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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더 스트라드
작가 : NOAHSHIN
작품등록일 : 2020.9.3

"이진우 씨, 서울시향과의 계약은 파기하고 우리와 함께 하시죠."
관현악과 4학년, 첼리스트 이진우는 그렇게 초능력자 피아니스트 윤피에르의 손을 잡았다.

그의 곁에는 계약을 파기할만한 가치가 있는 저명한 실력파들이 있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잉그램 에반스, 클래식계의 아이돌 서정아,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올리스트의 딸, 강예빈. 그리고 신예 첼리스트 이진우까지 손에 넣은 윤피에르는 자신이 모은 이 멤버들로 실내악단을 꾸렸다. 하지만 어딘가 맞지 않고, 불협화음만이 지속되는데...

초능력과 클래식, 사랑, 그리고 불협화음, 더 스트라드의 연주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0.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작성일 : 20-09-11 00:19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6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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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아는 사실 잉그램이 협연을 하는 프로그램에 오기 싫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 남아있는 에반스 부부 때문에라도 억지로 따라와야 했다. 그들에게 자신들이 아직 잘 지낸다는 걸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잉그램이 좋아한다던 노란 국화 다발을 들고서 서 있는 정아는 스스로가 보기에도 가관이었다. 어차피 이 꽃다발이 그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걸레짝이 되어버릴 것이 뻔한데, 그럴 거면 돈 아깝게 왜 이래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저 이 상황이 빨리 흘러가길 바랄 뿐, 정아는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예술의 전당 대기실, 잉그램은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같은 대기실을 쓰는 협연자, 신주경은 악보를 보다가도 그저 멍하니 앉아있는 잉그램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저 망나니가 저러고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더니 철이 든 걸까? 주경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악보 너머의 잉그램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할 말 있으면 말을 해.”

 

  주경의 시선이 느껴지던 잉그램은 바로 주경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 아니에요.”

 

  주경은 손사래를 쳤고, 악보에 집중하는 척을 하며 잉그램에게 신경을 끄려 했다. 하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심지어 잉그램이 설마 자기를 잊은 것인가, 그런 생각까지 했다.

  주경과 잉그램은 오늘 처음 만난 것이 아니었다. 201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열렸던 벨기에, 그 곳에서 둘은 처음 만났다. 워털루 채플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콩쿠르를 준비하던 나날에.

  그 채플은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곳이었다. 그래서 잉그램을 제외한 11명의 파이널리스트들은 경쟁자임에도 동질감 같은 무언가가 있었는지, 마주치는 사람이 그 사람들뿐이어서 그랬는지, 같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 만나 같이 걷거나, 같이 연습을 하거나 조언을 주거나, 혹은 지정곡이 너무 어렵다고 이걸 선택한 주최 측을 같이 흉보거나.

  하지만 잉그램은 그러지 않았다. 그 채플에서 유일하게 혼자였다. 연습실에 누가 있거나 들어오려고 한다면 본인이 자리를 비켰다. 인터뷰도 하지 않으려고 했고, 다큐멘터리 촬영도 혼자만 거부했다. 그리고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건다면, 그의 기분에 따라서 반응이 달랐다. 그의 기분이 좋다면 무시로만 끝났겠지만 기분이 안 좋았다면 폭언에, 시비에,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피하는 사람이 많아졌었다. 아니,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

 

  “에반스는 절대 상을 타지 못 할 거야.”

 

  식사자리에서 누군가가 한 말이었다. 잉그램의 악의에 상처를 받아 한 말이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지휘자와 리허설을 하던 그가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들은 사람이 꽤 있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리허설을 하는 그 방은 방음이 되어 있었다는데 그걸 뚫을 정도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리라.

  다들 지휘자와 합이 잘 맞아 지휘자가 뭐라고 화를 안 냈고 잉그램에게만 그랬기에 다들 합이 안 맞으리라 생각했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대상, 퀸 파비올라 상은,”

 

  하지만 그건 파이널리스트들의 착각이었다.

 

  “에테리오 잉그램 에반스.”

 

  파이널리스트들에겐 이변, 청중들에겐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상을 부를 때부터 파이널리스트들은 이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토요일 제일 마지막 순서, 그가 나타나 활을 켜는 순간. 그 순간부터 파이널리스트 모두 잉그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접어야 했다.

  졌다.

  그리고 파이널리스트들은 전부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지휘자와 싸웠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그의 연주는 지휘자의 오케스트라와 조화로웠고, 또 관객을 압도했다.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엄청난 실력에 모두들 이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라누아 백작 상은, 신주경.”

 

  주경은 그 곳에서 3위인 라누아 백작 상을 받았다. 비록 잉그램의 실력에 미치지 않을 진 몰라도 그녀 또한 이 결승을 위해서 노력했기에 그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상까지 받았는데, 자신을 기억하겠지. 주경은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연습, 리허설 때 자신에게 아는 척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주경 씨, 에반스 씨, 준비해주세요.”

