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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난초꽃향기
작가 : 판도라
작품등록일 : 2020.9.6

나에게는 세 가지 한(恨)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그런데, 그 남편이 나를 찾으러 왔다. 무려 400여년후의 세상으로. 난초꽃 한가지로 이어진 전생의 인연, 그리고 난설헌 허초희의 소원...그 소원의 뿌리를 찾으러 떠난 내 눈앞에 왜란을 앞둔 400여년전의 조선시대가 열린다.

 
제3회
작성일 : 20-09-13 04:51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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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는 여전히 망연한 얼굴로 내가 가리키는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곧바로 화장실 안에서 댕강거리는 소리와 윽 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잠시후 화장실에서 나온 그를 보자 나는 저도 모르게 용수철 튕기듯 일어났다.

 

 "헉..."

 

 아까는 벗은 몸이긴 해도 아래는 속옷 차림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아예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않은채 내쪽을 향해 불퉁하게 말했다.

 

 "물이 너무 뜨겁소...어찌 저런 물로 씻으라고 하는가 말이요."

 

 나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옆에 있던 타올을 그에게 뿌렸다.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남자끼리 새삼스럽게 왜 그러시오. 참..."

 

 그는 투덜거리면서 타올을 허리에 둘렀다. 그제야 손을 눈에서 떼고 나는 그를 보았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에서 물기가 반짝이고 있었고, 더운 물에 샤워를 해서인지 수려한 얼굴이 아까보단 생기가 보였다. 뒤이어 곧게 뻗은 목선과 넓은 어깨, 그리고 우람진 팔뚝과 그아래 잔잔한 복근에 시선이 닿자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속옷이랑 바지도 다 저기 있으니 빨리 옷을 입으세요."

 

 그가 한동안 부시럭 거리더니 드디어 나를 불렀다.

 

 "좀 도와줄수 있겠소?"

 

 나는 그가 한쪽 팔로 셔츠를 꿰지 못해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 그를 거들어 주었다. 그러다 팔의 상처에 시선이 닿자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내 의중을 알아차렸는지 담담히 말했다.

 

 "거의 다 나았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걱정은 누가 한다고..."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상처에 닿지 않게 조심스레 셔츠를 입혀준 후 그위에 상의를 입혔다. 이번에는 내 시선이 그의 머리에 닿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는 가발이라고 여겼던 그의 머리가 거의 어깨를 넘는 수준이어서 나는 그것만은 내가 어떻게 할수 없음을 깨닫고 대충 하나로 묶어주었다.

 

 "됐어요. 따라오세요."

 "어디로 말이요."

 "군말 말고 따라와요. 아니면 여기 버리고 갈테니..."

 

 내가 버리고 간다는 말 한마디에 바로 따라나서는 그가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호텔 근처 아는 미용실에 데리고가서 그를 맡긴 후 나는 소파에 앉아 패션 잡지들을 뒤적였다. 미용사가 그를 다시 내 앞에 데리고 왔을 때는 이미 두시간도 훨씬 지나 있었다.

 

 "이렇게 정리해드리니 어때요?"

 

 나는 잡지에서 시선을 떼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괜히 비싼 미용실은 아니다 싶었다. 보통보다는 살짝 길게 커트한 머리에 웨이브를 넣고 요즘 유행하는 염색까지 곁들인 헤어스타일로, 눈앞의 그는 아침에 강릉에서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원래 수려한 외모인줄은 알았지만 미용사의 손길에 다듬어진 그는 눈에 확 뜨이도록 준수하고 절륜한 남자였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는듯 그를 훑어보는 미용사의 시선이 괜스레 불쾌해져서 나는 급히 결산을 하고 그를 끌고 나왔다. 뒤이어 다음 목적지에 그를 데리고 가자 그는 잔뜩 의문어린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여긴...뭐하러 왔소?"

 "참..."

 

 나는 오가는 간호사들의 힐끔거리는 시선에 역시 이름못할 불쾌감을 느끼며 그에게 데퉁스럽게 말했다.

