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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일 크리스마스
작가 : 예서
작품등록일 : 2020.8.20

믿었던 전 남자친구에게 통수를 맞은 날 천애고아가 된 소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거리에 자살을 결심하는데…… "안 돼!" 누구세요? 어느새 집에 들어온 웬 남자가 자살을 막고 있다. 말하는 사슴까지 데려온 남자는 자기가 나만의 산타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인간 한 명과 산타 한 명, 사슴 하나(?)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이 동거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가지고 노니까 좋았어?
작성일 : 20-09-11 04:10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6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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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대한과 바람을 데리고 소원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왔다. 아르바이트가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오늘 직장을 구한 기념으로 한턱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메뉴판을 펼쳐본 소원은 다시금 실감하는 비싼 가격에 동공에 지진이 났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고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처음 취직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축하해줬던 대한이 다시금 소원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취직하게 된 거 정말 잘 됐다. 곧 직장인 되는 거 다시 한 번 축하해.”

 

 ‘직장인’이라는 단어에 멋진 어른이 된 느낌이 들어 소원이 실실거렸다. 마치 제 일인 것처럼 좋아해주는 대한이 고마웠다.

 

 저러니 안 좋아할 수가 없지.

 

 대한의 반달 같은 눈웃음을 감상하고 있는데 바람이 초를 쳤다.

 

 “대체 너같이 멍청한 인간을 어떤 회사가……”

 

 하루라도 날 헐뜯지 않으면 혀에 가시라도 돋나? 어떻게 저놈의 재수 없는 말을 매일같이 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쯧쯧거리는 바람의 입에 주먹을 넣어주는 상상을 한 소원이 말을 못 들은 체 했다.

 

 사슴이 짖는구나. 그래 넌 짖어라, 난 안 들으련다.

 

 “첫월급 타면 사고 싶은 거 하나씩 사줄게.”

 

 첫 출근도 안했는데 선물을 약속하는 소원에 대한이 놀리듯 물었다.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월급 생각부터 해?”

 “원래 다 그런거야. 뭘 모르네. 그리고 난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의 노예라서, 월급 하나만 보고 살거든.”

 

 물을 한 모금 삼킨 소원이 말을 이었다.

 

 “근데 막 입사했는데 나 막내라고 엄청 예쁨 받는 거 아니야? 솔직히 나보다 어린 사람은 없을 거 아냐. 날 너무 좋아해도 곤란한데.”

 “……”

 “기대한. 네가 쓸 데 없이 자존감만 높여놔서 저 멍청한 인간놈이 저러는 거 아냐.”

 

 웬만하면 바람의 독설을 막아줬을 대한도 ‘정말 내 탓인가……?’라는 얼굴로 난색을 표하자 뾰로통해진 소원이 구차하게 말을 보탰다.

 

 “조크야, 조크.”

 

 아무도 안 믿는 듯 했지만.

 

 주문한 스테이크와 파스타가 나오고, 상체를 일으킨 여직원이 대한과 바람을 힐끔거리며 붉어진 낯으로 사심을 담아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했다.

 

 들어올 때도 여자들 시선을 전부 받더니 여심마저 전부 사로잡은 둘에 소원은 새삼 잘난 외모라는 걸 실감했다.

 

 예의바르게 직원에게 감사하다며 슬쩍 미소짓는 대한에 심기가 불편해진 소원이 얼른 먹자며 시선을 환기시켰다.

 

 소원은 익숙하지 않은 칼질에 힘겹게 스테이크를 썰다, 대한과 바람은 어떻게 썰고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슬쩍 둘을 확인했다.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바람을 확인한 소원이 패배감을 느꼈다.

 

 진짜 사람도 아닌 사슴이 나보다 더 도구를 잘사용한다니……

 

 그래도 괜찮다며 소원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짠내나는 짠돌이 대한도 당연히 스테이크를 먹을 기회가 없기에 칼질에 익숙하지 않을테니, 자신만 못 써는 건 아닐거란 예상에서였다.

 

 하지만 시선이 대한에게로 옮겨졌을 때, 파편이 된 예상이 이리저리 튀어나갔다.

 

 대한이 스테이크를 자르는 게 익숙한 것처럼 능숙하게 스테이크를 썰고있었다. 부잣집 도련님 같이 격식을 차린 꼿꼿한 자세로.