 

  스태프가 대기실의 문을 열어 그렇게 말했다. 그걸 들은 잉그램과 주경은 각자의 바이올린을 들어 스태프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다.

 

  무대에서 잉그램과 주경이 등장했다. 정아는 그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쳤지만 그렇게 호의적인 박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저 여자가 자신의 자리에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꽤 잘 어울리는 것도 같고.

  무대 위엔 다른 악기는 없고 현악과 하프시코드만 있는 조촐한 오케스트라와 잉그램과 주경만이 있었다. 정아는 포스터에 붙여있는 잉그램의 얼굴조차 보기 싫어 무슨 프로그램을 하는지 안 보고 왔는데, 어떤 프로그램인지 감은 잡혔다. 이 정도 구성이라면 분명,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그 정도 될 듯 보였다. 잉그램이 현을 켜며 시작된 주제 또한 그 곡의 주제였다. 하지만 정아는 시작도 전에 프로그램을 맞췄음에도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하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은 대위법을 사용한다. 각 성부가 선율적 독립성을 가지고, 또 여러 성부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결합되고,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세 악장 전부 그런 특성을 가졌다.

  특히 1악장, 비바체에서 두드러지는데 각자의 바이올린이 각각 다른 선율을 내는데도 그것이 조화롭고 또 서로의 주제를 모방하고 따랐다. 그리고 그 둘만이 아니라, 오케스트라까지도 그 주제를 모방함으로서 셋 전부 대화를 하는 듯 보였다. 그걸 뒷받침해주는 하프시코드 또한 인상적이다.

  그렇게 청중 모두가 곡에 빠질 때 쯤, 어느새 1악장이 끝나고 2악장이 시작되었다. 1악장과 달리 천천히 시작되는 2악장에서 둘의 바이올린은 감미롭고 서정적인 연주를 시작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잉그램과 서정적인 멜로디를 내는 주경은 천천히 조화로운 선율을 맞추어갔다. 정아는 그 둘이 따로 리사이틀을 열어도 잘 팔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도 그럴게 그들은 정말 완벽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다들 조용하지만 속으론 감탄하고 있으리라.

  3악장, 1악장과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그들의 실력에 다시 한 번 감동하게 된다. 특히 같은 선율을 동시에 연주할 때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아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연주하고 있었다.

 

  ‘그래도 많이 버겁나보네.’

 

  곡이 끝나가자 여전히 여유로워 보이는 잉그램과 달리 주경은 꽤 벅차 보였다. 하기야 ‘그 잉그램’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겠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는 자유분방함, 그렇기에 그와 조화로워 질려면 자신이 철저히 맞춰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곡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귀가 좋은 평론가가 아닌 이상 겨우 잘 끝난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하겠지. 정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모두가 박수를 치고 있는 와중에 혼자만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정아?”

 

  제시카가 자신을 걱정하며 불렀을 때, 그제야 마지못해 일어나 박수를 쳤다. 정아는 박수를 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잉그램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오기 싫었던 걸지도 모른다. 정아는 박수를 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잉그램은 대기실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직 공연은 끝나지 않았기에 대기실에서 가만히 앉아 대기실 TV로 보이는 바깥 상황만 보고 있었다. 같은 대기실에 주경이 있든 없든 애초에 관심이 가지 않았는지 그녀에게는 말조차 걸지 않았다.

 

  “저기.”

 

  결국 주경이 먼저 잉그램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잉그램은 대답도 하지 않고 TV만 보고 있었다.

 

  “저,”

  “듣고 있으니까 말해.”

 

  잉그램은 시선을 TV에 고정시킨 채 대답했다.

 

  “...저, 기억 안 나시나요?”

 

  주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자신이 한 질문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질문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한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었다. 결국 잉그램은 그 말을 들었고, 곧바로 시선을 주경에게 옮겼다. 둘의 시선이 맞아떨어지면서, 잉그램은 피식 웃었다. 주경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흠칫 놀랐다.

 

  “신주경, 2012년에 본 적 있었지?”

 

  잉그램이 그렇게 말하자 주경은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라고 해주길 바랐던 건가?”

 

  그 말을 들은 주경은 천천히 얼굴이 굳어갔고 오히려 잉그램 쪽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주경이 당황하며 주춤하고 있을 때, 잉그램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경에게 다가갔다.

 

  “방금 들었어, 2012년 콩쿠르 때 같이 있었다고. 하지만 나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말이야.”

 

  잉그램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왜 내가 패배자들까지 일일이 다 기억해야하지? 그리고 그걸 또 굳이 물어보는 넌? 그걸 말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던 너는 대체 뭐지? 괜히 사람 신경 쓰이게 만드는 게 특기인가? 그렇게 바라봐서 사람 기분이 나빠져 공연을 망치면 자기가 다 책임질 셈인가? 아니면서 왜 그러는 거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여자네.”

