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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
작가 : 소설판타지
작품등록일 : 2020.8.3

돔 아래 인공태양의 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류, 인공태양이 갑자기 빛을 잃다.
태양이 사라지고, 빛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재난물]

 
episode 1 : 학교(4)
작성일 : 20-09-09 22:36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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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튿날 8시]

 첫날이 지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하늘을 검었고, 빛 하나 들지 않는 교실에서 우리는 눈을 떴다.

 교실은 조용했다.

 친구들은 변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했고, 눈물을 흘렸다.

 아침의 산뜻한 기분 좋음은 어둠 속에서 빛이 바랬고, 칠흑 속의 축축한 공기만이 세상을 지배했다.

 명석이와 나는 선혜 누나와 이슬이와의 약속을 기억해 양호실로 찾아갔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12시]

 태연함을 잃지 않던 친구들마저 이튿날의 오후가 되자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군과 경찰의 구조를 기다렸지만, 그들을 오지 않았다.

 불안감과 함께 허기가 찾아왔다.

 선생님들은 급식소와 매점, 그리고 학교 앞 편의점의 식량을 털었다고 했다. 선생님들은 그것들을 각 학급에 보급했다.

 양은 많지 않았다.

 학생 4명에 빵 한 조각, 과자 두 봉지. 불만과 원성이 터져 나왔지만 우리는 그에 그쳤다. 현실을 알고 있으니까.

 반장과 최미희와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볼 때마다 이를 드러냈고, 여차하면 싸울 듯 주먹을 들었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 부반장과 선생님의 등장은 겨우 그들의 싸움을 말렸다.

 6시가 되자 선생님들은 점심때와 같이 4명당 빵 한 조각과 불린 쌀을 조금 나눠줬다.

 아직 화장실에서 물이 나오는 덕에 물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흗날 9시]

 그리고 시간은 흘러 셋째 날이 되었다.

 여전히 우리는 어둠 속에서 떨고 있었고, 심지어는 환각을 보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교실을 둘러보니 새벽 사이 학교를 탈출한 친구들의 빈자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나마 우리의 눈이 되어주던 교실의 손전등이 빛을 잃었다. 건전지를 갈았지만, 손전등은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남은 불빛은 15대 정도의 휴대전화였다.

 제비뽑기를 통해 우리는 교실을 밝힐 휴대전화를 정했고, 최미희의 휴대폰이 매달려야 했지만, 그녀가 거세게 반대하자 결국 손바닥 크기만 한 작은 손전등을 매달게 되었다.

 교실은 손전등의 바로 아래만 환하게 빛났고, 다른 곳은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학교는 점점 더 조용해졌고,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복도를 감시하는 선생님의 감시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셋째 날도 혹시나 싶어 양호실을 찾아갔지만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사흗날 12시]

 식량이 거의 다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선생님은 교실에 손바닥만 한 빵 4개와 불린 쌀을 조금 가져다주었다. 15명 가까이 되는 우리가 나눠 먹기엔 너무나 작은 양이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의 물로 배를 채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더 예민해졌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큰 비명을 질렀고, 작은 다툼에도 큰 싸움이 벌어졌다.

 

  *

  [사흗날 3시]

 교실을 밝히던 작은 손전등마저 힘을 잃었다.

 교실은 다시 암전에 빠졌다.

 

 “아무것도 안 보여!!!”

 

 최미희가 소리를 질렀다.

 

 “어떡해!!!”

 

 최미희는 공포에 떨며 빠르게 휴대전화 조명을 켰다. 흔들리는 조명이 그녀가 얼마나 공포에 빠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다시 휴대전화 조명이 교실을 밝힌 후에야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게 뭐야…!”

 

 하지만 이내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장이 쾅 책상을 내리치며 버럭 소리쳤다.

 

 “좀 닥쳐봐 씨발!!! 여기 씨발 너만 있냐?”

 

 그가 소리치자 잠시 교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의 목소리도 이전과 비교해서 초조해진 것이 느껴졌다.

 최미희도 그걸 느꼈는지 울먹이며 대들었다.

 

 “너도 씨발 이젠 무섭지?”

  “내가 무섭데? 병신같이 소리치지 말라고 쌍년아!!!”