 

 "조용히 해요. 제발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기만 하세요."

 

 그는 여전히 납득이 안간다는 얼굴이었지만 일단 내뜻을 따르기로 한 모양이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서 의사선생님을 보일 때에도 그는 문진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나만 빤히 쳐다보았다. 참다못해 내가 의사에게 말했다.

 

 "선생님, 일단 이사람은 머리 검사를 해주시고 증상은 제가 말씀드릴께요."

 

 그가 간호사를 따라 나간후 내게서 병증을 들은 의사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복부를 타격을 입었다 해도 혼절까지는...영양실조도 아니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더 아닌것 같아보입니다만."

 "혹시 과로로 그럴수도 없는 건가요?"

 "환자분의 안색을 보니 과로라고 말씀드리기도 어려운데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을 못하거나, 전의 어떤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건 뭐죠?"

 "기억상실증이라고 말씀드리기엔 머리에 그 어떤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닌 것 같고, 일단 검사결과 나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멀쩡해 보여서 환자분이라 하기도 좀 애매하네요..."

 

 의사의 미타한 표정에 나는 크게 미간을 찌푸렸다.

 

 ......

 

 "거기 앉아요."

 

 고개도 돌리지 않은 내 목소리가 전보다 딱딱해져 있음을 남자도 눈치챈 듯 했다. 호텔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은 나는 팔짱을 끼고 앉아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가 앉기를 기다려 나는 차탁위에 진단서를 내던졌다.

 

 "의사의 소견에도 멀쩡하다잖아요. 그리고 팔의 그 상처도 아물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내가 상처를 덧치게 했다느니 그런 억지는 더이상 부리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

 "이젠 말해보세요. 그쪽은 대체 누구입니까. 이렇게 따라온 저의가 뭐죠? 돈이 목적이에요?"

 

 남자는 가시돋친 내 말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나를 보았다. 그 덤덤한 모습이 나는 더 괘씸했다.

 

 "아, 기억나지 않는다, 또 그러실겁니까? 죄송하지만 그 기억상실증은 이미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써먹은적 너무 많은 것 같은데요. 왜 또 출생의 비밀이나 교통사고, 시한부 인생까지 곁들어주시지, 불륜까지 나와주면 더 좋고."

 

 나는 계속해서 빈정댔다. 남자의 무반응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리 절륜한 얼굴에, 맑고 선연한 눈빛에, 상처와 사연 많은 분위기에 내가 경계심을 늦추었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이 땅을 다시 밟은 목적이 이 남자와 얽히는 일이라면 더더욱 더.

 

 "쉿."

 

 뭔가 더 말하려는 나를 향해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잠시 문쪽을 돌아보았다.

 

 "난 지금 그대가 하는 말들을 정정해야 하지만..."

 

 남자는 문쪽에서 시선을 거둔 후 나를 보고 웃는듯 마는듯 입가를 올렸다.

 

 "문밖의 저 사람들은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주지 않을 것 같소."

 

 영문을 알수 없어 미간을 찌푸리는 나를 보며 그가 다시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미행하는 자들은 내가 목적이 아닌 듯 하오만."

 

 ......

 

 호텔지배인이 엄마의 사업파트너라는 것을 깜빡했던 건 분명한 내 실수였다. 엘레베이터까지 접근한 검은 정장의 사내들을 따돌린채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호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온 것은 불과 몇분안의 일이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결코 생소하지 않은 차량을 발견한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여사님이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야."

 

 썬텐이 잘 된 저 고급차안에는 분명 엄마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나를 잡아 해외로 추방하려고 대기하고 있을것이다. 최대한 몸을 낮추고 주차장 출구쪽으로 움직이던 나는, 멀리 앞쪽에 보이는 실루엣이 하도 눈에 익숙하여 하마터면 환호성을 지를뻔 했다.

 

 "아는 사람이에요."

 

 나는 남자를 돌아보며 속살거렸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잠깐, 그에게 다가서는 검은 정장의 사내가 언뜻 보여 우리는 옆의 차량뒤에 바싹 몸을 낮추었다. 앞에서 두사람이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대표님 지시입니다. 이번은 절대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하십니다."