 

  잉그램은 말을 끝내고 씩 웃어보였다. 하고 싶은 말 다 해서 후련해보였다. 주경은 그런 잉그램을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앞으로 내 신경 건들지 마.”

 

  주경은 자신에게 그렇게 대하는 잉그램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까 대기실에서 말을 걸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잉그램에게 아니꼬웠던 걸까. 예상치 못한 잉그램의 반응에 주경은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잉그램은 그런 주경을 몰라봐주고 그저 헤실 거리며 대기실을 나왔다. 주경만 남은 대기실에는 어느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마친 것인지, TV에서 흘러나오는 박수소리만 가득했다.

  잉그램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어느새 다들 연주를 끝냈는지 오케스트라 대기실에 들어가고 있었고 잉그램은 그걸 보자마자 그 반대방향, 홀로 나가는 길로 갔다. 분명 다들 공연이 끝나 홀에서 자기네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테고, 거기엔 분명 에반스 부부와 서정아가 기다리고 있음이 틀림없을 테니.

 

  “...나왔네요.”

 

  하지만 그 곳엔 서정아가 아닌 김한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한음과 눈이 마주친 잉그램은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자신을 기다릴 거라 예상했던 그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뭐야, 왔네?”

  “오라면서요.”

 

  한음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잉그램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잉그램은 그런 한음에게 별 말 안하고 그저 헤실 거리기만 했다. 한음은 그런 잉그램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잉그램과 조금 떨어져 거리를 뒀다.

 

  “본인 공연 아니니까 꽃은 준비 안 했어요.”

  “매너 없네.”

  “알아요.”

  “그런 매너로 오다니 실망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은 실망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이 남자는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 한음은 당최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애인이 없지.”

  “그 쪽이나 약혼자한테 잘 하시죠?”

 

  한음이 그 말을 하자 웃고 있던 잉그램의 낯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한음은 자신도 모르게 잉그램의 약점을 잡은 것 같아 움찔거렸다. 그러나 이내 다시 잉그램의 얼굴은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고, 한음은 의아해했다.

 

  “나만큼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런 사람이 그 분한테...”

  “거기까지.”

 

  잉그램은 웃는 낯으로 한음이 말하는 것을 막았다. 한음은 그런 잉그램의 말에 다물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표정이 싹 바뀐 잉그램은 목소리를 낮췄다. 아무래도 홀에 사람들이 가득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을까봐 염려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한음은 그런 잉그램을 이해하고는 자신도 목소리를 낮추었다.

 

  “알고 있는 건 별로 없어요. 다만 알고 싶은 거죠. 파혼하길 원하는 거죠?”

 

  한음은 그렇게 말하고 팔짱을 꼈다. 잉그램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에게 이러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접근했나?”

  “처음부터는 아니에요. 다만 필요한 게 있어서 이용할 뿐이에요. 도와줄게요, 나도 도와줘요.”

 

  한음은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말하면서 손짓을 했다. 잉그램을 가리켰다가,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기며 주먹을 쥐고. 잉그램은 그런 손짓을 보다가 한음의 눈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난 그 때와 같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은 눈이었다. 그걸 본 잉그램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이용하려고 한다면, 각오하는 게 좋아.”

  “나도 마찬가지예요.”

 

  한음도 만만치 않았다. 자신을 몰아세우려는 잉그램 앞에 서서 오히려 당당하게 서있었다. 잉그램은 한음의 그런 모습을 보자마자 행여나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볼까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잉그램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잉그램도 꽤 유명하기에 누군가가 알아볼 만했는데도 말이다.

 

  “...나중에 따로 얘기하지?”

  “그럼 나중에 봐요.”

 

  한음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 그대로 홀을 빠져나갔다. 잉그램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갑작스러운 한음의 말에 잉그램은 혼란스러웠다. 잉그램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 가족과 오버그라운드 내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그 비밀을 한음이 알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잉그램은 손으로 얼굴을 비비고 나서야 얼굴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홀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 보러 왔을 터인 에반스 부부와 서정아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잉그램은 객석에서 그들이 있는 걸 봤는데도 말이다.

 

  “...아.”

 

  그렇지만 서정아를 지금 보긴 싫었다. 파혼 얘기가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 지금, 약혼자인 서정아의 얼굴을 본다면 그리 썩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진 않았다. 무엇보다 서정아는 에반스 부부와 함께 올 텐데, 그 앞에서 싸우기라도 하면,

 

  ‘제시카가 날 죽일지도 몰라.’

 

  제시카가 잉그램을 가만두지 않으리란 걸 잉그램은 잘 알고 있었다. 잉그램은 한숨을 푹 쉬면서 볼을 부여잡았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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