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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이제부터 석유재벌
작가 : 진시황
작품등록일 : 2020.9.4

재벌이라고 다 똑같은 줄 아는데 말이야.

기름 팔는 재벌이 어떤 지 한 번 보여줄게

 
14. 에어K
작성일 : 20-09-12 21:12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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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에어K

 

 국내외에서 대형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군함문제는 자연스럽게 묻히게 되었다. 덕분에 한시름 놓게 된 창식은 모처럼 성은과 나란히 거실 쇼파에 앉아 이런 상황을 만들어준 1등 공신의 모습을 TV뉴스를 통해 보고 있었다.

 

 “와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그랬데.”

 

 “새끼 지 잘난 맛에 살아서 그런거지. 성은이 너는 그럼 안돼. 알았지?”

 

 “오빠는 무슨. 걱정마쇼. 나 지금도 버스타고 다니는 거 보면 몰라?”

 

 “그렇긴 하지. 근데 왜 그러는 거냐. 주차장에 차가 널려 있는데. 도대체 왜 안 몰고 다니는 거야?”

 

 “아 저런 걸 어떻게 학교에 몰고 가. 애들이 다 쳐다보게. 민망하단 말이야.”

 

 “짜식이. 너 친구들한테 여기 이사 온 거랑, 오빠 돌아온 얘기 안했냐?”

 

 “그게. 뭐 괜히 자랑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오빠가 돌아와서 아파트 얻어서 이사왔다고 했지. 대충. 아 몰라!”

 

 성은이 대답하기 귀찮은 듯 좌우로 고갯짓을 했다. 붙임성이 많고, 착한 막내 여동생은 그새 많이 친해져서 말도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둘째인 성희는 보자말자 반말과 함께 막말을 했지만.

 

 “근데 성희가 다니는 항공사 고구려항공 아냐?”

 

 “아 맞다. 언니도 되게 싫겠다. 저런 사람하고 마주치면. 으.”

 

 “야. 고구려항공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마주칠 일이 뭐가 있냐?”

 

 “에이 그래도 모르지.”

 

 띠리리릭.

 

 “어! 언니 왔다보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성은이 현관쪽으로 걸어갔다. 성희가 스튜어디스복을 입고 한손에 캐리어를 끌고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런데 굳은 얼굴에 반갑게 인사하는 성희를 본체 만체하곤 곧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쿵.

 

 영문을 모르는 성은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창식을 바라봤다. 무슨 잘못했냐고 묻는 표정에 창식은 억울한 표정으로 입만 뻥긋거렸다.

 

 ‘나도 몰라.;

 

 모처럼 만났는데 어째 분위가 그 전보다 더 쎄한게 무슨일이 있는 듯 했지만 이제 2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고 있는 여동생의 사생활까지 간섭하고 싶진 않았다. 창식은 다시 고개를 TV로 돌렸다. TV에서는 고개를 푹 쑥인 체 카메라 후레쉬 세례를 받고 있는 고구려 항공 3세인 이현제 이사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강남에 고급 오피스텔 거실. 군데군데 미국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스탠드가 오렌지색 불빛을 밝혀 실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지만 실상 거실 안 분위기는 삭풍이 몰아치고 있엇다.

 

 와장창.

 

 이현제가 던진 술잔이 벽에 걸린 평면 TV를 박살냈다. TV옆에서 죄인처럼 서 있던 설부장이 본인이 잘못한 것마냥 고개를 푹 숙였다.

 

 “으아아아아씨. 이제 어떡할거야. 어! 내가 시발 쪽팔려서.”

 

 “진정하십시오. 이사님. 곧 여론이 잠잠해 질.”

 

 “무슨 개소리야! 내가 아침에 어떤 개쪽을 당했는데! 못봤어!”

 

 “죄송합니다.”