 "알아. 여기가 틀림없는데 왜 방에는 없지? 다시 샅샅이 뒤져봐."

 "네."

 

 검은 정장의 사내가 사라지자 그는 잠깐 고개를 젖히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그가 고개를 내리자 나는 불쑥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가 눈을 크게 떴다. 녀석의 눈이 오늘따라 더 크게 보였다.

 

 "형."

 

 차분한 내 목소리에 비해 내 표정은 분명 일그러져 있을 것이었다. 녀석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내게서 형이라 불리는 게 녀석의 소원이었다면 나는 오늘 그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너...희야...니가 어떻게..."

 "형이야말로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그동안 녀석의 부담스럽게 잘생긴 얼굴이 마냥 가증스러워 보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던가. 나는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괜한 질문을 한건가. 최여사님 스파이한테 말이야."

 

 녀석의 눈빛이 흠칫 하고 흔들렸다. 그 틈을 타 나는 선제공격을 했다. 그동안 녀석에게서 배운 강타로 녀석의 복부에 일타를 가하는 느낌은 가히 나쁘진 않았다.녀석이 허리를 구부리자 나는 홱 머리를 돌렸다.

 

 "가요."

 

 녀석은 내게 공격을 받은 것보다, 차량옆에서 불쑥 솟아나온 남자의 모습에 더 크게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너...너...아줌마가 이번에 왜 그리 심란해하는지 알겠다. 누구냐?"

 "누구든 형이 알바 없잖아?"

 

 남자의 팔을 잡아당기며 내가 대꾸했다. 녀석은 안간힘을 다해 일어선 후 두 팔을 벌려 우리 앞을 막아섰다.

 

 "가지마. 희야."

 "헛된 짓이야. 형이 나를 이길지는 몰라도 날 못막아."

 

 나는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녀석은 결코 단념하지 않았다.

 

 "그쪽이 누군지는 몰라도 당장 우리 희한테서 떨어지시지? 괜히 욕보지 마시고."

 "상관말고 가세요."

 

 녀석의 말을 내가 잘랐다. 남자는 대답대신 나를 돌아보았다.

 

 "같이 가는 게 아니였소?"

 "먼저 가세요. 난 할 얘기가 남아서."

 

 나는 눈짓으로 어서 가라는 신호를 남자에게 보냈다. 비록 본의아니게 얽히게 되었지만 그는 이 일에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번 일 역시 내가 스스로 해결할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하고도 할 얘기가 남은 것 같은데."

 "네?"

 

 어안이 벙벙해진 내게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내 귀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아까 방에서 하던 얘기 정정하겠소. 내가 그대를 따라온게 아니라 그대가 나를 데려왔다는 걸."

 "아..."

 "그 이유에 대해서도 말해준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야! 너 뭐야? 당장 안떨어져?"

 

 아까부터 그의 다정한 행동을 노려보던 녀석이 드디어 못참겠는지 버럭 언성을 높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녀석을 본 후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아는 사람이라 하셨소?"

 "네. 하지만 오늘부로 모르는 사이가 될 거 같네요."

 

 내 말이 채 끝나기 바쁘게 녀석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는 그 누구도 남자가 어떻게 손을 썼는지 보지 못했다. 남자의 동작은 바람같이 빨랐고 마무리는 티끌만한 흔적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녀석 역시 유도 5단 태권도 4단의 실력인데 이토록 손쉽게 제압당하다니...고수도 이런 고수가 따로 없었다.

 

 "가요."

 

 먼저 충격에서 헤어나온 내가 남자의 팔을 잡아끌었다. 뒤에서 녀석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희야...너 이대로 가면 후회한다...내가 여기 온 건..."

 "쓸데없는 소린 집어쳐."

 

 나는 고개를 돌려 녀석에게 얄궂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형이야말로 가서 전해. 이번엔 절대 여사님께 잡히지 않을 거라고."

 

 나는 쓰러져있는 녀석을 향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환한 웃음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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