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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묘진이
작가 : TS사가
작품등록일 : 2020.9.7

"날 영원히 미워할 거라고 약속해줘."
"착각하지 마. 난 널 미워하지 않아, 증오해."
"영원히?"
"영원히."

 
고양이의 그림자(3)
작성일 : 20-09-09 13:17     조회 : 274     추천 : 1     분량 : 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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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난 본능적으로 그 물컹거리는 물체로부터 발을 들어 올렸고 덕분에 뒤로 크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대표님!!”

 

 놀란 임 주임이 날 부르며 다가올 때 난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빙그르르 돌던 핸드폰 조명에 순간적으로 반짝거리던 어둠 속 두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쥐를 본 건 처음이었다.

 

 녀석은 마치 날 저주하듯이 사납게 노려봤다. 핸드폰 조명이 하늘로 향하자 녀석은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괜찮으십니까?”

 

 임 주임의 팔을 잡고 일어선 난 그제야 엉덩이의 욱신거림이 느껴졌다. 중앙을 향해 튀어나온 골조 프레임에 부딪힌 것 같았다.

 

 찢어진 양복바지 안으로 살짝 출혈이 느껴졌다.

 

 “후, 일단 나갑시다.”

 “네.”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난 잔뜩 주눅이 들어 경직돼있는 임 주임을 향해 물었다.

 

 “지금까지 이 정도 사고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그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원단 관리는 모두 한 주임이 도맡아서 하고 있었거든요.”

 

 그의 말에 난 바로 한소리를 하려다 말고 엉덩이 상처를 만지며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나간 한상훈 주임의 얼굴을 떠올렸다. 붙임성도 없고 어딘지 항상 어눌한 분위기가 잔뜩 느껴지던 남자.

 

 “그 친구 그때 왜 그만둔다고 했었죠?”

 “아, 그게… 저도 내막을 정확히는 잘 모르는데 그게 아마… 그전에 한 주임이 키우던 고양이가 있었는데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었어요.”

 “고양이요?”

 “네. 항상 차에도 태우고 다니며 자식처럼 데리고 다니던 고양이가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그런 일로 회사를 그만둡니까.”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운전 중인 임 주임을 죄인이라도 되는 양 매섭게 쏘아봤다.

 

 “그게… 자세한 내막은 저도 잘…. 제가 기억나는 건 비가 억수로 많이 오던 날 한 주임이 그 죽은 고양이 사체를 품에 안고 회사로 들어오려고 했던 거에요. 마침 퇴근 중이던 여직원들 그 모습에 기겁하며 난리가 났었어요. 부장님도 역정 내시고.”

 “…흠.”

 “아마 부장님한테 물어보시면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았어요. 후, 근데 그 후 한 주임한테 연락해 본 적은 있나요?”

 “…아뇨.”

 “온 적도 없고?”

 “네.”

 

 난 고개를 돌려 스타렉스 창밖으로 향했다. 방금까지 맑았던 하늘은 어느새 먹구름이 끼어 천천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잠깐 내릴 소나기처럼 보였지만, 엉덩이 상처와 함께 왠지 내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난 임 주임에게 원단 창고 누수공사부터 시작하고 다른 원단 창고 상태도 파악 후, 단기 일손을 사서라도 모두 예전처럼 최상의 상태로 되돌려놓으라고 지시했다.

 

 “저기, 그럼. 직원을 한 명 구하면 안 될까요? 원단 쪽으로 빠삭한 친구가 하나 있는데.”

 “아니, 그건 일단 보류해봐요.”

 “…네.”

 

 인건비가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왠지 한 주임을 다시 찾아보고 싶어서였다.

 

 한 주임도 어머니 손을 탄 사람이었다. 그가 그만둔다고 했을 때 잡으려고 했었지만, 당시 어떤 사정으로 그에게 미처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 바닥에선 돈보다 더 우선시 되는 게 사람이다. 어머니가 내 귀에 못이 박이도록 하셨던 말씀이다. 사람 하나 잘 쓰면 생각지도 못한 운이 트여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잘못 쓰면…, 끔찍한 사달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그만큼 사람과의 인연은 소중하다.

 

 “암튼 임 주임님은 경비 걱정하지 말고 이번 가을 시즌 끝나기 전에 원단 창고에 상주해서라도 예전 상태로 만들어 놓으세요. 김 비서한테도 따로 말해놓을 테니까. 그리고 사람 문제는 곧 결정해서 알려드릴게요.”