 

 이현제 이사는 얼마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고구려항공 A380비행기에서 만취한 체 여승무원을 추행한 것도 모자라 이륙하려던 비행기를 되돌린 것으로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본인이 대표로 있는 고구려항공 산하 저가 항공사인 에어K가 도마에 올랐는 데 국내법상 외국인이 등기이사를 맡을 수 없도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현제 이사 본인이 한국국적이 아닌 미국국적자임이 들통난 것이었다. 다른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모두 한국사람이었지만 태어날 시기에 맞춰 미국으로 원정출산을 갔고 그렇게 미국국적을 받은 이현제는 병역을 면제 받으려는 목적으로 국적을 변경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어K는 어떡할거야. 요새 뉴스 못봤어!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지금 양상무를 비롯해 전국토부 출신 임원들을 전부 동원에서 열심히 막고 있으니 염려 놓으십시오. 국토부 놈들도 자기들도 구린 부분이 있으니 항공면허 취소 같은 강수는 못 둘겁니다. 문제를 삼기 시작하면 애초에 면허를 내줬던 사람들까지 다 까발려질 우려가 있으니 자기들도 적당한 선에서 덮는 쪽으로 하지 않겠습니까. 걱정마십시오.”

 

 제법 만족스러운 대답에 이현제의 기분도 살짝 풀어졌다

 

 “일이 틀어지지 않게 때 제대로 하라고. 실수 없게.”

 

 “네 이사님.”

 

 “그리고 그 년은 어떻게 됐어?”

 

 “네? 아 그 승무원 말입니까?”

 

 “그래. 뒷 얘기 안나오게 잘 처리했겠지?”

 

 “네. 걱정 마십시오. 아주 단단히 일러 뒀습니다. 인사팀에 얘기했으니 말 안나오게 잘 정리할겁니다.”

 

 “그래 다시 출근했을 때 얼굴 마주치는 일 없게 잘 처리하라고. 재수없게 씨팔.”

 

 “네 이사님.”

 

 이튿 날 고구려항공 인천공항 승무원 대기장 회의실.

 

 “네? 제가 대기발령이라구요?”

 

 “아무튼 당분간 비행은 없을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 또 괜한 사고 치지 말고.”

 

 “사무장님!”

 

 “아니 이 사람이 어디서 큰 소리야!”

 

 “제가 대기발령을 받는 이유가 뭡니까.”

 

 “그걸 몰라서 물어! 사람이 말이야 그렇게 큰 사고를 쳤으면 조용히 처신할 생각을 해야지 말이야! 자네 하나 때문에 지금 내가, 우리가 얼마나 난감한 지 알기나 해! 회사 이미지가 아주 바닥에 쳐박혔다고!”

 

 성희는 어이가 없어 잠시 할말을 잃었다.

 

 “도대체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죠?”

 

 “어허. 이 사람이 그래도. 지금 자네 하나로 인해 우리 회사 이미지가 얼마나 실추됐는지 몰라서 그래?”

 

 “그게 왜 저 때문인가요. 잘못은 이현제 이사님이 하신 거라는 거 잘 아시지 않나요?”

 

 “큰일 날 사람이네. 이봐 구성희씨, 아니 야! 어디서 말도 안되는 소릴하고 있어. 그 때 자네가 처신만 잘 했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 아냐! 참.”

 

 “뭐라구요?”

 

 “허. 참. 그리고 얌전히 시키는 대로 자숙하고 있어. 조만간 감사팀에서도 연락 올 수도 있으니까. 듣자하니 구성희씨 뭐 아주 안좋은 소문이 많아. 최근에 차 바꿔다면서. 그것도 억이 넘는 차로. 남자한테 차를 받았다는 얘기가 돌던데 말이야, 또 뭐 스폰서라던가 그런 좀 안좋은 얘기도 있고. 아무튼 안좋은 소문이 많이 도니까 조사 나온다고 하는거 아니겠냐고. 그러니 조용히 지내라고. 알았지? 사고 칠 생각하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사무장이 회의실을 나갔다.

 

 구성희는 뻗쳐 오르는 화에 꽉쥔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알 거 같았다.

 

 “이 개새끼.”

 

 성희의 눈에 맷힌 눈물을 훔치고 회의실을 나왔다. 회의실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동료들이 보였다. 안타까워하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 사이로 고소하다는 표정의 승무원들도 보였다. 예전부터 성희와 자주 부딪힌 여승무원이었다. 명품자랑이 유독 심했는데 빚을 갚느라 알뜰하게 지내는 성희를 자세한 사정도 모른 체 아니꼬와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최근 들어 성희가 고급 SUV인 렌지로버를 몰고 다니는 걸 보고는 그걸 뒤에서 씹고 다닌 모양이었다. 커피 마시는 척하며 비웃음을 흘리는 그 얼굴을 보며 성희는 다시 한번 주먹을 움켜쥐었다. 분을 삼킨 성희가 또각소리를 내며 그들 사이를 지나 사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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