 

 다 썰어놓은 스테이크 접시를 소원에게 내민 대한이 겨우 두 번을 자른 스테이크를 가져갔다.

 

 이러려고 나랑 같은 굽기로 주문했던 거였나. 고스란히 전해지는 배려에 온기가 피어올랐다.

 

 “그거 먹어. 오빠가 이거 먹을게.”

 “오빠 칼질 잘한다. 스테이크 많이 먹어봤어?”

 “음, 그냥 좀?”

 

 하도 돈을 아껴서 되게 돈 없는 집안에서 자랐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그런 것도 모르고 가난 타령을 했던거야 나?

 고개를 갸웃거린 소원이 깔끔하게 썰어진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입 안에서 육즙이 퍼지며 부드러운 고기가 씹혔다. 고기맛에 매료된 소원은 먹는 데 집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작아서 간에 기별도 안 될 거라 여겼던 스테이크는 의외로 적당한 포만감을 주었고, 스파게티의 맛도 훌륭했다.

 

 본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온 푸딩도 고이 뱃속으로 넣은 소원은 아랫배에서 울리는 신호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대한과 바람이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테이블 위에 올려진 소원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끝나지 않고 연이어 울리는 진동에 전화임을 알아챈 대한이 화면을 들여다봤다.

 

 화면에는‘담임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떠있었다.

 

 마음대로 전화를 받았다고 소원이 싫어할 수도 있었기에 함부로 전화를 받기가 애매했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곧 다시 화면에 ‘담임선생님’이란 단어가 뜨며 전화가 걸려왔다.

 

 망설임 없이 대한이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급한 일이 생겼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여보세요’를 말하기도 전에 화가 난듯한 음성이 휴대폰을 채웠다.

 

 “이소원 너 누가 마음대로 학교 안 나오래. 선생님 문자는 왜 무시하고. 너 졸업식 안 올거야?”

 

 소원이가 잘못했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귀에서 휴대폰을 떼고 번호를 확인하는 듯 했다. 차분해진 음성으로 선생님이 물었다.

 

 “이소원 학생 핸드폰 아닌가요?”

 

 

 *

 

 

 화장실에서 개운하게 볼일을 마친 소원이 씻은 손을 비치된 티슈로 닦았다. 손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니 좋은 비누향이 맡아졌다. 달콤한 향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손을 비비며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가 이름을 불렀다.

 

 “이소원?”

 

 자신을 부른 방향으로 고개를 튼 소원은 즉시 후회했다.

 

 그냥 못들은 척 갈 걸.

 

 성준과 같은 반 남자애 하나, 여자애 둘이 서있었다. 얼음장 같이 찬 눈을 하고서.

 

 “맞네. 와, 여기서 너를 다 만나네.”

 

 기가 차다는 뒤틀린 웃음을 시작으로 조롱이 이어졌다.

 

 “쟤가 이런 데 올 돈이 어디있어서 여길 와?”

 “사진 몇 장 새로 찍었나보지.”

 “푸하하, 미친. 이번엔 성준이한테 안 덮어씌우나?”

 “아. 뻔뻔해서 진짜. 학교 안 나와서 얼굴 볼 일 없어서 좋았는데. 하필 생일날 마주칠 건 뭐야 기분 잡치게.”

 

 화를 내야 하는데. 아니라고 해야하는데. 목이 메서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어차피 부질 없는 일이었다. 화를 내며 아니라고 한들, 믿을 리가 없으니. 또 나만 바보가 될 게 뻔했다.

 

 아주 짧은 찰나에 성준이 굳어있는 소원에게 비릿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쓸쓸한 척을 하며 친구들을 말렸다.

 

 “너무 그러지 마 애들아. 가자.”

 

 성준의 뻔뻔한 태도에 소원이 입술을 악물었다. 비난 받는 걸 즐기고 있던 주제에 마음씨 좋은 척 뒤늦게 말리는 게 가증스러웠다.

 

 쓸쓸하게 말하는 성준에 오늘 생일이라는 친구가 더 흥분해 화를 냈다.

