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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망상 증후군
작가 : 빅터하이드
작품등록일 : 2020.9.5

잘못된 상상은 때로는 진실을 뒤집기도 한다.
여자로 오해 받는 남성.
남자로 오해받는 여성.
알아주지 않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무서워져 가고
그런 그들 앞에 괴담 '얼굴없는 신데렐라'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얼굴 없는 신데렐라
작성일 : 20-09-10 17:24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5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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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린 한밤중 오전 0시.

 대부분이 잠드는 깊은 밤에 한 여성이 학교 골목길에서 나타난다. 마치 코스튬플레이라도 한 듯, 파란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 다만 그녀의 모습에는 단 하나 이해할 수 없는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얼굴이 없다는 것.

 어둠에 살라 먹은 듯이 시커먼 부분으로 이루어진 얼굴로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그녀. 그 얼굴 없는 여성의 목적은 단 하나.

  자신의 얼굴이 없는 부분을 예쁘게 꾸미고 싶다.

  그래서 그녀는 한밤중에 혼자 돌아다니는 여학생의 얼굴을 노린다.

  손쉽게 예쁜 소녀들의 얼굴가죽을 벗기기 위해, 한 손에는 피로 물든 낫을 들고 소녀들을 덮친다.

 “이 괴담의 이름에 신데렐라가 붙은 이유는 그 특이한 복장도 복장이지만, 밤 12시가 되어야만 나타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더군요.”

 책장에서 등을 보인 채, 나직이 말하는 최교수의 이야기. 마치 차가운 손이 등골을 가볍게 쓰다듬는 기분. 아현은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자신이 숨을 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그걸……?”

 심호흡을 한 다음에 제일 먼저 나온 첫마디는 최교수에게 반문하는 것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어째서 관련 없는 괴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지? 나에 대해서 상담하는게 아니었나?’

 “괴담이라는 건 말입니다. 현실성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반드시 일어날 것 같은 착각을 이야기로 풀어낸 것 뿐입니다. 있을리도 없는데도, 있는 척할 뿐, 사실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최교수는 원하던 것을 찾았는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책 한권을 꺼냈다. 아현은 그게 무엇인가 고개를 빼꼼이 내밀어 봤지만, 등을 돌린 최교수 덕분에 잘 보이진 않았다.

 “제가 이야기한 [얼굴 없는 신데렐라]괴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가 아닌 그저 시신 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습격범이 나왔을 뿐인데, 학생들은 마치 그 괴담이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죠. 범인만 잡으면 아무것도 무서울 것 없는 그저 하나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최교수가 등을 돌린다. 가볍게 들고 부채질 하듯이 흔드는 한권의 얇은 책이 아현의 눈에 띄었다. 파스텔 톤의 알록 달록하고 귀여운 그림체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현은 무심코 그 책의 제목을 읽었다.

 [콩쥐 팥쥐]

  “…아현군은 학생들이 어째서 그 괴담이 실제로 있다는 것처럼 믿을 수 있는 건지 알고 있나요?”

  “아, 아뇨. 글쎄요…….”

  순간적으로 쏘아져오는 질문에, 저도 모르게 얼버무렸다. 최교수는 자리에 다시 앉으며 들고 온 책을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답은 그냥 믿은 것뿐입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관계는 없지요. 흥미나, 또는 공포심 등등 그에 상응할 수 있는 감정선이 생겼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쿡 하고 박힌겁니다.“

  그의 검지 손가락이 자신의 머리를 쿡쿡 누른다. 아현은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무심코 입에 담았다.

  “그렇다면, 그건 그냥 착각아닌가요?”

  최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그저 착각일 뿐이죠. 괴담에서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에, 뇌가 자신을 속인 것 뿐, 실제론 없는데,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중에 커다란 냉동고 안에서 사람이 얼어죽었는데, 사실은 그 냉동고의 전원은 켜지지 않았다거나, 잘라버린 손 또는 발등 등이 가렵거나, 어떠한 감각이 느꼈다거나…….”

  최교수 눈매에 호선이 그려졌다.

  “전부 뇌가 착각함으로서 일어난 현상일 뿐입니다.”

