울 것이냐?”

 

 밖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문 안까지 내리쬐고 있어 눈이 부셨다. 제대로 된 한 끼도 먹지 못하였던 것이 생각나 이 지긋지긋한 예법수업을 얼른 끝내버리고 처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부인께서 배워야 하실 것은 모두 끝났습니다. 헌데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사옵니다.”

 

 “무엇인가?”

 

 “예법이랑은 조금 별개의 것이지만 황궁에서 앞으로 잘 살아가는 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궁에서 살아가는 법? 즉 여기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준단 이야기였다. 그 정도쯤은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주변에서 많이 듣고 보고 하며 알아왔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예법과 관련 없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어찌하여 나에게 가르쳐준단 말인가? 나는 태자비도 아니고 황자의 정실부인일 뿐인데. 황실 높은 분에게 명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폐하이신가?”

 

 “예? 무슨 말씀이온지?”

 

 “그것을 나에게 가르쳐주라고 한 이가 폐하시냐고 물었네.”

 

 민 상궁은 대답하기가 힘들었는지 우물쭈물하며 회피했다. 어물 쩡 거리며 넘어갈 순 없지.

 

 “나만 알고 있겠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야.”

 

 어쨌든 민 상궁과 비교했을 때 황자의 부인인 내가 더 높은 것은 당연할 터,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입만 꾹 다물고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후, 함구하셔야 하옵니다. 폐하께서 명을 내리신 것은 맞사오나 의견을 제시한 것은 태자전하셨습니다.”

 

 “방금 뭐라 하였는가? 태자전하아아?”

 

 “예. 무엇이 잘못되셨습니까?”

 

 “아니네. 수업이나 시작하지.”

 

 태자전하와 내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황자마마들과 공주마마만 알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쌓여온 것들이 그리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헌데 그런 태자전하께서 나에게 이런 수업을 명하시다니? 지금의 황궁 상황이 화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태자전하께서 나에게 이것을 가르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름 생각을 해본 후,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분명 전하께서도 강이와 내가 혼인함으로서 우리 가문이 도와주고 있다는 걸 알 것이다.

 

 그러니 조력자의 딸이 궁에서 밉보여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것은 물론이요, 거기에 팔황자와 도와주었던 세력 전부를 잃어버릴 수 있으니 나부터 단속하자라는 이유로 명하신 것이 틀림없다.

 

 첫 단추부터 엉망이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민 상궁이 설명해주는 이야기들은 이미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었으나 그중에는 더러 처음 접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가령 말 한마디에도 쉽게 죽어나가는 곳이 이 황궁이라는 건 알지만 보통 신하들은 황제에게 밉보여 정치에서 물러나거나 죽음에 이른다. 오로지 그들의 잘못과 얽힌 실수들로.

 헌데 황제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들을 내쫓고 싶은데 그런 구실이 없으니 자기 휘하에 있는 사람들과 이유를 만들어 쫓아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까지 알게 되자 나 스스로 너무 엄청난 사실을 알아버린 것만 같아 두려워졌다.

 

 “안색이 안 좋습니다. 어디 아프신 것이옵니까?”

 

 “아아, 그런 것 같네. 오늘은 그만해도 되겠는가?”

 

 “그러시지요. 내일 다시 뵙겠사옵니다.”

 

 “민 상궁, 그리 하지 않아도 되네. 내가 직접 태자전하께 고할 것이니 내일부터는 오지 않아도 걱정 없을 거야.”

 

 “예? 어찌…… 일단 물러가겠사옵니다.”

 

 이것은 황제가 통치하는 기밀까지 알게 되는 것이다. 궁에서 입을 닫아야 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라도 모든 걸 알고도 태평하게 살아갈 순 없을 것 같았다.

 

 민 상궁이야 황후마마의 직속 상궁이고 노쇠하여 걱정이 없다지만 나는 황자의 정실부인이었다. 딱 내 위치까지만 아는 것이 좋았다.

 

 태자전하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무서운 이야기들을 알려주신 걸까?

 

 분명 날 겁주어 지고지순한 여인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속셈이라고 생각했다. 그분이야 워낙 괄괄한 내 성격을 싫어하시니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

 

 “……오라버니 보고 싶다.”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곤 조용히 중얼거렸다. 괜히 손을 만지작거리며 굳이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상기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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