 

 “너는 너무 착해빠져서 문제야. 그러니까 얘가 지잘못을 인정 안 하지. 하던 대로 졸업식도 오지 마라. 졸업식엔 기분 잡치는 일 없게. 알겠어?”

 

 여자애가 빨간 매니큐어가 발라진 손으로 소원의 어깨를 밀치려는 순간, 강한 힘에 의해 잡힌 손이 허공으로 쳐내졌다.

 

 작게 비명을 지른 여자애가 자신의 손을 쳐낸 사람을 찾아 얼굴을 드는 순간 분노로 가라앉은 목소리가 공간에 울렸다.

 

 “너네 뭐하냐?”

 

 처음 보는 거친 행동. 처음 듣는 날이 선 어조. 웃는 상이라곤 전혀 생각 못할 화가 잔뜩 난 얼굴. 처음 보는 대한이 있었다.

 

 항상 서글서글한 외모라 화를 내도 무섭지 않을 줄 알았던 소원은 칼날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대한의 살짝 일그러진 낯에 크게 놀랐다.

 

 방금까지 맹렬하게 소원을 몰아부치던 아이들도 대한의 강한 기세에 눌려 주춤거렸다.

 

 냉랭한 기류가 흐르는 중, 바람이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유치해 죽겠네. 여럿이서 하나 두고 위협하는 꼴이란. 하여간 인간들이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람이 무리를 훑었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로 빛이 나는 바람의 외모에 애들은 순간 욕을 먹었다는 것도 잊고 넋을 잃고 바람을 바라봤다.

 

 뒤에서 성준이 낭패라는듯 눈썹을 찡그렸다.

 

 소원의 편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서있는 건 그의 계산에 없던 일이었다.

 

 편의점에서 만났던 대한은 그렇다치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외모로 노벨평화상 받을 법한 바람이 붙어있으니 곤란했다. 한눈에 봐도 유명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직원이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성준은 모범생 같은 미소를 띠고 상황을 중재했다.

 

 “개인적으로 사정이 있어서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나쁜 애들은 아니에요.”

 

 바람의 외모에 넋을 잃고있던 아이들이 그 사과에 화들짝 정신을 차려 성준의 편을 들었다.

 

 “네가 왜 사과해, 성준아.”

 “맞아.”

 “모처럼 생일인데 계속 서서 이러고 있을 순 없잖아. 가자.”

 

 한 풀 꺾인 아이들이 순순히 테이블을 향해 걸었다. 성준이 그 뒤를 따랐다.

 

 “성준이랬지.”

 

 날이 선 대한의 부름에 성준의 발걸음이 멈췄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판단력 하난 좋거든?”

 “……”

 “너 거슬리지 마라.”

 

 경고이자 협박이었다.

 

 성준은 경고에 비릿하게 웃고선 자신을 부르는 아이들에게 가버렸다.

 

 대한이 다른 애들이 아니라 성준을 콕 찝어 경고한 데는 소원을 괴롭히는 주동자가 성준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대화가 성준을 중심으로 이뤄져있었다.

 

 또한 은근슬쩍 말리는 척 하면서 상황을 부추기는 것도, 자신이 사과함으로써 애들이 흥분하게 만드는 것도 다 계산하고 행동했다는 게 느껴졌다.

 

 영악할 만큼 사람을 이용하고 상황을 자기한테 유리한 쪽으로 만드는 걸 잘하는 놈이었다.

 

 정확한 사건의 전말은 모르지만, 밝고 명량한 소원이 남에게 나쁜짓을 하진 않았을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런 여리고 맑은 소원을 성준이 가지고 놀았을 게 불보듯 뻔해서 화가 났다.

 

 대한이 가늘어진 눈으로 성준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그 본성을 언제까지고 숨기진 못할거라는 생각과 함께.

 

 

 *

 

 

 철봉에 이리저리 매달려 운동에 한창인 바람의 숨소리만이 간간히 침묵을 깼다. 공원의 운동기구를 발견하고 잠시 운동 좀 하고 가자더니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는 중이었다.

 

 반면에 소원과 대한은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부터 공원에 도착해 벤치에 앉을 때까지 말수가 줄어있었다.

 

 아무래도 쏘아대는 애들한테 이렇다 저렇다 대꾸도 못하고 답답하게 굴던 나한테 화가 났다고 여겨져 소원은 걱정이 됐다.

