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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작가 : 벨라쿠
작품등록일 : 2020.9.8

세기의 로맨스,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불리우던 나의 결혼식.

운명같은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놈.

모든게 완벽 할 줄 알았던 그 날 밤. 그 놈의 본색을 알아버렸다.

사랑에 속고, 현실에 아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지 몇 일째.

잠들기 위해 먹은 몇 알의 수면제로 내가 이렇게 죽었다고?

저승의 문턱에서 만난 저승사자와 삼신은 이런 일들이 모두 실수에서 비롯됬다며 사과를 하는데......

그럼 나 돌아갈래!!! 그 나쁜 놈이 나를 아프게 한 만큼 꼭 아파하는 꼴을 봐야겠어!!!!

우리집 가훈이 받은 만큼 돌려준다야!!!!

복수란 이름으로 죽음에서 다시 돌아온 그녀.
사랑에 배신 당한 여자의 깜찍하고 당당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후회남주따윈키우지않음 #여주성장드라마 #멋진남주 #회귀

 
3화 Come Back Home
작성일 : 20-09-09 00:45     조회 : 251     추천 : 2     분량 : 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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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아악!!!!”

 

  감긴 두 눈 사이로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허공을 떠돌던 그녀의 의식이 어딘가에 내려 앉는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서서히 감각이 하나 둘씩 선명히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 것은 흡사 오랫동안 그리워 했던 품에 살포시 안기는 느낌이였다. 온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훈훈한 열기와 함께 그녀는 자신의 감각과 영혼이 하나 둘씩 연결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따스한 느낌들은 말하지 않아도 그녀가 올바른 장소에 도착 했다고 깨닫게 해주었다. 잊어버렸던 그리웠던 그 만의 온기를 느끼기도 전에, 그녀의 감각을 날카롭게 일깨운 첫 감각은 입술에서 느껴지는 물컹하고 축축한 느낌이였다.

 

  이 기분 좋은 따스한 온기를 더 느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알수 없는 기분 나쁜 감각이 가져다 주는 불길한 느낌에 애써 몽롱한 기분을 떨구며 환희는 살며시 눈을 떴다. 아직은 초점이 잘 안 맞아 흐린 시야 속에 어디선가 익숙한 실루엣이 더운 숨을 내뿜으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황급히 자신의 시야에 가까워진 그를 밀어내고 나니, 꿈에서도 보고 싶지 않았지만, 꼭 다시 봐야 하는 그 자식의 얼굴이 미련이 뚝뚝 흐르는 얼굴로 그녀의 얼굴에서 멀어졌다.

 

  “환희씨. 처음이였나….. 내가 성급한 마음에, 먼저 행동으로 나서서 미안해요.”

 

  수줍은 듯 미소 짓는 얼굴과 자상한 미소까지. 그녀가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박제 해놓은 듯한 그가 눈 앞에 있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결국은 성공했나…….그럼 여긴……’

 

  한 껏 들떠하는 듯한 그의 제스처와 달리, 환희의 머리 속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삼신과 교섭을 끝내고 다시 돌아오기 위해 수많은 윤회의 갈림길에서 돌아 나와 이 나쁜 놈의 얼굴을 다시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생각하자, 그녀의 얼굴은 감출 수 없는 분노로 딱딱하게 굳었다.

 

  “환희씨. 왜 그래요? 내가 너무 급했나요?”

 

  환희의 얼어붙은 얼굴을 살피며, 재촉하는 듯이 그녀의 기분을 살피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헛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이리도 비굴한 모습으로 나를 상대했던 것을 모르고 그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여겨졌는데, 이제는 그의 모습만 봐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과거에 대한 감상에 젖기전에 그녀는 지금이 어떤 시점인지 어느 곳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그의 옷 차림과 멀리 보이는 한강의 야경. 그리고 자신에게 아직 존대말을 쓰는 그의 모습에서 어렵지 않게 자신과 그가 첫데이트를 하던 그 날 임을 유추 할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벗어나지?’

 

  환희는 자신이 돌아온 시점까지 파악을 끝내고 나자,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다.