  “뇌가 착각 했다…….”

  아현은 최교수의 말을 입가에 조그맣게 담아보았다.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였을까? 모국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낯설었다.

 “지금 아현군이 그 남학생을 좋아하는 것도 아마 마찬가지일겁니다. 뇌의 착각이 당신이 가진 호감도를 마음대로 조작하고 주물러서 멋대로 좋아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버린거죠.”

  최교수는 손으로 탁자위에 놓인 책을 스윽 밀었다. 아현은 조심스레 책을 받았다.

  “이건…….”

  “제가 내주는 레포트입니다.”

  레포트? 아현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책을 열어보다가 말고 최교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걸 읽고 다음주까지 저에게 팥쥐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써오면 되는 겁니다.”

  팥쥐의 심정? 농담하는 걸까? 영문모를 소리를 하는 최교수의 두 눈은 어째선지 더 없이 진지했다.

  “아현군. 아현군은 제가 볼땐, 건장하고 평범…한 남성입니다.”

 평범이라는 단어를 말 할 때, 잠깐 주저한다. 하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라는 듯 헛기침을 잠깐 한 후,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당신은 단순 뇌의 착시로 인해 남자를 좋아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현군에게 주는 숙제는 착각과 혼란을 바로잡고, 마음의 상처를 메우기에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진지하게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최교수가 아현에게 하는 말에는 묘한 박력이 실려있었다. 거부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말의 힘에 아현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제 상담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죠.”

 “…네, 감사합니다.”

 아현은 책을 챙기면서도 여전히 멍했다.

 ‘진짜로 그게 착각인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그것이 착각이라니,

 내 마음이 만들어낸 상상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은 솔직히 마음 한구석엔 최교수의 말을 신뢰하는 부분도 적지 않아 있었다.

 애초에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진짜로 자신의 감정이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아현은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상담실 문을 열었다.

 그래서였을까? 아현은 최교수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상담실을 떠나갔다.

 “그래도 [얼굴 없는 신데렐라]가 현실에 존재하게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겠지.”

 

 ----------------------

 

 “처음 뵙겠습니다. 전 임수빈이라고 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절도 있는 동작으로 아현을 향해 인사한다. 절로 아현도 수빈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아 예, 전 유아현이라고 합니다.”

 악수를 청하니 수빈이 자연스럽지만, 좀 딱딱하다 싶을 정도의 동작으로 아현의 손을 잡았다.

 어째, 대학생들의 만남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모습이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나영이 못참겠는지 한 마디했다.

 “뭐야. 무슨 영업사원들끼리 인사하는거야? 명함이라도 주고 받지 그래?”

 “흠흠…….”

 아현은 볼을 붉히고 자리에 앉았다. 확실히 좀 딱딱한 감이 있긴 했다. 하지만 어떡하나,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게 어색해 죽겠는데, 나영은 그런 아현을 보더니 피식웃었다.

 “왜? 실제로 보니 잘생겼어?”

 “뭐?”

 아현이 무슨 소리냐는 듯 나영에게 묻는다. 나영은 얼굴 빛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저때 말했었지? 나 한테 굉장히 잘생긴 사촌이 하나 있다고…….”

 ‘아아, 그런 컨셉인가?’

 아현은 그제야 나영이 의도한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수빈…씨 잘생겼네.”

 어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일단 ‘씨.’를 붙여 보았다.

 확실히 잘생기긴 했다.

 전체적인 미형에 다른 남자와는 좀 더 다른 각진 얼굴보다는, 살짝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중성적인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그 모습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무척 많을 거라고 아현은 생각했다.

 그런데 아현이 말하자마자, 어째선지 수빈의 얼굴이 굳었다.

 “전… 제 스스로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딱딱한 말투로 퉁명스럽게 말한다.

 ‘역시 씨를 붙이지 않은 편이 좋았나?’

 저렇게 잘생긴 녀석이 자신의 외모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그 보단, 자신의 말중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좀 더 쉬우리라.

 아현은 ‘씨’말고 뭘 붙여야 좋을 지 고민하며, 입을 열려고 했다.