 “네, 대표님.”

 

 회사로 돌아왔을 땐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덕분에 찢어진 바지를 신경 쓰지 않고 대표실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양복바지 엉덩이 부분이 찢어진 것도 문제지만, 속옷과 함께 피가 상당히 묻어있었다.

 샘플실에 있는 거울을 가져와 엉덩이 상처를 살펴보려 했으나 각도가 어려워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출혈도 멈추고 통증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휴지로 대충 닦고 출장용으로 준비돼있는 여분의 옷들로 갈아입고 나서 디자이너들이 책상에 올려놓은 작업지시서들과 결제 서류들을 훑어보고 있을 때쯤 아내 유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매니저 효선이와 회사 근처 카페에 있다고 했다. 피곤했지만 배도 고프고 아내의 밝고 예쁜 얼굴을 마주하면 힘이 날 것 같아 유라에게 가기로 했다.

 

 사무실을 나오는 길에 식사를 마치고 오는 김 비서를 보고 혹시 부장님 들어오시면 연락 달라고 한 후, 그대로 회사를 빠져나왔다.

 

 갈아입은 체크무늬 재킷과 청바지로 인해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얼마 걷지 않아 대로변 아내가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아내와 효선이가 날 반갑게 맞이했다.

 

 “간만이네, 효선이.”

 “네, 대표님.”

 “근데 자기야, 오늘 이렇게 입고 나왔어?”

 “아니. 양복 입고 나왔는데 일하다가 바지가 좀 상했어.”

 “당신, 설마 아직도 현장 일해? 아니 직원이 몇 명인데. 도대체 왜 그래?”

 

 유라는 내가 여느 직원들처럼 막일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을 바로 후회했다.

 

 “그게 아니라…, 창고에 일이 있어 잠시 갔다가. 뭐에 부딪혔어. 별일 아니야. …그나저나, 나 배고파. 밥 시켰어?”

 “응, 간단한 거 먹는다고 해서 파스타 하나 시켰어.”

 “당신하고 효선이는?”

 “우린 아까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나왔지. 근데 진짜 내가 하지 말라는 건 좀 하지 마.”

 “알았어.”

 

 잠시 후, 난 따듯하고 달콤한 파스타를 포크로 집어 한 움큼 입에 넣어 씹으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아내 유라를 살폈다.

 

 묘진이 일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한데… 효선이도 있고 왠지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식사를 끝마치는 데 집중했다.

 

 “드라마 대본 연습은 언제 시작해?”

 “그게 아마 다음 주 수요일? 맞지? 효선아.”

 “네, 맞아요. 수요일 오전 그 스케쥴 용범 씨 일정에 맞춘 걸 거예요.”

 “용범이라면 그 주연 남자 배우?”

 “네.”

 “그 친구 인기 어마어마하잖아. 이미지도 좋고.”

 “이미지가 좋으면 뭐해. 성격이 개 같은데. 자긴 아내가 배우여도 이 바닥 진짜 몰라?”

 “그래? 그렇게 안 보이던데…. 아, 맞다. 나 당신한테 부탁할 거 있었는데.”

 “부탁? 응, 나도 있는데. 자기가 먼저 말해.”

 

 아내는 얼굴 반을 가리고 있던 커다란 선글라스를 손가락으로 끌어내리곤 깍지에 턱을 괸 채 내 쪽으로 잔뜩 몸을 기울여 깊고 커다란 눈망울로 날 쳐다봤다.

 

 “당신도 있다고?”

 “응, 일단 자기 먼저 얘기해.”

 

 그때 눈치 빠른 효선이가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일단 묘진이 일은 접어두고 아내에게 부장님 딸 수진이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는 거부감없이 친한 피디에게 바로 얘기해서 자리 마련해 보겠다고 했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곧 자신의 얘기를 시작했다.

 

 “뭐? 여행 갈 때 묘진이를 두고 가자고?”

 “응, 모처럼 몇 년 만에 둘이 오붓하게 해외 나가는 건데, 효선이도 없고 아주머니도 없는데 나 혼자 묘진이를 어떻게 챙겨.”

 “아니 나랑 같이 챙기면 되지. 그리고 묘진이가 무슨 짐이야? 우리 딸이야. 우리 딸.”