  분명 복수를 다짐하고 저승에서 이승까지 달려왔건만, 이렇게 계획에 없이 그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똑.똑.똑”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그의 행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 할 무렵, 참 타이밍 좋게 그와 단둘이 있던 차의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울렸다. 지난 기억과는 또 다른 상황이지만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누구야?”

 

  환희에게 집중하던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 짜증이 깊게 서렸다. 그와 별개로 환희는 이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몹시 달가웠고, 창 밖에 서 있는 남자를 확인 하자마자 미소가 얼굴에 드리워졌다.

 

  “아가씨. 아버님께서 늦은 귀가에 걱정하고 계십니다.”

 

  “이런……. 준서씨, 아버지께서 저를 기다리고 있으신 모양이예요.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이만 일어날께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회장님께서 많이 걱정하실 테니 어서 가보세요. 저의 마음이 환희씨에게 전해지기에 부족한 시간이였지만, 부디 환희씨를 향한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오늘 제가 성급하게 행동한 것도, 환희씨를 향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행동한 것이니, 이해해주세요.”

 

  그의 기름칠을 한 듯한 반지르르한 말과, 대한민국 넘버원이라는 그의 미소를 보며, 그녀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가까스로 웃는 표정을 유지 한 그녀는 작별의 인사를 건네며 차 문을 열었다.

 

  “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이만……. 조심히 밤길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환희씨, 언제고 저는 기다리고 있을 테니, 연락주세요.”

 

  그녀가 도망치듯이 차에서 내려서자, 든든하게 에스코트 하는 손이 휘청거리는 그녀를 받쳐주었다.

 간신히 균형을 잡고 일어선 그녀는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의 주인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저승사자님, 굿 타이밍이네요. 저 제대로 온 거 맞죠?”

 

  “좀 오래 걸리시긴 했지만, 원하시던 곳으로...... 적절한 타이밍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오셨네요.”

 

  그녀의 속삭임에 조용하지만 반갑게 대답한 그는, 흔들리는 그녀의 몸을 단단히 지탱하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걸어가는 동안 환희는 그 놈의 입술이 닿았던 입술을 립스틱이 번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손등으로 박박 닦아내며 저승사자를 향해 이야기를 건넸다.

 

  “제가 제대로 온 것이라면, 이제는 즐겁고 잔혹한 복수의 시간이 시작될거예요. 사자님.”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 놈의 집요한 시선을 저 멀리서 느껴졌다. 환희는 그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곧바로 세우고 환하게 웃었다. 오래 간만에 마시는 현생의 공기는 매연 섞여 매캐해서 괜시리 눈물이 나왔다.

 

 .

 .

 .

  한강의 야경조차 하나 둘 불 빛을 잃어가는 시간, 저승사자는 환희를 차에 태우고 거리를 달리며, 지난 일을 떠올렸다. 그녀가 현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발걸음을 배웅하고 삼신과 나눴던 이야기가 왜 생각이 나는 것일까.

 

  “삼신님.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환희씨가 저를 선택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다른 좋은 혜택도 많았을 텐데요. 왜 하필 제가 그녀를 돕는걸 조건으로 삼았을까요?

 

  “그러게나 말이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쓸모라곤 아무짝에도 없는 너를 현생에 내려 보내달라고 하다니. 그 속을 알 수가 없구나.”

 

  “아니 쓸모가 없다니요… 제가 이번 실수만 아니였어도 기똥차게 잘나가는 사자였지 않습니까. 곧 승진도 앞에 두고 있었는데요.”

 

  “그 놈의 자만심. 쯔쯔쯔. 그게 널 이리 만든게다. 염라께서도 너의 죄를 백 벌 사죄하는 것으로 갚으라 하셨으니, 그 아이의 곁에서 돕는 것이 사죄의 길이 될게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그 알량한 자만심도 별거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왔으면 좋겠구만. 쯔......."

 

  "아니 잘났으니까 잘났다고 하죠. 제가 무슨 자만심이 있다고."

 

  "네가 아직 세상을 덜 살아서, 잘 모르는게지. 이번이 너한테도 좋은 공부가 될게다."