  “하! 아주 처음엔 유난 떨지 말라고 진짜 개지랄을 떨더니!!!”

 

 최미희는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통쾌하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미희야…! 그만해!”

 

 옆에서 다른 친구들이 그녀를 말렸지만, 최미희는 흥분한 듯 다른 친구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자신을 말린다는 것에 추진력을 받는 듯 더 거세게 밀어 붙었다.

 

 “이젠 너도 알겠지? 이제 절대 태양은 다시 안 밝아진다는 거!”

  “내가 씨발 닥치라고 했지?”

 

 반장은 책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반 전체가 반사적으로 그를 보았다.

 

 “저 새끼들 또 지랄이고.”

 

 명석이는 질린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말에 내가 힘없이 받아쳤다.

 

 “내버려둬. 저게 하루 이틀이냐? 선생님 오겠지.”

 

 학교로 돌아왔을 때부터 두 사람은 틈 만나면 싸워 댔었다.

 그리고 항상 이런 소란이 벌어지면 선생님이 먼저 나타나 그들을 말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선생님이 나타나지 않았다. 부반장이 그들을 말리려 나섰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그는 작아졌다.

 쿠당탕 –

 소리를 쫓아 뒤를 돌아보자 넘어진 의자와 책상들 그리고 넘어진 의자의 다리를 잡은 반장이 보였다.

 

 “야야! 왜 그래!”

 

 부반장이 반장의 팔을 잡았다.

 

 “놔봐 씨발, 도저히 내가 못 참겠다. 저 개 같은 새끼 죽여야 씨발 저 주둥이가 멈추겠지.”

 

 반장은 부반장을 떨쳐내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래 죽여 씨발!!! 나도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거든!!!”

 

 최미희는 온몸을 벌벌 떨면서도 반장을 노려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교실 끝과 끝에 서 있는 두 사람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웅아, 저거 일내겠는데?”

 

 명석이가 내뱉었다.

 콰앙 – 쿠당탕 –

 쇠와 쇠가 부딪히고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최미희가 꺄악 소리를 치더니 말을 이었다.

 

 “저…! 미친 새끼!!!”

 

 반장이 최미희를 향해 의자를 던졌다. 다행히 의자는 벽에 부딪힌 것 같았다.

 최미희도 진짜로 반장이 의자를 던질 줄 몰랐는지 어깨를 움츠리며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장은 옆에 있던 책상을 들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눈빛엔 살기가 돌고 있었다.

 내 입에서 다급하게 소리가 튀어나왔다.

 

 “야…! 야!!! 하지 마!!!”

 

 가만히 놔두다간 진짜 무슨 일이든 날 것 같았다.

 반장이 또 책상을 던지기 전에 명석이와 나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우리를 따라 근처에 있던 다른 친구들 역시 반장을 말렸다.

 반장을 말리려 다섯 명이 그를 잡았다.

 

 “놔!!! 씨발!!!”

 

 다섯 명이나 반장을 제압하려 하는데도 그는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그의 팔을 잡은 내 손이 저릿했다.

 온몸이 완전 돌덩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운동을 씨발 얼마나 한 거야!!!”

 

 명석이가 필사적으로 반장을 막으며 소리쳤다.

 반장은 달라붙은 다섯을 직접 하나하나 손으로 떼어내곤 책상을 두 손으로 잡더니 그대로 내던졌다.

 둔탁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최미희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렸다.

 

 “까아악!!!”

 

 던져진 책상이 최미희의 몸에 맞고 다른 책상에 부딪혀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책상은 최미희의 어깨를 스친 것 같았다.

 그녀는 어깨를 움켜잡고 있었다.

 

 “미친 새끼야!!!”

 

 보통 저쯤 되면 무서워서라도 그만둘 법도 한데 최미희는 오히려 더 세게 욕을 내뱉었다.

 

 “너희 지금 제정신 아닌 거 알겠으니까 그만해…!”

 

 부반장이 나섰지만, 여전히 그의 말은 무시당했다.

 최미희는 눈을 뒤집은 채 손에 닿는 것들을 모조리 반장에게 던졌다.

 필통, 지우개, 책, 방석.

 교실은 난장판이 되고 있었다.

 반장 역시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진 않았다. 그는 날아오는 것들을 몸으로 막아내며 성큼성큼 최미희에게 다가갔다.

