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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6)
작성일 : 16-10-22 23:28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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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그러니까, 조안나씨가 먼저 머리채를 잡혔다는 거죠?”

 “네, 그렇다니까요?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에리카는 성심성의껏 그녀가 봤던 것들을 경찰에게 진술하고 있었다. 진상 고객-경찰서 신상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이름은 이지연이었다.-이 강렬한 눈빛으로 째려봄에도 에리카는 절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뭘 꼬라보냐는 눈빛으로 진상 고객을 향해 레이저를 쏘기도 했다. 눈이 마주쳤을 때, 기가 죽어 눈을 피하는 진상 고객을 보자니 더 기분이 나빠졌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사람이라니. 전형적인 찌질이다.

 

 “음, 에리카씨 말이 맞습니다. 자세한 것은 저희 카페 cctv에도 전부 담겼을 거예요.”

 “아, 그렇겠군요. cctv화면 협조요청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다소 답답하게 굴던 진하도 경찰서에서는 곧잘 말했다. 진상 고객을 엿 먹이기 위해서 세 여자가 의기투합을 한 것 같았다. 네 명의 여자, 그 중 세 명은 한 편이었다. 진상 몬스터를 물리치기 위해서 정의로운 세 사람이 뭉친 것이다.

 

 “아… 제가 다 잘못했으니까 우리 더 이러지 말고 합의를 해요.”

 “합의요? 먼저 때려놓고 합의하자고요? 난 안 해요.”

 

 조안나는 단호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머리채를 휘어 잡힌 것으로 모자라 제대로 뜯겼기 때문이다. 아마 이전의 단정한 머리는 현실로 돌아가도 돌아오지 않겠지. 그것이 리얼북의 위험한 요소이니 말이다.

 

 리얼북 내에서 칼에 찔리거나 약을 잘못 먹거나 체하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현실에도 연계된다. 위험한 소설들의 경우는 키퍼들도 다쳐서 돌아오는 경우가 왕왕 있기도 하다. 머리만 뜯긴 게 다행인가? 얼굴에는 상처 없는 것 맞지? 에리카는 슬쩍 조안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얼굴은 다치지 않은 것 같다.

 

 “그쪽도 갑자기 나서서 저 모욕 줬잖아요!”

 “아줌마가 이 점원언니한테 준 모욕은 생각 안 해요?”

 “헐? 왜 쟤는 언니고 나는 아줌마야?”

 “생긴 게 그래요.”

 

 에리카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가까스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 조안나. 그대는 내 인생의 톡톡 쏘는 콜라 한 잔이 될 것 같다. 여전히 시원시원했다. 조안나의 말 한마디가 기쁨이 되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 같았다.

 

 아, 이러면 안 되지. 나는 스토리를 바로 잡기 위해 온 키퍼인데 말이다.

 

 “하아, 아저씨들. 이거 보셨죠? 이렇다니까요? 모욕을 준다고요.”

 “아니, 상식 없는 사람이니까 그렇죠. 하루 지난 영수증을 가지고 와서, 커피 안 마셨으니 환불해달라는 말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나요?”

 

 경찰은 진상 고객을 보며 정색했다. 그 또한 이제 진상 고객의 편을 들어줄 마음은 없을 것이다.

 

 “맛없어서 버린 것도 아가씨 선택입니다. 버린다는 선택을 했으면 돈도 버렸다는 생각을 해야죠. 공밥 그렇게 좋아하면 대머리됩니다.”

 “아저씨!!”

 

 결국 에리카는 웃음을 터트렸다. 진하 역시 고개를 숙인 채 큭큭 소리를 죽여 웃고 있었다. 조안나는 손거울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후 이를 벅벅 갈았다.

 

 “아줌마, 소리만 지르지 말고. 내 머리카락 어떻게 할 건데. 나 숱도 없고 얇은 머리라서 이렇게 기르는 거 힘들단 말이에요.”

 

 진상 고객의 두 눈이 얕게 흔들렸다. 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동공지진인가. 보통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몰리게 되면 불쌍하다고 느낄 만도 한데, 그런데 이 사람은 전혀 불쌍하지가 않았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순간 오르는 분을 해소하지 못하고 소리만 박박 질러대다가 합의를 해 달라고 빌기를 반복하며 미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결국 진상고객은 조안나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빈 끝에 합의를 할 수 있었다.

 

 

 

 

 

 “두 분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뭘, 오히려 제가 나서는 바람에 일이 커져서 경찰서까지 다녀오게 되었잖아요.”

 “그래도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마음 속 체증이 내려간 것 같았어요. 참기만 했거든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고객은 갑이고 저는 을이니까요.”

 

 진하는 답답한 캐릭터였다. 만약 이런 캐릭터가 한국의 전형적 인간상을 표방한다면 정말이지 멘붕일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가.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는 또 어떻게 풀어야 하는데. 말 안하고 살다가 숨 막혀서 죽을 것만 같다. 에리카는 순간 올라오는 답답함에 가슴이 아팠다.

 

 “이 나라는 원래 이렇게 비상식적인 상황이 잘 일어나나요? 제가 잠깐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이 여자가 유독 심했을 뿐이었지, 그 전 손님도 이상했어요. 얼음 지가 그만큼 달라면서 나중에는 아니라고 하고. 밀봉되어 나오는 베이글 내용물이 어떤지 점원이 어떻게 알아. 만드는 거면 몰라도. 그렇지 않아요?”