 “알아. 누가 뭐래.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참, 근데 자기 왜 이렇게 화를 내? 사람 무안하게.”

 

 아내 유라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오늘은 왠지 아내의 모습이 목구멍에 단단한 뭔가가 걸린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

 

 결국, 참지 못한 난 아내에게 한소리를 하려고 했는데 그때, 효선이가 오는 바람에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언니, 상암동 스튜디오에서 연락 왔어요. 지금 출발해야 할 것 같아요.”

 “상암동은 왜?”

 “아, 대표님 저희 오늘 쇼핑몰 촬영이 있어서요.”

 “그래? 그럼. 나도 회사로 가볼게. 아까 그건 집에 가서 얘기하자.”

 “…….”

 

 아내는 대답도 없이 화난 얼굴로 효선이가 짐을 챙기는 사이 먼저 카페 밖으로 나가버렸다.

 

 카운터로 가서 계산 후, 그런 아내를 배웅이라도 해주려고 유라를 쫓아 나가려는데 마침 김 부장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 부장님.”

 

 부장님의 전화를 받으면서 투명 유리벽 밖으로 효선이가 낑낑거리며 차에 짐을 싣는 모습과 뒷좌석에 앉아있는 아내 유라의 모습을 바라봤다.

 

 곧 유라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난 부장님과의 통화에 집중했다.

 

 “주변이 시끄럽네요. 공장에 계세요?”

 “네, 대표님. 4층에 있습니다.”

 “아, 그럼 제가 그리 갈게요.”

 “네.”

 

 부장님은 4층과 5층에 있는 우리 아이리스 직영공장들을 도맡아 관리했다. 그는 패턴에 재단 기술까지 아마 국내에선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실력자이기도 하다.

 

 한데, 회사로 들어가는 길에 엉덩이 통증이 다시 느껴졌다. 방금 일로 스트레스가 올라와서일까. 아까와는 다르게 걷는데 지장이 느껴질 정도로 화끈거렸다.

 

 난 부장님과 김 비서에게 다시 전화해 양해를 구한 후, 근처 병원에 들렀다.

 

 “근데 철골에 부딪히신 거 맞아요?”

 “네, 뾰족한 골조에 강하게 부딪혔어요.”

 

 엉덩이 상처를 살펴보던 젊은 여의사는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더니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거울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곤 내게 거울에 비친 상처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이 갖는 의문을 이해시켰다.

 

 거울 속 상처는 찰과상 같은 게 아니었다.

 

 알코올 소독솜으로 깨끗이 닦여진 엉덩이 아래쪽 피부엔 마치 무언가에 물린듯한 모습의 선명한 이빨 자국이 생겨 있었다.

 

 “그게 뭐죠?”

 

 놀란 난 오히려 의사에게 되물었다.

 

 “저도 모르죠. 무언가에 물리신 거 같은데요?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아닌데. 쥐를 보고 놀라긴 했는데.”

 “흠, 혹시 모르니까 피검사 좀 할게요. 그리고 파상풍 주사랑 항생제 좀 맞고 가세요.”

 “…네. 그렇게 하죠.”

 

 영문을 모를 일이었지만, 혹시 몰라서 난 의사가 하라는 대로 따랐다.

 

 약국을 들러 처방전으로 받은 약을 먹고 나오니 통증이 곧바로 사라졌다. 대신 머리에 안개가 낀듯한 막막한 느낌이 생겼다.

 

 좀 강하게 처방해준다고 한 진통제 때문인 것 같았다.

 

 약간 몽롱한 기분에 회사로 돌아와 4층 공장으로 올라갔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오랜만에요.”

 “네, 수고하십니다.”

 

 마침, 쉬는 시간인지 공장의 객공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옥상 휴게실로 향하는 모양이었다.

 

 난 부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패턴을 보고 있는 부장님과 마주했다.

 

 “그러니까 대표님 말씀은 한상훈이를 다시 쓰자고요?”

 “네, 뭐 문제 되는 게 있습니까?”

 “흠, 그야 뭐 …저는 괜찮지만, 그 친구가 대표님을 좀 안 좋게 생각해서요. 그 얘기 정말 모르고 계셨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 저번 장마 때 비가 유독 많이 오던 날, 대표님 차에 그 친구 고양이가 치여 죽었는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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