 최미희는 그가 다가올수록 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물건을 던졌다. 이윽고 던질 물건이 다 사라지자 결국 근처에 있던 커터칼을 집었다.

 

 “끝났냐? 병신아?”

 

 반장의 위협에 내가 더 무서울 정도였다.

 어떻게든 두 사람을 말려야 했다.

 

 “반장!!! 하지 마!!! 왜 그래!!! 최미희 너도 그만해!!!”

 

 반장을 말리며 내뱉은 내 말은 허공에서 사라진 듯 반장은 날 밀쳐내고 최미희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반장은 엉덩방아를 찧은 채 넘어진 날 지나쳤다.

 

 “오지 마…!!! 더 가까이 오면 찌를 거야!!!”

 

 친구들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불빛은 스포트라이트 마냥 두 사람을 비췄다.

 웅성대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소리를 듣고 몰려든 다른 반 친구들이 보였다.

 이렇게나 시끄러운데 제재하는 선생님이 없는 걸 봐선 지금 이 층에 선생님은 없는 듯했다.

 

 “여자라고 봐주니까 그냥 씨발 내가 우습지?”

 

 반장의 말에 살기가 어려 있었다. 그를 말리던 친구들은 되려 무섭다는 얼굴로 그에게서 손을 놓았다.

 

 “뭐하노 미친 것들아!!! 안 말리고!!!”

 

 명석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반장은 옆에 보이는 두꺼운 교재를 손에 들었다.

 

 “무슨 일이야!!!”

 

 귀에 익숙한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목소리가 천군만마보다 든든했다.

 문 쪽으로 휴대전화 불빛을 옮기니 거침 숨을 내뱉으며 숨을 고르는 윤기현 선생님이 보였다. 항상 무섭기만 한 수학 선생님이었지만 너무나 반가웠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잠시 보이지 않던 부반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스…!!!”

 

 부반장에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부반장은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하는 거야 너희!!!”

 

 윤기현 선생님이 호흡을 진정시키곤 소리치더니 교실로 발을 들였다.

 동시에 쇠붙이의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렸다.

 

 “아…!!!”

 

 고개를 돌려 소리를 쫓으니 그 끝엔 불빛 아래 얼굴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반장이 서 있었고, 그 앞엔 피 묻은 커터칼을 떨어뜨리는 최미희가 보였다.

 

 “내…내가 그래서 가까이 오지 말랬잖아!!!

 

 최미희는 되려 역정을 내더니 반장의 얼굴을 보곤 자신이 한 짓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스르륵 주저앉았다.

 

 “야 이 미친 새끼들아…!”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히익…!!!”

 

 윤기현 선생님이 경악하며 숨죽인 비명을 질렀다. 그리곤 서둘러 반장에게 달려갔다.

 

 “너 미쳤어!? 뭐하는 거야!!!”

 

 윤기현 선생님이 반쯤 실성한 듯 떨고 있는 최미희를 보았다.

 반장의 왼쪽 뺨에 비스듬히 생긴 균열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아니… 전…! 이럴 생각은…!”

 

 최미희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반장을 보며 더듬거렸다.

 

 “쟤가…! 쟤가…!!! 위협하니까 그런 거잖아요…!!!”

 

 그리고는 반장을 탓했다.

 반장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이를 빠득 갈았다.

 

 “나와 봐.”

 

 반장의 목소리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그는 더 이상 욕도 내뱉지 않았다. 진짜 눈앞에 있는 여자를 죽이겠다는 얼굴이었다.

 어떻게든 반장을 말려야 했다.

 

 “반장아…! 일단 지혈부터…!”

 

 윤기현 선생님이 반장의 앞을 막았다.

 

 “지혈 안 해도 되니까 잠깐만요. 그냥 얘기만 할게요.”

 

 침착한 그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무서웠다.

 

 “반장 일단…!!! 지혈부터…!”

 

 반장은 선생님을 밀쳤다. 그녀의 왜소한 체구가 바람에 날리듯 풀썩 넘어졌다.

 

 “서…선생님…!!!”

 

 최미희의 단말마 같은 소리로 말했다.

 반장은 손에 든 두꺼운 교재를 하늘 높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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