 

 에리카는 자신을 향해 동의를 구하는 조안나의 말에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에리카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은 알죠. 하지만 여기서 고객은 왕이니까요. 을의 밑바닥인 저는 그런 왕에게 대들 수도, 잘못되었다고 항의할 수도 없죠.”

 “고객이 왜 왕인데요?”

 

 에리카는 저도 모르게 속에 있던 말을 뱉었다. 고객 또한 재화든 서비스든 필요해서 찾는 것이 아닌가.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대한 서비스만 받는 것이다.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면 진상이지.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다른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서비스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예? 당연히 고객님은 저희 가게에 와서 금액을 지불하고 음료나 디저트를 사 드시니까.”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돈 내고 먹을 것만 먹고 가면 그만이에요. 왜 시녀를 두듯 행동하는 거냐고요.”

 “그게…….”

 

 진하는 대답하지 못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 사실은 상식적인 내용이 없었고 맥락도 없었으니 말이다. 고객이 직접적으로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딱 음식 값만 지불하고 가는데. 생각해보니 그랬다. 대체 무엇 때문에 고객은 왕인 것일까?

 

 “고객이나 당신이나. 둘 다 동등한 입장이에요. 누구 하나가 더 월등한 지위에 있는 갑이 될 순 없어요. 음식 자체에 엄청난 결함이 있는 게 아닌 이상은,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을 부리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요.”

 “맞아요! 그러니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바로 알려줘야 해요. 그래야 오늘처럼 이상한 짓 하는 사람이 생기질 않죠.”

 

 에리카와 조안나는 어느 순간 협심해서 진하를 설득하고 있었다. 딱 박힌 을의 사고를 완벽하게 바꿔줘야 했다. 당신은 갑도, 을도 아니다. 평범한 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지위와 권리를 가지고 있다. 부당한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 아하하.”

 

 진하는 혼란스러웠다. 갑작스럽게 제 삶에 등장한 두 명의 외국인이 외국인 마인드를 마음껏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고 살아야 한다는 두 외국인의 말에 진하는 묘하게 설득되는 것을 느꼈다.

 

 입사 후 교육을 받을 때 교육에서 강조했던 것은 첫째도 친절, 둘째도 친절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버티고 웃는 것을 연습했고, 최종 테스트때는 정말 모욕적인 말을 가상의 상황에서 듣기도 했다.

 

 ‘OO대 다니면서 이런 알바를 해? 와 그 대학도 한 물 갔네. 거기 나와도 이렇게 능력 없어서 카페 일이나 하잖아.’

 

 인간의 밑바닥,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후비는 기분이었다. 그것을 최종 테스트랍시고 내놓은 교육이었다. 그랬으니 어지간한 진상에는 입을 다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왜 일을 하면서 일 외의 다른 이유로 평가를 받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진하는 그녀가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취업을 해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그것들을 보지 못했다. 개인이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직장,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직장. 그런 직장에 가고 싶었다. 여자여서 차별받거나, 나이 때문에 무시 받는 곳이 아닌, 모두에게 평등하고 합리적인 직장을 찾았었다.

 

 그러나 그런 신의 직장은 진하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진하는 어쩔 수 없이 지금 근무하는 카페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 직장은 그녀가 원했던 직장과는 정 반대의 위치에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끼리는 존중한다고 하지만 손님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카페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쉽게 보고 낮게 보았다. 그러는 지들은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대한민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내심 쉬운 일과 어려운 일, 하찮은 일과 대단한 일, 더러운 일과 고급진 일을 구분한다. 그 기준은 직업에 대한 인식의 차별로 발전하고, 그 차별이 발전되면 그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무시하는 행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요샌 ‘사’자가 들어간 직업들도 고객님들 앞에서는 벌벌 떨게 된다고 하니 말 다 했다. 이미 이 나라에서 고객이라는 위치는 높고 높은 하늘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 하늘을 한 번 무너뜨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대체 왜 갑과 을이 있으며 고객은 무조건 왕인지, 그런 말들을 하는 두 외국인이 진하의 마음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진하는 혼돈 속에서 그녀가 하고 싶은 딱 한 마디를 골랐다.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를 좀 도와주세요! 저는 평범한 을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래, 을로 사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갑에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을이 되고 싶다. 각종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상황에서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진상 고객에게 ‘너는 진상이니 내 앞에서 꺼져버려!’ 라고 겁 없이 내지르고 싶다.

 

 “호오. 뭔가 캐릭터가 시원스러워지는데?”

 

 에리카는 이 상황이 스토리를 파괴하는 주요 장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답답한 가슴을 뚫어 내리는 시원함에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는 욕심을 냈다. 어차피 헤롤드에게서는 전언도 없고,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방향을 알지 못하는 이상 지켜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잘 됐네요. 저는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요. 참고 살면 병이 되거든요. 언니 그렇게 계속 참고 살면 일찍 죽어요. 그러니까 시원하게 다 말하면서 살아요.”

 

 조안나는 이미 진하의 두 손을 꽉 붙잡고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미 로맨스에서는 완전 물 건너가 버렸다. 을의 연애는 을의 반란으로 제목부터 바뀔 지경이었다. 장르는 아무래도 로맨스에서 일상 판타지가 될 것 같다.

 

 남주는 어디로 갔나. 이제 진하의 단짝은 조안나가 되겠지? 주요 내용은 진상 고객에게 복수하는 카페 종업원이 될 것이다.

 

 로맨스를 읽기는 하지만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에리카의 입장에서는 이 스토리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 더 재밌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그 상황을 기대하며 에리카가 미소 지을 때였다. 귓전을 따갑게 울리는 무전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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