 

  저승사자의 투덜거림을 피식거리며 듣던 삼신은 어느 샌가 사라진 환희가 지나간 문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다른 건 필요 없으니 지나온 기억만 남겨달라는 것이 참 의외더구나. 원하는 곳으로 돌아가는 과정들이 그리 순탄하거나 즐거운 것들이 아닐지언데……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온실 속의 화초만은 아닌가 보구나.”

 

  “환희씨가 그러던데요. 가훈이 [기억해라. 받은 만큼 갚아라] 라고. 자신이 기억하는 만큼 그 자식 가만 안 두겠대요.”

 

  “……… 거 참 앞으로 볼만 하겠구나.”

 .

 .

 .

  “사자님, 근데 이렇게 태연하게 우리 집으로 가도 되는 거 맞아요?”

 

  지난 기억을 떠 올리고 있는 그를 향해 환희는 이야기를 걸었다. 과거에는 존재 하지 않았던 그가, 이렇게 태연하게 그녀의 수행원처럼 행동 한다는 것이 매우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럼요. 저 환희씨 집에 취직한지 좀 됐어요. 환희씨 전속으로다가.”

 

  “네?”

 

  “환희씨가 다시 이 생을 찾아오는 동안 좀 오래 기다렸죠. 그 동안 취업준비도 하고, 공부도 하고 회장님 점수도 따고 그랬습니다. 하하하하하.”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에 여유가 물씬 배어 나왔지만, 그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서 만났던 영 미덥지 못한 모습이 떠올라, 환희는 쉽게 웃을 수가 없었다.

 

  “우리 집 면접 빡 쎘을텐데……”

 

  “………회장님이 좀 까다롭긴 하시더군요.”

 

  “어떻게 통과한 거예요? 우리 아버지 보통 분 아니신데요.”

 

  “저 능력 좋은데요? 나름 수석 합격했습니다만?”

 

  “진짜? 설마~”

 

  “환희씨 정말 저 능력 좋아요!”

 

  “에이 설마.”

 

  자신 만만한 저승사자의 태도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승에 돌아오고 나서부터 계속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살짝 풀리는 기분이 들자, 그제서야 카 시트에 몸을 푸욱 기대어 긴장했던 몸의 힘을 뺐다. 그녀는 웅얼거리는 말로 저승사자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사자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사실 전 여기 찾아 오는 동안, 아무도 나를 기억해주지 않을까봐. 그게 무서웠거든요.”

 

 “……”

 

 “그래서, 어려운 입사 시험까지 통과 하시면서까지. 저 기다려주신 사자님이 이렇게 고맙게 느껴지네요.”

 

 환희에 농담과 진실이 섞인 한숨 같은 이야기 속에 괜시리 저승사자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빈말이 아니라, 그녀가 거슬러 오는 시간을 대충으로나 어림짐작해도 쉬운 과정은 아니 였음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렴풋이 룸 밀러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매우 지치고 힘들어 보였기에, 더 안쓰러운 마음과, 그가 가진 죄책감을 더 크게 만들고 말았다.

 

  영원히 달릴것만 같던 차는 어느새 커다란 담벼락을 마주하고 섰고, 아무도 환영하지 않을 것 같이 굳게 서 있던 커다란 대문은, 그들이 타고 있는 차를 환영한다는 듯, 그 큰 문을 열었다. 익숙하면서도 그리웠던 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환희의 두 눈은 반가움과 기쁨으로 눈물이 어리기 시작했다.

 

 “다 왔습니다. 아가씨. 오랜 시간 긴 여행에 지치셨을 테니 오늘밤은 부디 좋은 꿈 꾸시며 주무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타고 온 차를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으로 세운 그는, 그녀를 정중히 에스코트하며, 차에서 내리게 도왔다. 물 흐르듯 에스코트하는 모습이 매우 능숙한 버틀러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 모습을 지켜봐야할 환희는 집의 문 앞에서 집을 주시한 채로 망부석마냥 서 있었다.

 

  “………….”

 

  “아가씨. 어서 집으로 들어가서 쉬십시요. 늦은 귀가에 다들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망설이는 그녀의 등을 살짝 미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환희는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짝 떼며, 문을 열고 들어가며 나즈막한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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