 

 평소와 달리 말이 없는 대한에 기가 죽은 소원이 손끝을 매만지다 조심스레 물었다.

 

 “오빠 화났어?”

 “화 안 났어.”

 

 원래의 다정한 목소리, 다정한 말투, 다정한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어두워보이는 웃음에 화가 엿보였다. 그 화가 꼭 자신을 향한 화인 것 같아 소원은 괜히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울음을 막기 위해 소원이 입술을 깨물었지만 안 좋은 생각은 계속 감정을 건드렸다.

 

 나한테 실망했나. 문제가 많은 애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이러다 오빠가 나를 떠나면 어떡하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손등에 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한 번 터진 눈물샘은 주체가 안 됐다. 후두둑 연이어 눈물이 떨어졌다. 훌쩍이는 소리에 놀란 대한이 어깨를 감싸 소원의 몸을 자기쪽으로 돌렸다.

 

 소원이 따돌림을 당했던 걸까 싶어 안쓰러움에 빠져있던 중이이었는데 갑자기 소원이 우니 대한으로서는 당연히 힘들어서 운다고 생각했다.

 

 “왜 울어. 산타는 우는 아이한텐 선물 안 주는데.”

 “애 아니거든. 그리고 그놈의 우는 아이한텐 선물 안 준단 소리는. 사기……”

 “……”

 “……”

 

 의문스럽게 변하는 대한의 얼굴을 보며 소원은‘헙’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하나도 기억 안 난다고 안 했어?”

 

 망했다.

 

 정곡을 찌르는 대한의 예리한 물음에 눈물이 쏙 들어가고 딸꾹질이 터졌다.

 

 제 발등을 제가 도끼로 찍은 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술에 취해서 하나도 기억 안 난다고 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들통나 버릴 줄이야. 이래서 거짓말하고 살면 안 되나 보다.

 

 뚫어져라 소원을 쳐다보던 대한이 씨익 입꼬릴 말아올렸다. 거짓말였다 이거지? 당황해서 석상이 돼버린 소원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소원의 얼굴에 두 뼘 거리를 두고 대한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대한은 짐짓 화가 난 척 얼굴을 굳혔지만 입에서는 장난칠 때의 짓궂은 음성이 나왔다.

 

 “이제보니 이소원. 순 거짓말쟁이네.”

 “……그게, 그러니까.”

 “오빠 가지고 노니까 좋았어?”

 

 낯이 화악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가지고 놀다니, 어감이 이상하잖아.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르던 것도 잠시, 풀이 죽은 소원이 대한을 올려봤다.

 

 안 그래도 나한테 화가 나있는데 거짓말한 것도 들켰으니 얼마나 화가 났을까 싶었다.

 

 “나 떠날거야?”

 

 말을 하고 나니 참담해져 다시 눈가가 촉촉해졌다. 딸꾹질을 하며 붉어진 눈으로 답을 기다리는 소원에 화가 난 척하던 것도 잊은 대한이 되물었다.

 

 “내가 너를 왜 떠나?”

 “나한테 실망했잖아.”

 “내가? 욕을 한바가지 해놓고 모르는 척 한 게 괘씸하긴 한데, 실망하진 않았어.”

 “그거 말고도. 아까……”

 

 우물쭈물하는 소원에 진정하길 바라며 대한이 팔을 감쌌다. 어깨가 축 늘어져 모진 말을 듣던 소원이 안타까웠으면 안타까웠지 실망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대한은 대체 왜 소원이 실망했잖냐는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는 소원에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낄 뿐.

 

 차라리 곰돌이 탈이라도 쓰고 있었다면 따뜻함을 핑계로 안아줬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소원의 묽어진 눈가에 대한이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실망 안 했어. 너한테 실망할 리가 없잖아.”

 “……”

 “너 믿어.”

 

 흔들림 없는 동공에 소원의 심장이 찡- 울렸다.

 

 오빠라면, 모든 걸 얘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나를 믿는다는 저 순한 눈망울에 마음의 짐을 덜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큰 결심을 마친 소원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 전남자친구였어. 우리 반 반장이기도 했고.”

 

 가장 힘든 순간 절벽으로 등을 떠밀린 그 이야기를, 해야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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