 “뭐 어때. 그 정도 생겼으면 좋지. 안 그래? 계속 네 외모 폄하하다간, 이 학교 남학생들이 널 죽일려고 그럴걸.”

 신랄한 나영의 말투에 수빈의 얼굴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부정은 않는지 딱히 다른 말은 없었다. 그저 화제를 바꾸고 싶었는지, 문득 나를 눈짓 하며 나영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는 사이야?”

 “응, 부랄친구라고 들어봤어?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 살았던 친구야.”

 어이, 부탁이니 부랄친구라는 단어 좀 그만 써줬음 하는데……. 이런 아현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나영은 씨익 웃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녀석 어릴 때는 말이지. 울보여서 매일 내가 옆에 있지 않으면 하루 종일 울고 그랬어.”

 “내, 내가 언제!!”

 아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시피 할 정도로 크게 소릴 지른다. 하지만 나영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아현의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왜? 너 그런 적 많잖아. 매일 약해 보인다고 남자 답지 못하다고 내 품에 안겨서 질질쨔고 그랬잖아. 안그래?”

 “안 그랬거든! 누가 계집애처럼 질질 쨨다고 그래!”

 아현의 시선이 슬며시 수빈을 훔쳐본다. 수빈에게 부끄러운 과거 이야기를 들키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것도 남자답지 못한것만 골라서,

 하지만 수빈은 그런 것은 크게 게의치 않는 듯했다. 그저 굳은 얼굴로 흐음 거리며 나영을 예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친했나봐?”

 “그러엄. 얘가 울보 왕따라 나 밖에 친구가 없었거든.”

 아현의 화가 부글부글 끓는다. 그렇다고 함부로 화를 내고 싶진 않았다. 딴 건 몰라도 적어도 수빈이 앞에서는 폭력적인 녀석이라고 찍히긴 싫었다.

 ‘하지만 부끄러운 과거를 계속 알려지는 것도 좀…….’

 화제의 전환이 필요했다.

 -얼굴 없는 신데렐라 괴담을 아나?

 문득 최교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혹시… 얼굴 없는 신데렐라라고 알아……?”

 “얼굴 없는 신데렐라?”

 나영이의 얼굴이 궁금증으로 물든다. 워낙 소문에 대해 민감한 녀석이다 보니, 이런 근거 없는 소문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아현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최교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요약해서 들려주었다.

 밤 12시에 여성의 얼굴을 잘라가는 드레스를 입은 한 정신이상자의 이야기.

 호기심 어린 나영의 얼굴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점점 굳어갔다.

 “여자만 골라서 얼굴을 뜯어간다니… 이거 또 여성 혐오 이야기아니야?”

 다 들은 나영이 끔찍하다는 듯이 한마디 한다.

 애초에 이야기에서 나온 괴담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시점에서 조금 엇나간 것 같지만,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라 아현은 일부러 얼버무리듯 말했다.

 “글쎄… 나도 들은 이야기라…….”

 어차피 여기까지만 해도 주제는 쉬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나영이 스스로 상상력을 증폭시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갈 것이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아현의 예상은 수빈의 한마디로 인해 바뀌었다.

 “…이거 내가 어제 습격당한거랑 비슷한 거 같은데?”

 수빈의 시선이 아현에게로 향한다.

 “뭐? 어디서?”

 나영이 튀어오를 듯이 말한다. 수빈은 아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제집으로 가는 길에, 어떤 녀석에게 습격당했었어. 다행이도 이 분이 날 구해줘서 미수로 그치긴 했지만…….”

 아련하게 보이는 수빈의 눈동자. 발그레지는 볼이 눈에 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현은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수빈의 시선을 이기지 못해 피해버려서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나영은 뭔가 고민하더니, 결심했다는 듯이 일어났다.

 “그럼, 우리 거기로 한 번 가보는 거 어때?”

 “어디 가려고?”

 아현이 물었다.

 나영의 얼굴이 체셔고양이처럼 씨익하고 웃는다. 왠지 불안한 느낌. 아현이 나영을 말리려고 했을 때, 나영의 입이 불길한 아현의 예감을 맞추듯 입을 열었다.

 “얼굴 없는 신데렐라가 나오는 곳으로 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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